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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크라잉 넛 "영화도 보고, 쑈도 보고"



2001. 6. 13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6월 9일 토요일, 정동 이벤트홀이었다. 전체적인 행사는 5시부터 시사회 1시간 반 가량, 그리고 7시부터 라이브 리싸이틀 3시간가량으로 하여 진행되었었다.


뮤지션이 자신에 관한 영화를 준비해서 상영하고, 거기에 공연을 곁들인다는 것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한 시도라 할 만하다. 게다가 저 공연 역시 얼마전에 발매된 이들의 세 번째 앨범 <하수연가>의 발표회를 겸하는 것이고 하니, 전체적으로 입봉의 성격을 띠는 행사였단 거다. 일찌감치 저 앨범을 손에 넣어 들어본 넘들이라면 공연장에서 어케 연주될 것인가의 기대에 부풀기도 했었을 것이고....


본 기자 역시 출동하여, 영화도 보고 쑈도 봤다. 어땠냐구? 못 가본 넘들을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평가를 해 주지.


 


 영화 시사회 <이소룡을 찾아랏!>









경과

 [6월 셋째주] 덩가 등극

등급   크라잉 넛에 환장하는 광팬 관람가
 
  여러 분야의 영화 이리저리 짬뽕, 요로콤조로콤 화면갖고     장난치능거 선호하는 자 관람가
  이소룡에 환장하는 광팬 관람불가

당 영화는 한 마디로 크라잉 넛의, 크라잉 넛에 의한, 크라잉 넛 팬들을 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한 장면...저 넘아가 누구건냐?...


홍데 주변에서 의문의 떼죽음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현장에는 이소룡과 관련된 단서만 차곡차곡 쌓여간다. 보다 못한 크라잉 넛밴드의 한경록이라는 넘이 범인을 잡기 위해 탐정노릇을 한다는 얘기로 시작을 하는데...


조 정도만 보고 손에 땀을 쥐는 수사물/활극을 기대했다가는 큰 좃 다침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서울이라는 도시에 생활의 근거지를 두고 있는 외국년넘덜의 인터뷰 화면이 잊혀질 만하면 튀어 나오고, 조 사건과는 상관엄씨 크라잉 넛 뮤직비됴가튼 화면도 수시로 낑궈든다. 무엇보다 수사한답시고 만나는 년넘들마다 몽조리 꿩삶아먹은 소리덜만 하고 앉았으니, 정상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라면 누구라도 스토오리 따라 잡기 힘듬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될수록 당 영화가 조런 스토오리보담은 뜬끔없이 던져지는 대사덜, 아님 일반 극영화와 다큐멘타리의 짝짝꿍, 정사진 이어붙여 동작 만들기 등등 형식에 대한 실험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하여 이소룡에 대한 뭔가 오묘하고 흥미진진하고 잼나는 스토오리 보려고 영화 보러 간 넘들 궁디에 쮜내림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대신, 크라잉 넛 애덜 얼굴만 나와도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넘덜이라면 나름대로 즐거운 영화 감상 시간이 되었을 터이다. 쪼까 폼잡고 업자덜 용어를 쓰자면, 크라잉 넛 팬덜을 위한 컬트 영화라 이 말이다. 공연을 앞두고 나온 전채요리로서는 부담없이 즐길 만한 시간였단 얘기다.


요런 전차로, 당 영화를 덩가 등급에 봉한다. (아직까지 평가 기준이 아리까리한 넘은 요기를 눌러 바라)


 


 크라잉 넛 3집 <하수연가> 발매 기념 리싸이틀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이었는디 좌우 폭도 넓고 2층의 경우 고정좌석이 마련되어 있어 그런지 동급의 인원수용이 가능한 라이브클럽들과 비교해 월등히 커 보이는 장소였다. 특히 널찍하게 마련된 스탠딩 석을 양떼가튼 인파가 가득 채워 버리자 크라잉 넛이 이런 대규모 리싸이틀을 가지게 되었다니...라는 느낌에 본기자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더랬다.


돌이켜 평가하자면, 본 공연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88%의 좋음과 12%의 아쉬움을 유감엄씨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좋음부터 이야기해 볼까나.


일단, 그린 힐/파스텔/레이지 본이라는 세 팀의 게스트가 나온 걸 감안하더라도 한 뮤지션의 공연이 3시간동안 이루어 졌다능건 대단한 거다. 얘네들은 새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이소룡을 찾아랏!]부터 시작해서 앵콜곡인 [말달리자]꺼정 총 26곡을 연주하고 너래하였는데, 3집 전곡은 물론이고 크라잉 넛의 팬덜이 얘네들의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는 몽조리 뽕을 뽑았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니까 레파토리만 갖고 보면 아쉬움이란 10원어치도 찾을 수 없는 리싸이틀이었다는 얘기다. 욕봤다.















본 공연의 다채로운 퍼포먼스덜...위에서부텀 풍물패/마임/무용...


그리고, 공연이라는 말보다도 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겠다 싶게, 중간중간에 정말이지 다채로운 이벤트랑 퍼포먼스를 마련하여 볼거리들이 넘쳐났었다. 풍물패, 첼로, 게스트 보칼 등 요번 앨범 작업에 참가했던 세션들이 총출동한 것은 기본이고, 한경록의 불뿜기 쇼우마임같은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원곡이 가지고 있는 감흥을 이백푸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얘기다.


특히나, "몸 파는 아가씨들도 예수나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한경록의 비장한 멘트와 함께 소개되었던 신곡 [붉은 방]의 무대에는 벌건 조명 아래 벌건 옷을 입은 무용수가 등장하여 부니기를 잡음시롱, 슬램에 미쳐 날뛰던 신체건강한 대한민국 청년남녀들을 잠시 숙연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니기를 학실히 띄우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스탠딩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광란의 도가니탕 지향성 과격 액션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시간 동안 이루어진 공연이었음에도 다덜 보약달여먹고 왔는지 지침없이 슬램의 왕도를 향해 말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층 고정좌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 역시 분위기가 무르익자 지형지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신없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코쟁이 관객덜도 듬성듬성 목격되었는데, 때로는 손에 발잡고 엉망진창이 되었다가 때로는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에 호응하는 울나라 관객덜과 잘 적응해서 즐겁게 노는 듯 보였다.


 


이제 쪼까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결국 또 다시 사운드가 문제였다는 거시다. 대 규모 공연 시설에서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그런지는 몰겠지만 기타나 키보드 등 고음 출력에 있어서 심각한 뭉개짐 현상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기타 솔로의 비중도 커지고 연주력의 면에서 들을 게 많아진 신곡들 무대에서 저런 사운드에 대한 아쉬움은 더 컸단 얘기다. 야심찬 기타 사운드 실험이 돋보였던 [몰랐어]의 후반부 솔로는 본 공연시 걍 일관된 잡음의 연속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귀를 찌르는 피드백과 하울링 사운드는 공연이 후반부로 접어들어서도 별반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다한 고출력 덕택에 음반으로서는 도저히 느끼기 힘든 빠워를 느낄 수 있었다는 측면은 분명 있었다. 특히 [붉은 방]가튼 곡에서의 후반부 리듬 배킹은 원곡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함 덕택에 특유의 신파적 비장미가 훨씬 잘 살아났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근데 어쩌냐, 솔로가 나와도 바로 리듬 기타 사운드에 묻혀 버리는 거슬.


크라잉 넛의 공연장에서 죽어라고 놀아 보자고 작정하며 온 넘덜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몰겠지만, 일취월장의 연주력 향상을 보여준 신작의 곡들을 현장에서 음미해 보고자 공연장을 찾은 넘덜에게는 일말의 아쉬움이 가슴 한자락을 적셨을 거시라는 게 본 기자의 최종 소견 되겠다. 넘 많은 걸 바란 건가?









오널의 포토제닉 상 되겠다. 전방의 두 쉑시녀 멜 주시라.....쩌비..



 


열분덜의 공연 후기를 기다리다 울다지쳐 잠드는
딴지 베스트/워스트 임시위원 겸
딴따라딴지 공연전담반 수석기자
카오루 (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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