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느들이 장애인을 아능감? (2)

2001.6.23.토요일
딴지 장애우 복지우원회 방배동 지니

절라~!

먼저 독자제위 분덜께 사과의 말씀 드리겠다. 지니가 너무너무 바빴던 관계로, 후속 기사가 늦어졌다.(원래 다 그런거 아닌가?) 그리고, 그간 취재를 하믄서, 허접하긴 했지만,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 주셨던 많은 장애우 분덜께서 강력하게 요청을 하셔서, 방향을 조금 틀었다. 비 장애우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우 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장애우들이 바라는 메시지를 강조해 달라는 부탁의 말씀들을 져버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쪼금 틀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연재하는 거지만, 원래 약속드린걸 꼭 지켜야 한다는 건 안다. 그래서 담번에 속사정을 설명드리겠다.

어쨌거나, 들어간다.

지난번 50호 기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길거리에 박혀있는 말뚝들이, 역시나 가장 문제였나 보다. 이 말뚝에 대한 이야기 좀 쪼매만 더 해보고 넘어가자.. 그놈의 말뚝이덜 좀 뽑아 달라고 하시는 요청이 많았다. 가장 피해가 많으신 시각 장애우를 비롯하여, 그 가족 분들이나, 자원봉사자 분들도 이구동성이다. 하지만 지니가 직접 연장 들고 다니믄서 뽑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뚝 본래의 의미도 있고 해서리 참 답답하다. 헌데, 이게 몽조리 다 박혀있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다. 어디에는 박혀있고, 어디에는 안 박혀 있다. 우끼지? 지니가 살고 있는 방배동은 위치가 요로코롬 되어있다. 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길 건너는 동작구, 길 안건너는 서초구다. 헌데, 서초구 쪽에는 구라좀 보태서 10미터에 말뚝 2개라고 보믄 되겠다. 헌데, 동작구에서는 500미터에 말뚝 하나 보일까 말까 하다..그러면, 과연 말뚝이 효과는 있는 걸까? 아래 사진 바바라.. 띠발.. 효과는 니덜이 판단해라.. 그리고 부디 설치하는 넘들. 제발 부탁인데, 한번만 더 생각해라.

요즘 그래도 장애우덜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지하철이다. 새로 생겨나고 있는 지하철을 비롯해서 기존의 지하철 노선도 보수공사를 많이 해서 시설들이 좋아졌다. 물론, 장애우덜을 위한 시설 말이다. 가끔 사고가 나서 애꿎은 분덜이 천수를 누리지 못하시고 비명횡사  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특히 좋아진 것은 바로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다. 지은지 오래된 1호선을 비롯한 노후화 지하철은 대개의 경우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헌데, 이 리프트 상당히 위험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반대로 최근에 지어진 엘리베이터는 플랫폼 까지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고 할 수 있지. 물론 엉뚱한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고 있어서 정작 필요한 사람덜이 불편해 한다는 점이 문제다. 씨바.

취재 나가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아서 필요한 사진과 영상을 얻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목숨걸고 촬영에 임했다는거 알아두시기 바란다. 철저하게 장비들을 위장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똥꼬에 칼침 맞을 뻔 했다. 취재하믄서 가장 짜증났든거는 바로 아줌마들과 학생들이다. 그것두 젊은 아줌마들...

물론 전체가 다 그런건 아니기에 아직 이 세상이 굴러먹고 있는 거겠지만, 지니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이거눈 세상사람들 다 마탕가지 일테구.. 갓난장이 유모차 태워서 계단으로 내려가라는거 아니다. 또 제대로 서있기도 힘겨워 하시는 할머님, 할아버님 계단으로 내려가시라는거 아니다. 멀쩡히 잘 걷구, 뛰어 다니는 애덜 데리고, 왜 엘리베이터 타냐고.. 글구, 공부하느라 힘들다는건 알지만, 니들은 광고도 못봤냐? 젊음. 지킬꺼눈 지킨다. 박쿠스.. 띠바 쉐이덜..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지하철역에 있는 경사로다. 이거 아주 작은 건데, 되게 우낀다. 왜냐구? 그냥 보믄 전혀 어려운거 없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믄 경우가 다르다. 장애우덜이 휠체어 타고 올라가려면, 진짜루 젖먹던 힘까지 다 내야 된다. 지니도, 집에 휠체어가 있어서 실험을 해 보았는데, 경사가 15。 이상만 되믄 차라리 내 몸이 람보 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장사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 경사를 올라갈 수 있으랴. 만드는 사람들이야 어짜피 만들기만 하믄 끝나는 공사겠지만, 그걸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찐맛이다. 띠발. 제발 생각 좀 하고 만들어라.

니덜 이거 혹시 본적 있나?

지니는 이거만 보믄 항상 꾹 눌러준다. 왜냐고? 고장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혹시라도 기억하시는 독자제위 분덜 계시면 멜 쎄려 주시라. 옛날옛날, 호랭이 뽕하던 시절에도 횡단보도에 이런거 있었다. 쪼매난 확성기처럼 생긴 게 매달려 있어서, 신호가 뿅 하고 바뀌믄, 뚜루룩뚜루룩 하믄서 귀뚜리 우는소리가 났다. 글구, 신호 바뀌믄 끄치구. 거레췌. 이거이 바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교통 신호 안내기의 원조였다. 그러나, 밀레니엄 시대를 맞으면서 첨단화 되었다. 하지만, 언넘이 만들어낸 아이디언지..정말 그넘 똥구뇽에 똥침 일만번을 찔러주고 잡다. 아~~ 씨바. 지니는 첨에 이게 멀까? 너무 궁금했었다. 그래서 살며시 눌러 보았다. 그랬더니,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 뱅꼬를 누질렀을 때 나는 소리가 듣고 싶으심 요기 눌러라~! )

우훼훼...너무 잼 있었다. 쓸데없는 짓거리 한다는 여친의 만류를 뒤로하고, 가끔 보이면 계속 누르곤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이건 완전히 멍청이 같은 기계였다. 호랭이 뽕 하던 시절에 울려대던 신호 안내기는, 그야말로 최첨단 울트라 슈퍼 빤쭈 메가톤급의 오또매띠끄한 메카니즘을 보여주는 환타스띠끄한 머신의 결정체였다. 신호가 떡 바뀜과 동시에 귀뚜리 우는소리를 들려주고, 신호가 띡 바뀔때쯤,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다음 신호를 기다려 주세요!" 라는 안내방송을 외쳐주는 멋쟁이였다. 하지만, 이제 21세기를 맞아 새롭게 탄생한 교통신호 안내기는 슈퍼 울트라 짱 메가톤급 멍텅구리다. 제아무리 신호가 바뀌어도 배꼽을 눌러주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잠깐...
과연 이게 진짜로 교통 신호 안내기인가? 상황 연출을 해보자.

㉮ 한 시각 장애우가 횡단보도 앞에 흰 지팡이를 짚고 서있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차 소리가 멈추고 사람들이 건너는 발소리가 들리자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벌써 파란불이 깜박이기 시작한다.

㉯ 한 시각 장애우가 흰 지팡이를 짚고 횡단보도 근처로 왔다. 그는 더듬더듬 신호기가 달려있는 기둥을 찾는다. 그러다가 기둥에 매달려 있는 안내기의 배꼽을 찾았다. 그리고 배꼽을 누른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길을 건넌다.

㉰ 한 시각 장애우가..--- 생략하고 --- 신호가 바뀌기 5초 전부터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제 곧 신호가 바뀝니다. 파란불 입니다. 신호변경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카운트) 다음신호를 기다려 주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런 안내방송에 맞추어 횡단보도를 건넌다.

독자제위분덜! 세 가지 경우 중에서 어떤게 가장 바람직한 경우라고 생각하시는가?

당근 ㉰이겠지. 도덕체 이 안내기 누가 아이디어 내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마는, 첨단화되고 있는 시대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물건 되겠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그건 말이지. 장애우가 직접 누름질 하는 게 아니고, 곁에 서있는 비 장애우가 살짝 누름질 해주는 최첨단 메카니즘을 가지구 있는 거여

라거나,

횡단보도 옆에 사는 내는 24시간 시끄럽게 지껄이는 저 소리땜시 잠을 못자것어

등등..

구럼..나는 조까 되겠다.. 아직까지는 뱅꼬 누름질 해줄 만큼 신경 써주는 경우 드물고, 그 안내기 소리가 시끄럽다는 생각 하시는 분덜 계시다믄, 이렇게 말씀 드리겠다. 만약 당신이 내일 아침에 눈을 딱 뜨니깐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래도 그 안내기 소리가 시끄러울까? 사람 팔자 아무도 모른다. 오직 그분(누구게?)만이 아신다. 그토록 정력적인 땐쓰를 선보이던 꿀렁의 웡래 헝아도 갑작스런 사고로 많이 힘들어 했지 않은가! (헝아~! 빨리 컴백하세요~!)

독자 제위분덜 중에 혹시, 6월 14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분 계시는가?

모르시는가? 몰라도 괘안타. 이날은 바로 서울 특별시 장애인 기능 경기대회의 개회식이 있는 날 이었다. 14일부터 3일간 서울 용산공고에서 지체 장애, 청각 장애, 시각 장애,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장애우들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연마해온 기술을 겨루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장애우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놀라지 마시라. 컴퓨터 관련 직종(워드, 웹마스터, 프로그래밍, 수리 등등)을 포함, 선반, 시계수리, 전자-전기, 양복, 양장, 도자기, 목공, 자수, 광고 미술, 디자인, 빌보드 광고등 무려 26개 직종에서 200여명의 장애우들이 기술을 겨루었다. 물론, 비 장애인들이 하는 것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기량 면에서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속기 같은거는 실력차이가 더 나는거 같았다.

물론 인터뷰를 했던 참가자 분들이나, 관계자 분들 께서는, 그들만의 잔치인거 같아서 조금은 섭섭하다는 말씀도 하셨구, 공무원 사회의 전시행정 풍토가 없지 않다는 것도 지적해 주셨지만, 이거 한가지는 꼭 말씀 하셨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살기 편해 졌다는 거랑, 이런 행사가 있어서 너무 기쁘다는 말씀.. 장애우 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이곳에 모두 와서 깊은 관심을 갖고, 응원해 달라는 말은 아니다. 그냥, 이런 행사가 있구나 라고 알아주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 단지 부탁이 있다면, 비 장애우 들이 가볍게 지나치는 사소한 일들이, 장애우 들에게는 정말 커다란 어려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하는거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동전이 떨어졌다. 비 장애우 들은 그냥 허리를 구부려 주으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지체 장애우나 시각 장애우는 그 동전을 줍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장애우 들은 결코 큰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도움이 장애우 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 라고 말이다.  

만약 주변에 장애우가 지나가믄,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고 한다. 오히려 먼저 도움을 주시려고 하시는 분덜도 많고. 그리고, 쪼매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장애우 들은 항상 도움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주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힘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백지장도 같이 들면 낫다고 하지 않는가! 비록 작은 도움이지만, 혹시라도 횡단보도에 시각 장애우가 서 있다믄 신호기 배꼽이라도 함 누름질 해 주자. 길을 건너는 동안만 보행 안내를 해 주셔도 좋겠다. 지체 장애우가 횡단보도를 건넌다면, 휠체어 곁에 서서 같이 걸어가 주시기만 해도 좋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다믄, 가벼운 인사와 함께, 버스를 태워주셔도 좋겠다. 도움을 바라지는 않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어짜피 내가 들고 가는 무거운 보따리를 곁에 가는 건장한 청년이 잠시동안 만이라도 들어 준다믄 한결 기분 좋은 하루가 되지 않을까? 딴지 독자제위 분덜께서 조금만 신경 써 주시라.. 맑고 밝은 명랑 사회 이룩하자.

담번에는 시각 장애우들의 교육 현장을 소개해 주게따.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라..

    피에쑤> 지난번 기사에서 지적받은 부분이 몇가지 있다.

첫 번째. 요즘은 고급좌석버스가 신형 차량으로 많이 교체되어서 뒷문이 생겼다. 그래서 시각 장애우가 이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단다. 또, 주변에 술취한 분덜이나 목소리 큰 아주머니께서 핸드폰 통화만 안하신다믄, 자동 안내방송기가 안내 잘 해준단다. 구래서 이용하기 편하단다..

두 번째. 실제로 대다수의 시각 장애우덜은 보행시에, 유도블럭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단다. 가장 큰 이유는 지하철 역사 내부에 설치된 경우를 제외하면, 민감하게 느껴지는 블록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 이 유도블럭은 초심자들이 주로 사용한단다. 출입구 안내 점자 스티커 역시 마찮가지 경우란다. 심지어는 이런게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시각 장애우도 있었다. 어느정도 초심자 시절이 지나게 되믄 그냥 흰 지팡이 하나 들고, 머릿속에 지도 그려서 다닌단다. (대단하지?)

세 번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판적인 내용의 연재(안마 시술소) 보다는, 아직 맹아 학교에서 공부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밝고 명랑하게 방향을 이끌어 먼저 의식구조부터 바꾸어 주고난 후에 해주시라는 협박성 부탁을 받았다. 지니도, 오랜동안 계속 기사꺼리를 잡으려면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조때로 방향 조금 바꿨다..죄송하다..나중에 다시 설명 드린다. 걱정하지 마시라...

나도 먹고 살자 모..싫으냐?

장애인 복지를 부르짖는
방배동 지니 (dennis2@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