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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쏙 히스또리] "인간병기"랑 역사랑 뭔 관계여?

2002.9.26.목요일

딴지 영진공 영화 쏙 히스또리 발굴위원회

 
비디오를 보았다. <Mean Machine>. 모야? 비열한 기계? 이런, 그게 아니었다. 겉 뚜껑엔 다음과 같이 써있었던 것이었다.


<그들만의 월드컵>


글쿤, 그게 그런 뜻이었군. 어쨌든 대애~~한 민국도 아닌 그들만의 월드컵이라길래 본 우원은 그저 창 밖에 비치는 동네 애들 쌈질 구경하듯 아무런 생각 없이 그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별 감흥 없이 무덤덤하게 경기를 관전하던 도중 본 우원은 문득, 아니 불현듯, 어쨌든 갑작스럽게 당 비디오가 담고 있는 역사적 함의와 촌철살인의 역사인식에 너무도 소스라치게 놀라 그만 오줌을 지리고 말... 아니, 아니다... 손뼉, 그래 손뼉을 치고 말았다.


무엇이 그리도 본 우원을 놀라게 하였는가라고 묻는가, 그대?  후후, 그래 본 우원 얘기해 줌세.



 
 


그 친구의 이름은 Danny Meehan이라고 하네, 영국 놈이지. 우리말로 인간병기라더군. 인이 성이고 간병기가 이름인지 아님 인간이 성이고 병기가 이름인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그걸 직접 물어 보지는 않았네. 그냥 편의 상 병기라고 부름세.









편의상 성은 인간이요, 이름은 병기라...


어쨌든 이 친구, 전에 꽤나 유명한 축구선수여서 국가대표팀 주장까지 했었다더군. 그러다 말일세, 어느 날 굉장히 중요한 국가 대항전을 치르다가 그만 아주 큰 실수를 저지르곤 승부조작이라는 비난과 함께 팀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네. 


그 후로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매일 소주에 절어 살다가 실수로 홧김에 경찰을 폭행하는 바람에 빵에 들어온 것이지.


병기, 이 친구가 빵에 들어오자 신이 난 것은 주지사였어. 그간 져온 도박 빚이 눈덩이처럼 커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이 꼰대가 병기를 보자마자 축구경기를 생각해 냈던 거야. 간수 팀의 코치를 맡겨 시합에 돈을 걸려 했었던 거지.


그러다 그게 잘 안 되자 다시 재소자와 간수 팀을 만들어 병기보고 재소자 팀의 주장을 맡게 했던 거야. 그런 다음 두 팀간의 시합을 주선하여 자기는 간수 팀에 돈을 거는 거지. 물론 병기 녀석을 윽박질러 일부러 지게 만드는 승부조작을 노렸던 거고, 그래서 완빵에 도박 빚을 갚을 요량이었던 게야.


이 친구, 그 사정은 모르고 뽈 안 차겠다고 개기다가 고생 좀 하더니 결국 나중엔 팀을 맡겠다고 하드만.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팀을 구성하는 동안, 녀석은 재소자 대빵 성님을 비롯하여 여러 아그들과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네. 그 날 병기와 성님, 그리고 절친한 아그들 몇은 함께 모여 작전을 짜고 있었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


"병기, 그 날 시합에서 왜 그랬었나? 자네"


아, 모두 알고 싶었지만 누구도 차마 물을 수 없었던 바로 그 질문이 던져지고 말았던 것이었다네. 그러자 병기는 잠깐 생각에 잠겨 들더군. 그리고 녀석은 아주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그 날의 일을 털어놓았던 게야. 승부조작이라는 비난 속에 결국 자신이 타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게 되고야 말았던 그 시합의 진상을.


.
.
.
.


후~우, 역시 그랬더군. 녀석은 그 힘든 사실을 다 얘기하고 말았던 것이네. 그런데 말일세, 녀석의 얘기가 끝나고 모두가 침묵에 잠겨있기를 얼마, 언 놈이 이런 말을 던지고야 말았던 것이었다네.


"야, 병기야, 너무 걱정말그라, 문디. 그 날 넌 영국에선 죽일 놈이었는지 몰라도 스코틀랜드에선 영웅이 되었쟈나, 그쟈, 안 그냐"


...


그랬다.  바로 그 대목이었다. 본 우원이 오줌을 지리고... 아니, 손뼉을 치고 말았던 장면이. 


아, 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영국에선 죽일 놈이 스코틀랜드에선 영웅이라니. 분명 그 둘은 같은 나라임이 분명한데 어찌하여 하나의 현상에 대해 이리도 상반되고 극단적인 평가가 발생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여기에서 본 우원은 당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역사적 함의와 관객에게 외치고자 했던 촌철살인의 역사인식을 보았던 거시다.


다음의 글을 통해 본 우원은 이를 증명해 보이고자 하니 독자들도 본 우원과 함께 따라와 보심이 어떠하신지.  



 



자, 그럼 여기서 문제 하나.






영국의 공식 명칭을 영어로 표기해 보시요.


England? ...... 흐음, 사물의 일면 만을 보지 말라 했거늘.
Great Britain? ...... 저런, 애썼다.
The United Kingdom? ...... 오호라, 젤 비슷하지만 아니다.


그렇다면 정답은? (보여줘! 보여줘!)


그러~씀니다아~!  공식명칭은,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아래에 Yahoo에서 제공하는 영어사전의 내용을 인용하였으니 확인하시기 바란다.






영국 [英國] Britain; England; Great Britain(영국 본토, 즉 England / Wales / Scotland); the United Kingdom; (공식명)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略 U.K.); the British Empire; Greater Britain(식민지를 포함한 「대영제국」); the British Commonwealth of Nations(영연방).


ㆍ ∼의 English / British / Britannic / Anglican.
ㆍ ∼제의 English-made / of English make / made in England.


왜 이렇게 한 나라의 이름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로 뒤섞여 통용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역사에 나타나는 영국 땅의 원주민은 켈트이다. 이들은 기원전 55년 로마의 침략(?)을 –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처칠 같은 이는 로마의 진입을 영국문명의 시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받아 두 지역으로 나뉘어 거주하게 된다.  


이후 로마가 물러가고 북쪽 켈트의 일파인 스코트이 남쪽을 침공하자 남쪽의 켈트은 색슨에게 구원을 청하였는데, 색슨은 오히려 앵글과 힘을 합쳐 남쪽 지방을 정복해 버리고 만다.  


이들 앵글로 색슨족들은 원주민들을 전부 쫓아내고 영국 남부 지방을 앵글로족의 땅(The Land of Angles)이라 이름지었는데, 이것이 현재 쓰이는 England의 어원이 되었다.


그렇게 중세를 거쳐 절대왕정의 시대를 지나던 영국은 1600년대 초 엘리자베스 1세 사후, 스코틀랜드 출신인 제임스 1세가 왕위에 추대되는 것을 계기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통합을 진행하여 국명도 Great Britain으로 개명하게 된다.  


이는 켈트계 중 남부에 거주하던 브리튼(Britain) 인의 이름을 딴 로마 속주 명 브리타니아(Britannia)에서 유래한 거시다.


그럼 The United Kingdom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1169년 아일랜드를 정복한 잉글랜드는 1801년 아일랜드 의회를 통합하면서 국명을 브리튼과 아일랜드의 연합 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Ireland)이라 칭하고 약칭으로 The United Kingdom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1919년 아일랜드의 독립파들이 총선 승리 후 독립의회를 구성하자 내전이 발발, 3년간의 전쟁 끝에 주민투표를 거쳐 아일랜드 6개 주가 북 아일랜드 (Northern Ireland)라는 이름으로 영국에 잔류하고 나머지 남부는 아일랜드 공화국(The Republic of Ireland)으로 독립하는 과정을 통해 1928년 영국의 공식명칭은 브리튼과 북부 아일랜드의 연합 왕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 된 거다.


이러한 과정은 영국의 국기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아래를 참고하시라.

















 +



+



잉글랜드
(St. Georges Cross)


 


스코틀랜드
(St. Andrews Cross)


 


아일랜드
(St. Patrioks Cross)


=









 


영국
(Union Jaok)


 






* 웨일즈 (Wales)는 초기에 영국에 합병된 탓에 국기에도 그 흔
  적을 남기지 못했다.


* 참고 및 일부 인용
<
http://myhome.hanafos.com/~dahee91/main.html >
<
http://my.netian.com/~doogie74/nation/uk.htm >
<
http://www.winlife.co.kr/ekolink/역사(영국).htm >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고?


그 이후로 아무 일 없었으면 별로 할 말이 없겠지만, 과연 얘네는 합쳐진 이후로 지들끼리 서로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았을까나?


그럼 왜 이번 월드컵에 나온 영국 팀 유니폼에 아래쪽 국기가 아니라 위 맨 왼쪽 국기가 달려있었던 것일까?


그렇다. 요즘 우리 땅에서 비쩍 마른, 아니 말랐었다고 전해지는 어느 사내가 제 아비를 못내 아비라 부르지 못하고 있듯 영국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같은 신민(臣民)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거시다.


우선 참고로 이들이 처한 상황과 상호간에 대한 감정을 잘 알아볼 수 있는 영화와 노래를 소개한다.






* <Sunday Bloody Sunday> (1983, 노래: U2)


아일랜드 출신 Rock 그룹 U2의 곡으로, 1972년 1월 북아일랜드계 시위대에게 영국군이 발포하여 13명이 사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을 노래하였다.


* <Crying Game> (1992, 감독: 닐 조던, 주연: 포레스트 휘태커)


IRA 자원 활동가 퍼거스와 그에게 납치 된 영국 군인 조디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싹트는 우정.


* <In the Name of Father> (1993, 감독: 짐 쉐리단, 주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좀도둑 생활을 하는 아일랜드 청년 게리 콘론(실존 인물)은 런던에 놀러 갔다가 IRA 폭탄 테러에 연루되었다는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 <Blown Away> (1994, 감독: 스테픈 홉킨스, 주연: 제프 브릿지스, 토미 리 존스)


보스톤의 폭탄 처리반에 근무하는 지미 도브는 퇴직을 결심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IRA 활동가 친구로 인해 곤경에 빠진다.


* <Brave Heart> (1995, 감독 및 주연: 멜 깁슨)


윌리엄 월레스는 스코틀랜드의 왕권을 되찾기 위해 영국의 폭군 에드워드에 대항하여 폭동을 일으킨다.


* <Some Mother’s Son> (1996, 감독: 테리 죠지, 주연: 캐슬린 퀴글리)


1981년 영국감옥에서 실제 일어났던 IRA 죄수들의 단식 투쟁을 영화화 한 것으로, 그들은 단순범죄자가 아니라 전쟁포로의 대우를 요구하였다.


* <Devil’s Own> (1997, 감독: 알란 J. 파큘라, 주연: 해리슨 포드, 브래드 피트)


IRA 최고 테러리스트 중 하나인 프랭키 맥과이어는 뉴욕으로 탈출하여 아일랜드계 경찰 로리 오메이라의 집에 숨어든다.


위 노래와 영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아일랜드와 잉글랜드간의 관계는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반목과 충돌, 분쟁과 테러의 나날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먼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관계부터 살펴보자. 민족의 배경과 문화가 다르고 반목을 거듭하던 쪽이 통합을 이루게 된 데에는 경제적 이유가 큰 몫을 차지했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잉글랜드의 경제가 많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상대적으로 빈곤했던 스코틀랜드는 무역을 통한 수익증대 등 경제적인 이해를 좇아 스스로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정치적으로만 결합을 결정했을 뿐 법률, 종교, 행정제도는 그대로 존속시켰다.


양 쪽 왕가의 합병 이후 의회의 합병에 이르기까지 100년 동안 둘 사이의 개신교와 구교로 나뉘어진 종교갈등은 극단을 치달았었고, 1920년대와 30년대에는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스코틀랜드 클라이드 일대에 불어닥친 심각한 공황의 영향으로 스코틀랜드 국가당이 결성되기도 했다.  


또한 1970년에 발견 된 유전 덕분에 발언권이 커진 국수주의자들의 주장에 따라 1979년에는 스코틀랜드 독립의회 설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적도 있다.


그리고 북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아일랜드는 12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잦은 침략과 종교강요에 저항하여 줄기차게 싸워왔고, 17세기 청교도혁명 이후 더욱 심화 된 예속관계의 결과로 19세기이래 아일랜드 구교도의 잉글랜드에 대한 저항은 갈수록 폭력적이 되었다.  


1949년 우여곡절 끝에 아일랜드는 독립하였지만, 잉글랜드의 신교도 이주정책에 따라 잉글랜드 이주민이 다수인 북부 6개 주의 주민투표 결과가 영국잔류로 결정 됨에 따라 1969년에는 아일랜드 공화군 (IRA: Ireland Republican Army)이 조직되어 치열한 무장투쟁이 시작되었다.  


이에 신교도 측도 얼스터 민병대를 조직하여 대립하는 가운데 터진 피의 일요일(1972년 1월 30일에 영국정부군이 북아일랜드 시위대에 발포하여 1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을 시점으로 폭발한 양측의 테러행위는, 29년 간 약 3,200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기록하였다.


1997년 IRA의 휴전 선언 이후 1998년 잉글랜드,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 대표 정당의 다자회담을 통해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극적으로 타결되었으나 IRA의 무장해제 거부와 2000년 발생한 폭발사건으로 인해 북아일랜드의 자치체제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보았는가, 그대.  바로 이것이 신사의 나라, 의회민주주의의 나라라는 영국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네. 이런 상황이니 어찌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영국 팀의 패배에 열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그 날 바로 그 자리에서, 병기 녀석의 진솔한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지금까지 말한 영국의 또 다른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네.



후우~ 내 잠시 쉬었다 다시 얘기하면 안 되겠나, 친구



 
딴진공 영화 쏙 히스또리 발굴우원
이규훈
(kyuhoonl@bc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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