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예비군들아, 오독하지 말자!! 2002.10.5.토요일
국가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날이면 날마다 불러서 이리저리 굴리고 움직거리게 하는지 열불터질 심정이겠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점심 도시락이 울나라 요식업 경제를 살린다는 점과 우리가 훈련장에서 틈만 나면 뽑아먹는 자판기가 우리나라 다도문화 건설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자각하여 우리덜 어깨에 걸린 국가경제의 중차대한 임무를 까져먹지 말자. 아무튼... 오늘은 최근 과도한 훈련교육으로 인해 우리 예비군들의 독해능력이 매우 저하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는 첩보가 있어 몇 자 주장하고자 한다.
요런 문장이 있다 치자. 뭐 동의여부를 떠나서 낯선 주장도 아니며, 이해못할 주장도 아니다. 킹 목사도 전쟁이 국가적 폭력이라며 반전을 외치지 않았던가. 특히 오태양씨 사건으로 공론화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이 또한 요런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소원수리된 첩보에 따르자면 몇몇 예비군들이 요런 문장을 오독한 후 다음과 같이 반박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시에는 모두가 피해자이나 특별히 평화주의자들의 피해만을 강조하여 논점을 왜곡, 현역장병 및 예비군들을 잠재적인 살인범으로 표현했다. 취침 중 봉창타격하는 소리가 아닐 수 엄따. 군대가 살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이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닐 터. 요 독해실력대로라면 "지하철에서 성희롱이 많이 일어난다"는 문장은 "지하철 남성승객을 예비성희롱자"로 표현한 거구, "결손가정에서는 문제아가 발생하기 쉽다"는 문장은 "결손가정 자녀를 예비문제아"로 표현한 거네? "전생시에 집단적 살인이 발생하기 쉽다"는 말을 워떻게 "군인을 살인범"으로 표현했다구 오바해서 독해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엄따. 물론 이것은 지어낸 예이기는 하다. 그런데 실제 이와 똑같은 일이 있었다면? 지난 26일, 양심적 병역거부 지지 서명운동을 하던 이대총학생회는 그날 이화여대를 찾은 정몽준 후보와 길거리 인터뷰(관련기사)를 나누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우리는 군대로 인해서 발생하게 되는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고, 특히 전쟁시에 발생하기 쉬운 집단적 성폭력 때문에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전쟁과 군대를 반대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 예비군 대원들이 이대총학생회 싸이트를 사이버테러(관련기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테러한 측의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전시에는 모두가 피해자이나 특별히 여성의 인권유린만을 강조하여 논점을 왜곡, 현역장병 및 예비군들을 잠재적인 성범죄자로 표현했다. 그렇다. 전쟁시 집단적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이야 정신대 할머니들만 봐도 모르는 바가 아닐 터. 그 당연한 사실을 말했다구 "현역장병과 예비군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매도했"단다. 그래서 예비군 명예회복을 위해 들고 일어났던 거다. 연일 계속되어진 과도한 훈련교육으로 인한 독해능력 저하가 아닐 수 엄따. 그니깐 예비군 훈련 대폭 줄여야 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살인이 나고, 강간이 벌어지고,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그리고 군대는 그 전쟁을 위해 존재하고... 그래서 군대와 전쟁을 반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워떻게 예비군들을 모욕하는 표현이 될까? 재산/인명피해가 일어나서 일반인이 전쟁과 군대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구, 평화주의자들이 남을 죽이기 싫어서 전쟁과 군대를 반대하는 것 역시 문제가 안되지만, 여성주의자들이 강간당하기 싫어 전쟁과 군대를 반대하는 것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건 다 같은 주장이고, 못할 주장이 아니며, 이해못할 논리가 아닌데 말이다. 때문에 "전쟁시에 발생하기 쉬운 집단적 살인 때문에 평화주의적 시각에서 전쟁과 군대를 반대한다"는 문장과 "전쟁시에 발생하기 쉬운 집단적 성폭력 때문에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전쟁과 군대를 반대한다"는 문장은 다른 문장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예비군들이 이대총학생회의 발언에서 현역장병과 예비군의 명예훼손을 느꼈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서도 똑같이 명예훼손을 느껴야 한다. 왜냐면 이 논리대로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대에 다녀온 우리를 잠재적 살인자로 매도한 것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이대총학을 공격한 측의 성명서에 따르자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단다. 예비군을 잠재적 살인자로 매도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은 오독하지 않고 제대로 읽었나 보다. 그렇다면 또 궁금하다. 이대총학의 주장은 오독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은 오독하지 않은 이유가 또 궁금해진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것도 혹시 성차별은 아닌가?
조뺑이쳐 나라를 지키건만 휴가나오면 괄시받는 것도 군바리요, 여후배들한테 마음이 동해 농담 몇 마디하면 세상에서 젤 썰렁한 게 예비역이라고 놀림받는 것도 군바리요, 개나 소나 군인이라서 고생해도 알아주지도 않는 게 군바리다. 그리고 좀 오래전에는 월장이라는 곳에서 대놓고 씹어버리기까지 했다. 아, 씨바. 누군 군대 가고파서 갔냐? 좆달고 나온 넘은 다 오라니깐 갔지. 가서 배뚜드리며 놀다 나왔냐? 짬밥 먹어가며 쌩고생 다 하다가 때론 병신까지 돼서 나왔지. 그런데 씨바 일케 고생한 군바리들을 조또 씹기만 하구 안 쳐주는 거다. 그러니 부지부식간 억울함이 안 생길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애꿎게 풀 필요없다. 결국 문제는 군대다. 새파란 여자애덜이 군바리를 무시해도 조또 군대도 모르는 게 떠든다고 화낼 필요 엄꼬, 군대도 안 갔다온 것들이 양심적 병역거부한다구 병역기피자라며 화낼 필요엄따. 갔다온 우리야 억울하겠다만 군대 안가도 된다면 좋은 일 아닌가. 분단 현실에서 국가안보가 걱정돼 군대를 안가서는 절대 안된다면, 조또 고생만 하고 쳐주지도 않는 군대를 덜 고생하고 쳐주는 군대로 바꾸면 되는 일 아닌가. 결국 문제는 우찌됐건 군대다. 군대에서 고생하고 나왔는데 여기저기서 씹는 여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군대에서 조뺑이치고 왔는데 지는 군대 안 갈라구 양심적 병역거부하는 남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문제는 다시 군대인 거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오태양씨가 이런 글귀를 썼더라. 이걸로 마친다. 그럼 향토방위에 만전을 기해 도시락 소비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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