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한국축구 구원받았다 2001.06.08.금요일 백의민족 白衣民族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말을 줄기차게 들으며 살아왔다. 우리민족은 흰옷을 숭상하고, 흰색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국토의 모양도 토끼의 형상이며, 흰색을 표방하지 않느냐. 우리는 역사적으로 남을 침략한 적이 없는 순하고 착한 민족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일제 식민지 사관에 입각한 우민화정책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지 오래다. 그렇게 흰색을 사랑한 민족의 왕은 어째서 흰옷을 즐겨 입지 않았으며, 각종 건물의 처마에 깃든 화려한 단청은 무엇이었던가? 즐거운 명절이나 혼인식이 있는 날이면 왜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던 흰옷을 제쳐둔 채, 색동옷으로 한껏 폼을 냈던거냐. 아시아전체를 호령했던 고구려의 우렁찬 기백은 다 뭐냐. 기본적으로 한민족은 흰색을 사랑한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너무나 가난했던 평민들은 평상복에 염색을 할 돈조차도 없었기에 할 수없이 흰색의 무명천을 입을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름답게 나염을 한 색동옷들은 아끼고 아껴서 정말 귀중한 날에만 입었던 거다. 물론, 양반넘들은 소복을 제외하고는 평상복에도 비단옷을 입고 다녔었고.
열두번째 선수들 서포터즈 97년 여름. 이 나라 대한민국에 국가대표선수단을 응원하는 서포터즈가 생겼다. 붉은악마 (red devil). 이들 서포터즈는 국가별 A매치시에 선수들에게 엄청난 용기와 힘을 주기에 감히 열두번째 선수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2001년. 월드컵을 1년여남겨둔 시점에서 난데없이 백의천사 라는 서포터즈가 창단되었다. 일부 기독 개신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이 단체는 홈페이지상에서 자신들을 국민의 염원과 꿈을 담은 대표적 서포터즈로 칭하고 있다. 또한 민족의 얼을 찾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숭상한다. 라고 홈페이지 첫머리에 창단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단군상을 우상숭배라며 목을 자른 사건을 기억한다. 또한, 일화축구단을 통일교라는 이유만으로 몰아내었던 성남의 개신교 사건도 기억하고 있단 것이 문제겠다. 도대체 무엇에서 그들은 이같은 어이없는 주장을 해 대는 것인가? 성남에서 일화축구단을 몰아내던 당시 통일교 일화축구단 성남유치반대위원장 엄기호 목사님 이분 백의천사 서포터즈의 위원회에 속해 있으시다. 아아 목사님. 종교적 의미를 가진 축구단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라는 명언을 하셨던 분이 종교적 의미를 아주아주 듬뿍 담은 서포터즈 창설의 중심에 계신다. 재미있지 않은가? 성남일화축구단이 있기이전에 성남에 있었던 할렐루야 축구단은 무엇이었나?
붉은악마, 백의천사 이름공방전
현재 한국국가대표축구팀의 공식 서포터즈는 붉은 악마(RED DEVIL) 이다. 83년 멕시코 청소년 축구에서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4강에 올랐을 때에 현지 언론에서는 유니폼의 붉은 색깔을 빗대어 그들은 마치 붉은악마처럼 질주해왔다 라고 표현한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95년 하이텔 축구동에서부터 시작된 붉은악마 서포터즈는 현재 김대통령이 명예회원으로 가입한 것들에서부터 전국적으로도 수백만의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 이름중 DEVIL이라는 부분을 단지 사탄으로 해석한 일부 개신교들 사이에서는 붉은 악마를 사탄집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독교적 관점에서 붉은에 대비되는 하얀과 악마에 대비되는 천사가 조합되어 백의천사라는 이름이 탄생된 것이다. 졸라 멋지다. 서포터즈의 이름이야 백의천사가 되었던 파랑말똥구리가 되었던 상관이 없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백의천사는 민족얼과 전통문화숭상 이라는 것을 표방하는 것일까? 또 홈페이지에서는 KOREA는 동방예의지국, 우리는 백의민족, 우리응원단은 백의민족응원단이라는 서로 연결도 안되는 삼단논법을 펼치고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서 백의민족이고 그래서 백의민족응원단? 도대체 동방예의지국과 백의민족이 무슨 상관이 있냐?
또 동방의 해뜨는 나라 예의지국 꼬레아에 언제부터 천사라는 것이 전통적으로 칭해져 왔더란 말인가? 그렇다면 왜 우상숭배라는 이유로 단군상에 칼을 댄단 말이냐. 기독교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19세기가 아니었더냐. 실로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표현들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개탄했다. 백의천사가 전통문화숭상과 얼을 붉은 악마라는 이름 자체가 문제던가? 실제로 미국에서는 백인우월주의에 입각한 KKK단을 부르는 애칭(?)으로 또한 코카인을 칭하는 애칭으로 White Angel을 쓰곤 한다. 이또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의천사의 목적성 2001년 3월 말경 궁민일보에 게재된 기사의 내용을 인용해보도록 하자.
본 기자, 직접 준비위원장과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인용할 수 밖에 없는 점 이해해주라. 준비위원장의 말 한마디 없이 기사를 쓰면 그또한 편파적이 아니겠냐.
서포터즈란 정말 축구를 사랑해서 아무런 조건없이 그들의 활동을 지켜봐주고 꾸준히 성원해 마지않는 사람들의 집단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소속감을 강요할 수 없고, 후원을 강요할 수 없다는 거 되겠다. 진실로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가입하고 응원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데 백의천사 가입신청서를 잘 살펴보면 회원을 세등분해 두었다. 응원단원, 기도회원, 후원회원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가입하는 사람들은 회원축에도 못 낀다. 단원이다. 기도를 하거나 또는 후원을 해야만 회원이 될 수가 있는 거다. 그런가 하면 홈페이지에서는 1000원과 5000원짜리 유료 ARS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후원비를 받는 다는 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명백히 기독교단체가 주축이 되어 창설된 서포터즈란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 이러한 항목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순수를 표방하기 위한 한 방편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축구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순수, 민족, 전통문화등에 호소하는 이들의 창단취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한국-호주전 에서의 화려한 응원 얼마전 있었던 호주전. 붉은 악마 응원단의 반대편에는 수천명의 백의천사응원단이 있었다. 하얀색 옷을 입은 백의천사 응원단이 그토록 많은 수였던 것에 대해 기자도 심히 놀래버렸다. 그런데, 6월 8일. 백의천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학생의 글을 보고는 박장대소해 버렸다.
실제로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관람했던 시민들은 붉은악마의 응원과 대비되는 엇박자의 백의천사 응원. 전체 관람객이 흥에 겨워 시도되는 파도타기응원이 백의천사응원단쪽까지만 가면 끊어져 버리는 것. 경기전 예배기도와 응원가로 사용되는 찬송가, 복음송 들에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축구선진국들에는 오랜 전통을 가진 서포터즈가 있다.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서포터즈는 기본적으로 축구단과 동일한 유니폼이나 색상의 옷을 입고 응원을 펼친다. 그래서 그들은 열두 번째 선수이다. 붉은 악마들이나 국내 축구리그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입은 모습은 실로 장엄하다못해 숭고하다. 그런데, 백의천사. 흰옷이다. 5대빵으로 대패한 지난 프랑스전. 그 경기를 지켜본 필자의 한 외국인 친구는 프랑스응원단이 참 많이 왔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참고로 당시 프랑스 유니폼은 흰색이었던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기에 그대들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선수단과 동일한 옷을 입어 경기장 전체를 물들인다는 것은 서포터즈의 기본적인 응원방법이다. 온통 노란색 물결이 파도를 치는 브라질의 국가대표경기, 녹색 출렁이는 독일 대표팀의 경기, 그런 장엄한 장면들을 떠올려 보라. 축구에서 색은 단순한 색깔이 아니라 그 나라를 상징하는 자존심이다. 붉은 색 넘실거리던 잠실벌과 상암동월드컵경기장을 생각해 본다. 찬란히 넘실거리는 붉은 색의 물결 중간에 하얀색... 서포터즈의 기본응원방침조차도 배제한 채 한국을 대표하는 서포터즈가 되겠다는 야심찬 꿈에 본 기자 할말을 잃어 버렸다. 그러다 그들이 굳이 흰옷을 지향하는 이유를 홈페이지에서 찾아버리고야 말았다.
그랬었구나. 그랬던 거였었구나. 이제 우리 대표팀의 유니폼은 흰색이 되는 것이었구나. 축구팬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정보를 신생 서포터즈가 먼저알고 대처하다니. 정말 대단한 정보수집력이 아니던가. 정녕 그대들의 파워는 속세인들이 알지 못하는 저 깊은 곳까지 뻗쳐 있었던 거였구나. 붉은악마 서포터즈들이여. 이제부터 붉은색의 응원복을 락스에 푸욱 담궈 물을 빼 버리자꾸나. 그대들이야말로 단지 축구를 사랑하기에 붉은 색을 버릴 수 있는 진정한 서포터즈들이 아니었더냐. 현재는 백의천사 홈페이지에
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한 문장이 더 추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아는가. 초기원문은
그래. 영국의 훌리건이 훌륭한 서포터즈였구나. 프랑스월드컵에서도 2002 한국일본 월드컵에서도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는 그들을 본받고 싶었더냐? 많은 사람들이 백의 천사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이유는 단지 붉은 악마라는 서포터즈가 있는 데 새로운 단체가 나타났기 때문에 벌이는 텃세가 아니다. 종교적 색채가 있다는 그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도 아니다. 그 준비우원장님의 경력에 나타나는 정치적 색채를 문제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축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남의 팀 색깔을 입고 응원을 분열시키며 찬송가 부르는, 경기장 분위기 해치면서 축구를 이용해먹는 짓을 그만두란 말이다. 축구 응원단이라면 응원의 룰을 지키고, 그 룰보다 종교가 중요하다면 축구를 들먹이지 말라.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간혹 지하철에서 예수천국불신지옥이라며 목놓아 소리지르는 선교인을 볼 때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가? 또한, 종로길바닥에서 자주 마주치는 도를 아십니까?를 만날때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가? 정녕 아흐흑. 그래, 이것이 진리였던 게야 라는 생각이 들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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