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딴따라] "난 샘이다" 2002.11.5.화요일
빵빵한 팝스타들의 노래로 구성된 초호화 영화음악이 인기를 끈 게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상업성이네 어쩌네 해도 그래야 잘 팔리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근 몇 년 사이 대박 났다는 영화음악 음반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영화음악가들의 창작 작품집이라 할 수 있는 영화음악 음반에 전문 영화음악가의 작품이 단 한편도 실려 있지 않은 것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코어트랙만 추린 음반이 따로 출반되기도 하지만 그런 행운의 주인공이 몇이나 될까? 음반 판매고와 별개로 사람들은 작금의 현실을 두고 장삿속 아니냐며 궁시렁대기 시작했고, 이제 그런 목소리가 음반사들에게도 전달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보통 영화음악 음반의 표지엔 Music From The Original Motion Ficture Soundtrack같은 문구가 함께 쓰여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음반을 O.S.T.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문 영화음악가와 그들의 팬을 열 받게 만든 것은 바로 이 몇 단어 때문이었다. 씨바, 영화에 나오는 음악이라면서 영화에 나오지도 않은 노래만 줄창 들어있자나 음반 판매고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예상치 못한 분노에 고심하던 음반사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음반 표지에 이런 문구를 달아놓는 것이다. Music From And Inspired By ...
...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이 얼마나 기똥찬 발상의 전환인가. 영화에 나온 곡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고 삘이 와서 음악을 만든 뮤지션의 작품까지 모두 한 장의 음반에 모았다는데.
두 가지 확실한 건 본 우원이 좋아하는 숀 펜이 비틀즈만 아는 진짜 정신지체자가 아닐까 싶게 연기를 잘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 속 음악이 낯설지 않았다는 사실. 앗! 이 음악은... 비틀즈의 노래가 간간히 들리는데, 그 목소리는 분명 다르다. 우선 당 영화 속에 존재하는 음악의 대부분은 당연히도 영화를 위해 새로 쓰여진 곡들이다. 다행스럽게도 John Powell이 작곡한 스코어를 모은 음반이 따로 발매되었다. 영화 전편을 수놓는 명쾌한 타악기와 발랄한 멜로디가 맘에 들었던 영화팬들을 위한 감상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초점은 John Powell이 아니다. 우리는 또 하나의 영화음악 음반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오늘의 주인공 Music From And Inspired By <I Am Sam>되겠다.
영화의 내용대로 비틀즈의 곡들이 수록된 음반이다. 비틀즈의 원곡을 직접 삽입하고자 했으나 엄청난 저작료로 인해 포기하고, 당 음반을 발매한 V2레코드사 소속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로 결정, 단 3주만에 모두 녹음했다는 소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무려 20곡이 빼곡이 들어있는 당 음반에서 영화에 실제로 삽입된 곡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역시나 최근의 유행에 아주 민감한 음반인 셈이다. 그런데 당 음반은 장삿속이란 뻔한 수작에서 빠져나갈 개구멍 하나를 가지고 있다. 영화음악을 실은 음반이기도 하지만 비틀즈에 대한 헌정음반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위대한 그룹, 팝 음악의 절정. 그러나 까놓고 말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에 앞서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저 익숙한 음악. 그것이 지금 세대에게 비틀즈의 현주소가 아닐까?
비틀즈의 음악은 밴드가 해체 된지 30년이 넘은 현재도 수많은 매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매번 최고라는 수식어도 빠지지 않고 곁들여짐은 물론이다. 비틀즈의 현재형인 위대함은 지난해 공개된 <No.1> 음반이 증명했다고 말 할 수도 있다. <No.1> 앨범이 시장을 휩쓴걸 보면 사람들은 비틀즈 음악의 뛰어남을 잘 알고 있고, 그 위대함은 현재도 진행중인 것처럼 이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왠지 찜찜하다. 왜? <No.1>에 실린 곡들은 비틀즈의 상업적인 히트곡이기 때문이다. 매체에서 가장 많이 흘러나오는 곡만이 실려있단 얘기다. 아직도 모르겠나?
사람들이 비틀즈 음악의 위대함에 경도 되 음반을 산 것이란 분석보다 <No.1>은 귀에 익숙한,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에 좋은지 나쁜지 생각해 볼 여지마저 뺏겨 버린 채 그들의 몇몇 노래들을 소유하기 좋게 모아놓은 흥밋거리를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혹은 나이 많은 올드 팝 팬이 그들의 음악을 한 장의 CD로 갖고 싶었기에 선택한 추억을 자극하는 선물이거나. 비틀즈의 음악은 몰라도 존 레논의 똥그라미 안경과 더벅머리를 한 네 청년의 이미지는 길거리 어디-레코드가게는 물론이고, 커피집, 밥집, 심지어는 비디오가게-를 가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이미지의 주인공들, 이 전설의 주인공들의 무용담 속 노래를 히트곡만 모아서 듣는다는 것은 문화사대주의가 팽배한 우리의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난 저 포스터의 주인공 노래도 다 알아 <No.1> 음반은 바로 그런 젊은이덜의 패션 소품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자본은 비틀즈라는 훌륭한 밴드를 하나의 전설로 만들어 놓고 그 전설을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매체를 자극하고 있으며 세련된 포스터로, 다시 음악(음악적인 알짜배기는 거세하고 철저히 상업적인 선곡으로)으로, 다시다시 패션 아이템으로 생산하고 복제하고 있는 것이다.
비틀즈 현상만을 계속 까대다가 생각해본다. 패션을 거세한 비틀즈 자체는 어떠한가?
사실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전설에 비해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밴드도 아니었고, 연주도 완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잊지 못할 관악기 편곡도 실은 제5의 멤버라 불리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작품이다. 근데 이런 생각 속에서 역시 전설이 더 큰 전설을 만든 것일 뿐이야!라고 단정지을 즈음 하나하나 정말 깜짝 놀랄만한 곡이 앨범 속에서 배시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 또한 아이러니한 비틀즈의 진실이다. 3~40년 전 녹음과 연주를 가지고 그들을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때론 정공법보다 돌려 치기가 본질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거기 있는 전설, 비틀즈의 노래들을 다른 목소리, 새로운 연주로 듣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 음악의 숨은 진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수도 있다. 사실, 음반 가게에 가보면 비틀즈 헌정 음반은 어떤 걸 골라야 할까 고민을 해야 할 만큼 많다. 그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듣지 아니함만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틀즈를 다른 각도로 느껴보고자 할 때, 비틀즈 헌정 음반이 한 장 더 추가되었다. <I Am Sam> 정확히 말하자면 Music From And Inspired By <I Am Sam>이다. 우선, 참여 가수와 그들이 부른 곡들을 쭈~악 훑어보자.
목록을 살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의미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도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자신만의 개성으로 음악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인물들이 더 많다는 사실. 그들이 부르는 비틀즈라면 뻔한 노래라도 한번 귀 기울여 볼만 하지 않은가?
우선 귀를 잡아끄는 것은 Black Crowes의 Chris Robinson의 목소리로 만나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이다. 영화에 처음 등장하는 비틀즈의 곡이기도 하다. 사실 원곡과 별반 다른 모습을 찾기 어렵다. 이런 판박이 리메이크라면 한번은 비난조의 얘길 꺼내야 정상이겠지만 블랙 크로우즈이기 때문에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 그들은 1990년의 데뷔앨범 제목부터 전설 속 블루스 명곡(엘모어 제임스의 슬라이드 기타가 잊혀지지 않는) <Shake Your Money Maker>였고, 지미 페이지와의 협연까지 온고지신을 몸소 실천했던(현재는 해산상태) 밴드 아닌가. 블랙 크로우즈의 후기 곡에서 간간이 느껴지던 비틀즈의 흔적은 이렇게 원곡에 대한 철저한 리메이크에서 완성된다. Aimee Mann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는 블랙 크로우즈와는 딴판이다. 원곡의 분위기라는 점에선 일견 비슷할지 모르지만, 애이미 만 특유의 지적이고 가라앉은 노래 소리에 힘입어 원곡이 가지지 못했던 지적인 느낌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Michael Penn과 함께 부른 [Two of Us]에선 애이미 만의 목소리임은 금방 느껴지지만 곡 전체를 통해 원곡의 분위기에 집착하는 듯한 느낌이다. 차라리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처럼 자신의 색깔로 몰고 갔더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펄잼의 보컬 Eddie Vedder의 독특한 떨림과 미국적인 색채는 비틀즈와 만나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원곡보다 훨씬 힘을 얻고 있다. 음반 전체를 통해 가장 자기 색깔을 드러낸 뮤지션이 바로 에디 베더이다. 강력한 백 밴드대신 단촐한 어쿠스틱 반주 위에 얹혀진 목소리는 비틀즈를 완전히 에디 베더로 소화한 느낌이다.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원곡을 모르고 듣는다면 완전한 에디 베더 노래로 느낄 정도로. 이름빨 있는 뮤지션의 리메이크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 [Julia] 이 곡은 이미 Chocolate Genius의 리메이크로 널리 알려진 상태다. 특히 에디 베더와 함께 당 음반에서 가장 소신껏 비틀즈를 부른 멋진 트랙. [Nowhere Man]. Paul Westerberg는 혼자서 비틀즈 멤버 네 명이 만들었던 감성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원곡이 좋기도 하지만 폴의 곡을 이해하고 소화하는 능력 또한 빛나는 트랙이다. 그리고 Sheryl Crow, Sarah McLachan, 거기에 앞서 얘기한 Aimee Mann. 이 세 여성의 목소리로 불려지는 곡들은 원곡서는 느끼지 못했던 비틀즈의 숨어있던 1인치의 감성을 찾게 해준다. 쉐릴 크로우의 [Mother Natures Son]은 영화 마지막에 삽입되기도 했는데, 미국적인 감성을 유연한 노래솜씨(괜히 백보컬출신이 노래 잘하는 게 아니구나!)로 담아냈다. 원곡과 별반 다른 게 없음에도 사라 맥나한의 [Blackbird]는 감성적인 목소리 하나만으로 돋보이는 작품이다. Ben Folds Five 시절보다 간결함에 중점을 둔 음악을 펼치고 있는 Ben Folds의 노래도 원곡보다 훨씬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창법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당 음반의 단점을 찾는다면 대체로 원곡에 충실하다는 강점이 역으로 결정적인 흠이다. 비틀즈라는 거대한 산에 먼저 기가 질린 듯 원곡의 모습을 너무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비틀즈의 광신자라면 원곡을 심히 훼손하면 더 안 좋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참여 음악인들의 평소 음악들과 비교해보면 그 변형의 폭이 작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당 음반이 맘에 쏙 든 사람들은 영화의 분위기에 맞춘 다시 부르기라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분명 그 점이 매력이긴 하지만 좀 더 자신들의 개성대로 모험을 해보는 게 어떠했을까하는 아쉬움을 덜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음반에 참여한 이들을 살필 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개성파는 역시 Nick Cave다. 그러나 그의 음울하게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만나는 [Let It Be]와 [Here Comes the Sun]은 목소리만 닉 케이브인 비틀즈다. 도대체 그가 어쩌자고 이렇게 발랄하고 절정으로 고양되는 곡을 선택한 것인지, 혹은 원곡과 다를 게 없는 반주에 노래마저 흉내내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Wallflowers, Stereophonics, Grandaddy의 노래도 순수한 힘에는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 힘은 이미 원곡에서 느꼈던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밴드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기대를 부수는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월플라워스의 리메이크는 너무도 안이하다. 오히려 비틀즈의 먼 자손(출신국가를 떠나서) 뻘 되는 음악을 펼치는 스테레오포닉과 그랜대디의 연주는 그럴 수도 있겠다싶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충실한 연주다. 모든 곡을 다 거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역시나 목소리만 자신의 것으로 대체한 듯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일견 성의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
많은 트랙이 노래방 가서 부른 것 같은 원전에 충실하기 그지없는 단순함이 거슬리긴 하지만 일단은 한숨 돌리고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이 단지 용돈 벌이로 비틀즈의 원전을 베껴먹기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음악을 밥벌이로 하는 자신들이 비틀즈를 처음 만나던 그 시절, 음악이 정말 멋지구나 싶던, 나도 따라서 연주해봐야지 하던 시절의 신선함과 놀라움(익숙해져서 당연해지기 전)을 그대로 담으려 했다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그렇기에 베테랑다운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단촐한 기본에 충실한 연주-Rufus Wainwrite(그의 곡들이 대부분 그렇기도 하다)의 [Across the Universe]처럼-가 가슴에 다가오는 것은 아닐지? 순수하게 비틀즈에 충실한 헌정음반의 한계는 바로 거기까지다. 비틀즈가 익숙한 존재일 뿐인 사람들에게 비틀즈를 완전히 해체하여 새롭게 이해할 기회로 삼을 수 없다는 것. 그런 면을 부각시켜 본다면 선전한 몇몇 선수들의 노고도 지명타자 격인 닉 케이브의 부진에 묻혀버리는 격이다. 어쨌건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다른 목소리의 새로운 비틀즈를 원하는가? 다른 목소리 그러나 전설 그대로의 비틀즈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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