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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三 國 志 (1)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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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三 國 志 (1)

2001. 3. 23. 금요일
딴지 삼국지 매니아 너부리

삼국지...


아마 삼국지 세 글자만 봐도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복받치는 독자들 많을 것으로 안다.


소설 삼국지를 읽으며 관우, 장비, 조운 등 이름만 열거하는 데도 본기사의 반은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 많은 영웅호걸들을 흠모하기도 했을 것이고, 게임 삼국지를 하며 무력, 지력 90이상의 인재를 등용해 천하통일의 엔딩 장면이 뜨는 그 날까지 뜬 눈으로 며칠이고 밤을 꼬박 샌 적도 있으리라.


서기 184년을 시작 배경으로 하는 삼국지는 대략 2000년의 시공을 초월한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따로 삼국지 코너가 마련되어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고, 실제로 박종화, 김구용, 이문열, 김홍신 등 국내의 내노라 하는 소설가들의 삼국지 번역, 평역본이 수십 종에 이르며, 삼국지관련 용어와 인물을 해설한 삼국지 백과사전, 삼국지 고증학, 삼국지 에센스등의 관련서적 또한 수십 종에 이르고 있다.


한 때는 서울대 수석 합격생이 논술을 준비하기 위해 소설 삼국지를 10여회 이상 읽었다는 인터뷰 내용으로 중고생들과 그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하나의 입시 교재로써까지 삼국지 열풍을 일으킨 바 있고, 최근에는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과 함께 각종 삼국지 동호회가 다수 생겨났으며, 삼국지에 대한 고증을 전문으로 하는 삼국지 연구소 사이트도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렇게 이미 인기도 많이 있고, 알려질대로 알려진 삼국지에 대해서 본 기자가 무슨 소리를 할려구 아침조회 교장선생님처럼 이리 장황한 썰을 풀어대고 있는 것일까.


쩝... 보믄 안다.
 


추억의 삼국지


본 기자 삼국지 매니아다.


너가 설마 진수(陳壽:233~297)의 정사(正史)삼국지와 나관중(羅貫中)의 소설 삼국지 원전을 번역해가며 같이 비교, 분석해서 읽기라도 했냐고 묻고 싶냐? 물론 아니다.


그럼 너가 울나라 소설 삼국지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요시가와 에이지의 삼국지연의를 직접 읽어 봤냐고도 묻고 싶냐? 그것두 당근 아니다.


씨바, 그럼 너가 국내 출간된 모든 삼국지를 다 읽은 거 가지구 지금 매니아라구 그러는 거냐구 또 묻고 싶지? ...것두 아닌데...


본 기자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를 비교해 읽어 본 적두 없구, 요시가와 에이지의 원전을 읽어 본 적도 엄쓰며, 몇몇 국내 유명작가의 삼국지를 읽었을 뿐 국내 출간된 모든 삼국지를 읽어본 적도 엄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기자 감히 삼국지 매니아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


본 기자 고우영의 무삭제 삼국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우영의 삼국지


고우영의 삼국지는 1978년도부터 일간스포츠에 연재되기 시작한 고우영 화백의 대표작 중 하나라 하겠다. 당시 그의 인기는 신문의 판매부수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70년대를 대표하는 3인의 청년문화 선두주자로 꼽힐 정도였다.


물론, 지금 30대 이상의 독자들은 이미 그의 유명세를 알고 있을 테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허나 새로이 삼국지를 접하게 되거나,한참 삼국지의 매력에 깊이 빠질 시기인 10대, 20대들에게는 고우영의 삼국지가 조금은 낯설 법도 하다.


이에 고우영의 삼국지를 30번 이상 숙독했으며, 10여종 이상의 국내 출간된 소설 삼국지를 열독했던 본 기자가 당당히 고우영의 삼국지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삼국지라는 확신하에, 이미 삼국지를 알고 있는 이들을 위하여, 또 아직 삼국지를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 독자제위께 고우영의 삼국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물의 재해석


 유비와 조조









고우영의 삼국지에서는 스토리의 가장 큰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비와 조조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르다. 유비는 선으로 조조는 악으로 대표되는 당시의 불문율과도 같은 인물설정에 대하여 과감히 딴지를 걸었다는 것이다.


위의 인물소개 그림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유비를 겁많고 우유부단한 쪼다로, 조조를 영민하고 카리스마가 있는 싸나이로 표현하고 있다.


좀더 예를 들어보자.



위의 내용은 조조가 여포를 친 후, 유비가 조조에게 빌붙어 살며 자신의 야망을 감춘 채, 바보행세를 하여 조조로 하여금 유비 자신에 대해 방심토록 유도한 대목의 평가이다. 작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얼마나 교활한가?









위의 내용은 유비가 전쟁터에서 줄곧 줄행랑을 치는 것에 대한 작가의 표현이다.


다음은 조조를 보자.







삼국지에서 묘사된 조조의 모든 행동을 미화할 수는 없다. 여백사의 일가족을 몰살시켰던 것이라던가, 천자를 등에 업고 명분만을 내세운 채, 자신의 권력욕을 충족시켜 나갔다던가, 의심 때문에 많은 충신들을 스스로 참수하였다던가 하는 일들은 분명 그의 악덕이라 할 것이다. 고우영 삼국지에서도 물론 조조의 간악한 행동에 대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고우영 삼국지에서 작가는 당시 반공사상과도 흡사한 정도로 우리에게 세뇌되었던 조조에 대한 평가를, 사뭇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즉, 한 사람의 일생을 어느 한 부분에 대한 대세적인 평가에 무작정 따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위 그림은 조조가 자신의 실수를 간하는 참모들의 의견에 대해 담백하게 자신의잘못을 인정하고 참모들의 의견을 따르는 장면이다.


 제갈공명과 관우


고우영 삼국지의 인물에 있어서 기존의 삼국지에 익숙해진 독자에게 가장 큰혼란 내지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바로 제갈양과 관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일단 작품의 내용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위의 발췌내용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관우에게는 임무를 하달하지 않고 있는 장면이다.


작가는 제갈량이 화용도에서 관우가 조조를 죽일 수 없음을 간파하고 일부로 화용도에 가게끔 하여 관우의 기를 꺾을 속셈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음은 제갈양이 주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오나라로 가는 대목이다.



제갈양이 주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시상으로 향할 때, 자신의 진의를 꽤뚫어 본 관우에 대해 평하는 대목으로, 여기서 작가는 제갈양이 삼고초려의 극진한 예우로 모셔와진 입장이기는 하나, 유비, 관우, 장비라고 하는 의형제의 틀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고, 특히 그 중의 관우는 문무를 겸비한 자로서 제갈양의 가장 큰 라이벌이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탁월한 시각과 상상력이 어우러져있다.



위 대목은 제갈양이 시상에서 주유의 명복을 빌고 빠져나온 후, 친구인 방통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제갈양의 의중을 떠보는 장면이다.


다음 대목은 관우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다. 작가는 형주땅에서 오나라의육손의 계책과 여몽의 용병술로 고전하고 있는 관우의 상황을 누구보다 제갈양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천재적인 전략가 제갈양은 그 상황에서 관우에게 아무런 조치도 해주지 않은 채, 수수방관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삼국지 전편에서 그야 말로 천재적인 지략과 용병술을 보여주던 제갈양이 유독 관우의 죽음을 야기시킨 형주성에서 오나라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아무런 후속조치도 하지 않음으로써 권력관계에서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관우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자... 이쯤이면 본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덜은 고우영 삼국지의 내용이 어디선가 많이 눈에 익은 내용이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현재 1,000만부 이상이라고 하는 출판업계 사상 최고의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초히트작이다. 그의 화려한 문체와 웅혼한 남성적 필체는 소설 삼국지를 좀더 삼국지 답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의 삼국지가 독자들에게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부분은 삼국지 인물에 대한 재해석과 인물간의 첨예한 갈등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즉, 유비와 조조를 기존 소설 삼국지에서의 천편일률적인 선과 악의 대결에서 탈피했으며, 또한 천재 지략가 제갈양에 대해서도 관우에 대한 콤플렉스 내지는 라이벌의식으로 여러 차례 관우를 견제하고, 형주에서의 관우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등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독자덜이 본 기사를 보며 확인할 수 있었듯이, 삼국지의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제기는 그보다 먼저 고우영이라고 하는 이 땅의 만화가에게서 제시되었던 것이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78년도부터 일간스포츠에 연재되었으며,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1판이 1988년도에 나왔으므로 시기적으로만 본다면 10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삼국지가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만이 삼국지의 결정판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고우영의 삼국지가 소설이 아닌 만화라고 하는 데서 느껴지는 완성도에 대한 선입관 때문이 아닌가 싶어 삼국지를 사랑하고, 울나라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본 기자로서는 씁쓸할 따름이다. 씨바.


패러디와 엽기의 원조


고우영의 삼국지는 전편에 걸쳐 기발한 패러디와 엽기적인 발상들이 배어 있다. 마치 성경책이 아닌 영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조조를 좃조라고 칭한다... 좃선의 태생이 연상되는 장면이기도 하다.(무삭제판)



삼국지의 중간 중간엔 일케 현실의 해학적인 세태를 반영한 곳이 많다...
당빠!
무삭제판에서



이 장면은 미인계에 넘어간 여포가 의부인 동탁을 죽이면서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 한 부분이다.



일본 만화에서나 봤을법한 엽기 하드고어가 20여년 전에 이미 울나라에 있었다는 것을 독자덜은 알고 있었는가? (이것두 물론 무삭제판에서 발췌한 부분 되겠다.)


이정도의 페러디와 엽기적인 발상들은 고우영 삼국지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의 장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한 에피소드 전체에 걸쳐 그 미묘한 패러디와 엽기를 보아야 하겠으나, 지면 관계상 전체를 보여줄 수 없음이 본 기자의 아쉬움이다. 궁금하믄 만화방가서 보거나 사서 보믄 되겠다.


단... 현재 만화방이나 서점에는 고우영 삼국지의 무삭제본을 볼 수는 없다.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심의에 의해 이리저리 칼질당하고 지우개질을 당한 너덜너덜 삼국지만이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자세히 까발려 준다.


서민적 구도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오직 영웅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근엄하고 충성스러우며 선과 악이 확연한 전형적인 인물들로만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중간 중간 민중이 바라보는 서민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 살갗게 나타나 있다.


특히, 그러한 시각으로 고우영 삼국지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 장비이다.







소설 삼국지에서는 항상 과격, 무식, 난폭, 단순의 대표적인 인물로 설정되어 무력이 출중한 것 외에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고 모잘러 보이기까지 한 것이 장비의 모양새이다.


하지만 고우영 삼국지에서의 장비는 무척이나 직선적이고, 코믹스러운 캐릭터로 위선적인 인물들에게 딴지를 걸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에 가까운 위치이다.


실제로 고우영 삼국지의 시작은 저자거리에서 장비가돼지고기를 팔며, 노점상의 고객과 시비가 붙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소설 삼국지가 유비의 소개, 또는 황건난에 대한 역사적 서술로 시작되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우영 삼국지에서의 장비는 우리네 민중처럼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 인물이다. 그리고 술과 개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며, 걸쭉한 욕지거리를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조금은 천박스럽기까지 한인물이다.


그러나 역시 우리네 민중처럼 위선적이지 않으며, 지략이나 계교보다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가 분명한 의리의 싸나이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춘향전을 방자의 시각으로 풀어 나갔던 현대판 퓨전 춘향전의 구도와도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장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몇 장면을 보도록 하자.


<예 1>



위 장면은 관우가 조조에게서 떠나오기 전 자신은 조조로부터
아무것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 장면에서의 장비의 딴지이다.


다음은 관우가 죽은 후 장비가 오나라로의 출정 전날 흥분에 겨워하며 일기를 쓰는 장면이다.


<예 2>



이 외에도 장비는 요소 요소 단순하고, 어딘가 어설프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정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고우영 삼국지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지면 관계상 많은 것을 실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1990년대에 재판된 고우영 삼국지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압력에 의해 우석 출판사가 스스로 난도질을 가한 삭제판이다. 이러한 현실이 더욱 본 기자를 씁쓸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삭제판 삼국지의 삭제, 수정량은 엄청나다. 그림이 아예 잘린 부분은 말할것도 없고, 중간 중간 글자가 지워지거나 그림에 덧칠을 한 것까지 합하면 거의 각 페이지마다 하나씩 삭제, 수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여성의 나체라도 나올라 치면, 육체절단의 리얼한 그림이라도 나올라 치면, 걸쭉한 입담이라도 한마디 나올라 치면 어김없이 삭제, 수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쥐랄들 해놓구서는 21세기는 창조적인 문화, 예술의 세기가 될 거란다 씨바.


고우영 삼국지의 진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작금의 허벌 삭제판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본 기자의 입장이다. 글구 절판된 지 이미 오래 전인 고우영 삼국지의 무삭제판을 구입하는 것 또한 이제는 불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럼 이제야 본지 덕에 정말 새롭고도 잼나는 삼국지를 접하게 되었구나 생각하며 가슴 두근거리는 독자들은 우찌해야 할 것인가.


본지... 독자제위께 맛만 뵈주고는 궁금증에 부르르 떨게하는 만행은 하지 않는다. 다음 호에는 문제의 삭제판과 무삭제판의 비교, 고우영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개재할 예정이며, 독자 너거뜰의 관심도에 따라서는 본지가 고색창연한 20여년 전의 오리지날 고우영 무삭제 삼국지를 연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호를 기대하시라. 졸라~!




 

딴지 삼국지 매니아
너부리(newtoilet@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