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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티크 특선] 쥬얼리에게 띄우는 편지

2002.10.14.월요일

딴따라 비즈니스 클럽

 









쥬얼리(Jewelry) <Again>, 2002


 







To. 쥬얼리


안녕. 너희는 날 모르겠지만 나는 니네를 잘 알지. 물론 텔레비전에서 본 게 전부지만. 어쨌든 언니가 바쁜 영업시간을 쪼개서 편지를 쓰는 이유는 내가 너네 시디를 샀기 때문이걸랑.


호호. 이런데서 일 한다고 무시하지마. 이 언니가 이래뵈도 돈 주고 시디도 사고 하는 음악 매니아야. 게다가 우리도 영업하려면 흘러간 트로트부터 최신곡까지 짬을 내서 배워둬야 해. 그래야 룸 들어가서 손님한테 빠꾸 먹을 일 없지, 안 그래?   


이야기가 샜네... 계속할께. 우리 가게에 오는 단골손님 중에 그, 모라더라? 가요기획잔가 매니전가 하는 아저씨가 있거든. 그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긴데 - 울 나라 가수들, 그니깐 테레비에 나오는 애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래. 귀욘 미소녀 필로 가는 뇬들이랑, 나가요 필...


에잇, 씨팍! 내가 내 입으로 나가요라 그럴려니 쬐금 이상타. 그치? 여튼 그 아저씨 말로는 대부분 그 두 가지 부륜데, 아닌 듯 보이는 애들도 알고보면 다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거래. 에쑤이에쑤핑꼴 같은 경우에 귀욘 미소녀 필에서 나이 처먹으니깐 남자들이 말하는 그 쑤엑쉬, 요염 필로 간 셈이래. 내가 보기엔 느끼하기만 하더만. 그게 우리 나가요 필을 슬쩍 가져간 거란 말이지. 아, 베이비 복쑤도 글치?    


어머! 근데 말하고 나니깐 전부 여자가수들이네? 그 새끼 서서쏴 아니랄까봐, 울 나라 가수는 전부 여자밖에 안 보이나봐, 쯧쯧.


모, 그래두 내 생각엔 남자가수들도 비슷한 것 같애. 성쉬경이나 같은 꽃미남 스탈, 아니면 신와쥐오뒤같이 떼거리로 나와 갑빠 잡는 스탈. 난 맘에 들더라만.  


어쨌든 그 아저씨 말 듣고 테레비를 보니깐 좀 달리 보이데? 그 와중에 너네가 내 눈에 띈 거야. 하아~ 역시 그 가요 기획자 아저씨 말대루데? 너네 어쩜 그렇게 우리 부늬기를 잘  내니? 의상하며, 화장하며, 표정하며, 무대에서 행동거지까지. 어쩜 그렇게 완벽하게 우릴 흉내... 아니 유식한 말로 벤치마크할 수 있니. 놀랬다, 얘.


그래서 내가 하두 기특해서 너희 시디를 샀다라는 이야기지. 모, 동병상련이라구, 방송국에서 야시시한 옷 입고 춤 추는 너네랑, 꿉꿉하긴 하지만 룸에서 한잔 먹고 나대는 우리랑 별루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깐. 기집애들, 호호.


아! 맞다. 이 언니가 음악매냐라구 큰 소리 쳐놓고 너네 음반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했네. 음음, 언니가 워낙에 노래방기계 싸운드에 익숙하잖니. 알지? 전자음에 에코 걸린 사운드. 거기에 노래만 쌩으로 들어가는... 그걸 노래방 싸운드라 나는 생각하는데, 여튼 니네 이번 음반도 그 노래방 싸운드던데, 글치? "꿍빡! 꿍빡!"거리는 전자드럼 있쥐? 그거랑 우리 가게 악사 아저씨들 한 번씩 들고 들어오는 그... 모라더라 컴퓨터 소리있지? 피아노 비슷하게 생긴 건데 오만 악기 소리 다 나오는 거. 너네 음반에 노래 반주는 죄다 거기서 나오는 싸운드랑 비슷하던데, 맞지?


근데 기집애들아. 노래가 왜 이렇게 많아? 12곡이나 되잖아...


내가 듣기엔 요즘 텔레비전에 많이 나오는 [AGAIN]이랑, 첫곡 [COOL GIRL] 말고는 다 그 곡이 그 곡인 것 같고, 귀에 쏙 들어오는 건 하나도 없더구만. 다른 곡도 그렇지만 [AGAIN]이랑 [ONE SUMMER NIGHT], [HOW ARE YOU]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인 거 같더라. 하긴 뭐 너네만 그렇겠니? 내가 룸에서 울 나라 애들 노래 하루에도 수십 곡씩 부르지만,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는 느낌 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야. 분명히 한 룸에서 불렀던 곡 또 부르진 않는데. 아니 그랬다간 쫓겨나지. 여튼 이 노래가 저 노랜 것 같고 아까 불렀던 노래 같기도 하고... 그 머냐, 데자뷰 현상(언니 유식허지?) 비슷한 게 느껴지더라니깐.


아... 애들아. 인제 그만 써야겠다. 마담 언니가 부른다. 룸 들어가랜다. 아까 말했던 그 가요기획잔가 하는 그 양반 왔댄다. 어휴~ X새끼, 또 저번처럼 러브체어 있는데 찾는다고 오만데 끌고 다니는 것 아냐? 2차 가자고 하면 큰일인데...


참! 지금 왔다는 이 양반이 저번에 해준 이야기 중에서 내가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있거든? 어... 니들을 포함해서 아까 말한 그 나가요 필 내는 가수들이 왜 혼자, 그니깐 솔로로 나오지 않고 세명 네명 떼거지로 묶여 나오는지 말야.


그 양반 말로는, 뷔페음식이나 종합선물셋트를 생각하몬 된다더라구. 그니깐 제대로 하나를 하는 것 보담, 어설프게 여러 개를 내 놓는 게 더 낫다고 하던데. 그니깐 선택권을 주는 거란 말이라던데. 그게 울 나라 사람들한테는 잘 먹힌다구 하데? 우리 가게 영업하는 걸 예로 들면서 말야. 잘 빠진 얘를 첨부터 혼자 룸에 넣는 것 보다 한꺼번에 여러명 넣어서 손님이 골르게 하는 거, 그게 다 작전이래. 그러면 쬐금 빠지는 뇬도 어케 운 좋으면 엮일 수도 있는 거고. 사람 취향따라 다르니깐.


모 대충 이런 이야긴데 난 잘 이해가 안 가걸랑? 그리구 뒤에 이어서 이런 말도 하던데? 요즘 꼬마들은 좋겠다구. 자기네 때는 테레비에서 어설픈 키스신 구경하기도 힘들어서 맨날 누나들 보는 여성지나 보믄서 해결했는데, 요즘은 테레비 가요 프로 보믄서도 할 수 있다고. 이게 뭔 말이니? 뭘 한다는 거지? 앞 이야기하고 관련있는 이야기니? 알면 답장 쓸 때 좀 말해조. 마담언니가 계속 보챈다. 진짜루 이만 줄일게.   


그럼 답장 기다릴게. 안녕.




기본 28,000원 딴따라 비즈니스 클럽 3번 아가씨
미스 쪼 (kyeongcheol@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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