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병역거부를 하는데 꼭 양심적일 필요는 없다 2002.10.25.금요일
내가 병역을 기피한 이유는 양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그런 숭고한 게 아니었다. 난 그저 대한민국 군대라는 곳에 가는게 무섭고 싫었을 뿐이다. 난 이미 그 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나 그건 너무나 힘든 길이었다.
누군가 그렇게 군대가기 싫으면 초청해 주랴?하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난 망설이지 않았다. 감옥에 갈 필요도 없고, 면제의 행운을 입었을 지도 모르는 청년이 대신 나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필요도 없는 완벽한 탈출방법이었다. 나는 운이 좋았고 그 행운을 기꺼이 껴안았다. 나에게 비인권적인 조건의 군대에 가기를 강요하는 나의 조국을 미련없이 버렸다. 나의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그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인권만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싸우고 있는 것이다.
양심의 가책없이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했다. 후진 나라 태어난 죄로 개처럼 구르다 온 예비역들만큼 고생하겠다는 것이다. 흥분한 일부 피끓는 예비역들아. 그만큼 했으면 됐다. 이제 우리 진정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우선 그놈의 나라지키는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에 의해 대한민국의 신체건강한 성인남성은 이회창의 아들들처럼 신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는 한 26개월간 박박 구를 의무를 가진다. 또 납세의 의무를 지키느라 꼬박꼬박 갖다 바친 세금의 엄청난 부분이 비효율의 극치인 대한민국 군대에 들어간다. 국가방위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또 국민들이 댄다는 이야기다. 돈도 내고 노역까지 제공하라는거다. 그런데 그 노역이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일년에 오천명이 넘는 군바리들이 건강을 잃는단다. 노역에 대해 정당한 수당이나 지불하면 내 말을 안한다. 일당 천원도 안주는 곳에서 26개월을 구르라고? 착취도 이런 착취가 없다. 이건 최소한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다. 스스로의 존엄성을 버리고서라도 나라지키는 의무는 지켜야 한다는 놈들이 있다. 그들은 분단상황의 특수성을 이야기 한다. 지금은 언제 북의 괴뢰군이 쳐들어 올지 모르는 휴전상황으로서 사병의 쪽수는 곧 국방력이라 이거다.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정말로 북한이 쳐들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며칠 지나지 않아 개박살날 것이 뻔한데? 김정일이가 미친 지랄병이 나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낮은 가능성을 마구마구 부풀려 온국민으로 하여금 북괴에 대한 공포와 적개심에 떨게 만드는 것이 다름아닌 반공주의 정책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이 수구반공세력의 세뇌공작에 놀아나서야 쓰겠는가. 전쟁의 소지를 아예 없에는 건 평화통일이요, 그 전에 상호군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또 그것을 위해 주한미군이 좀 꺼져줘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아닌가. 소수정예화를 위해선 군의 현대화, 효율화, 모병제화가 키포인트다. 또 나라를 온몸을 굴려 지키겠다고 지원한 놈들에게 봉급을 섭섭찮게 줘야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얼마나 명확한가. 그런데도 마치 율곡 이이의 환생인듯 십만양병설을 곱배기로 외치는 놈들이 있으니, 그건 사회전체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국론을 단 하나로 통일하여 소위 불순분자들의 입을 닥치게 하려는 세력이다. 그런 속보이는 기만술에 일조해서야 쓰겠는가. 그런데 정말로 만약 북이 쳐들어 오면 어떡하냐고 계속 물을 답답한 이들이 있을 것 같아서리 또 거기에 대해 친절히 답을 해주고자 한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확실한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며칠내에 북한군이 궤멸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며칠동안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죽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의 자랑스런 국군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군이 작전개시하기 전까지 총알받이 하는 것밖에는.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상호군축과 주한미군 철수나 외치기 바란다. 그게 나라지키는 일이며 진정한 애국이다. 요컨대 나라지키는 의무를 다하는 방식이 반드시 26개월을 개처럼 굴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어딘가 모자라는 사람이거나 음흉한 음모를 가진 수구반공세력의 똥개임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국가의 명령에 관한 것이다. 국민은 국가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개인에게 스스로의 양심을 거스를 것을 감히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개인은 그러한 요구에 불복종할 천부의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그것이 국가가 아니라 국가 할아버지의 명령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그럴 엄두를 내지 않는다. 워낙 펀치력이 쎈 나랏님들을 두엇던 탓인가, 국가의 명령에 개겨볼 수도 있다는 걸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가끔 혼내주지 않으면 나라가 싸가지를 상실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많은 예비역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실천하는 이들을 비겁하다 하는데, 존나게 폭력적인 선생한테 참다못해 항의하는 급우를 꾸짖는 격이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국가가 자신을 위해 무얼 했는가를 묻기 전에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얼 했는가를 물어보라는 개소리를 어떤 양놈이 했었다. 니미, 가진건 몸뚱아리뿐이라 좃뺑이 까서 세금 꼬박꼬박 냈는데, 돌아오는 것 개뿔도 없고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만 지금 궁궐같은 집에 산다드라. 좋다. 이건 역사가 심판해 줄테니 그냥 넘어가자. 조또 해주는거 없이 세금만 받아가는 국가한테 무슨 덕을 보려는 생각은 고사하고, 제발 뭣좀 강제로 안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하다. 나라 지키는 의무? 나랏님들이 국민들앞에 넙죽 엎드려 제발 군에 입대해주십시오라고 부탁을 해야할 일이다. 군을 현대화, 효율화하여 일할만한 조건을 준비해놓고 적잖은 수당까지 제시하면 한번 고려해 볼만 하다는 거다. 근대화했다는 나라에서는 다들 그런다. 거기서는 국가가 개인의 머리 위에 있지 않다. 국가와 개인이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 오로지 권위주의적 정권이 줄줄이 이어져 온 나라들에서만 맨날 총동원 분위기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사실 이거 이야기가 거꾸로 되었다. 원래 국가가 대체복무제도를 제안하고 국가의 어떠한 동원령에도 따를 수 없다며 모병제를 주장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야 말이 된다. 그러나 마음 약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권위주의적인 국가의 명령에 찍소리 못하고 입대해서 26개월을 개처럼 구르다 온 예비역들의 서러움에 찬 질투가 하늘을 찌를 것이 뻔하자, 그것을 어루만지는 차원으루다가 제시한 거란 말이다. 자기가 군대에서 고생한만큼 굴러야 한다며 대체복무의 기간이 군복무기간의 두배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몰지각한 예비역들이 있다. 일단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이라는 선에는 동의를 했으니 기뻐해야 하나? 아니다. 이들은 형평성 운운하며 물귀신작전을 쓰고 있는 것 뿐이다. 넓게 생각할 때 대체복무제는 나의 자식, 나의 손자들이 병역이라는 무게에서 편하게 하는 첩경이다. 나의 자식, 나의 손자에게도 본전 생각하며, 빡센 군생활과 긴 복무 기간을 강요할 텐가? 나의 자식을 이해하듯 타인에게도 그 이해를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분명히 말하는데, 복무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상식적인 수당이 지불되고, 모병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병역거부자들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아니, 늘어나야 한다. 이건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개인적 인권을 옹호하는 싸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싸가지 없는 권위주의적 국가를 혼내줌으로써 인권의 범위를 확장하는 싸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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