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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디벼보기 위원회] <아메리칸 뷰티>의 비밀

2001.4.5.목요일

딴지 영진공 별걸 다 디벼보기 위원회
 

안녕하셨습니까. 졸라~


이번에 갓 임명된 풋내기 수습위원 이규훈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에 [민원인 제보] 형식으로 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각을 피력함으로써 호떡집 불난 듯한 요란을 피웠었는데 격들 하시는지 몰겠슴다.


우쨌든 초반 썰을 너무 장황하게 풀어봤자 수뇌부의 강력한 태클에 의해 제지당할 것이 뻔하므로 곧바로 본썰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영화 Academy 시상식에 즈음하여, 오늘은 지난 해에 작품상을 수상했던 에 대해 그 속살을 까디비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번 에서 발견 할 수 있었던 것 처럼, 한국 관객으로서는 도저히 짐작하기 어렵고 그래서 영화를 잘 보고나서도, 또 무지 잘 된 영화라는 평을 수없이 접하고서도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영판 찜찜하기만 했던 그 느낌의 뿌리를 나름의 방법으로 슬몃 들쳐 내볼까 합니다.
 



이 영화가 스크린 뒷면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기 위해선 약간의 배경 설명이 필요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막 진행 중이던 바로 그 때.


미국의 민주당에서는 그 누구도 후보로 나서려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 질게 뻔하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당시 상원의원 Al Gore와 뉴욕시장 Mario Cuomo 등 쟁쟁한 인사들이 전부 왜 자신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열심히 홍보하는 웃지 못할 일 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때, 혜성과 같이 나타난 촌뜨기가 있었으니 바로 그 사람이, 지금은 너무도 잘 알려진 Bill Clinton, 당시 아칸소 주지사 였던 것입니다.


하여 그가 바로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선거전문가들의 동정과 함께) 질게 뻔하다는 선거전에 돌입했는데 ... 오잉, 이게 웬일이다냐.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실시 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Clinton이 월등하게 앞서 가는게 아닙니까. 그러자, 다 이긴 경기라고 실실거리고 있던 Bush (현 대통령의 아버지)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고, 부랴 부랴 Clinton의 약점을 찾아 내 공격을 퍼 붓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 때의 이슈들이 지금 들춰보려고 하는 이 영화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들이 무엇이냐 하면, "Family Value (가족의 가치)" (참고. 미국의 유명한 Rap 가수들이 이걸 제목으로 공연 실황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음, 물론 비꼬려는 의도에서), 마약흡연,미혼모 및 낙태 문제, 그리고 Gay (동성연애자, 특히 군 복무 허용 여부) 문제 였습니다. 하지만, 기어코 Clinton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고 ... 그리고 7년 후 (1999년), 다시 새 선거전이 막 시작하려는 즈음 이 영화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단순합니다. 아주 예쁘고 앳되기 그지없는 미나 수바리가 벌거벗은 몸으로 현혹하는 바람에 포스터를 봤어도 제목은 분명 안 읽었을 남성 분들이 전부 일 거라 생각하여 다시 말씀 드립니다.


"American Beauty: 미국의 아름다움".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미국은 아름답고 멋진 나라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그 난장판인 주인공 가족의 모습은 뭐냐, 그게 아름다움이냐 라고 물으시겠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영화가 근사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받게 된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갈등구조는 아주 단순합니다. 영화 내내 한 평범한 가정이 망가지는 모습을 펼쳐 보여 미국의 현실을 꼬집고나서는 막바지에 가서 한방에 그 갈등을 해소 시키고 곧장 미국은 그래도 아름답다"라는 결론으로 직행합니다. 그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들은 해고 당한 중년 사내의 바람기, 제 분수 모르는 마누라, 마약꾼과 눈 맞은 딸, 그리고 그 아버지를 은근히 유혹하는 딸의 친구 등 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주인공들과 그 실존모델을 연결시켜 보겠습니다.


                 중년 사내: Bill Clinton,


        마누라: Hillary Clinton,   


                 딸: Chelsea Clinton,


         딸 친구: Monica Lewinsky.  


그럴 듯 한가요? 그럼 왜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빈둥대기 좋아하고 안 좋은 방법으로 돈 챙기고 게다가 나이 어린 여자한테나 눈 독 들이는 중년 사내, 성공에 환장해서 남편마저 깔아 뭉개는 마누라,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측은한 외동 딸.


이 모습들은 바로 Clinton 일가에 부정적인 미국 내 한쪽 여론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바로 이 가족이 중심이 되어 미국의 전통적이고 고귀한 "Family Value"가 어떻게 망가져 버리는 지를 이 영화는 일관되고 통렬하게 그려 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게이와 마약도 어김없이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요.


실제 Bill Clinton 행정부 시기에 미국 내 여성과 게이의 인권이 엄청나게 신장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게이의 군대 복무를 허용한 것이 Clinton 이었고, 각종 대통령령을 통해 유색인종과 여성의 권리를 보장한 것도 바로 그입니다.


헌데, 이런 조치들은 어느 하나 빼 놓지 않고 미국 내에서 심각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었고 (공화당, 민주당 구분 없이 말 그대로 초당적으로), Clinton 부부가 일정 다수의 절대적 적대감의 대상이 된 중요 요인들 입니다. 하지만, 행운인지 능력인지 Clinton은 미국 내 경제가 사상 유래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음을 무기 삼아 그야 말로 꼴리는 대로 국정을 이끌어 나갔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나가던 Clinton은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 맞게 되는게, 그게 바로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인 것입니다.


사실 그 당시 제 주변의 많은 분 들이 "도대체 미국놈들은 아무리 그래도 지네 대통령이 바람 좀 피웠다고 저렇게까지 해서 나라 망신을 자초하나"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실은 그 뿌리가 방금 말씀 드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경제와 정책이 별로 흠 잡을 게 없으니까, 치사하지만 사생활을 물고 늘어진 것이었죠. 그리고 바람 핀 놈도 잘못한 건 사실이고.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암튼, 우리의 주책맞은 주인공 사내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는 미나 수바리를 품에 안는 소원풀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부터 이 영화의 찐한 독설과 궤변이 찬연한 빛을 발하게 되는데 ...


우리의 주인공은 그 순간에 너무도 놀라운 사실, 미나 수바리가 실은 생판 아무 것도 모르는 숫처녀임을 알아 채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접하자 마자 너무도 놀랍게 주인공은 난장판 이었던 그간의 자기 행실을 회개하면서 갑자기 너무도 건전하고 바람직한 미국의 아버지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


이런 기막힌 반전은 80년대 국정 홍보 영화에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닙니까, 데모에 미친(?) 대학생이 어느 날 밤 아주 우연히 남 몰래 눈물 짓는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뜬금없이 달기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머니, 다시는 데모 안 할 꺼여요 ..."라고 울부짖으며 회개하는 ...


다시 암튼, 주인공 사내의 느닷없은 변신시도까지는 그냥 그럭저럭 봐줄만 했었는데, 집요한 감독은 거기서 멈추지를 않습니다. 기어이 아예 주인공을 죽여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것도 군대 복무 중인 게이 (누가 게이의 군대 복무를 허용했었다고 했죠?)의 손을 통해서 말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부인까지 동원해 그에게 총을 들이대려는 상황까지 덧붙입니다. 그쯤에서 사실 조금 지나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 세상에 그것도 부족했었는지 맨 끝에서는 죽은 사람까지 불러내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미국은 이제부터 다시 또 아름다와질 것이라고 독백하게까지 만들더군요.




바로 이 영화가 수 많은 영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지난 해에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했었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Family Value"가 어떤 식으로 복구되어야 하는 지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하고 동시에 미국의 아름다움을 다시 일궈내자고 외쳤던 이 영화 - 당연히 작품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봐야 미국 놈이 지네 나라 얘기 한 건데 뭐 그리 요란이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다시 까 보는 이유는 일단 영화를 보고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답답해 하시면서 자신을 책망하셨을지 모르는 많은 분들에게 실은 그게 이런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고 위로를 드리고자 함이 그 작은 이유이고, 크게는 혹시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막연한 호감을 가지고 계실 지 모를 분들에게 실제 그 사회도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힘의 중심점에 따라 삶을 적응시켜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라는 예제를 통해 전달하고 싶어서입니다.


또 암튼,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때문에 <식스 센스>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마냥 기막힌 반전영화라든가 새로운 형식의 공포영화라는 등의 수식어로만 치장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음 편에 <식스 센스>와 그 연장선에 있는 <언브레이커블>이 <아메리칸 뷰티>보다 훨씬 세련되고 솔직하게 관객과 대화하고자 하는 영화라는 점을 까디비 밝히기로 하고...


우쨌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상 별걸 다 디벼보기 위원회였슴다.


 

 

딴지 영진공
별걸 다 디벼보기 위원회 나홀로 위원
이규훈
(
kyuhoonl@earth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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