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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구전 동요를 기록해주마!

2001.2.19

딴지구전 동요 기록 본부







 
 


옛날에 어렸을 때 엄마가 누나보고 동생 좀 데리구 놀라구 할 때마다 난 누나의 손에 붙들려 놀이터로 끌려가 마치
꿔다놓은 비료 푸대 마냥 가만히 시체놀이를 해야했다.
그 때 어린 내 눈에 그들은 고대 마야글리히비오족의 주문 같은 것을 쉴 새없이 되뇌이고 있었다. 틀리지도 않고 여럿이서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마요네즈 케키는 맛좋아
인도 인도 인도 사이다
사이다 사이다 오 땡큐

 

대체 무슨 말이었을까? 검은 줄 같은 것을 정신없이 이리넘었다 저리넘었다 하며 나로선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2001. 1. 3 딴박게시판 아름다운 청년 9797

 

 

 

그랬다. 지금은 기억마저도 가물가물한 그 시절, 일터에 나간 부모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리며, 등에 업힌 코흘리개 동생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고무줄을 넘고 넘고 또 넘으며 부르던 노래. 딱다구리와 마요네즈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었을까? 또한 마요네즈 케키의 정체는 또 무엇이었을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인도라는 나라와 사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았던 유일한 외국어 한마디... 오 땡큐.

 

어디 그것 뿐이랴. 그 동작의 연상성으로 인해 오늘날 대체 섹스의 차원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쌀밥 보리밥, 그리고 제도권에서 제작되어 비제도권의 차원높은 손동작 안무를 이끌어낸 푸른 하늘 은하수까지... 대부분 작사가는 물론 작곡가, 심지어는 정확한 가사조차도 몰랐지만 정작 그 놀이와는 상관없이 혼자 멍하니 있던 그 순간에도 저절로 흥얼거리던 노래, 노래들.. 이름하여,

 

 

구전 동요!!!

 

 

그러나 우리네 시대를 반영하고 우리네 정서를 옮긴 수많은 주옥같은 구전 동요들이 일천만 아동들의 열화와 같은 애창에도 불구하고 오직 제도권에서 음반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기억에서 소리없이 하나씩 하나씩 잊혀져 가고 있다.

독자 열분 중에 처용가 부를 줄 아는 사람 손들어봐라. 자기 부인과 열라 빠굴뜨는 귀신을 달래기 위해 옛사람 처용이 불렀다는 그 노래. 아무도 없지? 바로 그거다. 시대적, 문학적, 음악적 가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 (음, 내가 말했지만 멋진 말이다)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잊혀져가는 이런 노래들, 지금이라도 기록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질 거라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본지, 이제 그 노래들을 기록하고자 나섰다. 단추 풀고 두 팔을 걷을 동안, 우선 매혹적인 화음을 자랑하는 딴지구리 앙상블이 부르는 첫 노래부터 들어보시라.

 

 

 

 

 

  신데렐라

 

 

 

 

 

 

 

 

 

 

노랫말

 

노래듣기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싸바싸바 알싸바
 얼마나 울었을까
싸바싸바 알싸바
천구백팔십오년도
 

 

 

 

 

 

 

 

 

 

 

가장 광범위하게 불렸던 노래다. 특히 2행은, 지역에 따라 새어머니와 두 딸에게로 불려지기도 했으며, 마지막 행의 연도는 그 노래가 불려지는 해가 들어가게 된다. 아울러 이 노래는 고무줄 놀이에 그치지 않고 손바닥 치기 놀이에도 응용되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본 기자, 이 매력적인 여흥구 싸바싸바 알싸바는 무슨 뜻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흐 다롱디리 이런 걸까? 혹시 아는 분들 좀 알려 주시기 바란다.

(참고) 이 노래의 작자가 동화작가 안데르센이라고 우기는 넘들이 있는데 한마디로... 니 뿡이다.

 

 

  무좀 송

 

 

 

 

 

 

 

 

 

 

노랫말

 

노래듣기

 


간질 간질 간질
발가락이 간지러워
병원에 갔더니 무좀이래요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난 몰라
 

 

 

 

 

 

 

 

 

 

 

허허허. 말 그대로 무좀 송이다. 일찍이 국민 건강 개선에 앞장섰던 정부가 계몽 차원에서 유포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것으로, 간결한 멘트, 따라부르기 쉬운 음정이 특징이라 하겠다. 실전 고무줄 놀이에서는 가사는 그대로 반복되지만 고무줄 높이가 계속 올라가면서 그 난이도를 더한다 하겠다.

 

 

(참고) 고무줄 놀이에는 몇가지 플레잉 룰이 있다. 정해진 줄을 계속 밟아야 하는 룰과, 정해진 줄을 절대 밟거나 건드려서도 안되는 고난도 룰이 있다. 또한 줄을 밟되 높이가 순차적으로 높아지는 룰과, 단계가 올라가면 경우에 따라서는 땅을 짚고 재주를 넘는 이른 바, 핸드 스프링까지 해야만 하는 통과가 가능한 즉, 초절정 고신의 단계도 있다.

 

 

  무찌르자 공산당

 

 

 

 

 

 

 

 

 

 

노랫말

 

노래듣기

 


무찌르자 공산당 몇천만이냐
대한넘어 가는 길 저기로구나
나가자 어서 가자 승리의 길로
나가자 가자 어서 가자 올려주세요
 

 

 

 

 

 

 

 

 

 

 

그 시절, 반공은 시대적 절대 가치였다.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 때의 가사는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동요에까지도 깊이 뿌리를 내린 반공 정신 배양 의도가 왠지 씁쓸하기도 하다. 마지막 구절의 올려주세요는 고무줄의 높이를 올려달라는 뜻으로 연속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즉, 컨티뉴 플레이 명령어와 같은 기능을 한다.

 

 

  월남 마차

 

 

 

 

 

 

 

 

 

 

노랫말

 

노래듣기

 


월남 마차 타고 가는 캔디 아가씨 
공주마마 납신다
 (서울 버전)

월계 화계 수수 목단 금단 토단 일
공주마마 납신다.
 (부산 버전)
 

 

 

 

 

 

 

 

 

 

 

동일한 노래가 지역에 따라 두가지의 가사로 불리는 경우다. 월남 마차가 도대체 뭘까? 월남 마차와 캔디는 무슨 상관일까라고 의심하는 분, 그냥 들으시길 바란다. 그냥 그렇게 불렀다.

 

 

  아침 바람 찬 바람

 

 

 

 

 

 

 

 

 

 

노랫말

 

노래듣기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엽서 한 장 써 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세 장 말고 네 장이요
도리도리도리도리 ~ 얍!
 

 

 

 

 

 

 

 

 

 

 

이 노래는 고무줄 노래가 아니며 손가락 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목덜미를 임의의 손가락으로 찍으면, 그 감각만으로 어떤 손가락인지 진 사람이 맞춰야 하는 고난도 촉감 게임이다. 지역에 따라 저 기러기는 저기 저기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 동요가 원곡이라는 설도 있다. 소오데쓰까?

 

 

  엄마야

 

 

 

 

 

 

 

 

 

 

노랫말

 

노래듣기

 


엄마야 뒷집에 돼지 불알 삶더라
좀 주더나? 좀 주더라
맛 있더나? 맛 없더라
찌릉내 빠릉내
찌릉내 빠릉내 나더라
 

 

 

 

 

 

 

 

 

 

 

이 노래는 본 조사 과정에서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상도 일대에서만 전해지는 노래 되겠다. 고무줄이나 손가락 놀이도 아니며, 단지 애들이 어울려 놀 때 혼자 토라지거나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을 놀릴 때 부르는 이른바 왕따 송이라 전해진다. 내용으로 보나 곡조라 보나 엽기 송의 원조라 하겠다.

 

 


 

 

 

오, 숨차다. 자, 열분들은 어떠신가? 그 때 그 시절이 새록새록 열분들의 가슴에 되살아나지 않는가? 냅스터와 소리바다가 없어도, 입에서 입으로, 언니에서 동생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그렇게 전해졌던 우리네 놀이 노래들을 들으니 본 기자, 가슴 한 구석에서 뭉클함이 한 가득 전해져 옴을 느낀다. 진부하고 촌스럽고 이게 뭐냐고 되바라지게 묻는 넘들, 저기 가서 고무줄이나 잡고 있기 바란다. 아니면 다른 거 하나 잡고 서 있던가.

 

 

 

비록 그 가사가 세련되지 못하고 그 곡조가 단조롭다 하여도 이 노래들은 그 자체로 우리의 생활이었고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게 바로 민요 아니겠는가?

해질 무렵까지 동네 골목에서 뛰노는 모습이 자연스레 뮤직 비디오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본 기자 한 사람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 믿으며 한마디만 하고 마칠란다.

 

 

우리네 추억보다 값진 것이 어디 있으랴! 이상!

 

 

 

 

피에쑤 : 본지 열분들의 도움을 받아 미처 다시 부르지 못한,
여러분들의 기억과 추억 속에 잠자는 노래들까지 추적을 해 볼란다.
독자 열분들 중에서도 미처 본 기자가 헤아리지 못한
구전 노래 아시면
던져 주시기 바란다.

 

 

싸바싸바 알싸바가 궁금해 죽을 지경인
 본부장 빨간고추

(redpepp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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