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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격 주식회사

2002-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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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미국] 폭격 주식회사

2002.10.21.월요일
딴지일보


이런 상상을 해 보자. 다가오는 12월 16대 대선에서 SK의 최모 회장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상상.


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그냥 상상이다.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자 전 SK 회장께선 행정자치부 장관에 SK 텔레콤 사장을 임명한다. 정무비서관으로 LG 텔레콤 이사를 임명한다. 경제기획원 장관에 전임 온세통신 사장을 임명하고 KTF 이사 출신을 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휴대폰 산업 진흥을 위해 가격 규제부터 없앤다. 휴대전화 통신비가 마구 올라가고 업체는 떼돈을 번다. 전자파 얼마 이하로 규제하라는 법령도 없어져서 회사들은 아무 걱정없이 강력한 출력을 내는 휴대전화를 만들어댄다. 국민들은 전자파 때문에 뇌종양에 걸리는 줄도 모르고 전화가 잘 통한다며 기뻐한다. 전국의 공중전화를 다 없애서 휴대폰 없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게 만든다. 그 덕분에 한국은 무선 통신 대국이 된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이웃나라 대만이 어느틈에 기술을 발전시켜 한국 휴대폰 시장을 위협한다. 통신 기술을 이웃나라에 빼앗기면 국가 안보가 위험하다는 논리로 우리 정부는 대만을 폭격한다. 대만의 휴대폰 공장과 회사, 연구 개발 시설들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한다. 국민들은 또 기뻐한다. 국가 안보의 근간인 통신 기술을 정부가 보호해 준다며...


어느날 북한 김정일이 화딱지가 난 나머지 휴대폰을 집어던져서 박살이 났다는 뉴스가 들어온다. 우리 정부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한다. 이동통신 기술과 정신이 독재자에 의해 훼손당했다고. 그리고는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기술보호를 위해 이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북한에 쳐들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주석궁에 탱크를 진격시킨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렇다 말도 안 된다. 나도 설마 저게 말 된다고 생각해서 썼겠냐?


그런데 저런 비슷한 상황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거는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다. 미국 행정부는 전부 동종업계의 업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바로 석유와 군수산업의 재벌들이다.


미국 상무장관인 도널드 에반스는 부시의 수십년 절친한 친구이다. 덴버 소재의 탐 브라운(Tom Brown)이라는 석유 회사의 회장이었고 지금도 94만주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아버지 부시 시절에 국방장관을 했었고, 걸프전을 지휘하며 군수업체와 석유업체에 엄청난 돈을 안겨준 장본인이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자 세계 제1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헬리버튼 사에 회장으로 취임한다. 당시에 훨훨 불타고 있는 쿠웨이트의 유전들의 불을 끄는 계약을 정부와 체결하여 엄청난 돈을 헬리버튼사에 안겨준다.


헬리버튼 회장이 된 딕 체니는 1만명의 직원을 짜르고, 남아 있는 직원들의 의료보험도 싼 걸로 갈아치운다. 물론 그 자신만은 많은 돈을 벌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헬리버튼사는 크게 이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는 월급과 옵션 등으로 불과 1년반동안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 헬리버튼사는 현재도 미 정부와의 계약으로 엄청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정유회사 셰브론에서 10여년간 이사로 재직하며 갑부 대열에 올라섰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셰브론 사는 알랑방구의 일환으로 유조선 한 척의 이름을 아예 바꿔버렸다. 콘돌리자 호라고.



요러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국의 최고위 외교관 잘마이 칼릴자드 특사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전쟁을 일으키자고 주장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석유 송유관을 건설하겠다고 계획했단 석유회사 유노칼에서 이사로 일했었다. 유노칼은 지금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관통하는 송유관을 지으려 한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석유로 돈을 벌었다. 텍사스 출신의 그는 텍사스의 한 작은 정유회사를 운영하다가 짭짤한 금액을 받고 팔아치움으로써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 덕분으로 부시는 중앙 석유업자들의 세계에 끼어들 수 있었고, 후일 군수업체인 칼라일의 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아닌게 아니라 부시의 선거 당시 전체 금액의 절반 이상의 기부금이 석유 회사로부터 온 돈이었다. 부시는 취임하자마자 석유 회사들에 유리한 정책들을 잇달아 발표하였고, 캘리포니아 송전 위기 사태도 결국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석유회사 뿐만이 아니다. 장관급 고위관료들 중 32명이 과거 군수업체의 회장, 이사, 혹은 자문역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런 커넥션 때문에라도 부시 행정부는 강경책을 쓸 수밖에 없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미 국방부 서열 2위)은 유명한 전쟁광이다. 그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라는 다 쓸어 버려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동 국가들이 더더욱 승복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중동에 민주주의를 심어주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적이 있다. 석유회사 간부나 하던 사람이 중동지역의 석유에 침을 질질 흘리며 겉으로는 도덕적 의무 어쩌구 하고 있으니, 독실한 종교 지도자들인 중동의 리더들이 보기에 같쟎은 거야 당연하다. 어디 앞에서 도덕 갖고 훈계하려고 하냐며...


그렇다. 부시가 근엄한 얼굴표정으로 자유와 민주주의와 도덕과 문명을 읊조릴 때, 진짜 전쟁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압제 아래서 신음하는 불쌍한 이라크 국민들을 구한다는 명목 하에, 바로 그 이라크인들에게 폭탄을 퍼부어 댈 것이다. 이미 걸프전과 경제 제재 조치로 150만명 이상의 이라크 인이 목숨을 잃은 상황이다(걸프전에서 연합군은 124명이 죽었을 뿐이다).


그야말로, 사랑해서 강간한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라크가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정말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지난 99년과 2000년, 미국은 이라크에 2만발의 폭탄과 미사일을 투하해서 쑥대밭을 만들어왔다. 그들은 방어능력이 없다. 일주일만에 이라크 전 국토를 장악한다고 공언하는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여전히 이라크의 위협설만을 주문처럼 외워댄다.


북한의 핵개발설 -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인지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 이 나온 그날, 미 행정부의 고위 회의에서는 쳐들어가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외신이 전해온다. 한 마디로 신난 것이다.


물론 신난 사람들은 또 있다. 우리의 우익들... 북한이 세게 나와야 신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북한을 쳐부수자는 사람들이다.



어김없이 등장하셨다. 재향군인회... 북한의 핵개발을 규탄중이시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된다면, 그것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조장한 것이든지 미국의 강경파들이 주도한 것이다. 그 어느 경우에도 우리의 설 땅은 없다. 우리가 사는 땅이, 내가 사는 집이 폭격 받아서 순식간에 알거지가 될 지도 모르는데 그 운명을 우리가 아닌 남이 결정한다는 사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할 것인가?


한국의 강경파들이 큰소리 뻥뻥치며 기분내고 있을 동안, 사실은 김정일과 부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 꼭 말해주어야만 그들이 알까?


뭐, 자기들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정권을 잡기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것일지도...


강대국 미국 앞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작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ABM 협정(탄도탄 요격 미사일 협정)을 지지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미소 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ABM 협정을 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폐기하고 싶어하던 상황이었다. 부시의 전쟁놀이 NMD 계획에 ABM 협정이 장애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한국은 ABM 협정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했다. 부시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고, 미국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ABM 협정은 작년 12월 미국의 일방적 파기로 깨지고 말았다. 이렇듯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전세계 국방비의 37%를 쓰는 미국이 하겠다는데 말릴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할 수는 없다. 멀리 있는 이라크라고 남의 나라 얘기 듣듯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세인이 사라지고 나면 그 다음은 한반도이다. 내 나라가 전쟁을 하는데 남의 나라가 결정하도록 놔둘 셈인가?


한반도 긴장 악화에 흔들리지 말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부화뇌동하지 말자. 긴장 고조를 이용해먹는 정치인들에 속지도 말자.


지금은 엄청나게 중요한 때이다. 폭격 주식회사 미국은 뭔 짓을 할 지 모른다.



딴지 편집장
최내현(asev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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