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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논평] 대삐리들이여, 신화가 되어라!

2002.10.14.월요일

딴따라딴지 논설실

 








미국에 CMJ라는 언론사가 있다. CMJ. 풀면 College Music Journal. 정상적인 고등학교 영어교육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고개 끄덕거렸겠다시피 대삐리 전용 대중음악 잡지 만드는 곳 되겠다.


우덜은 황색 싸이비 싸이버 롹 전문잡지를 지향한다!는 식으로 논조라든가 전문 음악 장르 따위를 갖고서 잡지의 색깔을 정한 게 아니고, 특이하게도 "대삐리들만 봐라!"며 독자들의 연령대로 매체의 성격을 특화시킨 것이다(글타고 대학생 아니면 구독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저기서 만든 잡지의 이름이 바로 . 다달이 각 특집/이슈기사에서 다룬 딴따라들의 음악을 모은 샘플 시디가 부록으로 낑궈져 나와 인기도 좋고 열독률도 높다.


그런데 의 핵심은, 잡지 뒤쪽에 달랑 네 페이지만 차지하고 있는 음반 판매 차트다. Top 75 음반, Metal, Dance, Hip-Hop의 네 분야로 나누어서 주로 대학근처 음반가게에서 어떤 음악들이 잘 팔렸는가를 집계해서 만든 순위표되겠다.







CMJ에서 매달 발표하는 음반 판매 차트를 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컬리지 차트(College Chart)라고 부르며 그 독보적인 공신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빌보드라는 데가 있다. 아무리 딴따라를 천시하는 넘이라 할지라도 저 이름이랑, 저게 머해먹는 데인지는 어렴풋이나마 알 게다. 미국 내에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는 대중음악 차트 전문 저널. 요즘은 디부이디나 비디오의 판매순위도 그 차트들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만 주로 음악 장르를 중심으로 세분화된 30여개의 순위차트들이 주간 단위로 발표된다.


한주간의 싱글음반 히트 순위를 기록한 The Billboard Hot 100(저 차트의 40위권 순위까지를 흔히 아메리칸 탑 포리라고 부른다)와 정규 음반을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 차트 The Billboard 200가 유명하며, 순수 음반 판매량 외에 방송 횟수(Airplay) 까지도 순위 선정의 자료가 된다는 점이 앞서 소개한 컬리지 차트와의 차이점 중 하나다.


 



음악 장르 중심으로 순위를 뽑아 내는 빌보드지에는 대학가 음반 판매 순위를 다룬 컬리지 차트가 따로 없다. 그리고 그게 바로 CMJ가 앞서 말한 것처럼 빌보드 독점체제 아래에서 독보적인 공신력을 확보하게 된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대삐리들은 도대체 어떤 음악들을 듣길래 잡지도 따로 나오고, 꽤 중요하게 먹어주는 대삐리 전용 차트까지 만들어지고 있단 말인가? 같은 시기의 빌보드 앨범 차트와 CMJ 컬리지 차트 내용물을 서로 비교해 보면 그 답이 나올 듯. 아래 집계들은 지금으로부터 1년 반쯤 전, 2001년 4월이라는 같은 시기의 미국내 음반 판매 차트되겠다. 왼쪽넘이 빌보드 앨범 차트고, 오른쪽넘이 CMJ 컬리지 차트 - 10위까지의 주인공들만 뽑았다.









어떤가? 보시다시피 중복되는 넘이 단 하나도 없다. 빌보드 앨범 차트라면 대삐리건 고삐리건 할배건 얼라건 간에 모든 미국넘들이 팔아준 음반의 순위일텐데 완조니 따로 놀고 있다.


이거 왜 이럴까? 양쪽 순위 차트의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미국의 방송에서 틀어주는 음악들은 시중에서 팔리는 음악들과 완전히 상관없음이어서? 아님, 미국 대삐리들은 미국 국적으로 인정을 안해줘서?


 



R.E.M, U2, Smashing Pumpkins.... 셋 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일급으로 먹어 주는(줬던) 롹 밴드들이다.









U2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컬리지 차트에서 상종가를 기록하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대삐리들이 주리줄창 들어대서 결국에는 쟤네들을 범세계적인 스타로까지 만들었다는 스토오리.


저 밴드들 중에서 특히 80년대에 데뷔한 R.E.M과 U2는 팝적인 멜로디의 헤비메탈이 판을 치던 당시 롹계에, 웬지 어쿠스틱하게 가벼우면서도 신선한 사운드와 철학적인 가사를 내세워 그렇고 그런 스타일 일색의 주류 롹계에 염증을 느낀 음악팬들을 포섭하는데 성공했다. 뻔하디 뻔한 관습적인 롹음악들과 구분짓기 위해 평론가들은 저들의 음악에다가 모던 롹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이 모던 롹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컬리지 롹되겠다. 80년대에 R.E.M과 U2가 씨를 뿌렸던 모던 롹/컬리지 롹의 열매는 90년대 넘어와서야 만개하여 오늘날까지 전세계 롹계의 주류로 군림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음악 감상을 취미라고 떳떳이 밝히고 있는 한국 대삐리, 우리 자신을 한번 돌아보며 질문들을 던져 보자. 90년대 이후 대삐리인 나와 내 친구들만이 열심히 들어준 덕에 스타로 부상한 가수/뮤지션이 있었던가? 나와 내 친구들이 듣는 음악들이 일상적인 텔레비전 가요 순위 프로그램들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노래들과 큰 차이가 있었던가? 하다못해, 중삐리고삐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와, 나와 내 친구 우리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듣는 음악들은 티나게 차이가 났었던가?


 



한국의 대중음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다가 높아졌기 때문에 모든 세대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지, 대삐리들의 수준이 낮아서는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수준은 도대체 어떤 면으로 봐서 높단 이야긴가?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대중음악의 장르들이 입맛따라 골라 먹을 수 있게 다양하길 한가?... 세숫대야나 땐스 실력보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가지고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 음악판을 좌지우지하고 있길 하나?... 그것도 아니면 오랫동안 힘들게 힘들게 공들여 음반 만들어서 몇 년, 아니 몇 십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찾아 들을 것만 같은 음반들만 줄줄이 나오고 있길 하나?....


손가락으로도 꼽을만한 몇몇의 작곡가가 수십 팀의 꼭두각시 군단을 거느리고 한 몇 달 반짝 대박 터뜨리고 말 일회용 음반들만 십만백만 다이로 팔아대고, 그 주인공들만이 텔레비전 음악 프로라는 데를 주름잡고 있는 게 정상인 이 나라에서는 정말 정상적으로 수준있는 음악 좀 해보고자 노력하는 뮤지션들은 설 땅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땅 밑으로 내려간다. 언더그라운드라 불리우는 바로 그곳으로.


텔레비전 주름 잡을만큼 화면빨 안 살고,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음악적 고집같은 거 꺾을 줄도 알고 사장님들 시키는대로 할줄만도 알아야 되는데 그런거 전혀 못하며, 결정적으로 기계체조 땐스를 잘 하던가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라도 해야 할텐데 그것조차에도 소질 및 의욕이 없기 때문에 작금 부니기의 지상 딴따라판과는 상종할 수 없는 바로 걔들이 땅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현재 울나라 음반시장의 주소비층은 10대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음반을 사기 위해 열리는 절대 다수 지갑의 소유자들이 바로 중삐리 고삐리라는 거다. 작금의 울나라 딴따라판 수준은 전적으로 그 지갑 주인들 귀높이에 맞춰져 있다. 생산과 공급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어느 방향인가에 따라가는 법. 그러니까 결국 대삐리인 우리 자신이 듣는 음악과 중삐리 고삐리들이 환장하는 음악들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현실은 결국 대삐리 언니 오빠들의 귀가 10대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얼라 취급한다고 흥분하지 말지니. 사실이 그렇다면 앞으로는 대삐리답게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거 아니냐.


10대들이 음악성보다는 달콤한 노래 멜로디와 외모, 그리고 근사한 춤솜씨에 매료되는거 이해할 수 있다. 당연한 거다. 본 우원도 중삐리때는 소방차가 최고인 줄로 알았다. 하지만, 버뜨, 애니웨이 그렇다고 왜 기성 세대들까지 덩달아 텔레비전에서 쟤네들 노래와 땐스만을 봐주면서 살아야 되냐구.


본 우원,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월등히 노동강도가 높아서리 좀 더 여유있게 다양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은 우리 직딩 아저씨 아줌마들에게는 지금까지와 같은 하소연, 별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우원의 썰을 따라오면서 몇 번의 고개 끄덕거림이 있었거나, 평소 텔레비전 쳐다보면서 그넘이 그넘같은 쇼프로 메뉴판에 질렸다든가 울나라 딴따라판이 쪼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면 그걸 바꿀 만한 용사들은 나와 내 친구덜, 그러니까 바로 대삐리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 주길 바란다. 왜 음반시장을 10대들에게 고스란히 뺏겨야 하는데? 10대들보다 용돈이 적어서? 중삐리고삐리 수험생들보다 시간이 없어서?


대학이라는 공간,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을 입력받는 초중고 과정과 달리. 좀 더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 학식을 쌓고, 학문에 대해 고민하면서, 덩달아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삶과 사회와 문화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가면서 고민해야 하는 곳이자 과정이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울나라 모든 대학교가 4년짜리 직업 훈련 학교로 변해버린 이 땅의 실정을 놓고 볼 때, 학문이 대학을 떠난지는 오래 된 것같고 이제 남은 것은 삶과 사회와 문화에 대한 탐구, 그 세 가지되겠다. 요것들은 누가 갈켜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이며, 또한 대학이라는 공간과 과정을 벗어난 후에는 여간해서 배우기 힘든 부분인 것이다.


그러기에, 음악 감상이 취미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대학생이라면(영화나 기타 문화 분야도 마찬가지), 적어도 자신의 취향에도 나름의 주관과 가치관이 녹아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거다. 남들과 똑같은 음악을 듣고(그것도 10대 얼라들과 같은 레벨의), 생각도 없이 유행하는 것만 따라가고, 술자리 노래방 나이트 말고는 딱히 여가문화라고 할 것도 없이 사는 비루함 - 졸업 후의 생활이 그렇게 비루해 질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말도 안되는 주류에 반하는 고민과 새로운 노력은 울나라의 문제투성이 딴따라판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대삐리 자신들의 인생을 바꾸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대중음악계에서 건질만한 진주들은 아직까지 상당부분 땅속에 묻혀 있다. 바로 언더그라운드에.









울나라 딴따라판의 진주들은 땅밑에 있다니까...


자 이제 일어나자 용사들이여. 우리 딴따라판의 횃불, 대삐리들이여! 우리도 우리들만의 스타 아티스트 한번 만들어 보자니까....



 
딴따라딴지 논설실 상임주간
카오루 (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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