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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김사랑 - 음악맨인가 공연맨인가

 

2001.11.27.화요일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이미 누차 귀에 나인 인치 대못이 박히도록 읊었다시피, 본 공연후기 코너는 열분덜의 참여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영화를 보는 것과 달리, 완조니 똑같은 거슬 두 번 볼 수는 엄따는 공연의 일회적인 성격때문인지, 사람들은 이미 지나간 공연에 대해 언급하는 걸 별로 안 조아한다. 바뜨, 본지의 생각은 다르다.

 

죽여줬던 공연이었다면 왜 죽음을 당할 만한 공연이었는지, 쒯덩어리가 굴러다닌 공연이었다면 머땀시 쒯이었는지, 아직까지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이 땅의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떠들고 세 번 더 떠들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게 본지의 입장이며 본 코너를 굴리게 된 취지되겠다. 정작 공연을 보기 위해 봉투봉투 열어줄 열분덜이 공연의 질에 대해 수시로 감놔라 배놔라 해야 공연 주최를 업으로 삼고 있는 넘들이 눈치를 보고 조은 공연 많이많이 만들 것 아니겠냐 이말이다. 뮤지션들도 마찬가지고.

 

어쨌거나, 공연장 가는 게 영화보러 가는 일처럼 일상화되는 밝고 명랑한 내일을 위해서 열분덜의 가열찬 후기 투고질을 기다린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오늘은 지난 11월 초순경에 있었던 씽어쏭롸이터 김사랑의 단독공연을 관람한 모 독자의 후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사랑의 팬이면서도 공연 관람에 임해서는 무작정의 열광과 환호로 일관하기 보다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아쉬운 점과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낸 좋은 글이라 하겠다. 공연에 대한 이런 식의 평가와 기록의 문화가 존재해야 적어도 나중에 김사랑 공연을 보러갈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참고자료라도 되지 않겠나. (내용을 보니 곧 군대간다더라만..쩝.)

 

사설이 길었다. 요번 좌충우돌 개봉하자.
 

 
 

 




 
 

 

나는 김사랑을 모른다. 단지 그의 음악을 알 뿐이다. 그의 카리스마와 생동감 넘치는 음악이 좋다. 가끔씩 TV에 나오는 그를 찾아서 본다. 하지만 TV속의 그는 긴장되고 얼어붙은 연주에 얽매인, 어설픈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TV라는 매체가 가지는 강압적인 지배력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의 음악을 존경했다. 그의 콘서트를 갔다.

 

수회에 걸친 공연중 마지막 공연을 본 이유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지닌 힘을 믿고 더욱 멋진 공연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여러번의 공연으로 지쳐버린 목소리로 흐느끼며 그는 나에게(또는 다수에게) 말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여 몸이 망가졌다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같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광기 넘치는 공연장에서의 (콘서트 부제-광기의 야누스-에 걸맞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그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만성피로의 야누스 였던 김사랑

 

Intro 곡은 그의 하소연과 함께 짧게 이어졌고, 본격적인 첫곡 [Feeling]이 시작되었다.하지만 그의 레스폴에서 흘러나오는 스트로크 역시 그의 목소리처럼 지쳐있었다. 단지 드럼에서 맞춰주는 비트에 쫓아가기 급급할 뿐, 그가 과연 음악인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할 정도로 그의 연주에 서글픔까지 느껴졌다.

 

계속해서 이어진 그의 말은 군대 이야기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음악인이라고 믿었던 그. 역시 군대가기 전의 설레임에 가슴떨려 하는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만이 풀 수 있는 것을 외부에 계속해서 알리고 있었다. 이것은 공연 마지막의 신파성 비디오까지로 이어져 그의 음악만을 기대했던 이들을 실망케 하였다.

 

연주와 보컬은 그 리듬감을 잃었고, 그것에 대한 부담감은 관객들에게 돌려졌다. 계속해서 갈라진 목소리로 보컬파트의 동참을 호소했지만, 그가 부르는 대부분의 곡은 관객(또는 팬 : 이번 공연에는 관객이 아닌 팬들이 따로 있었다.)과 함께 할 수 있는 곡이 아니었기에, 그것의 진행 역시 비참할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그로울링 섞인 샤우트는 떨리도록 갈라졌다. 폐활량이 감당하지 못하는 그의 보컬은 녹음실의 진행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공연장에서는 역시 커다란 문제로 작용했다. 또한 박자 감각도 흔들려, 각 악기 파트의 소리가 따로 노는 결과를 초래했다. 계속해서 박자가 틀어졌으며, 곡의 마지막에 되서는 고등학교 스쿨밴드의 학예회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낼 정도였다.

 

중간의 Guest 무대는, 리듬감이 깨어져버린 공연을 더욱 혼란속으로 몰아 넣었다. 이기찬이라는 가수의 재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훌륭한 가수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단지 공연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연의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는 것도 Guest가 관객에게 지켜야할 예의중의 하나라는 것을 증명한 무대라고 할 수 있을 듯.

 

그는 한창 인기리에 방송에 나오는 곡을 반주테잎에 맞춰 불렀으며, 자신의 콘서트 홍보까지 하였다. 반주테잎...라이브의 리듬을 깨는 데는 정말 안성 마춤 아닌가?! 혹자가 두번째 곡은 진짜 라이브였다면서 따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벌써 공연 분위기가 깨진 이후였다.




 
 

 

다시금 등장한 김사랑. 컨디션이 안좋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하며 관객에게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팬클럽 모임에 나온 것일까? 중간에 팬으로 보이는 관객을 무대로 올라오게 해, 같이 연주하며 노래하는 그. 그것으로 자신의 부드러운 매너를 팬들에게 알렸으며, 콘서트의 목적은 상실하고 말았다. 그의 콘서트는 음악을 위한 것 아니었던가~! 팬들에게 더 멋진 노래 한곡을 그때 보냈어야 했다. 비록 목이 찢어지고 갈라져서 힘들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공연해야 했다. 물론 그는(어설프긴 했지만) 정말 열심히 공연했다. 그것은 그 자리의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왜 힘들다는 말을 굳이 되풀이했어야만 했냐 말이다.

 

그의 하소연은 앵콜곡까지 이어졌다. 앵콜곡 안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공연이라서(누가 들으면 군대 가는거 죽으러 가는 건지 알겠다.), 특별히 군대가기 전이어서, 앵콜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말을 들은 관객들 중에는 여느 가수의 공연도 마지막날 마지막회에만 가야 되는 것으로 착각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투어를 밥먹듯 하는 쟁쟁한 뮤지션들을 보라. 그의 말은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는 공연장에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고 말았다.(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곧 깁슨 레스폴이 아닌 K-2A1 소총을 들 아깝다 청춘

 

엔지니어링 파트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는데, 가장 크게 부각된 점은 하울링의 제어였다. 하울링에 묻혀버린 소리들이 음악과 어떻게 어울리겠는가? Mixer Console마저도 마지막 공연이라서 지쳐 버렸는지....

 

공연이 끝난 후 느낀 아쉬움은 엄청나며, 그에 대한 환상 역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그는 음악인이지, 공연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공연을 오기 위해, 오늘처럼 돈을 내고 찾아갈 수 있을까?

 

단 한가지 칭찬을 한다면 2집 수록곡인 [2] 리메이크 버전의 리듬감은 매우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이었겠지... 그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는 이제 입대한다.

 

내가 한때 지켰기에 그는 편안히 잘 수 있었고, 그가 지켜줄 것이기에 나는 편히 잘 것이다.

 

이후, 그의 더 나은 음악을 기다리며...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위촉위원 
Bloody JaQ (music@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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