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딴지 특별취재반 추천0 비추천0

 

 

 

 

[스케치] 촛불시위 하던 날

2002.12.1.일요일
딴지일보

11월 30일에는 두 가지 집회가 열렸다. 하나는 오후 3시에 대학로에서 열렸던 민중대회, 또 하나는 오후 6시 광화문에서 있었던 네티즌들의 촛불 시위.

 

이날 하루의 서울 시내 풍경을 독자 여러분께 보고드리는 바이다.

 

 

오후 4시경.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민중대회 단상 아래 귀빈석(?)에서 대회를 지켜보는 백기완 선생이다.

 

한편 민중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 옆에서는 대학생들의 삭발식이 있었다. 막 삭발한 여학생의 모습(아래).

 

 

 

약 30여명의 이들 삭발단(?)은 오후 5시경 자른 머리카락을 플라스틱 함에 담아 들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을 전달하러 미 대사관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본지 기자단도 이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은 까까머리들의 출현에 놀라워하다가도, 마지막엔 이들에게 박수를 치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들을 따라가며 탱자탱자하던 본지 기자단,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차려 보니 전철 안에 타고 있던 이 학생들이 다 내려버리고 우리만 덜렁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따... 이런 얼빵한 실수를 저지르다니...

 

아니 언제 내렸어? 이렇게 조용히 내리면 어떡해? 뭐 이렇게 씨바씨바거리며 본지 기자단은 광화문으로 따로 이동했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경.

 

집결지인 버거킹 앞에는 이삼백 명 정도의 시민들이 모여서 촛불시위를 시작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인원은 천여명으로 불어났고, 즉석 토론회가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발언신청이 쇄도했다.

 

 

이날의 집회는 주최측도, 사회자도 없는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집회. 본지에서 출동한 김구라 황봉알도 마이크를 잡았다(위).

 

이 모임을 어느 게시판에 처음 제안했던 한 네티즌이 마이크를 잡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분위기도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토론회는 자연스럽게 미대사관 앞으로, 그리고 거리 행진으로 이어지려고 했으나... 경찰이 막아섰다.

 

광화문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아래).

 

 

 

몸싸움이 이어지던 중, 대학로 집회 참가자들이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인파는 거의 만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일단 물러선 경찰이 다시 저지선을 형성하고, 이후 두시간여 몸싸움이 계속되었으나 시위대는 20여미터 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나오려고 하는 시위대를 밀어붙이는 전경들 (위).

 

 

아까 삭발한 학생들도...(위)
아래는 문정현 신부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모습.

 

 

그러나 전경들의 표정도 그리 딱딱하지는 않았다(아래). 이날은 격렬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그들도 머리속으론 생각이 다르겠지....

 

 

한편, 대열의 앞쪽에서는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이어졌지만 뒤쪽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즉석 토론회도 벌어지고, 아기를 안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 남녀 고등학생들, 촛불을 나란히 켜 든 연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저녁 9시경.. 집회는 파장 분위기에 이르렀다. 남은 사람들끼리 촛불을 들고 거닐기도 하고, 이야기도 주고받고, 사진도 찍고, 민주노동당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Fucking USA>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아래)

 

 

남은 사람들은 다음주 토요일을 기약하며 해산하기 시작했다. 본지 취재단도 발걸음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 전까지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던 그곳에는 사람들 대신 촛불의 행렬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렇게 광화문 촛불 시위는 끝이 났다.

 

 

 

딴지 특별 취재반 (editors@ddanzi.com)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