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박힌 희귀작] 로만 폴란스키의 <드라큐라 무도회> 2002.11.30.토요일
장식장 한 구석탱이에서 백골이 진퇴되어 꽉대기라도 있고 없고 고객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 없이 먼지 덮인 채 짱 박혀 있는 절세의 희귀작 한 편을 발견하였으니, 그 제목은, 그 제목은... 제목을 밝히기에 앞서 어찌 이 감격의 순간에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북받쳐 오르는 감동의 아우라에 3초간 온 몸 부르르. 각설하고, 본 공사는 즉석에서 우동 면빨 뽑아내듯 그 자리에서 짱 박힌 희귀작 발굴 위원회를 발족하여 전국에 위치한 4만3천2백8십7개의 비됴숍으로 급파, 작업에 돌입하였다. 그리고 발굴되는 작품에 한해 본 공사가 지정한 43개의 기준을 적용, 엄중한 심사를 거쳐 희귀작으로 최종 판결되는 작품에 한해 짱 박힌 희귀작이란 이름으로 니덜에게 소개하려 한다. 그 첫 빠따로 본 공사에게 발굴의 기쁨을 앵겨준 그 작품, 바로 <악마의 씨>와 <차이나타운> 두 편으로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웃장을 열어 제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1967년 작 <드라큐라 무도회>를 소개한다. 두둥~ 피바다를 전전하는 호러영화가 일반 관객들에게 미치는 영향 중 하나는 당대 사회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한 은유적 표현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지난 일천구백구십이년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만든 영화 <드라큐라>에서 표현된 동성애적 코드나 드라큐라의 행동유형(이를테면 드라큐라는 절대로 서서쏴의 피는 빨아먹지 않는다는 그런 거시기 등등)에 대한 반역은 핵무기나 에이즈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인 공포 심리를 은유하는 기호로써 작용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실험적인 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왔던 로만 폴란스키가 1967년에 발표한 <드라큐라 무도회> 또한 그 시대 젊은이들 기성세대에 대항했던 反 문화에 대한 영화적인 기호들로 가득 차 있다. 아울러 당 영화는 영국의 5~60년대 공포영화 계를 주름살잡았던 해머 영화사가 집대성한 몬스터 고딕 영화 계열의 장르적인 관습(convention)을 거부하고 그것들을 적절히 패러디하면서 새로운 표현방식들을 실험하였다. 근데 본 우원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한가지 따지고 가야 할 게 있다. 당해 영화 <드라큐라 무도회>의 원제는 The Fearless Vampire Killers다. 당 영화의 원제나 내용을 보면 <드라큐라 무도회>에는 드라큐라가 아닌 흡혈귀가 등장한다. 그래서 말인데 영한사전 함 디비바라. Vampire는 흡혈귀고, 드라큐라는 Dracura다. 아~ 한심한지고. 결국 작금의 한국수입영화업계에 팽배한 독창적인 번역능력은 이 때의 지조뙈로 창조력을 고스란히 계승,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니면 말구... 슬라브 계 민담에서나 나올 법한 볼따구니가 빨갛고 뚱뚱한 당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웅장하면서도 음침하고 또 동화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고성(古城)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교수 아브론시우스(잭 맥골란 분)와 순진하기 짝이 없는 그의 조수 알프레드(로만 폴란스키 분)가 등장하면서부터 당 영화는 사도-마조히즘, 관음증, 동성애가 뒤엉킨 A급을 가장한 B급 호러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 영화에서 알프레드 역을 맡고 있는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우끼고 자빠라짐을 도입하여 의도적으로 호러라는 장르의 특징을 파괴한다. 이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드라큐라 무도회>의 제작사인 MGM사의 그 유명한 포효하는 사자의 로고가 느닷없이 선지 뚝뚝 흘러내리는 날카로운 송곳니에 뽀인트를 준 시퍼러둥둥한 흡혈귀 캐릭터로 바꾸는 장면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그 후 당 영화는 흡혈귀 영화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루마니아의 트랜실베니아의 눈 덮인 산골짜기로 향하고 동화 같은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마을에 당도한다. 이 마을의 캐릭들은 앞썰했듯 볼빨간 배불뚝이들로 앙상블을 이루고 있는데 이 역시 로만 폴란스키가 당 영화에 희극적인 요소를 낑궈 넣음으로써 음침하고 피학적인 호러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자신의 의도대로 우끼고 자빠라지게 갖고 놀고저, 의도적으로 마련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드라큐라 무도회>가 다분히 우끼는 데에만 주력했다면 짱 박힌 희귀작이라는 권좌에 오르기는 실로 어려움이 따랐으리라 본다. 왜냐, 본 발굴 위원회는 그냥 짱 박혀 있는 비됴라고 해서 제비뽑듯 아무거나 뽁하고 뽑아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로만 폴란스키는 당 영화가 본 공사에 의해 발굴될 운명이란 사실은 지레 짐작했던 것일까, 코믹하게 진행되던 <드라큐라 무도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심각하게 젊은이들의 反 문화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선회하기 시작한다. 마을 언덕 너머 마치 마징가 제트라도 꼭꼭 숨겨 놓은 듯한 김 박사의 요새를 연상시키는 고성에는 흡혈귀 동호회의 갑빠인 크로록 백작(페르디 메인 분)과 그의 아들 허버트(아인 콰리어 분)가 살고 있는데, 그들은 결코 마늘이나 십자가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늘과 십자가를 조롱이라도 하듯, 기존의 흡혈귀 나부랭이들이 먹잇감을 어둠 속에서 몰래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던데 반해 백작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출현을 버라이어티 쇼로 알림과 동시에 스스로 먹잇감을 찾아 나섬으로써 무자비하게 흡혈 행위를 자행한다. 이러한 흡혈귀의 자발적이고도 능동적인 행위는 히피로 일컬어지는 당시 젊은 세대들이 무대뽀적인 자유의식과 겁대가리없는 저돌성을 가지고 기성세대들에게 반목했던 행위와 결부되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의 또 다른 사회적 기호로써 당 영화에서 표현되는 부분은 샤갈 부녀의 관계, 샤갈(알피 베스 분)과 하녀(피오나 루이스 분)의 관계, 그리고 아브론시우스 교수의 조수인 알프레드와 백작의 아들 허버트의 관계에서 절묘하게 드러난다. 우선 샤갈 부녀의 관계에서는 사도-마조히즘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마을 여인숙의 주인인 샤갈은 이제 막 소녀의 티를 벗고 쭉빵의 대열에 합류한, 육체적으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딸 사라(셰론 테이트 분)를 하늘만큼 땅만큼 러브한다. 근데 이 부녀간의 러브란 게 쫌 이상하다. 과년한 딸년이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하면 샤갈은 다 큰딸의 궁뎅짝을 손바닥으로 얼라 다루듯 때린다. 근데 씨바, 딸년의 입에서 새 나오는 비명소리는 어쩐 일인지 쾌감에 못 이겨 내지르는 신묘한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바로 이러한 사도-마조히즘 아니 더 나아가 근친상간을 은근슬쩍 암시하는 당 영화의 속내에는 히피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냉소와 반역을 담고 있는 것이다. 샤갈과 하녀의 관계는 또 어떤가? 어느 모로 보나 하녀는 샤갈의 딸과 붕어빵처럼 닮았다. 샤갈은 매일 밤 아내 몰래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 하녀를 찾아가 그녀와 은밀한 응응응을 나누는데, 이는 샤갈이 딸 사라에게서 채울 수 없는 욕정을 하녀에게서 찾으려는 일종의 성적 대리 행위에 다름없다. 그리고 여기에 샤갈과 알프레드에 의해 표현되는 관음증적인 행위 역시 이런 맥락을 또 올리기에 충분하다. 당 영화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은 아마도 알프레드와 허버트의 관계가 묘사되는 장면일 것이다. 백작의 아들 허버트는 본 우원의 마스크와 같은 수려한 용모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여성적인 분위기가 다분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허버트는 백작에게 납치된 사라를 구하기 위해 고성에 잠입했다가 붙들린 알프레드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니 말이다. 당 영화와 같은 호러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동성애적인 코드는 자유연애, 동성애 집단의 출현 등 헬스 엔젤스 Hells Angels로 불리는 젊은 가죽잠바 컬쳐 Black Leather Culture(실제로 미국에서 가죽점퍼를 입고 서서쏴 둘이서 길거리를 지나면 어김없이 동성애 커플로 오인 받는다) 세대의 反 문화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해 영화 <드라큐라 무도회>는 다소 의외의 결말장면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거센 반향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기성세대의 억세고 무자비한 보수주의의 힘에 억눌려 종말을 고하고야 마는 히피들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당 영화의 말미는 아~ 비통하도다! 비극으로 치닫고 마니...
여차저차 이러쿵저러쿵 우여곡절 끝에 사라를 구하고 고성을 떠나오는 우리의 알프레드. 사라의 무방비 상태가 구미를 자극한 것일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짓는 알프레드. 그러나 꿈같던 행복도 잠시, 흡혈귀가 된 사라가 오마나! 느닷없이 알프레드의 목을 덥썩 물어 버린다. 그 결과, 행복 끝 불행 시작. 결국 당 영화는 다소 골 때리기는 하여도 그 이면을 살펴보면 결국 젊은 세대들의 좌절을 예감한 로만 폴란스키가 그들 세대에게 바친 일종의 묵시록이자 비가였던 것이다. 사좃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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