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울나라 교육의 미신들 (2)
학력 저하, 이렇게 여기저기서 떠들다보니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그런데, 학원에 보내기는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특히 배운 부모들은 더 그렇다. 그들은 자기 자식을 학원에 보내면서 정당성을 찾는다. 여기서 학력 저하와 학교 교육만으로 대학가기 어렵다는 것은 훌륭한 자기 합리화의 근거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서도 0교시 수업 때문에 아침도 못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그렇지만 보충수업이든 자율학습이든 0교시든 자기애 좀 공부시키라고 학교에 전화한다. 이 둘은 하나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길이 바로 이것이다. "요즘 문제가 너무 어려워. 대학가려면 학교 교육만 받아서는 안 되거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는거야." 이런 사람들 보면 참 화난다. 언제 수학능력 시험 문제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는지. 그리고 언제 아이들 교과서 제일 첫 장이라도 제대로 봤는지. 다음 예시 문제를 한번 보자. 1. 가.족.애를 운(韻)으로 삼아 삼행시를 지으려 한다. <보기>의 조건을 충족하여 완성한 것은?
① 족보에 이름 올려 세상 살게 하였도다. ② 족두리 사모관대 홍조 띤 두 얼굴 ③ 족히나 한평생을 희생으로 보내셨네. ④ 족집게로 흰머리 뽑아 가는 세월 잡으시려네. ⑤ 족쇄 같은 운명 지고 실낱같은 희망으로 2. 영화 오발탄 시나리오 가운데서 s#66. 철호의 집 앞 철호가 뜨락에 들어서는데 "가자!" 하는 어머니의 소리. 철호 한 대 맞은 사람 모양 우두커니 한동안 서 있더니 되돌아서 터벅터벅 걷는다. 여기에 덮이는 철호의 소리 - "어머니, 어디로 가자시는 말씀입니까?" <보기>는 (가)에 해당하는 원작 소설 부분이다. 이 장면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고려했을 사항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이 장면은 영상으로 처리하기가 복잡하므로 내용을 효과적으로 압축하도록 한다. ② 철호의 심정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인상적인 독백을 하나 집어넣도록 한다. ③ 대사 이외의 서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레이션 기법을 활용하도록 한다. ④ 분단과 관련된 문제는 작품의 주제에 대한 해석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표면화하지 않도록 한다. ⑤ 어머니의 "가자!" 소리와 철호의 말을 한데 겹치게 해서 대사의 동시적 표현이 가능한 영화의 장점을 살리도록 한다. 1, 2는 모두 200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 나온 문제다. 이번에는 다음 문제를 풀어봐라. 문제 - 너라면 2번과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하겠냐. ① 영화 학원에 가서 시나리오 작성법이나 연출 기법을 배운다. ② 영화로 나온 소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영화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보고 읽는다. ③ 딴지 영진공에서 나온 영화 해설을 죄다 읽어 본다. ④ 교과서에 나온 소설, 시나리오를 읽고 그것을 영상으로 표현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 본다. ⑤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와 있는 문제집 해설을 하는 학원을 찾아 수업을 듣는다. 정답은 자기 원하는대로 하면 된다다. 위에서 ⑤도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⑤만 정답은 아니다. ④ 역시 정답이 될 수 있다.(나 같으면 ③만 해도 다 맞겠지만) ④만 택해도 위의 유형 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렇다면... 정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교육과정 평가원이나 대학 측의 발표는 믿어도 된다. 어라, 수능문제는 그렇지만 대학 논술이나 심층면접 문제는 그렇지 않다고? 작년 서울대학교 심층면접 문제를 볼까? 다음은 사회과학대학 면접 문제 가운데 일부다. -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이 미신에 집착하는 것을 사회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개인적 문제로 보아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라. - WTO가 추구하는 자유 경쟁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 - 한류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 - 영어로 한류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라. -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말해 보라. -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 보라. - 공교육을 확장시키는 것에 대한 견해를 말해 보라. 자, 학원에서 배워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교과서에 있냐고? 당근 있다. 교과서만 제대로 읽어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전한 상식을 갖춘 지식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교과서, 그리고 교육과정과 관련된 내용, 그것에 대해서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거론한다. (또 다음에...한다. 그런데 할 수 없다. 딴지를 통해 한 편의 논문을 쓸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수능 시험이나 대학 논술 또는 심층 면접 문제는 학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다. 교과서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훈련과 학습이 부족한 것이지, 교과서 이외의 내용을 학교 밖 어디서 배워야 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력 저하, 교과 과정이외에서 나오는 문제 수준, 이런 것들이 미신이라고 한다면 이제 앞에서 지적한 강남의 공기는 우리 애를 대학에 합격시킨다가 왜 미신이 될 수밖에 없는지 분명해 진다. 왜냐면 위에서 예를 든 문제는 학원에서 배울 수 없거든. 배울 수 있기는커녕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이런 문제가 나오면 꽉 막히게 되거든.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갖자.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학원에 애를 보냈더니 성적이 올랐다고. 아, 그 말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지역마다 그 지역 학교에서 수 년 동안 봤던 중간고사 또는 기말 고사 문제가 족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다. 거래도 이루어진다. 그 문제만 딸딸 외우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점수 오를 수도 있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우리 아이는 학교 시험은 잘 보는데, 모의고사는 죽쑨다고. 그런데 학원에 보내서 점수가 오른 학생이 이런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은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현실 상황에서 올바로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와 적용 그게 중요하다. 학원이라 해도 그런 학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뭐 보낼 만도 하겠지.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 문제, 또 다음에는…하고 말해서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이것도 다음에 한번 뒤져보자.
이것 역시 미신되겠다. 이 미신은 그 효과가 대단해서 여기에 휩쓸린 사람은 우리 나라 교육 정책은 현실을 무시하고 장기적 전망이 없는 교육 정책이며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와서 교육 부재 현상을 낳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더 나가면 교육 이민, 조기 유학을 생각한다. 워낙 이런 생각이 강하다보니 전교조와 같은 진보적 진영에서는 "현 교육 정책은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그래서 교육을 통한 부익부 빈익빈의 재생산이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보수적 시각에서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교육정책으로 장기적 전망이 부재하고 교육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사실 관계만 본다면 7차 교육과정은 1998년 1월 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확정된 것이고(지금 김대중 정권이전에 김영삼 정권에 이미 완성된 교육과정이란 말이다), 작년에 말썽 많았던 2002학년도 입시안은 1998년(2002학년도 대학에 진학하는 수험생이 중학교 3학년일 때)에 확정 발표했다. 그리고 7차 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입시, 즉 지금 고 1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는 작년 말 그러니까 대상학생이 중학교 3학년 때 발표되었고 대학 입학 방식에 대해서는 올해 8월에 발표되었다. 따지고 보면 입시 대상자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자신이 진학할 때, 어떤 입시 제도인지 알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소한 정권이 바뀌면 교육과정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시제도, 그래도 다른 정책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계획하고 시행한다. 중학교 3학년부터 준비 못할 대입 제도란 없다.
다음에는 "대학 입시는 전부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미신, "우리 나라 공교육은 끝장이다"는 등등의 미신을 먼저 파헤쳐 보고, 기회를 봐서 앞에서 다음에 … 하고 미루었던 것도 함께 중간 중간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그러다 또 늘어지면 또 늘리고.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데, 한 달 정도 늘리는 것, 독자들 용서하기 바란다. 덧붙여서 암튼 그 후보가 말한 대학 입시 완전 자율화가 어떤 내용인지 자세하게는 알 수 없고 다만 보도 내용을 보면 이렇다. 수능 시험은 국가 시행의 학력성취도 평가로 발전시키고, 대학 입시 반영은 대학 선택에 맡길 것이란다. 그런데 지금도 수능 시험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완전 대학 자율이다. 도대체 완전 자율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암튼 자세한 발표 내용을 입수하여 대학 입시는 전부 대학에 맡기자는 미신을 더 자세히 씹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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