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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오후 5시 26분,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에 베일에 싸여 있던 국정교과서 집필진 중 한 명을 찾아냈다는 기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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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올라왔다.


대경상업고를 찾아가 그곳에 9개월 경력의 상업 교사로부터 자신이 '집필진이 맞다'는 실토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기사가 올라가고 몇 시간 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그가 집필진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자진사퇴함을 밝혔다. 


성희롱 발언으로 사퇴한 최몽룡 교수에 이어 두 번째 사퇴자가 나온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신분이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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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의 작성자는 윤근혁 기자. 문득 궁금해졌다. 본지는 앞마당에 TF팀이 들어와도 몰랐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필자를 찾아낸 것일까? 


의문만 갖고 있던 차에 본지 자유게시판에 기자의 지인이 글을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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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자게에 기자의 지인이 삽입한 페이스북 캡처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게 되었다. 알고 싶다! 이 기자의 노하우! 혹시 그의 노하우가 다른 필자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봄직했다. 


바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쪽지로 번호를 남겼고 전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인터뷰를 잡고 평소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코코아 기자(이하 코)를 대동해 서대문에 있는 전교조 사무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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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사무실

일부 애국보수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인공기나 김씨부자 초상이 걸려있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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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로 서로 준비 없이 편하게 보자고 한 윤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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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분이다. (응? 가수 김연우?)


퍼그맨(이하 퍼) : 형식적이겠지만 일단 독자 분들이 윤 기자 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하실 것 같으니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윤근혁(이하 윤) :  제 소개를 하라 이거죠. 너무 자기 자랑처럼 보일 것 같아서... 대학을 89년도에 들어갔어요. 서울교대. 초등교사가 되겠다는 생각 없이 들어가서 학교를 7년을 다녔어요. 공부를 못해서. 7년 만에 간신히 졸업했죠.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학교를 7년 다니면서 학보사를 들어가게 되었던 거죠. 거기서 일하다 보니 교육과 언론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둘 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사람의 생각 변화를 목적으로 하거든요. 둘 다 중요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굴러먹다 보니까 교사도 하면서 교육 기자도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지금 나이가 46이니까 20살 때부터 교육기사를 쓰기 시작해서 26년 동안 교육기사만 줄창 써온 거에요. 좋다고 해온 거죠. 


교사 일은 99년에 발령 받아서 하게 됐는데 교육 기자 일을 교사 일과 양다리 걸치듯 하며 오래 한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자기 자랑 같지만...


독자분들이 보시기에는 '저 새끼는 왜 초등학교 교사면서 10년 이상 기자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실 수 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이렇게 된 거 같아요. 대학교 때 교육과 언론을 같이 하겠다, 교사만 하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생각을 하긴 했는데 사실 전교조가 없었다면 못 했을 거거든요. 전교조는 합법노조라 노조전임자 제도가 있어요. 교육부에서 노조전임자에 대해서 파견 취직을 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저는 전교조에서 만드는 '교육희망'이라는 신문을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계속 전임을 하러 나와 있었던 거에요. 계속 나와 있었던 건 아니지만 99년 3월 1일에 교사가 되었는데 16년째 교사 일을 하고 있는데 16년 중 10년을 나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전교조를 사다리 삼아 재수 좋게 교육 기자 일을 해온 사람입니다. 제 쓴 것 중 사람들이 기억하는 기사가 있다면 그런 걸 쓸 수 있게 다 멍석을 깔아준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거죠. 


기자 일을 하는 시간 동안은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꿈을 이룬 거니까요. 교육과 언론 일을 같이 하는 게.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퍼 : 그럼 법외노조가 되면 지원이 끊기겠네요. 


윤 : 그렇죠. 법외노조가 되면 제 꿈이 헝클어지는 거죠. 학교로 들어가야 되냐 해직 당해야 되냐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건데 내년 1월 21일날 2심 판결이 나게 됩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퍼 : 바로 사건 얘기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필자를 찾으려고 취재를 시작해서 알아내게 된 것인지요.


윤 : 대한민국에 교육기자가 몇 명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등신이기 전에는 필자를 찾으려는 마음을 다 갖고 있을 거에요. 궁금하잖아요. 


원래는 궁금해하게 만들 문제가 아닌데 괜히 IS 복면 쓰고 게릴라 활동 하듯이 정부가 교과서를 그런 식으로 쓰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기자들은 복면을 벗기고 싶어지죠. 보수든 진보든 누구인지 다 궁금해하고 있어요. 47명 중에 신형식이라고 이대 교수는 스스로 공개한 거고 나머지 46명이 누군가, 과연. 저도 궁금해했고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찾아봐야 되겠다 생각을 했죠.


퍼 : 가끔 생각하시다가 구체적인 실마리나 방향이 잡힌 계기가 된 사건이 있어서 움직이셨겠네요.


윤 : 제 기사의 대부분은 독자분들이 방향까지 잡아가지고 제보해 주시는 것들이에요. 대부분 저는 기사 제목 앞에 [발굴]을 붙입니다. 계속 그렇게만 쓰니 욕을 먹기도 하는데 그래도 [발굴]이란 말을 다 붙이려고 해요. 이게 발굴 기사를 잘 쓰는 요령이거든요. 보는 사람이 이 기자는 발굴 기사 쓰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고 제보를 더 잘 해주거든요. 일반 기사 쓰는 기자하고 발굴 기사 쓰는 기자 있으면 제보자가 어느 쪽에 제보하고 싶겠어요? 당연히 발굴 기사 쓰는 기자죠. 그러니 대한민국 교육 기자 중에는 제보로 보면 제가 제일 부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에도 3개에서 7개 정도는 제보가 들어오는데 그런 제보 중에 하나가 이번 제보였습니다. 


어느 날 반가를 한 번 가볼까 하고 누워있는 상황에서 누가 저한테 SNS로 개인 쪽지를 하나 보냈어요. 그걸 보고 반가를 안 내고 나온 거죠. '아 씨바, 내가 반가낼 때가 아니구나' 그렇게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가 그 학교로 처들어간 거에요. 대경상업고등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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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스트리트 뷰 상의 대경상고


제가 전달 받은 것은 A4 3장 분량으로 '대한민국을 집필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어떤 교사가 있다더라. 그 교사의 이름은 김형도다' 그 정도의 제보였어요. 그걸 보고 제가 벌떡 일어난 거죠. 8시 반인가 9시 쯤이었는데 그냥 에라 모르겠다 자버리고 12시에 일어나려다가 부랴부랴 사무실에 나와서 가방 내려놓고 대경상고를 간 거에요. 확인 없이 제보만 가지고 기사를 쓸 수 없었거든요. 직접 확인하지 않고 직접 증언 듣지 않으면 쇠고랑을 찰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간 거죠.


학교로 들어가기 전에 짜장면 집에서 짬뽕 한 그릇 딱 시켜 먹으면서 생각을 했어요.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아,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일종의 잠입인데... 그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고 만나서는 얘기를 끌어내야 할 텐데...' 짬뽕 먹으면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학교로 찾아갔는데 졸라 언덕이드만요. 200미터를 걸어 올라갔는데 학교 정문에 수위가 없어서 그냥 들어갈 수 있었어요. 교무실까지도 잘 들어갈 수 있었고요. 들어가서 보니까 김형도 선생님이 앉아있더라고요. 뭔가 업무를 보고 있길래 잠시 기다렸죠. 


무슨 말을 할까 계획이 서있던 건 아닌데 순간적으로 굳이 나를 소개할 필요 없겠다, 내가 전교조 신문, '교육희망' 기자 윤근혁입니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안녕하세요. 김형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국정 교과서 집필하시게 되셨다면서요." 했죠. 그랬더니 "예, 바로 접니다!"


이 대목에서 모두 빵 터졌다. 비밀로 부쳐진 와중에 이렇게 쉽게 실토를?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그 분은 뭔가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이게 극비리에 되는 거잖아요. 전화로 다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고. 국사편찬위에서든 교육부에서든 와서 훌륭한 나에게 전령병 같은 걸 보내서 극비리에 뭔가를 전달해주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갖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결과적으로는.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갔는데 누구라고 얘기도 안 하고 축하드립니다, 했더니 예 바로 접니다, 제가 그렇게 됐습니다, 맞습니다, 자부심 있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니, "잠깐 이리 앉으시죠. 제가 긴히 할 말이 있습니다." 하고 불러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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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제 명함을 주고 얘기를 했는데 사실 들을 건 다 들은 거였죠. 더 이상 안 나오리라 봤어요. 그렇다고 국편에서 나왔니 교육부에서 나왔니 사칭하면 이런 것도 쇠고랑 찰 일 생기는 거니까요. 그래서 '교육희망' 기자라고 솔직하게 밝혔더니 그 때부터 얼굴이 씰룩대더라고요.


퍼 : 예상했던 것과 다른 사람이구나, 아차 싶었겠네요?


윤 : 네. '비밀이라서 얘기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뒤에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면서 얘기하길 거부하더라고요. 듣고 좀 안 믿겼죠. 일 년 뒤면 모를까 한 달 뒤에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A4 용지 3장 분량으로 선생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거는 시인했어요. 아까 '네, 맞습니다'하면서 교과서 집필자가 됐다는 거랑 메시지 보냈다는 거, 이 두 가지가 시인이 된 거죠.


퍼 : 메일로 보낸 건가요? 


윤 : 아니요. 교사들끼리 보는 메신져로 쫙 뿌린 거였어요. 사실 그 내용은 제가 읽어보지 못했어요. 다른 기자들이 많이 전문을 달라고 했지만... 제 기사에도 보면 작은 따옴표로 되어있지 큰 따옴표로 안 되어 있잖아요.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따로 확인한 게 있었기 때문이에요. 김형도 선생님이 확인을 안 해주셨기 때문에 교장, 교감 선생님을 만나서 확인을 했어요. 그 분들은 증언을 잘 해주셨어요. 제가 판단하기로는 김형도 교사가 국편에 가서 교과서 집필하는 것을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얘기를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아무튼 기사에 인용한 '13개월 동안...' 등의 내용은 그 메시지를 본 분들의 확인을 받은 거에요. 


그 학교는 전교조 조합원이 한 명도 없어요. 착각하는 분들은 '윤근혁이 날로 먹었네. 조합원 한 명이 딱 찔러갔고 알아냈네' 하지만 아니에요. 그 학교 교직원들과 미리 통화한 바도 없어요. 저한테 제보를 준 분은 제 3자였어요. 그러니 관계 기관 여러분들은 그 학교에서 누가 제보를 했는지 색출할 필요 없어요. 


코 : 기사만 봤을 땐 그 상업교사분이 '사요나라' 등의 표현을 쓴 것도 그렇고 굉장히 독특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대면했을 때 인간적인 느낌? 같은 건 어땠었나요?


윤 : 30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앳된 얼굴에 피부는 하얬어요. 아주 순수해 보였어요. 키도 좀 작았고... 착해보였어요. 세상 물정을 그렇게 잘 알 사람은 아닌 거 같다, 그렇게 생각했고 껄껄 화통하게 웃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있는 편인 사람인 듯 한데, 그렇게 모나거나 도전적? 공격적? 그런 사람은 또 아닌 것 같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그런 성격이다보니까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특별한 생각 없이 국정 교과서 집필진의 자리에 오르게 됐으니 내가 이런 사람이다 하는 깔때기를 대게 된 거 아닌가. 그게 A4 용지 3장이 된 거 아닌가...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퍼 :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은 김형도 씨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하셨나요? 그냥 단순하게 사건 내용만 확인하신 건가요? 


윤 : 물론, 뭐, 교감 선생님이랑은 주먹다짐 전까지도 가고 그랬었어요. 제가 얘길 안 해서 그렇지. 왜 허락 안 받고 교장실 들어가니, 당신이 뭐니, 드잡이까지 가다가 약 40분 동안 얘길 했는데 20분 정도 싸우고 20분은 동지애를 느꼈다. (웃음) 교장 교감 저 이렇게 셋이 동지가 된 거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김 선생님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긴 했지요. 그렇지만 이건 국정교과서 필진한 거랑 무관할 수도 있고 직접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전달드리긴 힘들 거 같아요. 


퍼 : 제가 궁금한 건 김형도 씨의 인격적인 면이나 그런 게 아니고 과연 무엇 때문에 그 분이 선정됐을까? 연줄이 있나? 이거에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으셨을까, 해서요. 


윤 : 그거에 대한 부분을 제가 물어봤었죠. 그런데 두 분은 김 선생님의 배경에 대해서는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제가 따로 알아보니까 김 선생님이 다니고 있는 대학원은 100퍼센트 다 집필 거부한 역사학 교수만 있었어요. 국편 모 실장이랑 통화도 해봤는데 100퍼센트 공모다. 초빙한 게 없고 추천 받지 않았다. 공모에 응모한 사람 중 현직 교사는 19명이었거든요. 전국 교사 40만 명 중, 물론, 역사 교사들은 한 7000명 정도 돼요. 7000명 중 19명이 지원을 한 건데 그 19명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국편이 거짓말할 거였으면 아예 그 사람은 집필자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얘길하더라고요.


코 : 남경필 경기도지사랑 먼 친척이라는 얘기가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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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이종사촌인데 그건 맞아요. 남경필 지사도 시인을 했다고 하고. Jtbc 기사 등을 보면. 그런데 저는 제 기사에 그런 거 안 썼어요. 남경필 지사가 국정교과서를 엄청 찬성하는 사람이면 써볼 수도 있었는데 남경필 지사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건 연줄로 보기엔 안 맞아요. 물론, A4 용지 3장 분량의 메시지에는 그 내용도 썼다고 해요. 그렇지만 남경필 지사랑 협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깔때기 대는 차원에서 있어보이려고 쓴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나를 홀대하지 말아라.' 저는 그렇게 봤고... 누군가가 갖다 꽂아줬다는 걸 배제할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실은 새내기 수준의 교사거든요. 가르치기도 벅찰 사람을 책을 쓰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데 그 정도 수준의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는 그 현실이 국편 입장에서는 스스로 애달팠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그러니 누가 꽂아준 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퍼 : 그냥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네요?


윤 : 네. 국편도 뭐, 자기들은 절대 초빙한 적이 없고 19명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답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김형도 선생님한테는 계속 전화를 드리고 있어요. 통화가 안 되고 있어서 그렇지. 제가 궁금한 건 스스로 그만뒀느냐, 그만두라고 그래서 그만뒀느냐, 예요. 국편이 지금까지 거짓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스스로 그만뒀다는 것도 거짓말이라는 의혹이 좀 있거든요. 10시간 전만해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던 일이었는데 공개됐다고 해서 스스로 그만뒀다는 거가 잘 이해 안 돼요. 


퍼 : 그럼 현장 취재에서는 교장 교감 선생님 만난 게 마지막이었던 건가요? 내용 확인한 것이? 


윤 : 그렇죠. 그리고 나와서 진재관이라고 편사부장이라고 있어요. 국사편찬위원회에. 이 양반이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역사를 연구하던 사람인데 2015 개정교육과정 역사 과정을 연구하다가 중간에 편사부장으로 옮겨간 거거든요. 그 때 제가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올해 10월이었을 거에요. 아무튼 그 양반한테 전화를 해서 물어봤죠. 그런데 KBS 이사장 이인호를 만나서 자료 받은 거를 제가 기사로 낸 이후로 제 전화를 일체 받지 않아요. 그래서 카톡으로 '김형도 선생님이 공모를 통해서 된 거냐, 아니면 초빙을 통해서 된 거냐' 그렇게 물어봤죠.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서 질문한 거였는데 읽기만 하고 답변은 없었어요. 교육부에 김연석 역사교육정상화 추진팀장이 있어요. 그 양반한테도 전화했는데 마침 받더라고요. 똑같은 질문을 했죠. 그랬더니 '우리도 몰라요. 교육부도 집필자 누가누군지 몰라요. 47명인데 어떻게 알아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러면 교육부도 확인 안 해주고 국편도 확인 안 해주고 제가 기사 쓴 건 한 5시나 6에 첫 기사가 나갔던 것 같은데 그날, 10일 날이죠. 그러면 지금 있는 건 김형도 스스로의 실토 밖에 없는 거에요. 그 상태에서도 기사화했을 때 쇠고랑 찰 가능성은 있어요. 과대망상증 환자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임명 받지 않았는데 임명 받았다고 확신했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사에는 '그렇게 했다고 본인이 실토했다'라고 썼지, 확인됐다고는 쓰지 않았어요. 또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거기에 대해서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라고 되어있죠. 


그 기사가 나간 다음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국편이 밤 10시 45분 쯤에 '맞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그만 둔다고 해서 그만 두는 것을 허락하기로 했다'는 보도 자료를 내면서 일단락이 된 거죠. 국편이 시인을 빨리 한 셈이에요. 일 년 내내 안 할 줄 알았거든요. 필자가 드러났어도 그냥 갈 수도 있는 거였는데. 


코 : 그 날 제가 좀 놀랐던 거는 오마이뉴스 속보가 뜨고 커뮤니티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졌는데 인기 검색어에도 안 오르고 포털 뉴스에도 전혀 안 오르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포털에서 그 기사를 외면하더라고요. 다음 날에도 오히려 동아일보가 받아 쓴 기사만 올리고... 그런 거 보면 어떠세요?


윤 : 영화 '설국열차'있죠. 언론에도 꼬리칸을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 칸 언론들은 개판쳐도 예쁘게 보는 거에요. 그리고 꼬리칸 언론들은 앞으로 못 넘어가고. 물론 가끔 제가 쓰는 것 중 앞으로 넘어가는 것도 있어요. 그래도 몇 십 년 썼으니까.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같은 경우는 다 무시되죠. 이를테면 교육부에서 이 달의 스승이라고 매년 열두 명, 달마다 교사를 선정하는 게 있어요. 그런데 올해 2월 달에 그 중 8명이 친일 행적이 있다고 드러난 거에요. 그 첫 기사를 제가 3월 6일 날 썼거든요. '최규동, 친일파' 그거 포털에서 하나도 안 나왔었어요. 그러다가 이틀 있다가 난리가 나고.


그 다음에 세계교육포럼 5월 22일인가 할 때, 문아영이라는 사람이 한국 대표였거든요. 그런데 한국 정부가 사실과 다른 발표를 해서 이 사람이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못 하게 막아서 왜 나한테 발언권을 안 주냐, 하고 따졌던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묻혀요. 제가 동영상을 찍어 올리니까 수백만 명이 그 동영상을 봤는데도요. 


코 : 되게 현장감 있는 영상이더라구요. 


윤 : 그렇죠. 동영상 보시면 외국 사람 와도 저는 어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하죠. 거기 기자 서른 명 있었지만 저 혼자 동영상 올리고 기사 쓴 거였어요. 특종이죠. 특종상도 받았고. 그런데 포털은 제 기사 안 옮겼어요. 제 기사를 그대로 베껴다가 '~했다'를 '~했습니다'로 바꾼 <헤럴드경제> 거를 올렸어요. 그래서 이거 걸어서 돈 좀 벌어볼까? 하다가 그냥 놔두자, 그러고 말았죠.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 기사가 돈 벌려고 썼던 건 아니니까. 


윤근혁 기자가 촬영한 세계 교육 포럼 영상


아무튼 꼬리 칸과 머리 칸을 갈라놓고, 침범 못 하게 하는 그런 카르텔이 있다는 느낌이에요. 기자실도 마찬가지에요. 교육부도 교육부 기자실 들어가는 사람과 못 들어가는 사람이 나뉘죠.


그런데 역시 이런 것을 깨트리는 것은 기사인 거 같아요. 기사로 깨버리면 되니까. 엉뚱한 소리 한 거 같네. 아무튼 포털에 안 올라갔어요. 제 기사는. 그래도 제가 썼다는 거 알 사람은 알잖아요.


퍼 : 네 그럼 다시 국정 교과서 집필진 얘기로 돌아가서, 그런 제보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경향인가요? 전혀 근거 없는 제보라도.


윤 : 많이 들어오는 건 아닌데, 어제도 하나 들어왔어요. 교수인데, 이제 알아볼 생각입니다.


코 : 사실 그게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파견을 가거나 하면 다 드러나게 되는...


퍼 :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는 따로, 공간을 쓴다든가 하면서...


윤 : 김 선생님이 13개월 동안 우리는 합숙에 들어가게 됩니다, 라고 A4용지 3장 분량 메시지에 썼다는데, 직접 그 용지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기사로 그대로 올리지 않았어요. 메시지 본 사람은 '합숙에 들어간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지만 '13개월 동안 같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친 거죠. 합숙은 오버에요. 합숙을 미쳤다고 시켜요. 현 정부가 바보도 아닌데. 합숙시키면 다 들통 나고 집필한 사람 누구인지 다 드러나는데 그걸 왜 합숙을 시키겠어요.


그리고 초등 국정교과서니, 다른 국정 과목에서도 합숙시킨 사례가 없어요. 수능 출제 10일이나 한 달 합숙하는 것도 그렇게 말이 나오는데, 누구 이혼시킬 일 있어요? 13개월 동안 합숙을 시키게. 대학교수들이 미쳤다고 그 긴 시간 동안 호텔에 들어가서 앉아있겠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 그거는 오버에요. 그 김 선생님의 오버. 그건 기자들이 판단해야 돼요. 끽해야 집필 끝난 다음에 주말에나 잠깐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본다든가 그런 거지. 합숙 안 해요. 그러니 그런 식으로 필진이 드러나긴 어려워요. 


대신 사람이 연말에 마음이 좀 풀어지잖아요. 술 한 잔 먹고 친구들한테 털어놓기도 하고. 괴롭고 그러면 울게 돼있는 거거든요. 그러면 다 나오게 돼 있어요. 몇 명은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퍼 : 보통은 교과서 집필을 해야 되니까. 공문 같은 걸 내린다든지 해서 교사에게 시간을 확보해주지 않나요?


윤 : 그게 국정교과서 기존의 방식입니다. 그래서 초등 교과서 같은 경우에도 필자들을 감춰왔다고 교육부가 보도자료 냈을 때 '그거 뻥이다'라고 썼던 거에요. 교과서 집필에 100명이 관계를 한단 말이에요? 그럼 100개의 학교에 그 사람 이름을 다 써서 공개 공문을 내려보내요. 며칠 날 무슨 세미나를 하니까 보내주십시오. 이런 걸 10번에서 20번 내려보낸다구요. 공무원 사회라는 게 출장비를 주려면 공문이 있어야 주는 거거든요. 이렇게 기존 국정교과서는 공개하는데, 이번에는 이걸 안 하는 거예요. 


퍼 : 공문도 안 내려보내고... 그러면 집필하는 사람들은 평소 업무 하던대로 하면서 집필도 집필대로 해야하는 상황이네요.


윤 : 그걸 비판한 언론이 한두 군데 있었어요. 공문도 안 내려 보냈다더라. 공문 당연히 안 내려 보냈죠. 공문 내려 보내면 나 같은 사람은 바로 알거든요. 누군지.


퍼 : 어떻게 보면 7000여 명이나 되는 교사 중에 19명밖에 지원을 안 한 이유가 있는 거네요.


코 : 한편으로는 집필할 수 있는 환경도 제대로 보장이 안 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윤 : 환경이라기보다도 지금 국정 교과서에 참여하는 거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고, 쪽팔리게 여기기 때문인 거 같아요. 친일 독재 미화할 거라는 이야기 나오고, 북한하고 몇몇 나라밖에 안 하는데다가 유엔에서도 하지 말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다가 들키면 얼마나 쪽팔려요. 힘들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 교과서 쓰면 그거만큼 좋은 경력이 없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주요 약력이 될 수 있는 거지만, 그래서 안 하는 거죠. 


퍼 :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치라거나 통계를 낸 건 아니겠지만, 90%가 편향되었다는 얘기를 정부가 해서, 저는 19명이라는 게 진짜 너무 적구나, 국정교과서 찬성하는 교사가 10% 는 되지 않을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윤 : 사람들 스스로 아는 거죠. 그래도 100명 정도는 할 수 있는데 19명이면 적어도 아주 적은 거에요. 지금 46명이죠. 한 분 그만뒀으니까. 그 46명 중에 교사가 몇 명인지 몰라요. 정부가 밝히질 않으니까.


퍼 : 만약에 집필진으로 선정이 됐는데, 그 중 힘들어서 중간에 못 하겠다 그만 두는 사람이 생기면 새로 인력을 충원을 해야 되지 않나요?


윤 : 지금은 충원 할지 안 할지도 얘기 안 하고 있는 상태고요. 숫자가 많으니 충원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한 거 같은데, 그러고보니 그건 저도 국편에 물어보지를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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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김 선생님은 고대사 담당이었다고, 들었는데...


윤 : 네, 그분이 고대사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봤을 때는 요번 사태 보면서 제풀에 겁나서 그만둔다고 하는 교사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퍼 : 발표가 안 났다 뿐이고 말이죠?


윤 : 그만두고, 새로 교체를 해도 우리는 알 수가 없잖아요. 비공개니까. 그리고 나중에 누가 썼는지 밝힌다 하더라도 정말로 그 사람들이 썼는지 모를 거에요. 알 수가 없잖아요. 이름만 빌릴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검증이 안 되니까. 그런데 모든 거짓말은 오래 가지 않는다고, 나중에 꼭 쪽팔릴 일 생길 거에요.


퍼 : 그 교사분들 급여는 학교 원무과에서 알고 있지 않나요? 학교에서.


윤 : 교사 월급이 아니라, 집필 요원은 정부 예산이 있잖아요. 


퍼 : 원무과에서는 볼 수 없는 금액이다?


윤 : 그 돈은 지금 비밀스럽게 책정돼 있겠죠. 올해 임시경비로 냈기 때문에 야당이 예비비 지출 내역을 달라고 한 거 아니에요. 기억이 정확한지 몰라도 50억 정도 책정됐었는데 22억인가는 벌써 광고비로 썼다면서요? 그 돈 빼고 남는 20몇 억 가지고 운영비든 뭐든 쓸 수 있다고 본다면 그래도 원고료는 많이 주리라고 봐요. 최고의 대우를 하겠다는 식으로 장관이 얘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코 : 근데 그 공무원이니까 급여내역이 개인통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행정실 통해서...


윤 : 아니, 아니에요. 개인으로 가요. 정부에서 주는 돈은.


퍼 : 그러면 그렇게 해서 드러나진 않겠네요. 


윤 : 네. 뭐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면 학교에 얘기하겠어요? 앞으로도 학교 쪽에 얘기 안 할 것 같은데. 국편 사람들도 나는 모르리라고 봐요. 몇 명만 알지. 교육부 직원들도 장관하고 몇 명만 알지 누가 누군지 알겠어요?


퍼 : 이번처럼 자기가 말하지 않으면 거의 나오지 않을 그런 필자들이네요?


윤 : 주로 이제 자백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자백. 실토. 그 외에는 뭐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퍼 : 끝으로 이런 질문 한 번 여쭙고 싶은데요. 이번 국정교과서 사태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을 안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국정교과서로 배우든 검인정 교과서로 배우든, 그 자체가 아이들의 사관을 결정지을 순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번 일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듣고 싶습니다.


윤 : 국정교과서 문제는, 제가 보기에는 형식적으로는 분명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기는 싸움이었어요. 처음부터.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내용으로는 현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는 싸움이에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시죠? 


그들은 실무에 짓눌러서 국정교과서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놓은 게 사실 효과도 없는 거죠. 그거 만든다고 그게 자기네 아버지가 좋아지고, 역사에 영항을 준다? 아이들에게 영향도 못 주고 역사적으로는 욕을 먹을 뿐이에요. 


또 전교조 조합원이 국정교과서 국면에서 많이 늘었어요. 우리가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된 거에요. '와- 이거 말도 안 되는 정권이구나. 말도 안 되는 교육 침해세력에 대해서 우리가 경각심을 가지고 싸워야 되겠구나.' 이러면서 뭉치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이게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기는 싸움이 될 거에요. 


저들은 계속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 양치기 소년이 되다 못해, 빤스만 입고 뛰어다닐 상황이에요. 1년 지나면? 개망신 당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중간 중간에 비밀TF건 처럼 비밀로 하다가 들키는 일이 계속 생길 거란 말이에요. 


교과서 나오고 해봤자, 원래 2018년에 나오기로 한 거를,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가 끝난 다음이기 때문에 안 되겠다, 1년 무리하게 앞당긴 것 같은데, 한 1, 2년 쓰다가 팽 당할 교과서에요, 이거는. 다음 정권을 어느 쪽에서 잡든. 


퍼 : 오히려 그때 가서 국정교과서 제도가 없어지지 않더라도, 그대로 국정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금 대통령한테는 과히 보기 좋은 내용은 아닐 수도 있겠네요?


윤 : 그럼요. 그리고 정권이 뭐든 개입해서 제멋대로 하려는 것은 정권의 사유화고, 그 연장선에 있는 일이 국정교과서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외면당하고 일부 독재 국가, 후진 국가에서나 있는 거예요. 싸움의 승패를 내용과 형식 떼어놓고 얘기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겠습니다만, 전체로 보면 이기는 싸움이라는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국정 교과서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운동한다, 언론 일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엄숙한 것만 하려고 해요. 그런데 사람이 일의 경중을 다 따져가면서 어떻게 살아요. 자기 꼴리는대로 할 때도 있어야지. 이 국정 교과서 국면은 즐길 수가 있는 일이에요. 형식적으로만 진다고 생각하면 패배감이 안 드니까요. 그러니까 다른 운동하시는 분들이든, 누구든 이 국면을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결국 국정교과서는 탄생되리라고 보지만 그 수명은 짧을 거고 오히려 더 좋은 역사교과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역사 공부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더 많이 실감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교조 조직국장이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아닌가' 얘기하기도 해요. 


퍼 : X맨으로 침투한 사람 같단 얘기죠?


윤 : X교사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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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 마지막으로 어제랑 그제 2000년부터 쓰신 기사를 쭉 봤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교육계 흐름이 다 보이더라구요. 누구나 다 한국 교육을 비판하잖아요. 그만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이 있는 교육계이지만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윤 : 아이고, 그거는 저의 삶에 하나의 좌우명과도 관계돼 있는 거고. 좌우명이 제대로 서지 않는 제 입장에서는 쉽게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근데 분명한 거는 다른 건 필요 없이 일단 아이들이 행복해야 돼요. 지금 행복하지 못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20년 뒤에도 행복하지 못해요. 20년 뒤에 판, 검사가 되든, 대통령이 되든, 지금 행복하지 못 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환경이 되어도 행복하지 못 해요. 지금의 불행이 마음의 병을 만들어 놓으니까요. 패키지여행 가보셨는지 몰라도, 뾰루뚱해서 두세 명은 항상 인상 쓰고 다니잖아요? 수백만 원 내고도.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여기는 차가 안 좋고, 날씨가 흐려서 죽겠고, 다리아파 죽겠고' 이러는 거죠. 그래서 교육은 지금의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게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고. 그러니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것을 없애려고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운동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것을 계속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89년도는 제 대학 입학 년도이기도 하지만 전교조가 시작한 해이기도 합니다. 99년도에 합법화가 되구요. 25년 동안 그 안에 있으면서 지켜본 결론은 그래도 아이들이 점점 더 행복해지는 길로 갔다는 거에요. 물론 아이들이 더 교육에 스트레스 받고, 자살하기도 하고 했지만... 교사들도 열 받고 불행하면, 아이들한테 꼭 보복을 하게 돼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싫더라도 교사들까지 행복하게 해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자기 자식한테 더 좋은 기운이 갈 거 아닙니까? 교육도 그렇고 교사들 환경도 점점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10년간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역류의 기운이 느껴져요. 희안한 정권들 때문에. 더군다나 국정교과서 같은 경우는 역사까지 제멋대로 만들려는, 역사를 가지고 제멋대로 장난치려고 하는 거기 때문에 공익보다는 사익을 위해 하려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고 그러니 우리는 싸워야 하는 거죠. 요는, 지금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데, 행복해지는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교육이고 우리가 해야할 운동이라는 것. 이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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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단순히 본지 앞마당 TF와 너무나 대조되는 그의 취재 선빵 사례에 욱해서 시작한 인터뷰였는데 결과적으로 25년 대선배 기자의 기운을 전달 받은 느낌이다. 그러나 훈계라는 느낌 보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었다. 분명 그가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대하는 느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거다. 


인터뷰에서 가장 웃겼던 대목은 필자를 찾아가 단 번에 실토를 들은 것, 교장 교감과 주먹다짐까지 갈 뻔한 것 같은 취재 과정에 대한 얘기였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 '이길 싸움이니 즐길 수 있다. 그러니 중요하다'는 그의 이번 국정교과서 국면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사회에서 올바른 일은 곧 공익을 위한 일을 뜻할 것이다. 공익이라는 단어를 행복으로 바꿔도 그 맥락은 달라지지 않는 듯 하다. 


국정교과서를 단순히 교과서 하나 이상하게 만드는 거 막자는 차원의 문제로 생각할지 아니면 다수의 행복을 깨려는 사람들과 맞서는 차원의 문제로 생각할지는 각자의 자유겠다. 그러나 후자처럼 생각하는 윤근혁 기자는 분명, 행복해보였다. 






딴지일보 cocoa,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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