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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개, 그것은 인간의 친구..

2002. 9. 27. 목요일
딴지일보 소모임 "추억과 회한"  

 


  


"개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들은 인류 역사상,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주었다.
모든 포유류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바로 개이다."
- 브리지뜨 바르도 -
 


 첫 경험...


어릴 적 우리 외가집은 깡촌이었다. 외삼촌은 모내기를 하고, 외숙모는 농약을 뿌렸고 그 옆에서 어린 유치원생인 나는 개구리를 잡으며 뛰어 놀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꿀을 먹겠다며 긴 작대기로 땅벌집을 쑤시다가 온몸을 땅벌로 코팅한 채 땅바닥을 구르며 울부짖던 어린 날 둘러싸고 엄마 외숙모 고모 이모 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달려온 외삼촌은 농약 호스를 바로 갖다 대고 농약을 들이부었다.


벌은 죽었고 비록 생명은 구했지만 어렸던 나는 상처를 받았다...


하여간 그런 추억 때문에... 몇 년 동안인가 외갓집에 놀러가지 못하다가 국민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다시 찾아갈 용기를 내게 되었다. 간만에 찾아간 외삼촌의 집.


이전엔 보이지 않던...누런 잡종 개(짝퉁 진도개라고 한다)랑 그 1/5 정도 사이즈인 얼룩강아지가 묶여 있었다. 보통 짐승간에 그정도로 사이즈가 차이가 나면 싸움은 일반적으로 쪼그만 새끼가 걸고. 큰 놈은 가만히 있다가 가끔 귀찮다는듯이 느릿느릿 도망가는게 정상인데 이건 반대로.. 덩치는 커다란 자식이 계속 그 쪼그만 바둑이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이다. 녀석은 수시로 그 바둑이를 쫓아다녔고 틈만 나면 바닥에 자빠뜨리고 굴렸고 역시 틈만 나면 뒤에서 덮쳐 올라타려 했다.


...짐작하다시피 큰 놈은 남자, 작은 놈은 여자 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둘의 성별관계를 우리들은 잘 몰랐지만 큰놈이 작은놈 뒤에 올라타던 어느 날, 외숙모가 물 한바가지를 디립다 끼얹자 그들은 떨어졌고... 나는 그 큰 놈 아랫도리에 뭔가 뻘겋고 길쭉한 것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아하...


어릴 적부터 난 조숙하여, 남녀 간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으나 이 냉혹한 도시에서는 이 소년의 궁금증을 가시게 해 줄 그 어떤 모티브도 없었던 중... 나는 외딴 시골에서, 나의 꿈을 이룰 계획을 가지고 내 동생과 함께 그 쪼그만 바둑이를 데리고 저어기 귀퉁이로 갔다. 잠시동안 반항하던 그뇬은, 목덜미를 간질러주자 지조없이 바닥에 누워 가랑이를 짝 벌리고 핵핵대는 것이 아닌가!(...사람도 저러면 오죽 좋아.....쿨럭)


당시에 우리는 여자의 그것을 한번도 본적 없었으나 뭐, 개나 사람이나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그게 그걸꺼다! 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유혹하기에 앞서서 일단 개나 한번 꼬셔보기를 다짐했던 것이다.(어린 나이에 벌써 인간이길 포기하다니)


사람과는 달리 개는 참 꼬시기가 쉬웠고, 국민학교 5학년이던 나와 국민학교 2학년이던 그의 동생은 잠시 뒤에는 개의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있었다. 뭐... 사람과는 달리.. 좀 허옇더군...


그나마 참 다행이었던 것이 만약에 그걸 보고 흥분을 했더라면, 나는 무슨 염치로 부모님 얼굴을 바라볼수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첫 딸딸이. 첫 담배. 첫 키스. 첫 빠구리.......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실제로 해보면 별거 아닌 것.


한번 여자꺼를 꼭 보고 싶다는 일념에서 강아지를 유혹하여,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으나 막상 보니깐 뭐 이거 별것두 아니지 않은가. 난 한숨을 내쉬며, 이제 그만 가자고 말하며 동생을 돌아보았다. 그때 그녀석은 큼지막하고 뾰족한 돌덩어리를 집어들며 나에게 말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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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거 집어넣자."


휴우.....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넘어간다고 했다. 나는 그때 느꼈다.


"이 남자는, 그릇이 다르다!"
 


 종족을 뛰어넘는 남자들의 우정


내가 중학교적, 우리 옆집에서는 개를 키웠다. 짝퉁 삽살개. 존나 털 많은 강아지. 그 개의 이름은 요마였고 (...무슨 생각으로 지었으려나) 개의 후각은 역시나 인간의 2만배였던가.....


처갓집 양념통닭(시대의 흐름에 밀려..통닭집은 거의 소주방이 되었다는)을 싸들고 집에 올 때면 집 문에 이르기 한 30미터 전부터 이 개새끼는 마구 날뛰며 줄을 끊으려고 광분하곤 했다.


우리 가족이 닭을 다 먹으면 닭뼈를 잘게 쪼개어 녀석한테 갖다주는것이 일과였고 동물을 사랑했던 어린 소년인 나는 닭뼈를 그녀석에게 갖다주는 일을 도맡아 했다.


녀석이 게걸스럽게 뼈를 씹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그 바둑이뇬의 추억이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녀석의 아랫도리로 손을 들이밀었다.


물컹.


.....남자였다.


그런데 내가 녀석의 거기를 건드리자마자 녀석은 날 뻘쭘히 바라보더니 게걸스럽게 씹던 닭뼈를 내뱉고는 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웠다. 내가 멍하니 서있자 녀석은 버둥버둥거리면서 애절한 눈빛으로 낑낑댔고 녀석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새알아차린 나는..... 녀석의 그것을 만져주었다.



형... 형, 나 한번만... 한번만 으응...?


눈을 지그시 감고 만족한듯 드러누워서 끙끙대던 녀석을 생각하면 이미 15년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걸 느낀다. 우리 두 발로 걸어다니는 영장류가 정말 행복한 것은 암만 날고 뛰더라도,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딸딸이를 칠 수 있다는 것! 녀석들이 딸딸이를 칠려면, 소위 말하는 "아스팔트에 좆 비비는"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뭐... 그래도 기린 정도라면 목이 기니까... 아앗, 내가 무슨 상상을!


암튼 그 다음부터 내가 학교에 갈때나 집에 돌아올때, 녀석은 항상 꼬리치며 반갑다고 달려나와서..... 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웠고, 나는 엄숙하게 녀석의 그것을 매만져 주곤 했다.


너는 개. 나는 사람. 하지만, 우리는 남자!


...이것을 바로, 종족을 넘나드는, 남자의 우정이라고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집에 돌아올때 우리 집 앞에는 우리 엄마랑 옆집 엄마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순간.....녀석이 달려나왔다. 녀석은 늘 하던대로, 다리를 벌리고 드러누워 낑낑댔고 내가 애써 녀석의 시선을 외면하자 녀석은 누운 채로 버둥거리며 나에게 기어와 (상상하자..) 자기 자신을 어필하려 애썼다.


내가 끝까지 녀석의 구애를 물리쳤건만.... 엄마와 옆집 아줌마는 뭔가 눈치를 채신 듯 했고 그 이틀 뒤, 녀석은 개집 째 사라졌다. 지금 키보드를 치고 있는 나의 손. 이것이 15년전에는 개의 그것을 만져줬던 걸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 든다.....
 


 그의 짓밟힌 동정


아는 형은 만화가다. 그 인간이 키우는 것은 시베리안 허스키.


거의 늑대에 가까운 종류의 개이다. 시베리아에 풀어놨다면 보름달이 뜨는 달밤마다 하늘을 향해 "오오오오오우워어어어~ 베이베~~~ (이건 아닌가...)" 라고 울부짖었을 녀석이 다섯평도 안되는 그 가난한 만화가의 골방에 짱박혀서 과자 부스러기나 줏어 먹고 있는걸 보면 참 팔자 한번 개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남자로서 봐도 이렇게 멋진 녀석이..!!!


녀석도 이제 나이가 거의 두 살이 되어 슬슬 여자가 필요할 시기인데... 개한테 여자를 구해 주는 것은 주인의 임무요, 거기엔 돈이 들게 마련이므로(녀석의 주인은 가난한 만화가이다) 녀석은 아직까지 동정을 지키고 있다는 기특한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역시 자연은 우리에게 "니들은 붙어먹을지어다!" 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 명령은 종족을 불문하고 따라야만 하는 원칙인지라 이녀석 또한 주기적으로, 침대 모퉁이라던지 의자, 책상다리, 하여간 뭐 튀어나온 거만 보면 갖다대고 비비는 꼬라지가 참으로 대견할 뿐이라고 그 만화가는 한숨지었다.


어느날, 그 만화가가 반바지를 입고 작업을 하고 있자 녀석은 그의 맨다리를 보더니 껑충거리며 달려와서는 그의 다리에다가 아랫도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 만화가 또한 심심하여, 발가락으로 녀석의 그것을 간지럽혀주자 녀석은 생전 처음 맛보는 천국에 눈을 뒤집고 마음껏 허리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만화가가 "...어...어?" 하는 사이에,


.


.


.
"찍!"


시베리안 허스키. 한국의 가난한 만화가의 오른쪽 엄지 발가락에 그의 동정을 바치다...


녀석은 동정을 잃었고 그 만화가는 순결을 잃었다. 그 이후로, 그 인간의 작업실에서는 반바지 착용 금지가 권장사항 으로 명문화되었다고 한다. 여자가 어시로 들어오면 어떻게 되려나.....
 






브리지뜨 바르도의 말을 다시 되새겨보자.
 


"개는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들은 인류 역사상, 우리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도움을 주었다.
모든 포유류 중에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바로 개이다."
- 브리지뜨 바르도 -(REMIX)


작금의 상황.


개에 관련된 추억이 곧 딸의 추억으로 이어지는 나는, 저 숭고한 말을 듣고서도 자꾸만 머릿 속에, 알몸인 채 래쉬한테 "이리와~ 이리와~" 하고 부르고 있는 브리지뜨 바르도 할머니의 모습만이 상상된다.


어쨌든 간에, 그뇨는 개를 사랑하신다.





필명을 모라고 해야 멋이 있을지 농담 아니고 30분 동안을
낑낑거리다가 그냥 아싸리 포기해 버리고
원래 쓰던 거를 조용히 갖다대고 인는
남자이너넷 불기둥 닷커미
(hardcorelegend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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