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기나 도에 관심있으십니까 2001.4.25. 수요일 수수께끼의 존재, 그들 시절이 하수상한 이 세상에 강호제현 제위들은 익히 그들을 마주쳤을 것이다. 행인들끼리는 아는 사이가 아닌 이상 서로 눈을 마주쳐도 시비를 걸어도 안 되는 것인데, 유독 그들만은 친한 척 하면서 우리에게 슬슬 접근한다. 군중 속의 이름없는 한 개체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 아파트 옆집 사람 얼굴도 모르는 이 시대에, 그들은 정녕 시대의 반란자들이다. 당신은 길거리의 낯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십년지기를 만난 듯 친한 척 할 수 있는가? 어색하고 쑥스럽고 쪽팔리고 등등, 그런 모든 장애는 그들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직업>을 굳이 분류하면 앵벌이, 매춘부, 깡패, 도인 등으로 나뉘어진다. 그런데 앵벌이의 행동반경은 지하도나 육교, 전철 등에 한정되어 있고, 매춘부는 청량리 오팔팔이나 미아리 등의 사창가만 일부러 지나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 깡패는 속성상 뒷골목에 나타나며 험상궂은 사람의 경우는 너끈히 피할 수 있고, 드라마 모래시계에도 쓰이고 최근 화제의 영화 친구에서도 등장하는 등 너무 많이 알려져 별로 재미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남은 "도인"이란 존재, 정말 수수께끼의 존재이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지,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지, 그러면서도 여러 대학교나 거리, 서점 등의 불특정한 장소에서 대책없이 나타나지.....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아니 도인들을 만나지만 정작 그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늘날 현대 사회에 도인 말고 그런 집단이 또 있던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뭐하는 사람들인지 아무도 모르는.... 필자, 이 수수께끼 집단 체험담을 늘어놓으려 한다. 필자는 생김새가 이상해서 그런지 그들과 40여번에 걸친 조우를 하였고, 워낙 할 일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심심풀이로 그들을 따라가보기도 수차례, 나름대로는 그들을 남보다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바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체험을 바탕으로 장광설을 함 풀어보겠다. 만 남 도인들과의 조우는 대체로 우연적으로 이뤄진다. 물론 도인들은 필연이라 주장한다. 물론 그들의 출몰지역은 불특정한 장소라 하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 쉽게 말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다는 것이다. 사냥감이 많은 곳에 사냥꾼이 지나가고 얼룩말 떼거리를 사자가 찾아다니고 어획고 많은 곳에 원양어선이 떠다니는 것과 어쩐지 비교된다. 일단 그런 장소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그들은 인연이 닿는 사람을, 혹은 먹이감을 물색한다. 98년도 당시 그들의 첫마디는 대체로 이랬다. "기나 도를 아세요?" 그래서 그들 도인을 상징하는 기호는 "기나 도를 아세요"라고 굳어졌다. 그런데 요사이는 새천년을 맞아 도인들도 새로운 도를 깨달았는지 혹은 신세대 감각에 맞춘 마케팅 기법을 도래하였는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복이 많아 보이네요" 일단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매품으로는 "예수 믿으세요" "하나님을 못 믿으면 당신은 구원받지 못합니다" 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듣는 사람을 치켜세워 주지도 못하고 <만남>이란 것의 신비성을 부여하는 <인연>이란 명분을 못 확보한다는 면에서 여러모로 뒤떨어진다. 그리고 예수님이나 하나님은 이미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으니까. 일단 그렇게 도인들은 그렇게 인사말을 건넨 다음부터 이른바 <호객행위>로 보아도 좋은 행위를 하기 시작한다. 경험한 사람은 생각해도 치를 떨 것이다. 그 막강한 찐드기 정신. 정녕 도를 아는 도인들만이 보여주는 그들의 찐드기 정신이 지닌 무서움은 그들이 짜증하나 내지않고 미소 어린 단정한 모습으로 설득을 하려고 한다는 것인데 이는 진정한 프로 정신과 맞닿아있다. "한 사람이라도 깨닫게 하자" 혹은 "한 사람이라도 낚아서 구워삶아보자" - 분석 - 일단 그들이 어떤 상대부터 잡는지 거꾸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그들은 집단으로 모여가는 사람들은 잘 잡지 않는다. 철저히 일대일, 즉 맨투맨 전술을 펼친다. 아무래도 설득을 하려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낫지,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둘째, 그들은 우중충하고 자폐적이고 외로워보이며 소외되어 보이는 사람들을 잘 잡는다. 이것이 포인트인데 그런 사람들은 마음의 안식처를 못 잡아 어딘가에 안착하길 바라는 마음이 강하며 이런 사람들일수록 끌고가기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필자 같은 경우 항상 검은 옷만 입고 다니며 찡그린 인상을 하는 까닭에 그런지 몰라도 정말 신물나게 잡히곤 하였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명랑사회를 지향하며 돈만 좀 밝히는 현실적인 사람인데. 그리고 셋째, 그들 말에 따르면 인연이 닿는 사람 내지 정말 특수한 사람들만 그들과 조우한다는 것인데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이상하게 당신이 눈에 막 뜨이더군요." 기분 좋은 말이긴 한데 그렇게도 특수한 사람들이 널렸단 말인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한번씩 걸렸다고 하는데 그들도 선택받은 씨앗이란 말인가? 닝기리 압둘라. 뭐 이렇게 특수한 사람들이 쌔고 쌨나. 넷째, 그들이 잡는 계층은 백수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다. 백수야 시간이 많아서 탈인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어쨌든 이렇게 선택한 다음에 위와 같은 인사말을 건내는 것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만남 그 후, 이야기 속으로 그 다음에 그들은 정중히 부탁한다. "꼭 들으셔야 하는 말이니 한 오분만 할애해주십쇼" 그러면 마음약한 우리 소시민들이야 "뭐 그 정도는"이라고 하고 허락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렇지 않고 "급해욧! 빨리 가야 해욧"이라고 말하면 그들은 쪼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아, 그참 성질 더럽네"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쫓아오는 경우까지 있다. 실제로 필자는 마산에 갔다가 무시무시한 호빵같은 두 여편네에게 머리끄덩이를 아프게 잡혀서 도망간 적도 있다. 좌우지간 컵라면 하나를 끓이고도 남는 오분을 할애해준 우리는 대강 십오분에서 삼십분동안에 달하는 시간동안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실상 그 정도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우리들이 바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겠고 그들 도인들이야 숱한 경험과 연륜을 통해 계몽감 혹은 사냥감이 시간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얘기는 매번 다르지만 일단 자주 나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① 기(氣)와 도(道) 그런데 상당히 짤막히 나온다. 동양철학의 정수인 기와 도를 어찌 길거리에서 감히! 어림없지.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기와 도의 실용적인 부분이다. 즉 개벽세상을 맞이하려면 깨닫고 환골탈태해야한다는 것. 옛날에는 많이 강조되었으나 요사이는 다음의 복(福)과 화(禍)에 비하면 밀리는 경향이 짙다.
② 복(福)과 화(禍) 이 부분이 바로 포인트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든 자신의 운명이나 화복에 대하여 관심이 많으며 불확실한 미래가 어떻게 닥칠지 알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길흉화복에 대해서 자세히 점쳐주는 것이 아니고 대강 이렇게 말한다. "복이 많이 있으신 분인데 이거 누가 풀어줘야하는데…." 일단 이런 류의 대사는 우리로 하여금 그들에게 엉겨붙게 하는데에 지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혹시 알랴? 그들이 왕건의 도선대사, 이성계의 무학대사와 같은 존재일지. ③ 조상에 대한 강조 화복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 당신은 으뜸자손이군요" 으뜸자손이니 원조자손이니 등의 말을 하면서 조상이 쌓아놓은 공덕이 뭉쳤는데 그것이 잘 활용되지 않아서 큰일이라고 도인들은 탄식하듯 얘기한다. 한마디로 유교적인 이데올로기를 자극하면서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욕심까지 일깨우는 일석이조의 효과. ④ 우리말 강의 엥, 뜬금없이 무슨 우리말 강의? 이렇게 말한다. "혼줄났다는 것은요, 혼의 줄이 나간다, 즉 영혼이 나감을 말하는 거에요" 이런 우리말에 대한 기막힌 설명은 우리들에게 일련의 감동을 안겨주면서 도인들에 대한 어떤 공경심 같은 것을 배양하는 효과를 수반하나니. ⑤ 우주의 개벽에 대해 역설 뭐 개벽이란 말은 흔히들 쓰였고 텔레비전 광고에까지 등장하였으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단 도인들은 앞으로 개벽이 닥칠 거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종말론자들의 휴거설과 상당히 흡사하다. 각설하고 그들이 내세우는 이론의 배경은 오행설을 기초로 한 우주의 역법 계산이다. "지금 문명은 화(火)가 절정에 이른 우주의 여름 바로 끝자락입니다. 얼마 있으면 금(金)의 기운을 받아 우주의 가을이 닥치고 마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듯 개벽이 닥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준비를 하셔야죠" 여기에 송나라 시대의 역학자 소강절까지 동원이 되니 어쨌든 우리로선 반박하기 힘들 지경이다. ⑥ 강증산에 대한 설명 <대순진리회>의 시조인 강증산에 대한 설명인데 간단히 말하여 강증산은 이십세기 초에 한국에 태어난 미륵불이요 구세주란 소리이다. 특이한 점은 강증산이 천지대개벽 공사를 마쳤다는 것이고 그가 동학과 관련되어있다는 소리.
일단 여기까지 얘기를 마친 다음에 길은 두가지로 갈라진다. 그들을 무시하고 우리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그들의 말을 믿든지 혹은 억지로 끌려서 따라가느냐(잡혀가느냐) -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한 사람이라도 도를 깨우쳐주기 위해 혹은 세력을 넓히기 위해 데려가는 것인지라. 더욱 자세히 설명하면 위의 얘기를 듣다가 우리가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따라가려하면 그들은 투명가면을 벗고 "저 따라오세요. 이건 정말 한번밖에 없는 기회입니다"라는 식으로 장광설을 펴기 시작한다. 뭐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 하지만 필자 같은 경우는 정말 선택받은 사람인지 혹은 운이 나쁜 사람인지 몰라도 사십번은 넘도록 잡혀보았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다마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꼼수로 능히 짐작가능할 것이다. 자,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여기까지만 보자면 그들의 수법은 만병통치약을 파는데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상대방에게 두번 다시 없을 기회라고 강조하고 상대방을 운이 좋은 사람 내지 선택받은 사람으로 규정한 다음에 상대방이 잘 모르는 "개벽과 화복에 대한 동양철학적 이론"에 대하여 늘어놓는 것이 길거리에서 만병통치약 등의 수상한 물건을 늘어놓고 "손님들은 이런 물건 두 번 다시 못산다"고 강조하면서 "손님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칭송하고 이 물건의 제작 원리 및 효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텐데. 자, 여기부턴 일반론은 접어두고 필자가 경험한 "이야기"에 대해 적어보기로 한다. 그들을 쫓아가면 거기엔 과연 무엇이 있고 무얼 하게 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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