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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추천0 비추천0




[국제] 내가 본 라마단

2002.10.12.토요일
딴지 국제부


아들 부시도 이라크를 때린다는군요. 그 집안 가훈이 "한 놈만 조진다.."래나 뭐래나. 뭐, 부시 씹는 내용이 아니니 요건 길 게 썰할 필요는 없고... 그런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점이 이슬람권의 "라마단"이 끝나는 시점으로 할 거라고 하네요.



그렇슴다. 오늘의 썰은 바로 요 "라마단"입니다. 제가 이슬람 지역에 있을 때 보고 느낀 "라마단"에 대해 한 썰 해보고자 함다.
 






라마단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이슬람에서 "금식의 달"이죠. "찌는 더위와 건조함"이란 뜻의 "Ramida"가 어원이라는데 아마 밥 굶는 고통이, 땅이 쫙쫙 갈라지는 더위와 목마름하고 비슷해서 유래된 말이지 않을까 함다.


이슬람 지역에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력을 셉니다. 음력으로 세지만 우리 나라와는 달리 윤달이 없어서 해마다 11일씩 앞으로 당겨집니다. 그래서 이슬람지역에서는 달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마단 달은 이슬람력 9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해에는 무더운 여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추운 겨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라마단 시작을 날짜로 계산하기보다는 초생달이 떠오르는 시점에서 시작을 합니다. 각 지역의 종교 지도자가 눈으로 초생달을 확인해야만 비로소 라마단이 시작되는 거죠.


제가 튀니지에 있었던 작년에는 라마단이 11월 중순에 시작했습니다.


근데 라마단에는 굶어야 하는데 이거 우리가 보기에는 졸라 불쌍합니다. 배고픈 놈들 천지니 안 불쌍하겠음까? 하지만 그들에게 이 "금식"은 하나의 커다란 축제랍니다. 먹지 않는 축제. 신기하죠?


라마단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길에 나와서 초생달을 쳐다보고 서로간에 인사를 합니다. "축복의 라마단"이라든지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거죠.


라마단 기간동안에는 해가 있을 때는 밥을 비롯해 물, 담배, 심지어는 성관계까지 금하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해가 떠 있는 기간 동안에는 가게문을 닫죠. 제가 있던 튀니지에서는 가게에 신문지를 붙여서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게 해놓더라구요. 행여 지나가다 길의 음식을 보고 배고픔을 더 느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겠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슬람에서는 하루에 기도를 다섯 번합니다. 새벽, 정오, 오후, 해질 때, 밤.


라마단 때는 새벽 예배 소리가 울리고 나서부터 해질 때 하는 예배 소리가 울릴 때까지 금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깐 해지고 나서 다음날 새벽까지는 맘껏 먹어도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금식은 모든 사람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부나 노인, 아이, 여행자, 환자 그리고 불쌍한 사람 40명을 도운 사람 등을 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근데 아이, 노인, 임산부, 환자 등은 금식을 안한다는 게 이해가 가는데 불쌍한 사람을 도운 사람은 왜 제외가 될까요?


그렇슴다. 라마단이라는 것이 신앙에 충실하게 하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배고픔을 몸으로 직접 느끼며 가난한 자의 고통을 깨우치는 기간이기도 한 것이죠. 그래서 그 고통을 깨닫고 가난한 사람을 40명 도운 사람은 금식에서 제외되는 것임다. 수돗물이 보급도 안되던 당시에, "배고파서 수돗물 먹었다"던 이헤창 옹께서는 라마단을 좀 해야할 것 같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튀니지에서 라마단을 지냈고, 튀니지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개방된 나라입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히잡(우리가 말하는 베일)도 쓰지 않고 전혀 이슬람 국가의 분위기가 나지 않다가도 라마단 달이 되면 사람들이 굶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해질 때 예배 소리가 나면 길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정말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시끌벅적하면서 밥을 먹고, 식탁위에는 평소음식의 두배 세배가 넘는 음식이 차려져 있습니다. 이때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집에 많이 초대해서 파티를 합니다. 놀기 좋아하는 아랍인들 특징에 놀면서 파티를 하고 그 마지막에 항상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추기 때문에 아파트에 살고 있던 저는 한달이 괴롭게 지났습니다. 나도 가난한데 안 불러주고... 콜록.


제가 무슬림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릇에 음식을 가득 담아놓고는 예배종이 울릴 때까지 음식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이 울림과 동시에 잽싸게 음식을 입으로 가져갑니다. 정말 그 음식을 먹기 전까지는 음식을 보면서 얼마나 짜증을 내던지. 까뿌리 광고처럼 눈으로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완전 고문 아니겠습니까?


근데 짜증의 강도가 좀 심하더군요. 옆에 있던 전 속으로 "저렇게 짜증낼 꺼면 굶지를 말던지..." 이런 생각까지 했더랍니다.



전 튀니지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녀서 라마단 때도 별 불편이 없었습니다. 남들 눈에 띄는 길에서만 안 먹으면 되니까요. 외국인인 내가 먹는다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들에게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로 혼자서 집에서 밥해먹고 물 마시고 조용히 지냈습니다. 하지만 요르단에서 공부하던 한국 친구중 한 명은 라마단 기간에 남의 눈치보느라 안 먹으면서 굶고 있던 중 배가 너무 고파서 초콜렛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혼자 먹다가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이걸 먹어야 되나.."란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에서 공부를 하고 온 친구는 "사우디는 이슬람 종주국인 만큼 이슬람에 대해서 엄격하고 규율이 다른 나라보다 엄해서 라마단 기간에 너무나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공부하고 온 곳이 사우디 종교학교 였으니까 말이에요.


그 친구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음식을 허용하는 종소리가 울릴 때까지 잠을 잤다고 하더군요. 배는 고프고 음식은 못 먹고 하니 집중도 안되고 의욕도 없고. 그러니 잠자는 거 외에 할 일이 뭐가 있겠냐구 되묻더군요.


사우디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 사람들이 사원에 모여서 다같이 예배를 드리고 사원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같이 먹으며 파티 분위기를 즐긴다고 합니다. 특히 그 음식은 정부에서 제공이 되거나 사우디 부자들이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사원마다 메뉴가 다르고 맛도 다르기 때문에 한달 동안 맛있는 사원 찾아다니느라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있는 사원과 맛없는 사원이 소문이 나게 되고 맛있는 사원에는 사람이 몰리고, 맛없는 사원에는 사람이 없으니 심지어는 사원마다 삐기 들이 나와 서로 자기 사원에 가자고 끌고 간다고 합니다.


보통 라마단 기간에 메뉴로는 타무르(대추야자 열매)를 시작으로 양고기까지 다양하고 (아까 언급한 대로 평소 먹던 메뉴보다 두세배), 이 친구가 다닌 사원에서는 초콜렛 과일 음료수 요구르트와 함께 닭밥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여기 아랍사람들이 먹는 닭밥은 불에 구운 닭에 카레 비슷한 아랍특유의 향료를 넣고 볶은 밥이 함께 나오는 것입니다. 색깔은 노르스름하고 아랍특유의 향을 넣어서 그런지 좀 야시꾸리한 냄새가 납니다.


사우디의 무슬림들은 예배 후에  밥을 먹지만 튀니지에서는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잽싸게 음식을 입에 넣습니다. 종이 울리기 전에 음식에 손을 대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손을 때려가면서 참아냅니다.


보통의 무슬림들은 이때 밥을 한번 먹고 신나게 즐기고 놀다가 자정이 되면 한번 더 밥을 먹고 한 잠 자고 해 뜨기 전 새벽에 일어나 한끼를 먹습니다. 그러니깐 결론적으로는.... 세끼 다 먹는 셈이지요.


그래서 라마단 달이 지나고 나면 사람들이 포동포동 살이 찝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왜 굶고 나서 살이 찌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그렇게 밤에 먹고 자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여자들의 살찌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거의 한달 후 허리가 1인치 이상씩 늘어납니다.


굶었다가 폭식하는 거, 자기전에 먹는 게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말.. 그야말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되겠습니다. 물론 뚱뚱한 여자를 선호하는 아랍에서는 여자들이 살이 찌는것에 개의치 않으니 한국 여성인 저로서는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라마단 기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어서 생계를 잇게 하는 것인데 이는 모든 무슬림이 지켜야 할 한가지 의무 사항입니다. 흔히들 사람들이 주변의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데 사우디의 경우 돈 외에도 가난한 동네의 길에 쌀을 던져준다고 하니 가난한 사람에게는 기다려지는 기간이겠지요? 그리고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돈의 금액은 자기의 일년 수입의 1/40 정도라네요. 1/40이라니 작은 금액같지만 우리로 치자면 2천만원 연봉받는 사람이 수재의연금 5십만원 내는 꼴입니다. 결코 무시할 금액은 아니죠.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던 라마단이 지나고 27번째 밤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빕니다. 라마단 27번째 밤은 무함마드(이슬람의 사도)가 첫 번째 계시를 받은 밤이라고 믿고 이날을 "능력과 거룩한 밤"이라 부르며 밤을 새워 기도를 하고 소원을 비는 것이지요.


이렇게 한달 간의 라마단이 끝나게 됩니다. 라마단이 끝나면 그들도 역시 즐거워하며 평상의 그들로 돌아오고 45일 후에 있을 축제를 준비합니다.


라마단이 끝나고 45일 후에는 이슬람에서 가장 큰 두 축제중 하나인 "희생제"라 하여 양을 잡는 축제가 있습니다.


이때 잡는 양은 반드시 이슬람에서 허용된 방법 (목을 따고 정맥을 자르는)으로만 도살해야 하고 이때 정맥을 자르는 사람은 하쥐(사우디 메카를 방문한 사람: 하쥐 역시 이슬람 의무중 하나입니다)가 행합니다. 그리고는  잡은 양을 나눠먹으며 축제를 합니다.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고. 우리 나라의 명절과 같이 친척집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까지 제가 알고 있고 느낀 이슬람의 라마단입니다.


내가 아랍에 가서 직접 배우기 전까지는 이슬람은 미개하고 나와는 관계없는 종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슬람은 무슬림에게 있어서 종교이상의 힘, 즉 그들이 살아가는 생활 방식입니다.


신을 두려워하고 신이 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행하는 그들과 지내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고 그들도 우리와 가까운 친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올해는 아마도 11월 초가 될 라마단을 그들은 기다리고 있겠지요. 



 
 아랍 특파원이 될라믄 아랍에 있어야 하나?
이혜정(narzi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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