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최정민 추천0 비추천0




[보고] 대체복무제도는 가능하다!!

2002.10.25.금요일
딴지 사회부


최근 또다시 병역거부 논쟁이 불붙고 있다. 작년 초 최초 병역거부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의 사연과 가족들의 눈물이 그 첫 출발이었다면 작년 12월 불교신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오태양씨의 병역거부 선언이 그 2탄이었고 3탄은 현재 비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병역거부자들의 등장과 대학사회 내에서의 논란인 것으로 보인다.









오태양씨


물론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이것이 적합한 결론에 이르기 위한 진통이라면 누구든 지금의 상황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이미 여러군데서 그러한 조짐이 비치고 있지만, 그 논쟁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로 그치거나 또 다시 지난 군가산점제 논쟁과 비슷하게 치닫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1만 명에 가까운 병역거부 전과자(?)들과 그리고 지금도 감옥에 있는 1,400여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에서부터 출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60년 간의 억압에도, 수많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왔고 앞으로도 이어질 이들 병역거부자들을 그저 감옥에 가두어 두는 것만이 능사인가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부터 출발해야만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상황


징병제. 정부에서 발간한 국방백서(2000)에 따르면 현역 복무자 약 69만 명, 보충역 약 14만 명 정도. 병역법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조항은 없다.


따라서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실정법을 어긴 죄로 병역법 88조 혹은 군형법 44조에 의해 모두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최근엔 민간법정에서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존중하면서도 다시 징집을 당하지 않을 최소한의 맞춤형량인 1년 6개월을 선고하는 추세.


군사법정에서도 작년 항명죄에 관한 최초의 항소심 공판이 있었고 부모나 형제가 같은 고초를 겪은 거부자들에 한해 6개월 감형이 되는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올 1월 말 서울 남부지원에서 헌법과 병역의무는 어느 한 쪽의 핵심이나 본질을 양보하면서 없앨 수 없는 것이란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가 제출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도 지금까지 일관되게 실시되었던 병역거부자들에 관한 구속수사 방침에서 벗어나 불구속 수사가 확대되는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예외 없이 모든 병역거부자들은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내려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교정 시설 내에서의 종교의 자유는 허가되고 있지 못하고 가석방 기준에서조차 제한사범 2범 이상과 같은 기준을 적용, 차별 당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평등권, 양심/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국가안보라는 논리 아래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묵살 당해온 것이다.
 


 총을 들지 않을 권리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인권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약 40여 개국이 병역거부권을 헌법 및 각종 하위법을 통해 인정하고 있으며, 이들 소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비전투 분야의 대체복무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란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신념이나 행동에 강요당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에 기초하여 폭력과 살상을 준비하거나 행하는 병역을 반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적 교리에 국한되지 않고 사상적 신념이나 양심을 포함하며, 거부의 대상은 군복무 자체, 군대내 특정 제도, 특정한 무기사용, 특정전쟁 등 다양하다. 물론 특정 전쟁이나 특정 무기 사용 등 선택적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인정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거부당사자는 군인과 징집대상자, 일반시민이 모두 포함될 정도로 광범위한 개념이며 다양한 거부운동이 가능하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사상/양심/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속하는 것이며 이 기본권은 세계인권선언 18조와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8조에 명시되어 있다. 이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호소의 수준을 넘어 국가의 의무와 연결시키며 양심상의 이유로 이들을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유럽인권규약 제9조에 의거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에 각 나라별 국내법과 관행을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도 이미 1980년대 각종 결의를 통해 각 국가에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것을 호소하고 있으며 현재 이러한 호소를 넘어 국가의 의무와 연결 지어 대체복무제도의 실시와 차별행위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유엔은 각 국가별 잘된 대체복무 사례를 모아 발간하고 그것을 통해 보다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각 국가에 요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화로운 공존, 대체복무제도


대체복무제도는 병역거부자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적 이익과도 일치할 수 있는 조화로운 제도로서,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병역거부권이 인정되는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다.


대체복무제도의 역사는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최근 2000년에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이자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에 있으면서 60만 대군을 이끌고 있는 병영국가 대만에서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었다.


대체복무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참 곤란하다. 왜냐면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별 상황이나 분위기, 역사, 도입된 시기 등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이스라엘 같은 경우는 종교적 이유로만 병역거부를 국한시키고 있고 그 인원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 나라들의 경우는 이미 대체복무제도가 용기 있는 양심의 결단에 의한 고난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현역병 복무를 대신하는 하나의 선택지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체복무의 역종도 이제 출발 초기인 대만의 경우 경찰역/소방역 등의 역종이 전체 대체복무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에 유럽 나라들의 경우 간호역 등 순수하게 사회복지 분야에 복무하는 대체복무자들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간의 문제도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자들의 복무 기간은 현역병의 1.5배 수준인데 비해 대체복무제도 실시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의 나라들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에 비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을 복무한다. 이렇듯 각 국가별 대체복무제도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공통된 의의는 병역 의무와 양심상의 이유로 인한 병역거부권의 두 가지 법적 이익 중 어느 쪽도 희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현역복무와 동일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도출하였다는 것이다.
 


 대체복무, 징병제와 국가안보의 근간을 흔든다?


최근 병역거부권 관련 논의들을 보면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창기 병역거부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한 이단(?)논쟁은 정말 발바닥의 껌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특히 이대 총학생회 게시판에서 다시 촉발되고 있는 원색적인 욕설들은 인터넷의 긍정적 효과와 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단한 회의가 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논쟁이나 토론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논쟁과 토론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고단수의 수법이라 사료된다.


최근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은 아마도 북한의 핵 개발 보도와 맞물리는 일련의 국가안보와 관련한, 즉 "북한이 언제 다시 남침할지 모른다", "다 군대 안 간다고 나서면 나라는 누가 지키냐" 등의 질문일 것이다.


일단 이를 둘러싼 논쟁의 저간엔 "힘의 논리만이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전통적 국가안보관과 전쟁이나 분쟁의 진정한 원인을 찾고자 하는 새로운 안보관 그리고 "평화는 힘의 논리가 아닌 평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당사자간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병역거부 운동의 중요성은 후술하기로 하고 아무튼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대체복무제도의 개선이 수많은 병역기피자를 양산해서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징병제의 근간을 흔들게 되며 북한의 침략 위협에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짐작은 그저 짐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미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했고 지금도 실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의 사례가 그것을 방증하고 있다. 오히려 대만의 경우 대체복무제도 실시 2년 여 만에 대체복무자들의 복무 기간을 줄이는 법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전통적인 국가안보관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대체복무제도 도입 초기에 이 제도를 얼마나 병역거부자들에게 징벌적인 형태로 과도하게 도입하였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각 국가의 상황이 다 다르고 수치적으로 단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대만이나 특히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는 그냥 생각해 보아도 우리보다 안보상황이 널널하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또 병역거부는 특히 분쟁이나 전쟁시기에 활발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전쟁과 분쟁의 광풍 속에서, 수많은 희생자들과 피와 눈물 속에서 잠자고 있던 양심이 표출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훗날 역사는 지난 세기 수많은 전쟁의 와중에서 죽음조차 감수하며 자신의 양심을 지키고자 했었던 병역거부자들의 실천이 전쟁의 종식과 평화정착에 기여했다고 평가하였다.
 






지난 60여 년 간의 처벌과 인권유린, 갖은 차별에도 병역거부자들의 숫자는 계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병역거부를 범죄로 치부하는 한국에서 처벌이 결코 범죄의 예방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명시하고 있듯이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인 것이며 양심의 자유란 국가 권력에 의해 침범이 불가능한 인간의 천부적 인권인 것이다.


만약 이러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적절히 도입할 수 있다. 기간의 문제, 복무 역종의 문제 등 다양한 쟁점들은 토론이 가능하고 당연히 의견도 좁혀질 수 있다. 어느 나라의 대체복무도 현역병 복무보다 쉽거나 편하다는 이점이 존재하는 곳은 없다. 대체복무 역사가 짧은 나라는 그 나라대로 기간이 길거나 일이 힘들고 어려워서 오히려 현재 대만과 같은 고초를 겪고 있고 유럽의 나라들은 거꾸로 현역병들에게 사회적으로 각종 특혜가 부여되고 있다고 하니 어느 모로 보나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대체복무제도를 선택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보여진다.


물론 대체복무제도가 꿈의 제도라거나 완벽한 제도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제도들이 다 그렇듯이 대체복무제도도 누군가 사회 특권계층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있고 도입 초기에 혼란스러운 상황도 예견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의 지혜를 모아 그 악용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것이지 그것이 두려워 아예 논의나 도입조차 거론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가 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 아닐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duck52@jinbo.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