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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검열위] <천사몽> 검열결과 보고

2001.2.17 토요일

딴진공 전생여행 연구소
 
















문서명


 <천사몽> 전생여행 동반기


발신자


 딴진공 전생여행 연구소장 겸 사무총장 한동원


수신자


 <천사몽>이 간직한 전생의 비밀이 궁금한 모든 자


등급


ball_b.gif 새롭게 개척된 쒯덩어리의 지평을 목도하고 하는
   쒯덩어리 절대 애호가 관람가
ball_b.gif 나머지가 지돈내구 관람하면 자괴감으로 인해 이승을
   떠나고 싶어짐



몽..


극장에서 그대의 현생을 접한 순간 본 위원, 온 몸의 세포로 전이되는 전율의 뇌파를 느끼고야 말았소. 이발관 내벽을 데코레이숀하던 쌈마이 그림를 연상시키는 유화풍의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본 위원은 직감하고야 말았던 것이오.


그렇소.


그대는 "21세기 네오SF"라는 진부찬란한 카피와, 여명, 이나영을 주축으로하는 인터내쇼날 캐스팅으로 그 진정한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대 <천사몽>의 진정한 모습은 아니었소.


아, 그대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오. 떼돈의 베일에 가려져 있는 그대의 전생을..


그대에게 이것을 알려줄 유일한 통로는, 그대로 하여금 그대의 전생을 직접 목격하게 하는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본 위원은 결국 전생여행 검열장치 DDZK-18181을 긴급 제작하기에 이르렀소.


이제 그대는 이 검열장치에 올라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전대미문의 우끼고 자빠라진 전생공간에 진입, 그대의 쒯빛 아롱진 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오.


몽, 부디 긴장을 푸시오.


그대의 여행은 그리 외롭지 않을 것이오.


그대가 보게될 전생공간에서 그대는, 그대의 현생을 빼어닮은 앞서간 쒯무비들을 차례로 만나게 될테니 말이오.
 


 1차 전생


몽.


그대의 첫번째 전생은, 거의 첫빠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써먹고 유행시켰던 <퇴마록>이라는 영화 되겠소.


단지 제목이, 그대와 같은 짱깨집스러운 삼자성어라는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 만나게 될 그대의 전생중 유난히도 삼자성어 제목을 달고 나왔던 영화들이 많지만, 그것은 오히려 사소한 우연의 일치라 함이 옳을 것이오. 왜냐하면, 그대의 전생들은 제목 글자수 정도는 완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유사점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오.  


기억하시오? <퇴마록>이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개봉했던 그 해 98년의 여름을. 그렇소. 무척이나도 찌는듯한 여름이었지.. 결국 <퇴마록>으로 인해 불쾌지수는 끝장을 보고야 말았던 그 여름.


신횬준, 츄상미, 안성귀 등의 잘나가는 배우들을 주연으로 썼던 점, 그리고 당시로서는 꽤 많은 부분 "최첨단 특수효과와 시각효과, CGI"(보도자료에서 인용)를 써먹었다는 점,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테러 진압부대 비스무리한게 나온다는 점 등은 많은 관객들의 뇌파를 절라 기대상태로 치환시키기에 충분하였소.


더구나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당시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미스테리 호러 환타지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으니, 그림은 좀 어설프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은 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더랬소.


하지만


기대로 인하여 벌렁거리던 관객들의 옥당맥의 한복판에는, 어디선가 돌연 날아든 쒯향검이 깁쑤키 꽂히고야 말았소. 그 쒯향검은 뜻밖에도 특수효과나 CG가 아닌, 단순지루조잡유치찬란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와 연출의 암측속에서 날아든 것이었기에, 관객들의 경악은 남달랐소.


이것은 <퇴마록>의 영사, 옥당맥, 결계부, 월향검등 이상얄딱꾸리한 용어들만 절라 동원하여 판타지스러운척 하려는 의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오.


확실히 딜문, 팍스투, 팍스투 샤닐, 탈로, 로린 등등의 샴푸이름스런 용어들은, 곧 그대가 만나게 될 그대의 두번째 전생 <자귀모>에게도 나타났듯 흔히 볼 수 있는 쒯징표이오만, 이것이 만일 그 영화가 창조해낸 세계가 짜임새있고 신선하다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그 용어가 사용되는 스토리였소.


중학생 이상의 연령의 일반 시민이 약 3초 정도의 고민후에 생각해내는 진부해터진 판타지 게임 시나리오나 판타지 소설의 줄거리를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그대의 스토리는, 그 화려무쌍한 용어로도 결코 감출수 없는 것이었소.


그대의 감독은 꿈의 계시를 받고 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오. 그대의 이 탄생설화를 통해 본 위원은, 악몽에 시달리지 않는 숙면이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오.


맑고 순수한 영혼,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 선과 악의 마지막 결전등의 진부무쌍한 설정을 빵삼옹의 단순성마저도 압도하는 아동적 스토리로 풀어냈던 그 솜씨는, <퇴마록>이 그대의 전생이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가장 뚜렷한 징표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2차 전생


그렇소, 몽.


이 아동적 지루찬란 스토리의 기억은, 그대를 다음 전생으로 인도할 것이오.


바로 <자귀모>요.


본 위원으로서는 무의식의 밑바닥에서 스포츠형으로 다듬은 똥꼬털 길이 만큼조차 끌어내기 두려웠던 <자귀모>의 기억은,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그대 <천사몽>을 통하여 송두리째 현신하였소. 과연 떼돈 투하 쒯무비의 연으로 얽혀진 운명의 굴레는 두려우리만큼 찔기오.


비록 코딱지 만큼의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촬영에서의 후까라도 보여주었던 <퇴마록>에 비하면, <자귀모>와 그대와의 전생징표는 너무도 뚜렷하고도 짤없소. 그대의 뇌파가 가금류의 그것으로 치환되지 않았다면, 그대의 기억 역시 무척이나 선명할 것이라 믿소.


이는 무엇보다도, 현생과 이승(또는 전생)을 넘나들려구 노력하는 소위 판타지를 본격적으로 지향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하오.


그러나, 이 판타지라는 지향 자체만은 그대와 <자귀모>와의 인연을 증거하여 주지는 못하오. 현세에는 수많은 판타스틱한 영화들이 있지만, 그들이 모두 그대 그리고 그대의 두번째 환생인 <자귀모>와 닮아있지는 않기 때문이오.


그러므로, 이 시공간에서 그대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소. 그대의 판타지란 일반관객이 생각하는 보통의 판타지가 아닌, 상상력 같은 건 설사환자 변비약에 쓸려고 찾아봐도 없는 판타지, 따라서 절대 판타스틱 할 수 없는 껍디만 판타지라는 점이 그것이오.


전생의 사랑을 구출하기 위해 전생의 세계로 들어가 악의 세력과 절라 싸워 마침내 승리를 거둔다는 그대의 줄거리에서 판타스틱한 요소를 찾기란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앞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소. <광시곡>에게 뇌파 공격을 당해 아노미 수치 100만 상태에 도달한 관객들에게는, 스토리가 이해된다는 것 자체만도 판타스틱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이오만..
 


 3차 전생


어쨌든, 그대의 상상력 절대 없음으로 인한 절대안판타스틱오히려절라코믹의 뿌리깊은 저주는 단지 줄거리에만 머물지 않소.


<모여라 꿈동산> SF 버전을 방불케하는 그대의 비쥬얼은, <자귀모>에 간발의 차이로 앞서 등장해 전국을 쒯불기둥으로 초토화시켰던 그대의 3차 전생의 기억으로 인도하오. 몽, 99년산 <용개뤼>의 기억이 되살아 오시오?


본 위원이 여기에서 얘기하는 비쥬얼이란 CG의 품질같은 첨단스러운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오. 물론 중간중간 배경설명을 위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전생공간 딜문의 궁전을 그린 지글거리는 CG가 훌륭했다는 것은 아니오만, 영화의 전체적인 비쥬얼의 완성도가 받쳐준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요.


정작 문제는, 아주 기본적이고도 엄청난 기술력을 요하지도 않는 소품/의상/세트 디자인 등의 부분에 있소. 검열의 손길이 CG의 완성도 등등까지 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말씀이오.


그대가 인트로에서 보여준 약 10분 정도의 총격전 장면은 나름대로 괜찮은 것이었소. 막판에, 아무런 설명없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여명이 이나영의 뒷통수에 총을 들이대는 장면이 있긴하지만, 그대가 워낙에 "네오 SF"이니만큼, 그건 분자치환에 의한 순간이동이었다고 이해해 줄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니겠소.


사실 이러한 관용적 이해심은, 강촌 민박집 개조 지구사령부, 군용트럭의 신비감을 증폭시키던 범퍼에 붙은 청테이프, 발굴 현장의 터프함을 살린 연두색 색지에 매직으로 써발겨진 TOILET, 시가전 장면에서 영롱히 빛나던 동평화 의류상가의 간판 등을 통해 우주적 규모의 관용심을 불러일으켰던 <용개뤼> 이후로 점점 사위어가고 있었던게 사실이오.


그러나, 과연 그대는 <용개뤼>의 "기획, 시나리오, 캐릭터 사업, 홍보, 제작지휘"와 그 후속작으로 예상되는 <콘돌>의 시나리오를 맡은 박희준이 감독/각본을 한 영화였소.


그 총격전 다음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한 그대의 가공할만한 자태는, 본 위원의 마음에 <단적비연수>마저 감싸안을 만큼의 광대한 관용심을 한큐에 되살려주었던 것이오.



    누가 놋데호텔에서 장소협찬 안했달까봐 최대한 호텔객실의 정취를 보여주었던 왕족의 방의 세트 디자인이 그러하였소.


    그 방에서 매우 슬픈 표정으로 사랑하는 님을 그리며 로제 공주(박은혜 분)가 연주하던, 낚싯대와 전봇대를 합성한 듯한 악기 형상이 그러하였소.


    그리고, 그 악기에 매달려있는 한가닥 털실을 아주아주 슬픈 표정으로 문질르고 있어야 했던 한 여배우의 기구한 운명이야말로 이 장면이 간직한 진정한 슬픔이었소.


    호텔 도어맨을 연상케하던 대장군 의상에서 휘황히 빛나던 빤짝이와, 한 원로회 대신이 입고있던 꿈동산적 의상의 목 부분에서 반짝이던 지퍼 꼭지, 건들기만해도 흔들거리던 원로원 탁자, 동평화시장 완구상가를 통해 구입한듯한 풍취가 넘치는 박사의 헤드셋..


그대가 끝도 한도 없이 준비하여준 이 모든 홀라당 깨는 비쥬얼들은, 그대의 3차 전생인 오리지날 <용개뤼> 이후로 관용심을 잃어가던 본 위원을 다시금 무한한 관용과 자비의 세계로 인도하였소.


이제는 양윤머 님이 이루신 성자의 경지마저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으오.
 


 4차 전생


그러나..


그대가 열어제낀 관용과 자비의 세계는 비쥬얼의 좁은 경계에 머물지 않았소. 그대는 관용의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제꼈소.


그것은 다름아닌 배우들에 대한 측은지심의 세계요.


앞서도 여주인공의 낚싯대형 아쟁연주를 통해 잠깐 이야기를 전했소만, 그대의 영유아적 시나리오와 홀라당 비쥬얼은 관객들에게 배우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마음속 깊은곳에서 끌어내기에 충분했소.


사실, 배우들에게 쒯악업의 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오. 그대의 모든 전생들이 그러하였듯, 그대의 국사책 발췌스러운 대사와, 그걸 줄줄이 낭독시키는 연출과, 그걸 낭독하는 연기자의 연기는 가히 삼쒯일체를 이루어내고 있소.


그대가 마련해놓은 딜문(전생계)의 세계에 대한 설명은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풀어지지 못하고, 대부분 박사, 공주엄마, 대장군등의 조연급들에 의해 줄줄이 낭독되오. 이 대목이, 스크린을 가득 메움으로써 3초만 보아도 부담에 질식되기에 충분한 얼굴 클로우즈 업으로 처리되고 있음은 물론이요.


그 초등학교 국어시간을 방불케하는 대사 억양 파동은, 그대의 2차 전생 <자귀모>에서의 김히선의 국어책 낭독 억양 파동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소.


특히, 박사가 CSM-1004 시간이동장치에 대해 줄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본 위원의 눈앞에 갑자기 대사를 매직으로 적어놓은 일절지 챠트의 환영이 떠올랐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대가 준비해놓은 판타지의 전모였을지도 모를 일이요.


하지만, 그대의 쒯생태계 피라미드에서 연기자는 단지 플랑크톤 정도의 지위를 차지할 뿐이요. 앞서도 전했듯, 그대의 시나리오와 연출과 소품/의상/세트 등은 그걸 연기해야하는 배우들에게도 극복하기 힘든 쩍팔림을 안겼을 것이라 사료되오.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여명의 경우에는 그 고충이 남달랐을것이라 사료되오. 한국사람도 알아먹기 힘든 국사책 낭독 대사들을 목전에 두고 연기를 해야했던 그의 고충이 어떠했을까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소.


특히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아,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등의 조흥구스러운 대사만으로 개겨야 했던 초반 20분은 그의 고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소. 그런 그를 보자마자 "긴장하지 말게"라는 대사를 건네던 박사의 절묘한 타이밍의 대사는 실로 수많은 관객들에게 코믹판타지의 진수를 만끽하게 해주었소.


특히,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기냥 계속 살아나, 총 4회에 걸친 짠!하고 살아남으로써 또 하나의 코믹판타지를 선사하던 나쁜넘(네번째 살아날때, 그가 읊조리던 실로 시의적절한 명대사가 떠오르오. "더러운 운명이야...")과 여명의 최후의 대결에서, 드디어 관객들의 긍휼지심과 코믹판타지는 절정에 달하였소.


인간 로켓티어스러운 화이바를 쓰고 나쁜넘과 대결하던 여명이 갑자기 시어머니께 밥상 올리듯, 제기차기에서 제기 드리듯, 얌전하고도 고요한 품새의 언더드로로 검을 살며시 나쁜넘에게 던지니, 그 검은 나쁜넘의 갑빠에 시속 200km의 속도로 장렬히 박히었소. 이 장면은 그대가 비됴출시라 불리는 피안의 세계로 접어든 한참 뒤에도, 본의아닌 코메디의 진수로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길이길이 간직될 것이오.


여기에 비하면, 그 전까지 그대가 선사해왔던 본의아닌 코메디의 판타지들, 대표적인 예로서 이나영과 그녀의 짝사랑(여명 절대 아님. 김지무 분)의 자폭장면 같은건 오히려 초라해 보이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웅성웅성 서있는 나쁜넘들에게 둘러싸여 한참 자폭에 대한 반상회를 연 후, 그동안에도 여전히 가만히 서 있던 나쁜넘들에 둘러싸여 함께 자폭버튼을 누르는 장면 정도는, 여명의 칼 던지기 장면에 비하면 약하디 약한 것이었다는 말씀이오.


어쨌든, 멀리는 <우뢰매>, 가까이는 <지구용사 벡터맨>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아동SF적 대사를 아동SF적 의상과 세트에 둘러싸여 아주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아주아주 진지하게 읊어야 했던 연기자들의 기구한 운명은, 그 자체로 배우라는 직업의 고뇌에 대한 말없는 웅변이었소. 하긴, 자신이 출연할 작품을 취사선택할 줄 아는 안목도 배우에게 요구되는 무척 중요한 능력이긴 하오만..


어쨌든 이는, 오랜시간 산골 세트장에 짱박혀서 그 지루찬란한 시나리오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배우들만 불쌍해진 그대의 4차 전생 <단적비연수>에서도 절절히 느꼈던 것이었소.
 


 여행을 마치며


위에서 얘기한 전생 징표 외에도, 영화는 개떡같이 만들어놓고선 캐릭터사업/게임개발/테마파크개발 등의 장사 해먹을 생각이나하는 김칫국 시음 정신 등의 다양한 전생징표들이 있소만, 시간의 제약이 있는 관계로 생략하겠소.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생여행에서 그대가 직접 대면한 영화들만이 그대의 전생인 것도 아님을 알아두시오. 이번의 짧은 여행에서 미처 만나지 못했던 <비천무>, <리베라메>, <광시곡> 등의 영화들에서도 그대의 전생징표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소만, 이 정도면 그대의 전생의 비밀이 까발켜졌을 것이라 믿고 그만 이 기나긴 여행을 마감할까 하오.


그러나 몽, 여행이 끝나더라도 부디 이것을 잊지마시오. 그대의 모든 전생들은 비록 각기 다른 제목과 형상을 띠고 있지만 모두 한가지의 원형에서 태어난 여러 모양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그 원형은 바로 "관객에게 한 차원 높은 감동(감독의 연출의 변 중에서)"을 주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망각한채, 단순히 영화는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라는 주문만을 되뇌이며 헐리우드, 과거홍콩의 영화들의 외형만을 흉내내는 헛된 시도이오.


이것이 지금까지 자칭 블록버스터, 타칭 쒯덩어리라고 불리워온 영화들의 한결같은 원형되겠소.


영화가 고부가가치를 남기는 것은 좋소. 단, 그것은 적어도 관객들이 최소한의 본전은 건질 수 있도록 만들어 둔 다음에야 가능한 얘기요.


단순하게 떼돈 쳐발라서 해외 로케가고, 연기야 되건말건 비싼 스타 마빡 박아놓고, 유명한 해외배우 데려다 쓰고, 특수효과 때려박고, 무차별적 홍보를 때린다고 해서 영화가 볼만한 것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오.


그런식으로 니가 봐도 재미 존나게 없을, 심지어는 쩍팔릴 쒯덩어리를 만들어놓고, 언론 플레이와 그로 인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용하여 한탕 장사를 하려는 조또 얍씰하고도 씨바스러운 작태가 먹히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겠소.





본 위원의 눈에는 아직도, "<천사몽>의 경험이 다음 영화를 하는데 기반이 될껌다"라는 얘기를 천연덕스럽게 시사회장에서 읊조렸던 그대의 감독의 모습이 생생하오. 이것은 그대의 전생들이 그 쒯적인 전모를 드러냈을때 일제히 주디를 모아 읊조리던 해묵은 레파토리요.


본 위원은 예언자 빤쓰를 착용하지 않은 관계로, 그게 한국 영화발전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몰겠소. 머, 앞으로 CG와 특수효과를 만드는데 그 경험과 장비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소만.


하지만, 이것 하나는 꼭 부탁드리고 싶소.


니덜 특수효과 실습작품은 니덜끼리 조용히 감상하여 주시라는 것 말이오. 거기에 "21세기 네오SF"입니 뭐니 하는 조또 말같도 않은 광고문구를 붙여놓고, 일반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 돈 내고 보도록 꼬시지 말고 말이오.


아니면, 한국 영화의 특수효과가 발전하는 것을 그리도 희구한다면, 그 제작비갖구 특수효과 전문인력 양성 학원이나 연구소를 차리시도록 적극 권유하는 바이오.


몽.


그대와 그대의 전생들과 같은 쒯덩어리들로 인해 관객들이 입었던 정신적 타격과 가정경제적 민폐는, 이제 그대까지만으로도 충분하오.


이제는 더 이상은 그대의 환생을 목도하고 싶지 않소.


관객의 인내심에도 한계라는게 있는 법이오.






[덧붙여서]


본 위원, 초월명상을 통해 그대가 약 20년 후 쯤의 먼 훗날 환생하게 된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부활할지를 떠올려 보았소. 그 고통스러운 수행의 결과, 다음과 같은 영상이 떠올랐소.


<다찌마와 리 - SF편>!


그렇소. 여명의 일백푸로 후시녹음도 그러하고, 서울 인근지역 올 로-케이션 또한 그러하며, 그 쌈마이적 세트와 의상도 그러하고, 70년대 풍을 그대로 재현한 대사와 연기 등 그대의 모든 것이 <다찌마와 리>로의 환생을 예언하고 있소.


특히, 나쁜넘이 나쁜원로(장두이 분)를 향해 읊조리던 "둘 중 하난 없어져야겠지.."라는 대사는 바로 <다찌마와 리>의 명대사 "둘 중 하나는 티켓을 끊어야겠지.."와 그대로 통하며, 칼맞구 죽어도 죽어도 살아나던 나쁜넘은 가슴에 숨긴 곰보빵 덕에 부활했던 충녀의 모습 그대로였소.


칼쌈 도중 높은 곳에서 떨어진 여명이 입에서 피를 토해내던 모습은, 동방의 무적자 최후의 모습 그대로였고, 수시로 튀어나오는 타이밍 절라 안맞는 편집 또한 <다찌마와 리>의 정취 그대로였다는 건 말할것도 없고.


그대의 절대 본의아닌 코메디가 짤없이 의도적인 코메디로 부활할 그 먼 훗날, 그날이 한없이 기다려지오..


  


- 딴진공 전생여행 연구소장 겸
사무총장 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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