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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현기] 허경영 총재 대선출마 선언식 (2)!!



국민의례 등 몇 가지 정해진 식순에 따라 선언식이 진행되었다. 특이한 것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생전 육성녹음을 듣는 순서가 낑궈져 있다는 것. 박통을 이어받아 난세평정을 이룩하실 제2의 지도자답게 1대 지도자를 기리는 맘이 거룩하기만 하였다.


게다가 허총재님은 박통의 양아들. 아들이 아비를 기린다는데 이 갸륵한 효심에 어찌 아니 눈물 흘리랴.



박통의 육성에 눈물 몇 방울 떨군 후 드뎌 오매불망 기다리던 총재님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에.. 오늘 날씨가 박대통령이 돌아가시는 날, 청와대 주위의 날씨가 이런 날씨였습니다. 해가 뜬 것도 아니고 구름이 낀 것도 아니고 연무현상인데... 대통령이 청룡의 상이었으니까 청룡이 구름을 타고 간 것이다... 청와대 주변이 고도 100m까지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박대통령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


그런데 오늘 10월 5일 이 날씨는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그런 날씨입니다.... 용이 승천하는 그런 날씨입니다. 그래서 저는 10월 5일을 잡았어요. 이 날짜는 제가 잡았고....


글타.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다. 청룡이었던 박통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듯 허총재님 역시 구름을 타고 바로 오늘 하늘로 승천하시겠다는 거다. 하늘이라 하면 바로 예정된 지도자로써 대통령의 자리. 그래서 미리 연무가 낀 오늘을 선언식의 날짜로 잡으신 거다.


어려서 이미 사서삼경, 팔만대장경을 다 커버해 버리신 총재님. 님의 신기묘기라면 천지조화 풍운조화로 만물을 통달하고 계실 터. 일기를 파악하여 길일을 택하는 건 기본이겠다.


그후로도 총재님의 은혜로운 말씀은 계속 되었다. 이번 선거공약이야 따로 설명될 터이지만 9사단 사령부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여 경비를 절감하시겠다는 둥, 청와대를 부정부패전시장으로 사용하시겠다는 둥, 월남 참전용사에게는 매월 30만원 지급,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매월 50만원 지급, 버스/택시운전기사에게도 매월 50만원 지급, 1세대당 5,000만원 무담보 무보증 무이자 20년 장기융자 실시, 카드현금서비스 이자면제조치, IT 사업에 매년 50조 투자하겠다는 둥, 아시아 연방 통일 후 서울을 수도로 지정하겠다는 둥 이제 울나라 국민들 구원받을 일만 남은 영예로운 복음을 장장 40분 동안 썰하여 주셨다.


그 중 특히 인상적인 몇 토막.


총재님께서 대통령이 되시면 구케의원들을 전원 체포하시겠단다. 그것도 밤에... 낮에 체포해도 될 것을 왜 밤에 체포하시는지는 알 수가 없다. 또한 그런 말씀을 하시니 여러 현직 구케의원이 전화를 걸어 체포는 너무하고 퇴출만 시켜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죽이겠다고 공갈하기도 했단다. 그리하여 우리의 거룩하신 총재님께서는 "어여, 빨리 죽여달라. 하늘나라로 빨리 돌아가게 죽여달라"고 하셨다는데...


이 대목에서 본 취재반은 총재님이 혹시 재림예수는 아닐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더랬다. 아, 하지만 총재님 승하하지 마시라. 이땅의 회개치 못한 백성을 놔두고 홀로 하늘로 돌아가시면 도탄에 빠진 백성은 우짜란 말입니까?


또 한 토막.


총재님의 은혜로운 말씀이 길어지자 믿음이 모자란 보좌진들이 쪽지를 건네며 빨리 끝내달라고 권하였다. 그런데 총재님 왈.


이렇게 시간이 급하니 빨리 끝내달라. 웬만한 지도자면 이런 게 두 번째 올라오면 내려갑니다. 저는 제가 한번 한다는 것은 합니다. 여러분. 대통령이 되면은 아무리 내 측근이 이런 쪽지를 보내서 저 구케의원은 각하 내하고 사촌간이니까 좀 빼주시오라고 해도 절대로 안됩니다. 이런 걸 받아가지고 해주는 것은 뇌물먹고 해준다는 겁니다. 바로 이게!!!!


...라고 열변을 토하시며 자신의 보좌진들을 뇌물 공직자로 몰아부쳐 냉정하게 내치시는 것이었다. 빨리 끝내달라는 쪽지를 뇌물 공직자로 연결하시는 저 무한한 정치적 상상력. 그리고 자신의 측근이라도 대중 앞에 매정하게 재단하는 저 원대한 카리스마.


허총재님의 은혜로운 말씀 원문 다 듣기


이렇게 허경영 총재님의 말씀은 본 취재반 가슴에 감동의 봇물을 터뜨리며 차곡차곡 안겨지고 있었다.
 



총재님의 40분 연설이 끝나고 몇 분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보배로운 말씀이라해도 40분이면 거즘 1교시 수업시간 아닌가. 집중력 모자라고 우매한 본 취재반, 총재님 말씀을 견디는 걸로도 진이 다 빠졌다. 그리하여 이어지는 격려사까지 들을 수는 없는 일. 이리 두리번 저리 두리번 한 눈을 파는 와중, 작지만 매서운 본 취재반의 눈매에 허총재님의 측근으로 보이는 묘령의 아가씨 하나가 포착되었다.



문제의 여인. 그뇨는 누구인가????


검은 정장과 검은 선그라스. 시종 열중셧 자세를 견지하며 사방을 경계하는 칼날같은 태도. 분명 측근은 측근같은데 저 아가씨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혹시 총재님을 보호하기 위한 여보디가드?


껄떡공력으로는 동북아 최고라 칭해지는 본 껄떡쇠 트리오 특별 취재반이 이를 놓칠 수야 없는 일. 곧장 연장 챙겨서 작업에 돌입하였다.














 



현재 무슨 일을 맡아하고 계시는가?
경호일을 하고 있다. (옆에 있던 분이 이 분은 특별 보좌관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주셨다. 근데 경호일을 맡아하신다는 분이 굽이 10cm는 되는 샌달을 신고 있더라)


본래는 무슨 일을 하셨나?
구케에서 일을 하고 있다.


구케? 구케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엄따.


나이와 성함은 어떻게 되시는가?
미안타만 이름도 말할 수 엄따. 이해해달라.


본 기자만 알고 있겠다. 가명으로 처리할 테니 말해달라.
안된다. 말할 수 없으니 이해바란다.


 


 


미안타만 얼굴은 공개 않는다. 개인이 싫어하니..


 


 


근데 이때였다. 식을 진행하고 있던 사회자가 연단에서 갑자기 이런 코멘트를 날린다.


경호실장이시면서 가스펠 **로 해외에서 많이 노래를 하셨던 이봉순 양의 축하노래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던 특별보좌관의 고개가 떨구어졌다.


지금 호명된 사람이 혹시 본... 본... 본인인가?
그.. 그.. 그렇다.


허곡.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데 공공연히 마이크로 소개해 버리다니!! 그리고 경호일을 한다는 사람이 가스펠 **로 해외에서 많이 노래를 불렀다니!! 그리고 경호실장이자 특별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축하노래를 부른다니!!


그리하여 경호실장은 연단으로 뛰어나갔다. 본 취재반은 금방 이 상황이 대체 뭔 상황인가 파악 불가능한 정신 분빠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아, 그러나... 다재다능. 그렇다. 허총재님을 보좌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한 가지 재주만 가져서는 안 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총재님의 용병술을 다시 잠시 의심한 본 취재반... 그저 불초하기만 하다.
 



3시에 끝난다는 행사는 4시가 넘어서도 계속 되었고, 격려사와 선언문 낭독 등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관광버스로 동원돼 행사에 참여한, 많은 회개치 못한 사람들이 "밥 준다더니 밥도 안준다"며 항의하기도 했고 이에 행사 관계자 측에서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한 끼 굶는 것이 대수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글타.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한 끼 굶는 게 대수겠냐...



그리고 삼십만명의 후보 추천서가 필요하니 참석한 사람들 한 명당 천장씩 당원가입을 받아오라는 허경영 총재님의 당부말씀이 있었다. 후보추천서가 필요하다는데 왜 당원가입을 받아오라는 것인지 역시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자질구레 식순이 다 종결되어 거룩하고 영롱하신 허경영 총재님의 대선후보 출마 선언식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곧장 밤무대 가수틱한 분들의 2부 축하공연이 이어졌고 허경영 총재님은 다음 일정인 국립묘지 참배를 위해 바쁘게 자리를 옮기셨다.


아... 쿼바디스... 저만치 사라져가는 님의 뒷모습, 언제 다시 뵈올지 모를 님의 뒷모습을 보며 본 특별 취재반 역시 아쉬운 걸음으로 서울을 향했다.
 






허경영 총재님, 아니 이제 출마선언을 하셨으니 후보님이다, 허경영 후보님께서는 본지가 처음 알현한 2년 전과 변함없이 한결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계셨다.


바이칼호 영구임대 계획이나 캄차카 반도 매입 계획에서 느낄 수 있었던 대범함 또한 그대로여서 공식적인 식에 1시간 반이나 지각하시고서도 전혀 개의치않는 호방한 기개를 자랑하셨고, 한 번 입을 열면 청산유수 멈추지 않는 박식함 또한 그대로여서 잠깐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도 본 취재반의 질문을 꿰뚫어 술술술 설명하시는데 거리낌이 없으셨고, 천지조화 만물통달의 혜안 또한 그대로여서 여전히 일기를 꿰뚫고 미래를 조망하는데 탁월한 도를 보여주셨다.


제1의 지도자 박통이 민족의 물질적 혁명을 일으킨 데 이어 예정된 제2의 지도자로서 민족의 정신적 혁명을 일으키실 거라는 허경영 민주공화당 후보.


바로 님이 대통령에 당선되시는 날이 우리 백성 구원받는 날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음 번에는 필히 9사단에 마련될 대통령 집무실에서 독대하기를 바라는 바다.


오, 우리는 진짜 구원받았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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