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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영상물 검열위] 영상물 오역 실태, 제2탄!!

2001.6.27.수요일

딴지 영진공 특수영상물 검열위


지난 주에 한 차례 보고서가 나갔을 뿐만 아니라 그 때 이미 예고도 때렸으니 본 분과장이 하려는 썰이 워떤 것인지 잘들 알고 있으리라 믿고 오역부터 바로 디비겠다. 오늘은 뽀너스로 번역 잘 된 비됴도 몇 편 언급하겠다. 그 다음에 지난번에 하던 얘기 계속하겠다. 지난 기사가 궁금한 사람은 여기를 꾸욱 눌러주기 바란다. 그럼 시작하겠다. 
 

 

오늘의 첫 작품은 <검투사 (The Gladiator)>되겠다. 이 비됴... 요상한 우리말이 <메이트뤽스>마냥 곳곳에 포진하고 있으나 모두 다루지 않겠다. <메이트뤽스>가 성수대교라면 요놈은 삼풍백화점이라 할 수 있겠다. 
 






 
 

오역사례 NO 1

 

 

영화 중반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랑 전차부대랑 맞짱 뜨는 부분이다. Maximus가 마지막 합동공격을 위해 요렇게 외친다. 

 

Maximus: Single column! Single column!

 

번역: 일렬횡대로 정렬!

 

column은 종대다. 횡대는 line이다. 화면만 봐도 Maximus가 두 군데를 콕콕 찍어주자 검투사들이 Maximus를 기준으로 종대 두개를 만든다. 왜 사전을 안 디비나? 뭘 믿고? 다른 거 잘 했으면 이런 건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으나 조또 그럴 수 없음이다.

 

모범답안: 일렬종대! 일렬종대! 
 






 
 

오역사례 NO 2

 

 

위 경기가 끝나고 콜로세움으로 내려온 Commodus에게 Maximus가 헬멧을 벗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이다. 

 

Maximus: Comander of the armies of the North, general of the Felix Legion.

 

번역: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였으며

 

legion은 당시 로마의 군단을 가리키는 말이다.(보병 3~6천명과 기병 3~7백명정도의 규모) legion은 소문자로도 쓰이나 앞에 고유명사가 붙으면 Legion으로 쓰인다. univerisity라는 단어도 앞에 대학 이름이 붙으면 University로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Felix Legion은 펠릭군단이라고 해야한다. 펠릭군단의 장군을 펠릭의 장군이라고 처리해버리는 건 서울대학의 총장을 서울의 총장이라고 하는 거랑 똑같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북부군 총사령관이자 펠릭군단의 장군였으며라고 해주면 훨씬 받아들이기 편하잖아? 

 

이 경우 역시 영상번역휠드에 만연한 만행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고유명사로 보이는 것, 그러니까 첫 글자가 대문자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고유명사로 여기고 그대로 번역에 옮겨버리거나 생략해버리는 만행이다.

 

대표적인 예를 <존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사 중 Bard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번역자는 이 단어를 그냥 바드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요 단어가 bard로 쓰일 때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이지만 Bard로 쓰일 때는 셰익스피어를 가리키는 말이거덩. 당근빠다 사전에도 나온다.

 

 

 

 

뭐, Bard가 어차피 우리가 모르는 넘의 별명이라면 그냥 바드라도 해줘도 상관없지만 셰익스피어는 우리도 알잖아? 사전을 디볐더라면 안 그랬겠쥐... 쯧쯧...
 






 
 

오역사례 NO 3

 

 

Maximus가 호랭이 나오는 경기에서도 살아남자 Commodus가 다시 경기장으로 내려와 Maximus에게 하는 말. 

 

Commodus: What am I going to do with you. You simply wont die!

 

번역: 자넬 어떻게 해줄까? 자넨 절대로 순순히 죽지 못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Maximus가 살아남자 열 받아서 하는 말인데 자넨 절대로 순순히 죽지 못해!가 뭔 말이여? 순순히 죽이지 않겠다는 뜻이여? 원문의 뜻을 파악했다면 이런 이상한 말 안 나왔을 것이다. 요런 거... 자격미달 만행이다.

 

직역을 해주자면 절대 순순히 죽지 않는군!정도 되겠고 앞 문장과의 매끄러운 관계를 추구한다면 잘도 살아남는 자네를...정도 해주면 되겠다. 

 

자격미달 만행... 요런 만행을 저지르는 넘은 더 이상 다른 만행 저지르지 말고 번역 그만둬야 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요, 요상한 번역 한 번 손봐야 하는 하청업체도 고역이요, 자막만으로 영화이해하려는 시청자에게도 할 짓이 아니다. 한마디로 요런 번역가들이 영상번역휠드에 잔류하는 건 에너지낭비다. 에너지낭비에 대해선 다음 기사에서 얘기하겠다.
 






 
 

오역사례 NO 4

 

 

후반부. Maximus가 자신을 찾아온 심복 Cicero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다. 

 

Maximus: How soon do you think they could be ready to fight?

 

번역: 언제 봉기해?

 

Cicero: For you, tomorrow!

 

번역: 내일!

 

지금 누가 봉기하기로 정해놓았니? 명령을 내리면 며칠 후에나 봉기를 할 수 있는지 Maximus가 물어보는 거 아냐? 그리고 Cicero의 말은 Maximus 당신이 명령만 내리면 내일이라도 당장 군대를 끌고 올 수 있다는 얘기 아냐? 뭐, Cicero가 장군이고 Maximus가 시다발이였다면 문맥상 무리는 없었겠지만 말야.

 

모범답안: 언제 봉기할 수 있지? 내일이라도 당장!
 

 

 

<검투사>는 여기까지 디비고 다음 작품 <질끈 감긴 눈 (Eyes Wide Shut)>으로 넘어가겠다.

 

영화 끝날 무렵 Alice와 Bill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면서 나누는 대화다. 영화제목이 왜 <Eyes Wide Shut>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며 현대사회에서 부부관계라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것인지 보여주는... 감독이 쪼까 무게를 실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버뜨, 자막은 뚱딴지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번역된 것만 먼저 읽어보자. 영화를 안 본 독자를 위해서 대화 일부를 그대로 옮기겠다.
 






 
 

오역사례 NO 1














 
 

 

 

 

 

 

 

1. 빌: 여보, 어떻게 하면 좋겠어?

 

2. 앨리스: 어떻게 하면 좋냐고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생각해요. 감사해야 한다고... 우리의 온갖 모험들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어서... 생시였든... 꿈이었든 간에

 

3. 빌: 정말... 그렇게 확신해?

 

4. 앨리스: 확신하냐고요? 한 평생은 고사하고 하룻밤의 현실이 온전한 진실일 수 있을 만큼 확신하는 거죠

 

5. 빌: 꿈은 항상 꿈으로만 남진 않아

 

6. 앨리스: 중요한 사실은 깨어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다행히도 아주 오랫동안요 

 

이거만 읽고 4번 다음에 왜 5번이 나오는지, 그리고 6번이 뭔 얘기를 하는지 아는 사람...  무슨 일 있어도 번역은 하지 말기 바란다. 원문 싣겠다. 

 

1. Bill: Alice. What do you think we should do?

 

2. Alice: What do you think we do?... What do I think... I dont know... Maybe I think we should be grateful... Grateful that we managed to survive through all of our adventures... Whether they were a real... or only a dream.

 

3. Bill: Are you... are you sure of that?

 

4. Alice: Am I sure? Um... oh... only as sure as I am that the reality of one night let alone that of a whole life time can ever be the whole truth.

 

5. Bill: And no dream is ever just a dream.

 

6. Alice: Mmm, the important thing is were awake now. And hopefully for a long time to come.

 

자, 그럼 자연스러운 5번 번역을 위해 4번의 뜻풀이부터 해주겠다.

 

번역된 문장만 읽어도 얼추 감은 잡겠지만 요거 간단히 얘기하면 내가 나비의 꿈인지 나비가 내 꿈인지 어떻게 알아?되겠다. 그러니까 Alice는 하룻밤에 일어난 일들이 꿈일 수도 있는 가능성만큼 (모험을 무사히 극복했다는 것을 감사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확신한다는 얘기다.

 

5번은 Alice가 4번에서 추상적으로 돌려서 표현하자 Bill이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해서 Alice의 생각을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풀어보면 그러니까 니 말은 하룻밤의 꿈이 진짜였을지도 모를 만큼 확신한다는 거지?되겠다.

 

6번은 5번에서 Bill이 걱정스러워하며 Alice의 말에 집착하자 Alice가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말이다. 즉, 내가 나비의 꿈이든 나비가 내 꿈이든 중요한 건 이젠 자신들의 눈이 떠졌다는 것(awake)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눈을 뜨고 깨어있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고.

 

6번 문장이 이상한 건 바로 무엇보다도 hopefully라는 단어를 지 조때로 번역을 해버렸기 때문인데, 번역가가 hopefully정도의 뜻을 모르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모르면 사전디벼야할 거 아냐... 씨바... 이것도 자격미달 만행이다.

 

모범답안이다.

 

1. 빌: 여보, 우리 이젠 어떻게 하지?

 

2. 앨리스: 어떻게 하냐구요?... 잘 모르겠어요...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에게 닥친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에 대해... 사실이든... 꿈이었든 간에

 

3. 빌: 그 생각에... 자신있어?

 

4. 앨리스: 자신있냐구요?... 한 평생은커녕 단 하룻밤의 일들을 모두 사실이라고 장담할 수 없을만큼요

 

5. 빌: 꿈이 모두 꿈이 아닐 수 있을만큼?

 

6. 앨리스: 중요한 건 이젠 눈을 떴다는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깨어있길 빌어야죠 

 

그런데 Alice가 도대체 얼마만큼 확신하는 거냐구? 그러니까 그게 말야...직접 느껴보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오늘밤 자면서 안질리나 졸리랑 빠굴 한 판 뛰는 꿈을 꾼 다음에 낼 아침 니가 그게 현실이었던 것으로 믿는 거야. 즉, 니가 안졸리나 졸리랑 빠굴 뛴 꿈을 현실로 믿는 만큼 니콜 키드먼도 자신의 생각에 대해 자신한다는 얘기쥐. 그러니까 톰 크루즈가 불안해하는 거구. 이해되지? 다른 방법은 실현 불가능하니까 생략할께.

 

우쨌거나, 번역을 조따위로 해놓았으니 사람들이 아... 역시 저런 영화는 어려워. 이젠 안봐하는 생각을 떠올리는 거다. 내가 스탠리 큐브릭이라면 장면 몇 개 짤랐다고 개봉 안시키기 전에 번역을 제대로 해놓았는지 먼저 따져볼 터이다. 화면만 무삭제면 모하나, 내용이 안 잡히는데...
 

 

 

 

세 번째 비됴는 위에서 언급했던 <존 말코비치가 되기 (Being John Malkovich)>다. 이 영화에도 곳곳에 요상한 말들이 포진해 있으나 두 개만 디비겠다.
 






 
 

오역사례 NO 1

 

 

영화 초반부. 인형극 중 여자캐릭터가 남자캐릭터에게 하는 말이다. 

 

Sometimes my thoughts are betrayed by the movement of my body.

 

번역: 어떨 땐 몸이 생각을 배신하고 움직입니다.

 

위에 널부러져있는 단어들이 과연 우리말인가? 원문에 사전에도 안 나오는 속어표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방끈 긴 코쟁이들이 쓰는 상징성 만빵인 표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가 되면 단지 슬퍼질 뿐 할말이 없어진다. 바로 모범답안 올리겠다.

 

모범답안: 몸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할 때도 있습니다 or 저도 모르게 제 생각이 밖으로 표출될 때도 있어요
 






 
 

오역사례 NO 2

 

 

영화 후반부. Malkovich머리 안에 있는 Craig가 Maxine에게 하는 말이다. 

 

Craig in Malkovich: When I come back we can maybe celebrate Malkovichs big four four

 

번역: 돌아와서 말코비치의 성공을 축하하자구, 알았지?

 

big four four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그냥 지 조때로 성공이란 단어를 낑궈넣어버린 경우인데... 쫌만 지나면 Malkovich가 집에 돌아오면서 들고 오는 케이크에 44라는 숫자가 적혀있는 것을 보면 말코비치의 44세 생일을 축하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여기까지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영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대사가 아니라면... 그런데 그게 아니거덩. Malkovich의 44세 생일은 이야기가 전환되는 단서가 되는, 졸라 중요한 뽀인트다. 그런데 44세 생일이란 말이 안 나오니 영화를 봐도 이야기가 왜 저렇게 흘러가는지 이해를 못하게 되고 이 신선감만빵인 영화가 자연스럽게 재미없는 영화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또 다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역시 어려운 영화는 재미없어... 씨바...이 정도면 영화흥행이나 비됴대여순위에 번역자의 책임도 있다는 거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번역자가 줄거리라도 파악했다면 이런 사태는 안 벌어졌을 것인데 지가 번역하는 영화 줄거리도 모르고 번역하니... 이거 번역한 넘, 몸이 생각을 배신해서 어서 빨리 영상번역휠드에서 뛰쳐나오길 바란다.
 

 

 

 

이번 오역은 여기까지 디비고 번역 잘 된 비됴 몇 편 언급해주겠다. 다음 기사와 이어지는 스토리니까 잘 기억해두기 바란다. 그리고 장래 영상번역사를 꿈꾸는 몇몇 니들은 인터넷에서 대본 다운받아서 자막이랑 비교해보기 바란다.

 

영광의 작품들로는 <노팅 힐 (Notting Hill)>, <미션임파시블2 (Mission: Impossible 2)>, <엑스멘 (X-Men)>, <인사이더 (The Insider)>, <쓰리킹스 (Three Kings)> 되겠다. 이 외에도 더 있겠지만 본인이 이번 기사 자료준비를 하면서 발견한 영화는 요것들이 전부였다.

 

이 중 <엑스멘>, <인사이더>, <쓰리킹스>에는 오역이 하나씩 포진하고 있으나 그거 빼곤 무척 성의가 보이고 매끄러운 번역이어서 리스트에 올렸다. 각 영화에 포진한 오역을 알고 싶으면 영화제목을 꾸욱 눌러주시라.

 

이 중 <인사이더>의 경우 극중 러셀크로우의 아내는 남편에게 존대말을 쓰게 했고 알파치노 부부는 서로 반말을 쓰게 함으로써 등장인물에 대한 캐릭터까지 분석하고 번역을 해내는 매우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뭔 말이냐고? 영화에서 러셀크로우와 아내의 관계는 여자가 남편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얼마 전까지 울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던 관계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식으로 여자가 존댓말을 쓰는 것으로 처리하는 게 어울렸다.

 

반면에 알파치노부부를 보면 아내는 알파치노와 재혼한 후에도 자기 자식의 성은 자기 성을 따르게 하는 주체성 만빵 캐릭터로 나오고 알파치노는 젊었을 때 좌파 진보주의자였으며 현재로 열린 사고방식 캐릭터로 나온다. 고로 이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서로 반말하는 게 어울렸음이다.







 
 

 

 

<인사이더>에서는 같은 부부라도 이처럼 차이를 뒀다.

 

비됴를 보면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은 그냥 존댓말로 처리하는 게 관례처럼 돼있는데... 번역 전에 부부관계가 어떠한지 먼저 파악할 지어다.

 

덧붙여 이와 비슷한 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이미도씨가 번역한 <왓 위민 원트>라고 할 수 있다. 이미도씨는 딸이 아빠 멜깁슨에게 반말을 하는 걸로 처리했는데, 요 딸뇬이 완존히 막나가버리는 뇬도 아닌데 모든 말을 아빠에게 내뱉듯 해버리니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서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 내 조때로 버전의 딸뇬이었다면 어울렸겠다만... 이미도씨 딴에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려고 한 듯 하나 혼자 오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미도아저씨... 요즘 제일 유명한 영상번역가다. 버뜨, 이 아저씨라고 만행 안 저지르는 거 아니다. 그 만행들은 다음 기사에서 생생한 예와 함께 설명해주겠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최고의 번역을 못 한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겠지?
 

 

 

 

그럼 이젠 지난 기사에서 하던 얘기 컨티뉴하겠다. 오늘은 왜 삐리리한 번역가들의 삐리리한 번역이 왜 그대로 자막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지 얘기해주겠다. 문제는 하청업체에 있다. 

 

하청업체...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프로그램을 따서 프리랜서들에게 일을 주고 프로그램당 번역료의 일부를 챙기는 곳이다. 그럼 얘네들은 가만히 앉아서 커미션만 먹냐고? 아니다. 그 커미션은 프리랜서가 해온 번역에 한 번 손을 보는 대가다. 이리저리 고쳐줘야 그래도 봐줄만한 번역이 나오니까.(여기서 한 번 손을 보는 작업을 이 바닥에서 쓰는 말로 검수라고 해두자)

 

그래서 하청업체에는 실력파 젊은이들이 포진해있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렇다면 이 친구들이 검수를 하고 비됴나 케이블프로그램에 자막이 실리는데 왜 그 모양이냐고? 

 

여기서 잠깐 하청업체에 대해서 쪼매만 더 설명하자. 하청업체는 그 규모상 자체적으로 자막작업이나 더빙작업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곳도 있으며(이런 경우 하청업체가 곧 케이블채널인 경우도 있다) 그 성격상 검수만 하지 않고 자체적인 번역작업을 병행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어떻든 그 성격이 어떻든 하청업체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이 바로 위에서 한 질문의 답 되겠다. 바로 검수요원이 그 작업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수... 프리랜서가 해온 번역 틀린데 있나 보고 고치는 거... 이 작업 제대로 하려면 번역 못지않게 어렵고 시간도 꽤 걸린다. 당연하다. 오역이나 흐름에 안 맞는 번역을 잡아내고 고치려면 대본은 기본으로 이해해야하고 내용의 흐름도 파악해야 하니까말이다. 즉, 검수 역시 고도의 지적노동이라 할 수 있다.






 
 

 

어디 검수가 생각처럼 쉬워야 말이지...

 

그리고 검수든 번역이든 이러한 노동은 매일 6-8시간이상씩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이상 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에 비해 노동자 수가 부족하니까 당근빠따 정시출근은 있지만 정시퇴근은 없으며 빨간 날은 있어도 쉬는 날은 사라지는 거다. 이렇게 작업시간이 늘어나니 검수자의 실력이 좋더라도 작업이 제대로 마무리 될 수가 없으며 거기에다가 검수자의 실력까지 삐리리해버리면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 거다.

 

그래서 하청업체에선 실력 좋은 프리랜서를 구하려고 뒤집어진 풍뎅이마냥 언제나 아등바등이지만 그건 3만원으로 어디 가서 빠굴 한판 뛸 만큼 쉽지 않다는 건 독자들도 이젠 알 것이다.

 

그럼 하청업체에서 검수요원을 더 고용하면 되지 않냐고? 검수요원은 보통 직원으로 고용해서 월급을 줘야 하기 때문에 전체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하청업체에선 고용자리 하나 창출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검수자가 많아지는 게 이 사태의 솔루션도 아니다. 해답은 이 휠드 돌아가는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내가 아까 얘기했지? 에너지 낭비라구.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냐구? 아... 이거에 대해선 얘기가 길다. 다음 기사에서 이미도 아저씨의 만행과 함께 잘 버무려서 집중적으로 떠들어주겠다. 쪼매만 참아라.

 

조국이 나에게 뭘 해준 게 있다고 자꾸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쨌든 예비군 훈련 갔다와서 후딱 마무리해주도록 하마. 그럼 쾌변하시라. 졸라~

 

 

 

딴지 영진공
특수 영상물 번역 분과장 진황이
(
hanwoon0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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