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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느들이 장애인을 아능감?

2001.5.22.화요일
딴지 장애인 복지 우원회

화창한 봄날에 한창 똥꼬가 근질근질 하던 차에 경상이 형아가 얼굴이 찌그러진 채로 나를 만났다.

 

"헝아? 똥 마리남?"
"아뉘! 그렇게 급해 보이냐?"
"그럼 와 그리 얼굴 찌그리는데?"
"아 쒸바쉑덜. 왜 길바닥에 말뚝 박아 놓는데!"

 

그렇다..헝아는 길바닥에 놀부가 심어놓은 말뚝에 쪼인따를 채였던 거다. 시퍼렇게 멍이든 헝아의 쪼인따를 보믄서 나의 똥꼬 저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솟아 오름을 느꼈다. 이 이것은 무엇이더냐? 가슴 한가득 차오르는 부끄러움이더냐..






 
 

 

졸라 무섭지?

 

경상이 헝아는 나보다 나이가 쪼매 많은 시각 장애인이다. 하지만 희미하게 나마 사람의 형태는 쪼까 보인다(참...여기서 시각 장애인이라 함은, 정상인보다 시력이 낮은 사람이라 생각하믄 쉽겠다. 전혀 앞을 볼수 없는 사람부터 아주아주 두꺼븐 안경 끼고 있는 사람덜 까지를 생각해라). 헝아는 고딩때 시력을 잃었다. 시신경이라고 눈에 연결되어 있는 신경인데, 이게 살아 있어야 눈이 보이는 거다. (자세한건 묻지 마라. 나도 잘 모른다.)

 

근데, 이넘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만, 결국에는 그저 희미한 형태만 보이는 지금 상태까지 온 거다. 몇 번을 좌절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그러다가 맘 고쳐먹고 차카게 살기로 하였단다. 소개는 여기까지 하자. 내가 말하려고 하는 건, 헝아의 자서전이 아니다.

 

찔뚝거리는 헝아를 위해 나는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서비스를 제공했다. 뭐 이상한 생각들 하지 마라. 그저 버스를 태워주는 정도니깐. 하지만 버스 정류장까지 가믄서 나는 다시한번 똥꼬 깊숙한 곳에서 용솟음 치는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도덕체 어떤 쉐이덜이 이러한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는 수십개도 더 되는 말뚝이덜이 잔뜩 박혀 있었다. 대충 세어봐도 20개는 족히 됨직한 말뚝들. 헛헛.. 평소에는 별로 신경 안 쓰고 걸어가던 나도, 오늘만큼은 생각을 해 보니깐 절라 많다는 느낌이 팍팍 온다. 물론 이 말뚝들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는 독자제위덜 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모른다고? 그렇담 본 기자가 설명해 드리겠다.

 

이 말뚝은 한마디로, 아무케나 차 세우는 나아쁜 쉑 들을 막아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고, 심겨졌다. 지 꼴리는대로 불법주차를 일삼으며 보행자의 통행에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는 나아쁜쉐이덜을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하기 위해 심겨진 말뚝이덜. 이게 별로 문제될껀 엄따. 왜냐믄 두 눈 잘 보이는 쉐이덜이야 살살 피해가믄 그만이고, 그래도 불법주차 함 해보겠다고 기어 올라오는 나아쁜 넘의 쉐이덜도 살살 피해서 올라오면 그만이다.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게 보이지 않는다믄 문제가 달라진다. 생각해 봐라. 니덜이 두눈 꾸~욱 감고 벽을 향해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조만간 벽에다 박터지게 헤딩을 하던지, 아님, 엄지발톱 빠져나갔음이 보고될 꺼다.

 

그러나, 이 말뚝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는 별로 관심들이 없다. 왜냐고? 그 사람덜은 그냥 찌그러져서 사니깐.

 

그래서 본 기자 정말 고민했다.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하지만, 해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어용 좃선에 투고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며, 뚱아일보 역시 한통속이니, 아무래도 답답한 본인의 심정 토로할 곳은 오로지 딴지의 독자제위 분덜이 아니겠는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제, 독자제위께 아주 조금이나마 시각장애인의 답답함을 토로해 보고자 한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말뚝은 여러분들도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이 말뚝은 시내 중심가 뿐 아니라 후미진 골목길에도 어김없이 꼽혀있다. 뿐만 아니다. 횡단보도 앞에도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물론 불법주차를 막아낸다는 취지는 높이 사 줄만 하다. 하지만 말이다.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지나가던 개구리는 비명횡사 할 수도 있다.




 
 

 

하던 이야기 계속 할까? 자 일단 내가 길 안내를 하믄서 버스 정류장까지 오게 되었다. 몇분을 기다린 끝에 도착한 고급 좌석버스. 왜 고급좌석을 타냐고? 욕하지 마라.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일반 시내버스보다는 시각장애자들이 이용하기가 한결 수월하단다. 하지만 이것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말했나? 경상이 헝아는 쪼까 보인다고. 그래서인지 버스를 타믄 시각장애인 이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실제로 헝아를 첨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 그렇게 본다. 생긴건 말짱해가지고, 니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까만 썬글라스에 하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그런 장님이 아니니깐. 현재 상태가 이렇다 보니, 헝아가 올라 타믄 기사 아찌는 바로 악셀을 사정없이 후린다. 그라믄 뻐스는 우아아아앙~! 하믄서 똥꼬에서 방구를 뿡뿡 꾸면서 냅다 달려나가고, 헝아는 이리저리 흔들리믄서 어렵사리 빈자리를 찾아내야만 한다. 이때, 아주아주 단순 무식한 쉐이덜, 이렇게 물어 본다.

 

"씨바야..그냥 맨 앞에 앉으믄 되자너?"

 

물론 그러면 된다. 하지만, 본 기자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

 

"이 씨바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함 해바바. 지금부터 두눈 꼭 감꾸, 화장실 가서 응가 함 해바바!"

 

두눈 감아바라. 머가 보이나? 그냥 깜깜 하지? 그러고 평생을 산다고 해바라.






 
 

 

이러케....

 

흔들리는 버스에서, 비장애인도 서 있기가 힘이 드는데, 두눈 꼭 감고 서있어 바라. 얼마나 어려운지 금방 알게 될꺼다. 그러나 어케어케 해서리 버스를 탔다고 해도,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머냐고? 탔으니깐, 내려야 할 꺼 아닌감?

 

우리들은 내리기 전에 창 밖의 풍경을 감상 하믄서 이야~! 저 뇨자 쌔끈하구먼! 하다가 "어~! 다 왔구먼" 하고 벨 누르고, 손잡이 잡고 있다가 내리믄 그만이다. 하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그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일단 보이질 않으니깐 옆에 김혜수가 앉아있든지, 아님 류미오가 지나가든지 알 턱이 없고, 오로지 버스안에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가끔 내 집 안방처럼 휴대폰을 붙잡고 떠드는 술취한 아자쒸나, 얼굴에 화장을 떡칠하고, 집에 있는 악세사리는 다 걸고, 붙이고, 뒤집어쓰고 나온 아줌마 때문에 한정거장 더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목적지에 다다르면 이번에는 벨을 찾기 위해서 온 신경을 다 써야만 한다.








 
 

 

 

나를 눌러줘!

 

저기까정 언제 간단 말이냐!

 

하지만 이 벨을 찾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산 넘어 산이던가! 아 쒸바. 이넘의 벨 이라는게 어떤 넘은 창문틀에 붙어있고, 어떤 년은 에어컨 바람구멍에 붙어있고, 어떤 쉐이는 천장에 붙어있고, 미친년 널뛰듯 이곳 저곳에 지 맘대로 갖다 붙여 놓았다. 덕분에 이넘의 벨 한번 누르려면 이곳저곳을 애타게 찾아 헤메며 더듬거려야 한다. 이러다 보믄 한 두 정거장  쯤은 지나가기 예사지. 어쩌다 운이 좋아서 같이 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곡마단 체조를 함 해야 한다. 일단 의자에서 일어나 천장에 붙은 손잡이를 잡고 문까지 가야만 한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정말 처량하다. 무신 원숭이도 아니고 말이야.

 

결국 헝아는 버스를 타자마자 결심한다. 에이..내려서 지하철을 타자.

 

타자마자 내려버린 헝아는 조심 또 조심을 외치며 지하철역으로 걸어간다. 왜 지하철 타냐고? 그나마 지하철이 더 편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도 가시밭이다. 제발 부탁인데, 쓸데없이 연말에 예산 받은거 소비한다고 애꿎은 아스팔트 걷어내지 말고 보도 정비나 좀 잘 해둬라. 하긴. 그넘 쉐이덜은 맨날 자가용만 타고 다니니깐, 버스 요금이 얼마인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어렵게, 힘들게 지하철역에 도착한 헝아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지하철은 버스와 달리 장애인은 공짜로 표를 준다. 안내인 1인까지 혜택을 준다. 버스보다는 좋다고 할 수 있지.  






 
 

 

보아라! 무심코 설치된 부비트랩들을...

 

또 한가지 좋은 점. 지하철의 경우 비교적 시각 장애인을 위한 복지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게다가 버스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설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속에 외워 두기만 하믄,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쉽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버스보다는 좋은 편이지..

 

이렇게 힘들게, 어렵게 집에 간 헝아는 전화를 한다. 다음에는 니가 오든지, 택시비를 주든지 알아서 하라고.

 

시각 장애인들은 머리가 좋다. 특히 암기력이 굉장한데, 그 수준은 가히 똥꼬가 뒤집힐 만큼 대단하다. 그리고, 감각 기능이 발달되어 있다. 일단 시각적인 부분이 차단되다 보니깐, 청각이나 촉각이 대단히 발달된다. 아마 길거리를 지나 다니믄서 많이들 보았을 텐데, 시각 장애자용 보행 유도 블럭이라는 거이 있다. 이거 나는 아무리 밟아봐도 별다른 느낌도 없고, 그 블록을 따라서 길을 걷는다는건 똥침 세 번 맞는거 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헝아는 잘도 안다. 또 청력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0발자국 이상 떨어져서 혼자 중얼거리며 뒤따마 까다가는 박 터지게 쌈나는 수가 있을 정도다. 시각적인 방향감각을 청각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혼자 흰 지팡이 짚고 걸어가는 시각장애인 보믄서 욕하지 마라. 그가 눈이 안보여서 니 코뼈 못 뿐지는 거지, 결코 못들어서 그냥 가는거 아님을 명심해라. 잘못하믄 니 그 잘난 큰 코 주저 않는 수가 생긴다.







 
 

 

 

유도용 블록과 출입구 안내 점자 스티커

 

이번에는 간단하게 뭐가 문제인지를 말했다. 하지만 이건 새발의 피다.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의 실태와 함께, 왜 시각장애인들이 깡통을 들고 가투를 벌이는지, 안마 시술소가 왜 오해를 받고 있는지, 결국 장애인보다 더 병신같은 넘들의 쌩쑈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는지를 함 디벼줄꺼다.  

 

 

장애인 복지를 부르짖는
방배동 지니(dennis2@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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