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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로보트킹 복원 열혈분투기

2002.9.24.화요일
딴지 만화살리기 우원회

21세기가 되자 한국을 대표했던 거대로봇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로보트 태권 V도, 철인 캉타우도 부활했다. 이제 3대 거대로봇 중 남은 것은 로보트 킹뿐.


하지만 로보트 킹의 경우 아직 책으로 발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말한 두 만화보다 신비함이 좀 떨어진다. 이유인 즉 97년도에 드림테크라는 곳에서 고유성 작품 CD를 내놓았고, 여기에 로보트킹 전 시리즈가 수록되었던 것이다.(뿐만 아니라 고유성 선생 스스로가 카피레프트로서 킹을 통신망에 올려놓기까지 하였으니, 어찌 보면 로보트 킹은 그닥 낯선 작품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CD본이나 인터넷에 올려놓은 저해상도 이미지만을 보고 로보트 킹을 논하는 우는 범하지 말길 바란다. CD본은 인쇄본에 비해 많은 부분이 삭제되어 뿐더러, 또한 로보트 킹의 진정한 재미의 진수인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는 거의 거세되어 있다.




(고유성 SF걸작선 I&II, 드림테크 1997)


로보트 킹을 진정 사랑한 독자로서, CD본처럼 작품을 망치지 않고, 온전하게 킹을 다시 복간해보는 것은 옛날부터 나의 바램이었다. 이러한 뜻을 가지고 고유성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고선생님 역시 킹을 자신의 대표작인만큼, 단지 책을 다시 찍는 것 이상의 기획으로 재간되길 원하시고 계셨다. 만화에 대한 인식이 똥값이 되어있는 지금, 쏟아지는 만화책 속의 하나로 킹이 출간되어 보았자 별 의미가 없기에, 이번 복간은 뭔가 특별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으로 느껴졌다.


로보트 킹 탄생편은 최근 다시 출간된 몇몇 명랑 만화처럼 요즘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필하기 위해 꽃단장을 한 (솔직히 30년전 만화가 요즘 애들에게 다시 재미있으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기획도 아니며, 향수상품이라고 대충 찍어버리고, 원래 옛날 만화라고 핑계를 대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 기존에 없었던 설계도, 로봇 사전도 첨부해서, 설정집도 추가하고, 이것이야말로 로보트킹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하고, 고선생님에게 킹의 원고를 요청했다. 그런데, 절망스런 답변...


킹은 원고가 없는데...



오! 제길헐


다작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던, 7,80년대 만화판에서, 출판사가 수많은 원고들을 제대로 보관했을 리는 만무한 일이다. 책을 찍고 나면 원고가 없어지는 것이 대다수였고, 이를 만화가들도 관행처럼 생각하던 암울한 시대니 오죽하리오.


고선생님의 경우 악착같이 자신의 원고를 다시 회수해 가는 프로정신을 보였지만, 킹의 경우 80년, 재간을 담당했던 출판사가 책을 찍고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원고를 찾지 못한 경우가 된다. 여기에 더욱 엽기적인 사실 하나를 더 공개하자면, 출판사 사장 아들놈이 몇 개 안 남은 금쪽같은 만화원고를 가지고 색칠 공부를 했다는 사실이다.



엽기적 색칠 공부. 둘쨰컷 구석 장롱 부분의

노랑에서 갈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은 환상적.


여하튼 이런 관계로, 탄생편의 경우, 원고는 3권의 100쪽 분량만 남아있을 뿐이다.(이나마 남아있는 것은, 책 분량을 줄여서 찍은 관계로, 미수록되어서 그렇다.) 그러면 87년 성심도서판 미니만화 킹과 CD로 발간된 킹은 어떻게 나온 것이냐? 87년판은 과거 원고를 복사해둔 부분이 있어서, 그걸로 찍었고, CD는 87년 성심도서판 책으로 스캔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제대로 된 로보트 킹을 만들 수 있을까? 원고 복사본조차도 2권에 해당하는 부분밖에 없다는데.. 결국, 로보트 킹 탄생편의 경우 가지고 있는 모든 자료를 조합해서 재탄생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고생을 사서 하는 꼴이지만, 내 손에 킹이 재탄생한다는 의미에서 기운을 찾았다.


그나마 작가가 탄생편 3권부터 나머지 전체 11부의 원고는 없을지라도, 인쇄된 책이라도 잘 보관하고 있었기에 전체 시리즈를 복간할 수는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이런 결과, 로보트 킹은 단순 복간이 아니라, 대단한 복원 프로젝트로 진행되게 되었다.


-킹의 가격이 비싼 부분은 복원에 대한 인건비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독자분들이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그만한 퀄러티와 책의 장정이 나올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


 





 


킹의 복원은 아래의 소스들로 진행되었다!


원고: 3권 98페이지 분량


원고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힘이 철철 넘치면서도 정교한 원고였다. -남아있는 부분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나마 가장 손쉽게 작업한 부분이라고 하니, 나머지 부분의 원고가 너무도 아쉬운 바이다.



 


우주로버트 킹1, 2, 3(제목 유의)-1977년 7월 20일 발행(우량문고, 초동문화사)


로보트 킹의 첫 단행본, 인쇄질도  별로 좋지 않고, 보관상태도 좋지 않지만, 전체 복원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된 책. 1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이 책을 소스로 했다. 그만큼 작업량이 가장 많았다.









 


로보트 킹 2권 원고 복사본


B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태가 깨끗하다. 2권의 주요 소스로 삼았다.


 


로보트 킹 연재 5회분(월간 우등생)


우등생 연재 당시의 별책부록을 작가가 모아놓은 부분. B에 비해 인쇄질은 잡지 연재분이 좋다. 1권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2권의 일부 부분 밖에 없어, C에서 미흡한 부분만 보충하는데 사용.



 


80년 재간본의 조각(2,3권 일부)


인쇄상태가 상당히 좋은 판본. 이 판본의 경우, 원고만큼 깨끗하게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2권 말미와 3권의 원고 없는 부분의 소스로 사용. 하지만 이 조각들 또한 문제가 있었으니, 3권짜리 책을 판형을 키워 두권으로 나눠만든 이른바 편집된 책이라는 점이다.


원래 원고를 재편집했기에, 3단 구성이 4단 구성이 되어버렸고, 왼쪽에 추가로 그림을 더 그려서 책의 판형을 늘려버렸다.(아마 이후 나왔던 킹의 시리즈물-이른바 특판 판형이라고 해서 가로 cm 세로 cm의 일반 만화들보다 컸음-과 판형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 했던 시도로 추측됨) 여하튼 이 판본을 만든 후 킹의 원고는 소실되었기에, 저주할 수 밖에 없는 판본.









 


기동전사 킹 1, 2, 3


1987년 3월 5일 발행(도서출판 성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인쇄상태가 나쁠 뿐더러, 책 크기가 축소되어 있어(가로 11cmx세로 15cm) 소스로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상당히 큰, 도움 안되는 책. 하지만, 이 판본의 경우 유실된 페이지가 없는 관계로, 앞의 모든 자료에 없는 10여페이지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이 판본을 사용했다. 과거 드림테크에서 나온 고유성 CD는 바로 이것을 스캔한 것이며, 탄생편의 경우 첫 단행본(우량문고판)을 본 사람이 소수임에 반해, 이 판본으로 본 후세대가 더 많으리라고 본다.









 





 


로보트킹 탄생편의 작업과정


로보트 킹 탄생편은 장장 6개의 판본, 복사본, 원고를 취합해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작업을 거쳐 탄생편이 만들어지는가. 그것을 간단히나마 알려주겠다.(포토샵 강의서 같지만 양해해달라..)


 


① 각 소스 중 상태가 좋아보이는 걸 스캔한다.




(맨 처음 스캔한 상태는 이렇게 시꺼멓다.)


 


② 포토샵을 사용한 농도 보정.


스캔할 경우 누렇게 변색이 된 종이의 색깔까지 들어가므로, 포토샵의 농도조절을 사용, 색깔을 균일하게 처리하여, 깨끗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주의할 점은, 조절수치를 조금 높이면, 얇은 선이 없어져 버리고, 너무 약하게 하면, 이미지가 깨끗하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로 적당한 레벨을 맞춰야 하는데, 각 스캔본마다, 그 상태는 달라, 결국 페이지마다. 일일이 조절을 해줘야 하는 노동을 요구하게 된다.



 


③ 식자 제거 및 잡티 제거.


농도보정을 사용해도 제거되지 않은 잡티를 포토샵에서 지우개로 지우고, 식자도 함께 제거한다.




 


④ 뭉게진 부분 다시 그려넣기..


인쇄상의 문제로 검정색이 번져 이미지가 손상된 부분이 있다. 특히 로보트 킹의 경우 이런 것이 많은데, 이런 부분은 희미한 흔적을 기준으로 해서 다시 그려넣는 작업을 한다.


 


⑤ 실선 살리기.


몇 단계 보정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지거나 끊어지는 얇은 선들이 있다. 이런 부분을 다시 그려넣고, 이어준다.


⑥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 후 상태비교.


매 작업마다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물을 비교 확인하며, 인쇄상태를 예측하였고, 어느 정도 기준치가 잡혀있는 상태에서 1권 분량을 이런 작업절차에 의해 일단락한다.


⑦ 마지막 보정



전체샘플을 뽑아보았을 때 또 다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얇은 선을 살리는 것을 위주로 처리하다보니 그림들의 선이 두꺼워져, 거칠고 둔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쇄에서 선이 좀 번져버리고, 스캔할 때 선이 더 두꺼워져버렸기에, 전체 이미지의 둔탁함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심고심 했다.


심지어 손으로 각각 선을 다 다듬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했었을 정도니, 난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행히 작업 도중 전체 선을 고르게 얇고 균일하게 만들어주는 처리방법을 개발하여, 팬들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킹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작가에 의한 디렉티스 컷, 완전판 킹 부활


여기에 추가로, 70년대 당시 검열 문제로 본의 아니게 삭제되었던 부분 또한, 작가의 손으로 복원된다. 로봇의 목이 떨어진다고, 삭제되고, 기계가 부서져도 삭제되고 했던 부분들이 모두 복원될 뿐더러, 고유성 개그의 가장 큰 특징인 잔재미 컷 또한 완벽히 부활된다.



도망가는 군중 속에 숨어있는 잔재미들,
원고를 들고가는 작가 본인, 그 와중에 한 몫 잡는 음료수 장사와 지게꾼


로보트킹은 각 판본이 모두 약간씩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 매번 단행본을 낼 때마다, 그 판형에 맞게 편집하다보니, 순서도 일부 다르고, 내용과 그림이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번 복간되는 탄생편은 이런 부분에 대해, 작가의 디렉티스 컷으로, 로보트 킹의 완전판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끝으로 이번 탄생편 뿐만 아니라, 씨리즈 전체를 복간할 것을 촉구하는 이들에게 알린다. 로보트 킹 탄생편만 700여페이지 분량의 장대한 양이며 전체 시리즈는 총 2700페이지에 해당한다. 딴지의 독자들과 로보트 킹 팬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탄생편 이후 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결국 로보트 킹의 전체 시리즈가 복간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으므로 조금만 기다려 주기 바란다.책임성 없이 대충 찍어 팔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 권, 한 권 소중히 복원되는 것을 기다려 주길 바라며, 복원된 책에 많은 성원을 부탁하는 바이다.



졸지에 한국 유일무이의 만화복원 전문가가 되어버린
원종우( comrev@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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