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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테러와의 전쟁, 그 진실은?


2001.11.5.월요일
딴지 정보부 (DIA)








2001년 9월 11일. 세계는 놀라 자빠졌다. 미국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가 꼬나박히는 장면, 그리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장면... 영화를 보는 듯했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던 이때의 충격은 아마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맨해튼의 쌍둥이 빌딩이 어떤 곳이던가. 울나라로 치면 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 80년대의 서울올림픽 비슷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미국의 자존심인 것이다. 멀리서 맨해튼을 바라볼 때마다 저 하늘 높이 우뚝 발기한 늠름한 자태는, 자유의 여신상과 더불어 미국의 번영 바로 그것이었다.


아 그런데 어떤 사악한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서 그 빌딩에 꼬나박았다 이거다. 순식간에 그 거대한 구조물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죄없는 수천 명의 양민이 학살당하고, 세계 경제가 마비되어 버린 엄청난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도대체 저 큰게 한시간만에 없어지다니..


미국은 분기탱천했고, 사악한 테러를 지구상에서 뿌리뽑겠다며 분연히 일어섰다. 이슬람 광신도 테러 집단 알 카에다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의 소행이라는 게 속속 밝혀졌고, 아프가니스탄은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끝끝내 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10월 9일. 불가피하게 전쟁은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안 된다는 일부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었다. 무고하게 죽은 수천명의 원혼도 원혼이거니와, 작살을 내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앞으로 또다른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것이다. 미국은 연일 아프가니스탄을 공중 폭격하고 지상군 특수부대까지 투입했다. 앞으로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빈 라덴이 잡히고 테러조직이 뿌리뽑히는 날 이 전쟁은 끝날 것이다....


자,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공식적인 스토리 되겠다. 이대로만 치면 미국은 피해자이고 정의의 편에 서 있으며,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은 곧 테러를 지지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연 우리가 아는 이 스토리가 전부일까? 숨겨지고 감추어진 것들, 이상한 점들은 없는 것일까?


본 기자... 지금 미국의 심장부이자 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맨하탄의 어느 작은 2충 골방에서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다. 어제하고 그제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이 말아먹은 경기를 씁쓸하게 곱씹으며,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맨하탄의 밤거리를 내려다본다. 전쟁을 치루는 나라같지 않게 평화롭고 조용하고, 모든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그런 세상이 창문 너머에 있다. 모든 것은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늘 변함없는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이 진실이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저 정돈된 일상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 것일까. 우리가 손을 뻗어 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본 기자가 말하는 것들은 지금까지 언론에서 이야기하던 것과 조금 다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중에 억측이나 픽션은 단 하나도 없다. 이 전쟁의 총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그것은 아직 본 기자도 모른다. 다만 추리소설 속 한 인물이 된 심정으로, 본 기자의 눈과 귀를 통해서 들려오는 단서들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냥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결론은, 이 퍼즐의 해답은 현명한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맞추어 보기 바란다.


자 그럼... 공식적인 스토리 그 이면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지금 이 컴퓨터 옆에 엄청나게 널부러져 있는 자료뭉치를 약간만 뒤져보기로 하겠다....


 






의문점 1  미국은 테러계획을 사전에 몰랐을까?



적어도 3개월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은 테러 계획을 감지하고 있었다....


독일의 한 일간지(Frankfurter Allegemeine Zeitung)의 보도에 따르면,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이 민간 항공기를 납치해서 미국을 상징하는 곳을 공격할 것이라는 첩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에 사전에 입수되었다. 정보에 따르면 미국 뿐 아니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각 도시 및 유럽 주요 도시들도 공격 대상이었다. 이 정보는 매우 구체적이어서 양국과 유럽 각국은 이것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실제로 이스라엘은 어떠한 폭발물도 감지할 수 있는 엑스레이 시스템을 서둘러 텔아비브 공항에 도입, 시험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사고 직후 "빈 라덴은 위성전화로 연락을 했기 때문에 몰랐다" 혹은 "인터넷으로 지령을 내려서 몰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위성통신이야 당연한 것이고 심지어 이메일까지 감청하는 곳이 무서운 미국의 정보기관들이다. (관련기사 보기)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스라엘의 메신저 회사 오디고 측이 사전에 이 계획을 감지, 미국 관계자에게 알려주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있다. 즉 졸지에 당했다는 말의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의문점 2   미국은 테러 응징을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가?



영국 BBC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비행기 테러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지난 7월 중순경에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파키스탄의 고위 외교관 니아즈 나이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 7월 아프간이 빈라덴을 넘기지 않으면 침공할 것이다는 계획을 알리고 파키스탄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미국의 목표는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고 친미 정권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이미 미국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작전을 계획중이었다고 한다. 또한 러시아 및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이미 협조가 이루어져 있었다. (기사를 쓰는 현재 이 나라들을 럼즈펠드 국무장관이 돌고 있다)


미국의 애초 계획은 겨울이 오기 전, 늦어도 10월 중순에는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것이 10월 9일. 어쩐지 너무나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의문점 3   러시아는 사전에 알고 있었다 ?



자세하게 본 기자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위에 러시아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계획에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든 깊숙히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 탈레반측 아프간 북부동맹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세력이기도 하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부동맹을 견제해 왔다).


그런데 지난 7월 12일 러시아의 프라우다지에 수수께끼 같은 기사가 실렸다. 곧 미국의 금융 심장부에 공격이 있을 것이니 러시아 국민들은 미리미리 돈을 빼두는 게 좋겠다는 요지의 한 전문가와의 인터뷰 기사였다. 그것도 날짜까지 못박아서 말이다. 프라우다 같이 비중있는 신문이 이런 성격의 예언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거니와, 게다가 그 내용도 또한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인터뷰 기사의 내용은 이런 식이다. 일부만 발췌하자면,







- 미사일이나 폭탄 말고 도대체 무슨 공격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거 말고도 다른 게 있을 수 있다... 미국 금융이 타겟이 될 것이다...


- 그건 그렇다 치고, 8월 19일이라고 날짜까지 예언한 건 도대체 뭐냐?


미국과 국제사회를 아무도 모르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 게다가 또 종교적인 것까지 가미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아무튼 자세하게 밝히긴 곤란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나긴 할 것이다...


- 정확하게 8월 19일인가?


날짜는 좀 바뀔 수 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세력이 있고, 또 그걸 방지하려고 움직이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날짜는 약간 유동적일 수 있다. 하지만 8월 하순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가서 읽으시라. 다른 몇가지 증거와 함께, 미국 테러의 목적은 경제적인 것이며, 러시아는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척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어 있다.


영어 번역해 달라구? 그런 것까지 할 시간이 본 기자에게는 없도다...


 





의문점 4   테러방지 명목으로 이슬람 사이트 폐쇄?



사건 발생 6일 전인 9월 5일, InfoCom이라는 이름의, 미국 텍사스의 한 IT 업체에 연방정부의 테러방지팀이 들이닥쳐 이 회사가 관리하는 5백개의 웹사이트를 강제로 폐쇄시켜 버린 사건이 있었다. 팀원들 중에는 FBI 요원도 있었으며, 수사 목적은 미국 내 이슬람 네트워크와 관련된 테러계획 수사였다.


폐쇄된 사이트 중에는 아랍 혹은 이슬람과 관련된 사이트들, 특히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성격의 사이트들이 많았다. 요즘 유명한 알-자지라 방송, 카타르 소재 언론사 알-샤크,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대학교 등이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특히 이 회사는 이라크 도메인 코드인 .iq의 등록대행 회사였다.


이 사건은 테러 전에 각 언론사에 이미 보도가 된 바 있다. 특히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정부의 과도한 조치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이 기사가 나간 9월 10일(사고 전날)에도 수사팀은 서버 하드를 복사하느라 분주했다.


 





의문점 5   백악관의 암호가 누출되었다면?



테러가 일어난 당일 오전, 극비 중 극비인 백악관 암호체계를 테러리스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백악관 뿐 아니라 미 정부 각 부처에서 사용하는 극비 암호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백악관은 당혹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테러리스트들은 다음 타겟은 에어포스 원이다라는 메시지를 암호를 이용해 전달해 왔다고 한다.


미 정부 각 기관의 암호체계를 모두 알고 있는 고위관리는 한 사람도 없다. 그렇게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한두 사람이 아닌, 넓은 범위의 협력자들이 미 정부 안에 산재해 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테러리스트들은 경호상 극비사항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의 위치까지도 꿰뚫고 있었다는 것인데 (당일날 부시가 여기저기로 도망다녔던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만일 테러리스트들이 그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은 사막에 숨어 있는 빈 라덴 정도의 힘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관련기사)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


 





의문점 6   금융 시장의 움직임도 몰랐을까?



테러 직후에 언론에 보도가 된 것이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선물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테러 한달 정도 이전부터 시카고 선물시장에 항공사 주식 및 채권과 관련하여 매우 이상한 움직임들이 나타났고 미 당국은 이를 감지했을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로이터 9월 20일)


그러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위에 늘어놓은 것들은 비교적 공신력 있는 정보들만을 몇개 선택한 것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가설들, 혹은 사실임을 주장하는 썰들까지 다 나열하면 책 한권 분량은 족히 나올 것이다. 일단 테러 이전의 상황은 이정도까지만 해 두기로 하겠다. (독자 니들은 좋겠다, 이렇게 정리까지 해 주는 본 기자가 있으니..)


그럼 테러 이후로 넘어가 보자. 왜 미 공군은 한시간동안 가만히 있었는가 혹은 트윈 타워가 그렇게 무너져 내린 것은 폭발물 설치 때문이다 또는 왜 하필 펜타곤의 공사중인 부분에 가서 부딪쳤는가 등등 널리 알려진 의문점들은 여기서는 제외하도록 하겠다.











의문점 7   도대체 테러의 목적은?



이 테러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자, 독자여러분, 찬찬히 한번 되돌아보도록 하자.


빈 라덴이라는 사람이 단순히 과격파 이슬람 광신도이도 미국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품은 악질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틈날 때마다 미국이라는 힘센 넘 한번씩 때리고 도망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이 테러를 저질렀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bean rice cake 되겠다.


보통 힘없는 작은 단체들이 벌이는 테러는 선전 효과를 노리고 이루어진다. 일제시대 우리의 테러리스트 (다른 말로는 독립운동가 혹은 열사라고 한다)들을 보시라. 아무리 해도 아무도 얘기도 안 들어주고 꿈쩍도 안하니까 주의를 끌고 여론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 사람도 죽이고 폭탄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손가락 짜른 우국지사 아자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IRA나 기타 유명한 단체들이 저지르는 테러는 분명히 계산된 목적이 있고, 또 이 단체들 스스로가 테러가 발생한 후에 "내가 한 짓이다"라고 발표를 한다. 때로는 몇 개의 단체들이 서로 자기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사람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가정 하에서) 그의 목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 짓이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 테러의 목적이 미국의 반 아랍 정책에 대한 항의표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미국의 경제와 금융을 타겟으로 한.... 그런 게 어쩐지 자꾸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유이다.


이 테러는 누군가의 치밀하고 이성적인 계획 하에서, 엄청난 자금과 긴 준비 끝에 이루어진 것이다. 미친넘이고 광신도가 걍 꼴려서 저지른 그런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매스컴은 이 테러의 목적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냥 빈 라덴이 광신도이고 미국하고 원수고 나쁜 놈이라서 그렇단다.


그러나 빈 라덴이 보여주는 행동과, 매스컴이 이야기하는 테러 사이에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 아래를 보자.


 





의문점 8   빈 라덴은 왜 태도를 돌변했을까?



빈 라덴은 9월 28일, 친 탈레반 신문인 우마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우마트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은 그와 알 카에다는 뉴욕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유태 과격파 단체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우마트지는 탈레반 관리를 통해서 빈 라덴에게 질문을 했으며 서면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 답변에서 빈 라덴은 이스라엘, 러시아, 인도, 세르비아 등의 수십개 테러 단체가 6000명 이상을 죽인 미국 테러와 관련되어 있다고 했다.


빈 라덴은 또한 알 카에다는 미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9월 28일 UPI)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빈 라덴의 이 인터뷰는 중요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테러리스트들은 항상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기 때문이다. 힘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테러에 의지하는 것이고, 테러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데 빈 라덴은 "내가 안 했다. 요구사항 없다. 미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라고 했다. 이건 일반적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상식과 어긋난다. 요구사항이나 협박도 안 하면서 도대체 뭔 수로 미국을 굴복시킨다는 말인가?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 다음날부터 별다른 증거도 없이 빈 라덴을 딱 지목하고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공언하기 시작했다. 다음다음날 미국 의회도 별다른 증거도 없이 전쟁 수행을 승인해 버렸다. 그리고는 결국 아프간 폭격을 감행했다.








 이 그림 다들 보셨지?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빈 라덴이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가 나온 사실은 이미 알고들 계실 것이다. 이 비디오 테이프를 전 미국의 언론들이 대서특필했고, 빈 라덴이 바위 앞에서 마이크를 쥐고 떠드는 모습이 전세계적으로 방송되었다. 반미 지도자나 테러리스트들의 모습과 연설이 이렇게 뉴스에서 대접받은 적이 과거에 있었던가? 후세인? 김일성? 카스트로?  단 한번도 없었다. 대개는 그넘들이 뭘 주장하는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빈 라덴이 이렇게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도 이상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내용이다.







신은 미국의 가장 훌륭한 빌딩을 무너뜨렸다. 신에게 영광을. 미국은 북쪽에서 남쪽까지, 동쪽에서 서쪽까지 공포로 떨고 있다. 신에게 영광을...


이슬람 세계의 피와 명예와 성스러온 곳을 더럽힌 이 살인자들이 죽음을 슬퍼하는 위선을 보라. 80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위선이 응징받은 것이다.


.... 신께서 이슬람의 전위그룹을 인도하셔서 미국을 파괴했다. 그들을 인도하사 천국에 이르기를 신께 간청드린다..
 


빈 라덴은 갑자기 테도를 바꿔 미국 테러 성공을 찬양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 당신이 빈 라덴이라고 생각해 보시라. 미국이 아프간 폭격을 시작한 바로 그 다음날이다. 아프간이 빈라덴을 보호한 표면적 이유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는 연설을 통해서 "오사마는 그런 짓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감싸주고 있었고, 그래서 미국의 공격 명분을 준 상황이다.


당신이 빈 라덴이라면 전부터 하던대로 "내가 안했는데 억울하다. 이건 부당한 침략행위다" 라면서 미국을 규탄하겠는가, 아니면 "하하 미국 쎔통이다 신에게 벌받았다"라며 조롱하겠는가. 어느 게 더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빈 라덴은 가만히나 있었으면 동정표라도 받았을텐데, 뭐하러 미국 국민들의 염장을 질러서 미움을 자초했을까? 증거도 확실치 않고 전쟁은 성급하다는 반론이 미국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판에, 왜 빈 라덴은 일부러 악역을 맡아서 전쟁을 정당화시키는 짓을 했을까?


타임지는 10월 15일자 비디오 테이프에 대한 기사에서 "빈 라덴과 알 카에다는 신께 맹세한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알 카에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평소에 안 쓰던 말이 나오는 이유는 과연 타임지의 주장대로 공격 명령일까?


이 비디오 테이프를 미국 전역에, 세계에 중계방송한 것은 빈 라덴이 아니라 서방 언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그것도 전쟁 개시 바로 다음날 말이다. 뭔가 찝찝해할 만한 시점에서 바로 나온 악역의 등장... 이건 뭔가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아닐까?








의문점 9   빈 라덴의 캐릭터는 만들어진 것이다?



10월 8일 영국의 BBC 방송은, 미국의 군 관계자와 정보 관계자가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자들과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 참가한 제작자들 가운데는 다이하드 시나리오를 쓴 스티븐 드 수자, 델타포스원 감독 조세프 지토 등이 있었다.


영화 제작자들이 군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군과 정보 담당자가 영화 제작자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이다. 이것은 혹시 빈 라덴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군 담당자들이 대국민 홍보와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는 것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빈 라덴의 180도 입장 선회와 함께 생각해 보시라...


게다가 빈 라덴은 그전에 이야기하던 대로 국제정치와 각종 단체들의 역학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밑도끝도 없이 이슬람 종교를 동원해 미국을 조롱해댔다. 또 전엔 희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더니, 이번에는 대놓고 고소해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아예 대놓고 욕먹으려고 작정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즈는 그 테이프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테이프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시작할 시점에 배포되어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의문점 10   빈 라덴이 범인이라는 증거는?



미국이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탈레반을 압박할 때 탈레반측의 요구조건은 "증거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또 미국 내부나 서방측에서도 빈 라덴을 너무 성급하게 범인으로 몰아간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서 미국은 몇가지 증거를 내놓았는데 그 증거라는 것들이 나오면 나올수록 미국에 대한 의심은 깊어만 갔다.


테러 당일 오전 어떤 평범한 시민이 보스턴 공항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다가 수상하게 보이는 아랍계 사람들하고 말다툼을 벌였다. 이 남자는 예정대로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목적지에서 내린 뒤에 뒤늦게 테러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수상쩍은 아랍인들을 떠올리고 경찰에 연락했고, 경찰이 그 남자가 알려준 위치에 있던 차를 뒤진 결과 그 차 안에서 코란과 비행교본이 나왔다. 이것이 미 당국의 발표였다.








저 아수라장 속에서 여권이 발견됐대. 그것도 하루이틀만에..
 


자, 당신이 테러범이라고 하자. 중요한 거사를 앞두고 사소한 주차 문제로 다른 사람하고 싸워서 말썽을 벌이고 남의 이목을 집중시키겠는가? 게다가 차 안에 코란을 두고 내린다는 것은 이슬람 율법에 의하면 죄악이다. 이슬람 광신도라는 사람들이 거사를 치루면서 코란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방치할까? 또 비행교본도 그렇다. 비행기 조종은 초치기 시험보듯 갑자기 공부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이 내놓은 또다른 증거 하나는, 트윈타워 잔해 속에서 테러범으로 보이는 사람의 여권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강철 빔이 녹아내릴 만큼 뜨거운 빌딩속에서, 박살난 비행기 안에 탔던 사람의 여권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그것도 그 무너져내린 아수라장 속에서 그렇게 빨리 하루이틀만에 경찰에 발견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모든 것이 너무나 쉽게 아귀가 맞아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시는지...?


 





의문점 11   파키스탄은 미국의 동지인가?



10월 12일 인도 타임즈 (The Times of India)는 한 가지 특종 보도를 했다. 파키스탄 정보책임자인 아흐마드 중장이 미국의 압력으로 짤렸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데, 그 전쟁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최대의 동맹국의 정보총책임자를 미국은 짤라 버린 것이었다.


미국 테러의 테러범 조종사 중 한명이었던 모하메드 아타에게 테러자금으로 10만불을 송금한 사실이 적발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미국은 이 테러의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틈날때마다 공언해 왔고 실제로도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이 테러를 지휘했는지를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이 사실은 어찌된 일인지 서방 언론에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가장 큰 아프가니스탄 공격 파트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로 치면 국정원장급 인사가 테러범에 연루되어 있는 셈이다. 그 파키스탄과 손을 잡고 테러에 대항해서 싸운다?


10월 10일, 미국의 공격개시 이틀째 되는 날 화재로 타버린 파키스탄 라왈핀디 시의 정부 청사는 처음에 추정한 것처럼 반미주의자들의 방화가 아니라 빈 라덴과의 연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증거 소멸 차원의 공작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아흐마드 중장의 테러 연계가 미국에게 감지되어 쫓겨난 바로 그 시점에 중요 정부 문서들은 다 불에 타 사라지고 말았다....


 





의문점 12    미국과 빈 라덴은 적인가?



10월 30일자 프랑스 르 피가로지는, 지난 7월 빈 라덴과 CIA 공작원이 만났다는 보도를 했다. 르 피가로지에 따르면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의 수도 두바이의 한 병원에 7월 4일부터 14일까지 빈 라덴이 비밀리에 입원을 했고, 입원 당시에 사우디의 가족들과 CIA 공작원의 방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빈 라덴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홍콩에서 발간되는 아시아 뉴스위크는 이미 2000년 3월에 빈 라덴이 신장염을 앓고 있고, 2000년 초 이동식 투석기를 구입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 수도인 두바이에 있는
American Hospital의 모습. 물론 병원측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입원 사실을 부인했다.


르 피가로지에 따르면 96년에서 98년까지 빈 라덴은 두바이를 몇번 방문했었다고 한다. 지난 7월의 방문에서는, 주치의인 알 자와하리, 4명의 보디가드, 알제리 출신의 남자 간호사와 함께 American Hospital 비뇨기과에 입원을 했고,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CIA 공작원이 본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의 병실을 방문하는 것이 목격되었다는 것이다. 이 공작원은 그 후 가까운 사람들에게 빈 라덴을 만났노라고 자랑했고, 이것이 알려지면서 CIA 본부로 소환되어 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미국과 빈 라덴의 관계는 무엇일까? 그냥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 혹은 미국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대로 - 미국을 증오하는 테러리스트이며 불구대천의 원수이기만 한 것일까?


테러 직후에 아프간 여성연합(RAWA)은 성명을 발표했다(탈레반 정권이 얼마나 반 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지는 지난 50호 딴지기사를 참조하시라). 이 단체는 목숨을 잃은 미국 시민들을 애도하면서 "그러나 불행하게도 탈레반 정권의 탄생은 미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오사마는 CIA의 조종을 받는 순진한 청년이었을 뿐이라는 점도 명백하다"고 이야기했다. (성명서 전문 보기)


오사마 빈 라덴과 CIA...??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13   미국의 이중성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인물은 미국이, 구체적으로는 CIA가 만들어 낸 작품이다. 오사마 빈 라덴과 미국의 관계는 지난 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CIA는 반 소련 움직임을 중앙아시아에 만들기 위해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 수천개의 종교 학교를 세웠다. 전 세계 아랍권에서 모인 수많은 학생들이 아랍 근본주의 교리를 배우고 토론한 곳이 바로 그 학교들이었다. 미국은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들의 게릴라 활동을 자유의 투사들이라며 치켜세웠다. 지금 아프가니스탄 측의 무기와 시설은 당시에 미국과 나토의 지원 하에 갖추게 된 것들이다


미국의 지지 속에 82년부터 92년까지 전세계 43개국에서 이슬람권의 젊은이 35,000명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이들이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의 핵심역량이다. 즉 미국은 과격파 아랍 근본주의를 지금처럼 번성시킨 책임자인 것이다. 어찌보면 테러도 자업자득이다.







탈레반의 수장, 공식직함 "The Commander of the Faithful", 오마르의 사진.


최근 5년동안 비 이슬람 신도는 딱 두명 만났다고 한다. 입수가능한 거의 유일한 사진이다(비디오 캡쳐)


한쪽 눈 실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의 지원으로 소련에게 이긴 후 그 공적으로 정권을 잡았다.


그때 이들의 지도자로 등장한 것이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애초에 파키스탄과 CIA 측이 원한 것은 사우디의 왕자였다. 수많은 학생들은 대부분 택시기사, 가난한 서민들의 자식들, 혹은 베두윈 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높은 지위를 가진 그들의 리더를 영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아버지 모하메드 빈 라덴은 사우디 국왕과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국왕과의 친분을 이용해 떼돈을 번 아버지 빈 라덴은 왕자 대신 자기 아들을 보내주마고 약속을 했다. 사우디 왕으로서도 왕자까지는 너무 부담스럽고, 오사마 정도면 적당하다 싶었을 게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렇게 빈 라덴 집안과 사우디 국왕이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가운데 중앙아시아에 왔다. 빈 라덴 집안은 이를 계기로 미국과도 가까워졌고 더더욱 큰 사업들을 국제적으로 벌여나갈 수 있었다.


86년 CIA가 추진하는 코스트 터널공사 (지하에 훈련시설, 의료시설, 무기 창고를 만드는 거대한 사업)에 오사마 빈 라덴은 깊숙히 관여했다. (지금 사우디가 전쟁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오사마 빈 라덴과 깊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빈 라덴의 전모가 드러나면 사우디는 곤란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오사마 빈 라덴의 동거는 걸프전과 93년 월드 트레이드 센터 폭탄 테러를 기점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의 통제 아래에서 벗어나면서 미국은 빈 라덴 체포와 탈레반 전복을 그동안 공공연하게 외쳐왔다.


그러나 미국과 빈 라덴, 혹은 미국과 탈레반의 관계는 겉으로 드러난 불구대천의 원수 그 이상의 무엇인가 복잡하게 얽힌 것이 있다. 빈 라덴을 키워준 것도, 빈 라덴의 생애를 통해 가장 친했던 나라도, 탈레반을 키워준 것도 결국 미국이기 때문에....


또 최근까지 미국과 빈라덴, 혹은 사우디와 빈라덴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정보들도 있지만, 이건 미확인이기 땜시 일단 기사에선 제외하도록 하겠다.


(주 - 미국이 양성한 각종 테러리스트들 중에서도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테러리스트 양성 학교가 가장 악명이 높다. 여기에 대해서는 영국 가디언 지의 이 기사를 참조하시라. 또 탈레반과 빈라덴 및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비록 영어지만 추천도서 하나 이야기해주께 능력껏 읽으시라. 예일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Ahmed Rashid 저 "Taliban: Militant Islam, Oil and Fundamentalism in Central Asia")  


 





14  빈 라덴의 이중성



미국은 탈레반 정권 전복을 외치면서도 탈레반 정권 최대의 원조자였다(저 위에 미국은 탈레반 지지를 철회하라는 아프간 여성 연합의 성명서를 상기해 보라).



탈레반 정권은 이성을 포기한 듯하다. 아프간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는 커녕 탈레반 정권은 북부의 반군세력에 대한 또다른 군사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원조를 제공할 서방 단체들과 협력하기는 커녕 반대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불상 파괴 또한]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위한 계산된 행위인 것처럼 보인다.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서방의 원조를 필요로 하는 이 시기에 말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지치지 않고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주 또다른 4천3백만불짜리 원조 계획을 세웠으며, 올해의 원조 총액은 1억 2400만불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최대의 원조국가가 되는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 3월 15일)


왜 미국은 이런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가?


빈 라덴도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발칸반도 (동유럽의 그리스 있는 쪽)에 빈 라덴은 친 알바니아계 게릴라군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보냈다(워싱턴 타임즈 10월 28일자). 즉 러시아의 영향권에 맞서는 이슬람 세력을 빈 라덴이 지원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의 원수인 빈 라덴이 동유럽에서는 미국의 협력자인 것이다.


결국 해답은 국제정치 질서에 있다. 미국에게 빈라덴이 어디 숨어있는지, 그딴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목표인 것이다. 동유럽 및 중동지역의 복잡한 국제질서와, 여기에 얽혀있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본기자 장황하게 설명해 주기로 하겠다. 부시 집안과 빈라덴 집안, 미국 고위 군 관계자와 국제 자본, 코소보와 유고전쟁, 나토, 등등 이야기가 무척 길다. 이렇게 긴 기사에 그거까지 다 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 이제 조금씩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본 기자, 기사의 서두에서 얘기했듯이 어떤 결론을 이야기해 주려는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본 기자에게 없고, 또 아직은 그럴 만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것도 아니다. 위에서는 비교적 신뢰성 있는 정보들만 나열하려 애썼지만, 여기 있는 정보들이 정확한 것만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또 확실한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테러와 전쟁에 연관되어 있는 것인지, 혹은 오비이락격으로 맞아떨어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 전쟁은 테러에 대한 보복 전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테러를 응징하고 문명세계와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전쟁을 한다? 문명세계의 룰을 관철하겠다는 나라가 가장 반문명적인 짓거리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미국은 정의와 문명의 이름으로 응징한다고 했지만, 문명세계의 가장 큰 기초인 "법률"을 미국은 깡그리 무시했다. 열받는 일이 있다고 사적으로 보복하는 것은 유엔헌장과 헬싱키 조약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확실한 증거와 보증도 없이 전쟁을 시작했고, 많은 증거와 정황들은 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끼워맞춰진 의혹이 강하다는, 그 정도까지만 본 기자 이야기하겠다. 미 당국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영국 BBC도 테러와 오사마 빈 라덴을 직접 연결해주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본문보기)  


오사마 빈 라덴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만들어 내기라도 했을 것이다. 빈 라덴이 범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다. 빈 라덴은 범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그것과는 다른 논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본 기자가 하고픈 말이다.


그 점에서 지금의 탄저병 공포는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많다.







 





의문점 15  탄저병 테러의 목적은?



테러가 일어난 직후 미국은 천연두 백신 3억 4300만불어치를 즉각 구입했다. 이 계약은 영국 소재의 한 작은 제약회사 아캄비스(Acambis)에게 돌아갔다. 이 회사는 가히 돈벼락을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것이 바로 미국(그리고 그 하청으로서 영국) 군산복합체의 힘이다.








 탄저균이당...
 


때맞춰 모든 미디어들은 탄저병, 천연두, 사린가스 등에 대해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탄저균이 실제로 발견되기 훨씬 전인 9월 말 10월초부터 말이다. 일례로 10월 2일자 뉴욕타임즈는 한면을 할애해서 탄저균의 특성과, 그것이 무기화되려면 어느 정도 크기의 입자가 되어야 하는지 등등을 친절히 알려주었다. 덕분에 미국 국민들은 생물학 무기에 대해 전에 없이 친근해졌다. 생화학 테러의 공포가 서서히 미국에 고조될 즈음...


이윽고 탄저균이 든 편지봉투가 배달되기 시작했다. 마치 예고된 일인 것처럼...


이 탄저균 테러의 목적은 무엇일까?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단 하나의 단서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이 탄저균 테러는, 정부 요인이나 주요 인사가 아닌, 언론사를 중심으로 배달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언론사를 주 타겟으로 삼았던 테러는 거의 없었다. 또 빈 라덴은 탄저균을 만들어낼 만한 능력이 없음도 주목하자. 탄저균은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미세한 입자로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우며,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빈 라덴 따위의, 사막의 은둔자가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점은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사안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는 탄저균이 미국 국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추적 기사를 내보냈다. 분말로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적으로 코팅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그런 정도의 기술은 미국 국내에서밖에 만들 데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탄저균 테러의 양상을 보자. 이건 누구를 죽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의혹이 강하다. 편지봉투에 넣어서 찔끔찔끔 배달한다고 몇 명이나 영향을 받겠는가? 지금까지 이것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언론사가 처음 타겟으로 설정된 것도 그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생물 실험실도 병원도 아닌
파키스탄 우체국의 웃지 못할 풍경..


비행기 테러는 그나마 건물도 부수고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사람도 여럿 죽였지만, 탄저균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테러행위이다. 민심을 흉흉하게 하는 것, 오직 그것만을 노리는 것이다.


만일 오사마 빈 라덴이 범인이라면 왜 별 테러의 효과도 없고, 감염되어도 죽을지도 불확실하고, 오히려 미국 국민들의 전쟁 의지만 불태우는, 목적도 없고 손해만 볼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거리를 할까?


결국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해서 이익을 얻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휴, 그동안 읽느라 수고하셨다. 본 기자도 쓰느라 고생했다. 아니 사실은 쓰는 것보다는 자료 정리하느라 훨씬 더 힘들었다. 칭찬 좀 해 주라.


결론삼아 몇 마디만 더 썰을 풀어 보기로 하겠다.


이 전쟁과 테러의 주인공이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이 공식 스토리에 너무나 허점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본 기자만의 억측일까.


미국은 98년 사린가스를 만들고 있다며 수단의 제약공장을 미사일로 박살내 놓고 8개월 후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그 실수의 결과는? 말라리아 결핵 등의 의약품 공급이 한순간 뚝 끊기면서 애꿎은 수단 국민 20만명이 죽어갔다.


64년 베트공 측의 미국전함 공격(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베트남전에 전면참전을 선언했다. 훗날 그 구축함의 함장은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그건 공산군의 어뢰 공격이 아니라 그냥 번개였었다." 물론 120만명이 죽은 후의 일이었다.


과연 지금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을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손을 뻗어 가 닿으려고 하지 않는 한 진실은 우리에게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기사를 쓰는 동안 이틀이 훌쩍 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밤이다. 오늘도 창밖에는 평화로운 맨해튼이 잠들어 있다.


이 평화가 무엇 위에서 잠들어 있는지, 다만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아리조나가 월드시리즈를 이겨서 기쁜
딴지 정보부 (DIA) 비밀공작요원
에덴의 아래쪽(under_ed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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