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선거는 끝났다 2002.11.25.월요일 선거는 끝났다. 감히 단언한다. 단일화와 함께 선거는 끝났다. 지나치게 섣부른 예측인 것이야 물론 안다. 본지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선거 결과를 다 알아맞출 수 있다면 여기 이러구 있지 않는다. 당장 여의도 어디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겠지... 그러나, 틀렸을 때의 쪽팔림을 감히 무릅쓰고,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울었다고 본지는 판단한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기쁨에 들떠 희망적으로 관측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본지는 이미 지난호 마빡기사에서 단일화의 떨떠름함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본지는 스스로를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 글쎄, 그럼 심판인가? 굳이 얘기하자면 공에 침발라놓는 심판 정도 될까? - 일단은 관조적인 자세로 현 정국을 바라보려 한다. 노무현은 한때 6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였다. 물론 거품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나서 한동안 10% 대의 형편없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렇게 급전직하 하는 데는 약 두달 정도가 걸렸다. 그 두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민주당 내분은 장차 다가올 선거전에 대비한 조직력의 흐트러짐이었지 그것 자체가 큰 변수는 아니었다. 좃선의 집요한 노무현은 말바꾸기 잘하는 사람이라는 공작도 있었지만 그것도 상대적으로 영향은 적었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DJ의 아들 비리, 아태재단 문제, 호화주택 등의 이슈였다. 즉.. 노무현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주원인은 DJ였다는 말이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이는 몰라도 민주당 때문에 사람들이 찍겠어? 라고 한다. 노무현의 당선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한나라당은 DJ를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댔다. 지난 몇달간 한나라당에서 쏟아져나온 논평, 성명 등을 보라. DJ를 거론하는 것이 하루에 최소 두세건은 된다(노무현 말바꾸기 잘한다는 것도 DJ에 갖다붙이는 이미지 전술이었다). 아무것에나 DJ만 갖다붙이면 되니 그동안 한나라당은 땅짚고 헤엄치기였다. 물론 그러면서 식상함도 늘어갔다. 아무리 야한 포르노도 두어번 보면 안 꼴리는 법... (DJ 경멸, 혹은 DJ 멸시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에 지금까지 보인 정서는 그 이전의 야당들이 거대권력에 맞서 싸울 때의 비장함이 아니라 일종의 비웃음 내지 경멸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변화에서 세가지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1)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슈를 생산해 내는 것에 실패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가급적 선거열풍이 불지 않기를 바랬으며, 노출을 덜 하고 안전빵 당선에 주력했다. 그 결과 민주당이 무방비상태인데도 지지율 35~40% 선을 거의 넘지 못했다. 2) 노무현-정몽준이 대결하며 여론조사로 단일화 한다고 했을 때,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사람은? 이회창? 아니다. 한나라당은 야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회창 지지자들은 비분강개했다. 갑자기 우리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사람은 바로 이 사람. DJ였다.... 여론조사인데 DJ가 개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찌보면 국민경선보다 여론조사가 노무현에게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발목을 잡던 DJ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면서 노무현의 지지율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인지 더) 한나라당은 DJ 카드를 남발했다. "정몽준이 뜨는 것은 DJ의 음모이며 정몽준도 DJ 양자"라는 논리... 동교동이 정몽준을 민다... DJ는 정몽준으로 마음을 바꿨다.. 따라서 정몽준은 DJ의 후계자다... 민주당과 당도 전혀 다르고 누가 봐도 이상한 이런 DJ 음모론과 DJ 양자론은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정몽준이 떨어져 버렸으니 DJ 음모론의 효력은 더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 DJ 양자론 없는 한나라당은 팔 기부스한 당구선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이 덜컥 이겨버렸다. 이 지점에서 잠깐. 유권자 성향 분석을 간략하게나마 해 보자. 흔히들 이회창의 지지층은 보수, 노무현은 진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본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개혁적 진보도 많이 있지만, 개혁적 보수주의자들도 많이 있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민노당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지만 원칙에 충실하고 서민적이고 구린 데가 없다는 이유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층 말이다. 세금 적게 걷고 정부를 축소하고 징병제 폐지는 말도 안 되고 국가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한 마디로 우익 원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바로 부동층이다. 왜냐하면 이들을 대변해 줄 제대로 된 우익 정당이 우리 사회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늘 새로운 후보에 열광해 왔으며, 바람을 타는 성향이 있다. 우리의 정치는 늘 바람이 좌우해오지 않았던가? 바로 이 우익 원칙주의자, 우익 개혁세력이 어디로 가느냐, 이것이 바람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회창은 타고난 여러가지 약점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군대문제, 친일문제, 세금문제, 귀족이미지 등등... 보수를 추구하는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의 한계 덕분에 제몫을 못 챙겨 먹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 국민들의 우편향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지지율이 40%를 못 넘는 이유이다. 참고로 지금 양쪽에서 내세우는 구호를 보라. 이회창 측은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몰고 가려 한다. 이 우익 부동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노무현 측은 새로운 정치와 낡은 정치의 싸움이라고 규정한다. 이 개혁적 우익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드려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키워드는 바로 이 우익 개혁세력이다. 자 그런데... 노무현은 여러모로 이회창과 대비되는 사람이다. 이회창-정몽준 대결과는 양상이 다르다. 지금까지 선거판에 뚜렷한 이슈가 없었다면 2002년 대선 최초로 제대로 된 대립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선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바람이 불 조짐이 보인다. 이것은 한나라당에 절대 불리하다. 왜냐, 이 개혁적 우익세력은 뭔가 확 바꾸기를 원하거든.. 특히 시점이 그렇다. 며칠 후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 이 마지막 중요한 순간 노무현은 (정몽준의 깨끗한 승복으로 더더욱) 바람을 탄다. 선거는 불과 20일 남았다. 게다가 그동안 지리멸렬 상태에 있었던 민주당 하부조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커다란 이슈가 없으면 분위기를 되돌리기 힘들다. 따라서 이 개혁적 우익세력을 움직일만한 이슈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떤 이슈가 있을까? 보혁구도? 대재벌 정몽준이 선거운동하고 다니는 후보를 빨간 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게다가 이제는 과거와 달리 민노당이 있다. 민주노동당이 버젓이 자기들 좌파라고 떠벌리는 판에 노무현 빨갱이가 먹힐 리 없다. 지역구도? 노무현 정몽준 둘 다 정치적 기반이 경상도이다. 오히려 부산경남 민심이 노무현으로 움직인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게다가 "JP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이회창 손해"라는 이론이 있듯, 이 부등층 세력은 지역구도에 신물을 느낀다. 경상도가 결집하면 다른 곳에서 더 많은 표를 잃는다. DJ 양자론? 약간 먹힐 가능성이 있지만 섣불리 "정몽준이 DJ 양자"라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효력을 많이 상실했다. 미국문제? 여중생 살해사건에 대해 온국민이 분노하고 있으니 이 문제는 오히려 거론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북핵문제? 약간 먹힐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북한이 전쟁 일으킨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부패문제? 이건 게임이 안 된다. 티비토론? 이회창이 유리하리라 믿는 사람 별로 없다. 그러면 DJ 부패정권 심판하자는 논리, 그거 하나가 남는다. 즉 개혁적 우익에서 우익 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두는 전략이다. 그러나 그 싸움은 노무현이 하나도 꺼릴 것이 없다. 노무현이 두려운 것은 우익이지 개혁이 아니다. 노무현이 지금까지 그거 하나로 먹고 살아왔지 않은가? 그러한 이유로.. 이번 대선의 향배는 이미 결정되었다고 본다. 물론 몇가지의 단서가 붙는다. 돌발 변수가 없을 것, 정몽준과의 매끄러운 공조관계가 유지될 것, 노무현이 동교동 쪽으로 퇴행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 등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이 싸움은 노무현 필승의 구도이다. 구도가 짜여졌다고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미 추는 기울었다. 이제 대선은 거의 끝났다. 딴지정치부 대표집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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