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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 내한공연

 

2001. 6. 27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몇 번이나 광고를 때려서 다덜 알겠다시피, 본 코너는 열분덜의 공연후기문을 접수하고 있다.

 

오늘은 어느 조더께서 보내주신 지난 6. 17일, 외설의 전당 콘서트홀에 있었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의 내한공연 후기를 열분덜께 전문 공개하고자 한다. 즐겁게 감상하시고, 열분덜 또한 공연 많이 보고 요로코롬 다른 사람들과 그 느낌을 공유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앙드레 가뇽 할배의 공연장엘 갔었다.

 

앙드레 가뇽... 분명 꿈은 아니다. 좀처럼 꿈 같다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지만 분명 꿈은 아니다. 미리 예매를 하고 가서 그런지 저번 기돈 할배의 그 서두름은 없어서 한결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잊지 않고 팜플렛을 사고 3층으로 올라갔다. 좌석은 2만원짜리 C석... 3층은 처음이라 그런지 상당히 높았다. 뛰어내리면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떨어지다가 2층에 걸려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주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해봤다.






 
 

 

앙드레 가뇽 할아부지...

 

아무튼 3층은 앉기가 좀 불편했고 높았다.(저번엔 워낙 좋은 자리에 앉았더니 쓸데없이 내 엉덩이만 고급이 됐다. 3층이 어떤 상황이냐면 왼팔을 앞으로 쭉 편 다음 엄지손가락을 옆으로 뉘우면 그랜드 피아노가 엄지손가락에 딱 가려진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7시 30분을 조금 넘어서자 가뇽 할배가 등장하였고, 청중을 향해 두 팔 벌려 인사한 뒤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곡 [첫날처럼]으로 시작하여 [바다 위의 피아노]를 연속해서 연주를 했다. 아직 집중이 안된 탓인지 주위의 잡소리가 상당히 귀에 거슬렸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첫날처럼]은 가만히 듣다보면 제목에서 오는 뉘앙스인지는 몰라도 내가 태어나던 때가 생각이 난다. 무더운 여름 날, 세상에 처음 나오자마자 너무 더워서, 다시 엄마 뱃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기분... 세상에서 제일 평화롭고 편안한 안식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 이미 안식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두 곡이 끝난 후 가뇽할배는 "반갑습니다"라는 서투른 한국말과 함께 불어로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이번 곡은 넬리강이라는 작가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라는 말과 함께 [넬리강]을 연주했다. 넬리강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가뇽 할배의 말에 따르면 19세까지 글을 쓰다 정신 병원에 갔고 50여년의 생을 살았다고 한다.(그 얘기를 죄다 알아들었냐고? 사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제 2외국어로 불어했다. 근데 아는 말은 메르시 보끄 밖에는...)




 
 

 

아무튼 [넬리강]은 상당히 애절했고, 듣는 이로 하여금 있지도 않은 슬픈 일들이 마구 떠오르게 하는 곡이다. 연속해서 연주한 곡은 [보비숑]이라는 곡인데 이 곡은 넬리강과는 다르게 낭만적이고 봄의 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근데 보비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지?)

 

다음 곡의 제목이... 통역하는 아주메 말로는 [오랜 부채(?)]란다. 오랜 부채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나는 프로그램을 보았고, [오랜 부재]라는 것을 알았다.(평소 빚쟁이들한테 쫓겨다니면 나처럼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 곡 [가사 없는 노래]가 연주되었다. 이 가사 없는 노래는 가뇽할배가 캐나다로 다시 가서 오케스트라와 녹음할 따끈따끈한 신곡을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란다.(사실 부산 공연에서 먼저 연주했단다.)

 

프로그램 상으로는 다음 곡이 [아라베스크]가 되어야하지만 [빛 바랜 사진]을 먼저 연주하기 시작했다. 빛 바랜 사진을 연주하기 전에 가뇽할배는 "예전에 보던 책을 우연히 책장에서 꺼냈을 때 책 속에서 무엇이 떨어지는 경험을 해 보신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것은 어릴 적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이루지 못한 사랑하는 이의 사진 일수도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했다. 음... 오래된 책 속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빳빳한 지폐들이 여러 장 떨어지면 어릴 적 사진보다 좀 더 가슴에 와 닿는 무언가가 있을 텐데...(빚지지 마라. 빚. 그거 무서운 거다.) 그리고 조금은 빠른 [아라베스크][머나먼 추억]을 연속해서 들려준 후 1부가 끝났다.

 

2부는 [머나먼 빛]으로 시작됐다. 머나먼 빚이라... 빛이던가?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빛이든 빚이든... 그리고 [나의 누이를 위하여]를 연주했다. 난 처음 이 곡이 그렇게 유명한 곡인 줄 몰랐다. 그냥 가뇽할배 음악 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몇 곡 중에 한 곡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귀나 캐나다사람 귀나 비슷하게 생긴 건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뇽할배는 형제가 많다고 한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한 20명 되나? 더 되나? 그럼 진짜 상상하기 싫다.) 그래서 어머니 대신 자기를 보살펴준, 돌아가신 누이들을 위한 곡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우리 엄니가 생각나더라... 해 저무는 줄 모르도록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들 걱정에 놀이터에 찾으러 오시는 엄니...




 
 

 

다음 곡들도 신곡을 두 곡 들려주었다. 한 곡은 제목을 잘 못 들었고, 한 곡은 [마지막 무도회]란다. 솔직히 무도회라는 말은 낯설기 그지없다. 무도회를 가본 적이 있는가? 무도회가 뭐하는 곳인 줄 아는가? 춤추는 곳인가? 난 모른다. 알고 있음 리플 달아 주시라. 그래도 음악은 좋더라.(나이트라고 리플 달면 굿거리 장단에 부르스 추는 인간으로 알겠다.)

 

다음 곡은 바로 [조용한 날들]이다. 정말 유명하고 많이들 아는 곡. 맨 처음 우리나라에서 가뇽이란 이름을 알린 곡이다. 처음 앙드레 가뇽할배를 접했을 때, 이 곡을 듣고 있음 무아지경에 빠지는 시절이 있었다. 삶을 체념한 듯 멍해지고 봄볕 가득한 창가에 앉아 마음속 가득 수북히 쌓인 따스함을 느끼면 온 세상이 망해버려도 좋다라는 느낌.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 이 곡 하나로도 이 세상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버린. 놀기 바빴던 고교시절 내게는 한줄기 희망 같은... 그런 음악이었다. 그런 음악을 창조주님께서 직접 연주해 주시니 그 감격이란...오~~~~ 음악이 끝나고 3초간의 여운은 정말 짜릿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는 마지막 곡이란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직 [가시나무]가 안 나왔다. 가시나무는 나오리라~~ 그래도 프로그램 상 마지막 곡은 [눈]이다. 눈이 쌓인 풍경이나 눈이 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음악을 들어보란다. 한 여름에 눈이라... 작음과 조금으로 시작하여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눈이 내리는 곳엔 따스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추위보다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이 났다.

 

앵콜곡은 하덕규의 [가시나무]였고 나름대로 해석이 너무나 좋았다. 이제는 모두 끝나고 가뇽할배는 메르시 보끄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곡을 모두가 함께 부르고 마치자고 한다. 도대체 어떤 곡 이기에 함께 부르지? 혹시.... 혹시나 했던 곡이 흘러나오자 청중들은 환호성를 질렀고 모두가 박수를 치며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연은 끝이 났다. 완전히.

 

오늘 공연은 정말 좋았다. 처음에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갖가지 표정들과 온갖 향수로 진동을 하던 공연장이 음악이 시작되자 공연장 내의 공기의 색과 향기를 점점 바꾸어 갔다.






 
 

 

공연 사진들이 다 심심하다구?..어쩔 수 엄따.

 

그리고 그 공기는 거기에 있는 모든이의 옷깃속에 가슴속에 잔뜩 스며들어 영원히 간직될 것이다. 이곳의 이들. 모두에게서 오늘 머금은 향기와 표정이 영원토록 같다면 개성은 없어도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들에게 믿어야만 보이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오늘밤에는 눈 쌓인 들판을 맨발로 뛰노는 꿈을 꾸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볼까?^^;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위촉위원
비니루 (
bumkiy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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