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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동화] 당신의 고환이 흔들리고 있다

2002.11.12.화요일
딴지 의학부


한 남자를 관찰하고 있다. 벤치에 앉아있는 그 남자는 대충 봐서 40대 후반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보다 더 젊을 수도 있다.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은 그가 자주 눈을 치켜떴음을 나타내준다. 결정적으로 그는 지금 우울해 있다. 그 남자의 손에 소주 한병이 들려있고, 내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벤치에 혼자 앉아 소주를 들이키는 건 울적할 때나 하는 행동이니까. 왜 우울한지 한번 알아맞춰 볼까? 돈 때문에? 이게 가장 확률이 높다. 아니면 부인이 바람을 폈을 수도 있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식들이 속을 썩였을지도 모르지. 보통의 탐정이라면 이렇게밖에 생각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마태우스 아닌가. 2개 국어를 구사하고 - 그중 하나는 서툴지만 - 100미터를 18초에 달리며, 10시간 동안 소변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날씨가 춥긴 해도 일단 저 남자를 관찰해 보자. 남자가 자신의 거기를 내려다본다. 그냥 땅바닥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눈은 속일 수 없지. 그 남자는 모두 여섯 번이나 그곳을 보았다. 다시 소주를 마신다.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듯하다. 남자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곳으로 향한다. 어디 보자. 뭐가 이상할까. 음... 크기는 정상 범위고, 굵기도 저정도면.... 앗! 뭐가 이상한지 알 것 같다. 그렇다. 그게 없어!


원인을 알아낸 나는 벤치로 걸어가 그남자 곁에 앉았다. 남자는 나를 한번 힐끗 보더니 다시 소주 한모금을 마신다.


난 낮게 중얼거렸다. "고환 때문에 슬프시죠?"


"억!" 남자의 눈이 휘둥그래지더니 손으로 그곳을 가린다. "뭐, 뭐라고 했소?"


"고환이 하나 없으시네요?"


남자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난 명함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마-태우스? 탐정이라구요?"


"걱정 마십시오. 고환을 가지고 협박할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슬퍼보이기에..."


남자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난 나이트클럽 선전이 담긴 라이터로 불을 붙여줬다. "후---" 남자가 담배 한모금을 내뱉으며 한숨을 쉬었다.


"탐정....이라고 했죠? 내게서 원하는 게 뭐요?"


"슬퍼 보이시더군요. 그래서 어떤 사연인지 듣고 싶습니다"


남자는 다시 소주를 들이켰다. "흥, 그건 알아서 뭐하게요?"


난 남자의 손을 움켜쥐었다. "사실 전... 딴지일보 기자입니다. 기사거리도 없는데, 님의 사연을 싣고자 합니다.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오"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어르신!" 난 거의 절규하다시피 했다. "어르신이 왜 짝고환이 되었는지 알아야 다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걸 피할 수가 있지 않습니까? 어르신, 부디 넓게 생각해 주십시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적을 준비 됐소?"


 





 


사내의 이름은 정자왕, 올해로 47세라고 했다. 서른살에 결혼했으며, 두 딸이 있단다.


"제가요, 이래뵈도 별명이 9시 뉴스였습니다"


"9시 뉴스라뇨?"


"그러니까 9시를 알리는 시보가 울릴 때 밤일을 시작하면 뉴스가 끝날 때까지 그랬다는 거 아닙니까?"


KBS의 경우, 정규뉴스가 끝나는 시간은 9시 40분, 스포츠뉴스까지 따지면 50분쯤 된다. 그동안 계속해서 일을 치룬다는 건 물론 대단한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이 중에는 "어제 두시간밖에 못했어. 나이 탓인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40, 50분 정도면 그래도 상위권에 속한다. 주위에 보면 "마의 20분벽"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니까.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내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1분 뉴스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1분뉴스라고? 말이 1분이지, 광고 빼고나면 기껏해야 30초 남짓, 좀 심각하긴 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없으니 자꾸만 아내와의 관계를 회피하게 되고, 어느 해인가는 일년 동안 단 세차례만 일을 벌이기도 했지요. 아내는 노골적으로 눈치를 줬고, 심지어 절더러 토끼라고 놀리기도 했소"


"토끼라뇨?"


"모르시는구만. 토끼는 말이요, 10초만에 일을 끝낸다오. 나같이 정력이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토끼라고 불리는 건 최대의 치욕이오"



"그건 밤일을 좋아서 하는 게 아닌, 그러니까 의무방어전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요?"


나름대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씨가 반문했다. "기자양반, 댁은 몇분이나 합니까?"


난 놀라서 씹고 있던 껌을 삼켜 버렸다. "저, 저 그러니까... 한 한시간은 합니다" 당황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한시간...." 내 말이 상처를 줬는지, 정씨는 한숨을 푹 쉬었다. "겉보기에도 그렇게 보입니다. 나이도 한창 때 같고..."


자꾸 이야기의 초점이 빗나가는 것같아 내가 끼어들었다. "저, 그런데 고환은 어떻게 되신 겁니까?"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오. 내 정력이 약해지자 아내는 갖은 수단을 다 쓰기 시작했소. 장어, 사슴피를 비롯해서 정력에 좋다는 건 아무리 비싸도 다 먹어봤지요"


"그래서 효과를 보셨습니까?"


"먹고 나서는 잠깐 효과가 있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사내는 다시금 술을 들이켰다. 술이 다 떨어졌는지 남은 몇방울을 입에 털어넣는다.


"술 한병 더 사다드릴까요?" 내 물음에 사내는 두손을 저었다. "아니오. 괜찮소"


정씨는 옷소매로 입가를 훔친 뒤,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결국 뱀을 먹게 되었지요. 사실 아내는 진작부터 뱀 얘기를 했지만, 먹기가 꺼려져 안먹었던 거요. 하지만 다른 게 다 효과가 없는 와중에,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었소"









내가 뭘 어쨌다구?


사람들은 뱀이 정력에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적인 증거자료는 하나도 없다. 한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뱀이 길다랗게 생겼다는 것이다. 다른 정력제인 장어 역시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즉, 우리 조상들은 굵고 긴 것이 정력에 좋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것 말고도, 해구신이라는 게 정력에 좋다는 이유로 고가에 매매되고 있다. 물개가 암컷을 여럿 거느린 정력의 상징인 건 이해하지만, 그걸 먹는다고 해서 정력이 좋아진다는 건 아인슈타인의 뇌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만큼 비이성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든 정씨는 뱀을 먹었다. 살아있는 뱀의 머리를 자른 뒤 껍질을 벗겨내고 초장에 찍어서 먹었단다. 듣기에도 징그러워 이렇게 물었다. "맛은 있읍디까?"


갑자기 정씨가 화를 냈다. "이보슈, 뱀 맛으로 먹는 사람이 어디 있소? 어쩔 수 없이 먹는거지"


"아, 죄송합니다. 저 그런데 고환은...."


"자꾸 보채지 마시오. 안 그래도 얘기하고 있잖소"


 


뱀을 먹고 난 뒤 정씨는 밤일이 잘되는 걸 느꼈다. 아내가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일주일쯤 지나자 정씨는 한쪽 고환이 커지는 걸 느꼈다. 이렇게 효과가 있을 수가? 정씨는 반신반의하면서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고, 당신 변강쇠 되려나 봅니다. 진작 뱀을 먹일 걸, 그동안 헛돈만 썼네그려"


하지만 아내의 말과는 달리 정씨는 고환이 너무 아팠다. 아프다고 말하자 아내는 이렇게 일갈했단다. "변강쇠가 되는 데 그 정도의 고통이 없으면 말이 안되죠"


그럼에도 통증은 점점 심해져갔다. 할수없이 병원에 간 정씨는 놀라운 말을 듣는다. 고환 속에 기생충이 있으며, 그로 인해 염증반응이 일어나 아픈 거라고. 그리고 그 기생충은 뱀을 먹어서 걸린 거라고.


"그럼... 제 고환이 커진 것도..."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씨는 다급해졌다. "선생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뭐 수술로 고환이랑 기생충을 제거할 수밖에요"


"네? 고환두요?" 정씨는 그냥 까무라칠 뻔했다.


"상황을 봐서 둘 다 제거할 수도 있고, 잘하면 한 개는 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수술을 해봐야 아는 거구, 지금 장담은 못합니다"


정씨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내 고환...."


다행히도 정씨는 고환 한 개를 살릴 수 있었지만, 그 뒤부터 짝고환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정씨가 걸린 기생충은 스파르가눔이라는 기생충이었다. 하얀 실같이 생겨 사람 몸에 들어오면 피부의 이곳 저곳을 쏘다니며 병을 일으키는 벌레로 십센티가 넘게 자라기도 한다. 이 기생충이 응큼한 것은 남자에서는 고환, 여자에서는 유방을 주로 침범한다는 것이다. 뱀을 날로 먹었을 때 걸리며, 재수가 없으면 뇌로도 가는 수가 있어 지금까지 30여명의 환자가 이로 인해 뇌수술을 받았다. 꼭 뱀을 먹지 않더라도 약수물에 들어있는 물벼룩을 먹으면 걸릴 수가 있다.



국내 모 대학에서 해부한, 꽃뱀의 등뼈에서 발견된 스파르가눔


"그럼 밤일은 어떻게?"


"밤일이 문제입니까. 그 뒤부터 3년째 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습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어찌나 분통이 터지는지"


난 이렇게 말해 줬다. 당신을 위해서 한 일을 가지고 아내를 탓하면 안된다고.


"그게 뭐 날 위한 겁니까. 제가 정력이 좋으면 혜택을 보는 건 아내인데"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부인께서도 좋아하시겠지만, 그보다 댁이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정력이 약해지고 나서 매사에 의욕이 없고 기죽어 사셨죠?"


사내는 그렇다고 했다. "그것 보십시오. 댁의 부인께서는 그런 당신이 딱해서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한 겁니다"


난 계속 말을 이었다. "정력이란 말이죠, 마음 속에 있는 겁니다. 당신은 정력이 약해진 게 아니라, 부인에게 식상한 겁니다. 지금 당장 20대 미녀와 눈이 맞았다고 칩시오. 아마 당신은 다시 9시 뉴스 시절로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정씨는 내 말에 감동받은 것 같았다.


"부인을 처음 만날 때로 기억을 되돌려 보십시오. 그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습니까. 손이라도 닿을라치면 심장이 방방 뛰었죠. 그땐 뱀을 먹지 않아도, 붕어빵 한 개를 먹어도 오래동안 부인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지요? 댁의 문제는 정력이 아닙니다. 처음의 느낌을 더 이상 간직하지 못하는 겁니다. 집에 돌아가 다시 부인을 바라보세요. 세월은 흘렀지만 당신의 부인에게는 그당시의 모습이 분명 남아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인을 사랑해 주세요. 짝고환이면 어떻고 고환이 세 개면 어떻습니까?"


내 말을 듣는 정씨의 눈에 눈물이 어리는 걸 난 볼 수 있었다.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기 위해 난 아는 의사에게 부탁해 정씨에게 인조고환을 만들어 주었다. 시간이 흘렀고, 다른 사건들에 치어서 난 정씨를 잊었다.


 





 


11월의 어느날, 정씨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며 앞날을 생각하는데 눈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희미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다 난 그게 정씨임을 확인했다.


"정자왕씨!"


우뚝 선 정씨의 모습에서 난 짝고환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인조고환은 자리를 잘 잡았는지 다른 쪽과 균형을 잘 이루고 있었다. 나와 헤어진 후, 정씨는 일년간 300번이 넘게 밤일을 했으며, 9시 뉴스의 명성을 회복했다고 한다. 얘기를 마치자 정씨는 손에 들고있던 걸 내게 내밀었다. 영광굴비였다.


"먼저 가봐야겠습니다. 전 아내와 선약이 있어서...."


정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멀어져 가는 정씨를 향해 굴비를 흔들었다.







오늘의 건강상식 - 스파르가눔

 


열식고충(裂殖孤蟲), 혹은 줄여서 고충 이라고도 함다.


개나 고양이에 주로 기생하지만, 근래 뱀에도 기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슴다. 사람의 몸 속에서는 성충으로 자라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일단 몸 속에 들어가면 죽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피부에 혹 같이 볼록 튀어나온 결절을 일으키거나 음낭이나 유방에 들어가서 농양을 일으켜 치명상을 입히기도 함다.



물벼룩에 기생하므로, 이걸 잡아먹은 개구리에, 또 개구리를 잡아먹은 뱀에 그대로 감염됨다. 그러니까 뱀이나 개구리를 잡수시면 걸릴 위험이 높다 하겠슴다. 주로 개구리 뒷다리 부분에 기생하고 있슴다.


이 기생충은 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사례의 절반 이상이 보고될 만큼 폐해가 크기도 함다. 그러니 정력에 좋다고 날것으로 생식, 절대로 안 될 말임다.


다행히 최근에는 의학의 발달로 사진 촬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니 고환이나 다른 은밀한 부위가 이상하다고 쪽팔려하지 말고 당장 병원을 찾으시기 바람다.



딴지 의학부 전문우원
마태우스 (bbbenji@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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