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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을 정가주고 사라고? 머땀시?


2001. 1. 18. 목요일
지 독서진흥위원회 위원장 

 이야기 하나 - 지난 역사








나가 마이클이여.. 돈 버는 건 참신한 아이디어일 뿐이지... 


"마이클 컬렌(Michael Cullen)"이란 넘이 있었다. 


1930년 미국이 대공황의 한파로 몸살을 앓고 허덕일 때, 떼돈 벌고 비즈니스계에 이름을 남긴 넘이었다.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 뭐를 어떻게 해서 한 몫 잡았냐고? 


넘이 당시 신문에 낸 광고 문구는 이러했다. 



"귀찮게 바구니를 들고 올 필요가 없슴다. 저희가 제공하는 손수레를 몰고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을 고른 뒤 계산대까지만 가져오십쇼. 물건은 저희 직원들이 직접 포장해드림다." 


아항, 뭘 했는지 필이 꽂힌다고?  어허! 쪼매만 더 참고 마빡을 계속 조아려라.


넘은 1930년 8월 4일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동네 차고(車庫)를 임대하여 "킹 컬렌(King Kullen)"이란 간판을 달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는데, 식료품 점원으로 잔뼈가 굵은 넘의 대굴빡엔 온통 다음과 같은 생각뿐이었다. 



"임대료 싼 외각에 대형 식료품점을 열어 고객들이 차를 몰고 와서 선반에 가득 놓인 물건을 셀프서비스 하게 하고, 우리는 현금만 받는다면 어떨까... 완두콩 통조림 한 개를 팔아 2센트가 남는다면 우유 한 통은 원가로 팔아도 남는 장사다..."


요즘은 상식의 일종이 되어버린 박리다매를 고안해낸 컬렌의 창고 식료품점(warehouse grocery)은 대공황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차 능력이 작고, 물건값이 비싼 시내의 기존 식료품 가게와 달리, 그는 주간영업만이 아니라 야간에까지 영업을 확대하였고, 셀프서비스 소비자를 위해 쇼핑 카트(Shopping Cart)나 종이백 등을 고안해내었다. 그는 자기 가게 앞에 이런 선전문구를 내걸었다.







"킹 컬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가격파괴자(Price Wrecker)임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하게 만들었을까여? 직접 와서 확인하십쇼.."

 









유통혁신으로 가격파괴를 주도한 킹 컬렌 수퍼마켓.

그런데..


미국 최초로 수퍼마켓이란 유통개념을 창안한 이 껍데기 스토리보다 독자 너거뜰이 주목해야 할 사실이 또 있다. 스폿 라이트를 받는 마이클 컬렌의 석세스 스토리 이면에 또 다른 야그가 숨어 있었단 말이다. 


그가 유통업계의 신데렐라가 되어갈 때, 계모 역할을 본의 아니게 했던 일련의 집단이 있었으니 불행하게도 넘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업종에서 겨루던 경쟁 식료품업자들이었다. 그들은 컬렌에게 맞서 심각한 저항을 했던 것이다. 


여전히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소규모 식료품 가게들과 체인점들은 처음엔 그의 수퍼마켓을 "싸구려" 장사꾼이라 비웃었다. 킹 컬렌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걸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면서도, 한편으론 압력행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메이커들로 하여금 수퍼마켓에 납품을 못하도록 하였고, 비방 광고물을 배포하기도 하였으며, 심지어는 과거 컬렌이 일했던 식료품 체인조차도 그에게 물건 납품을 거부하였을 정도였다. 심지어 신문사에는 가격파괴 광고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하는 등 생지랄을 다 떨었다 이말이다.


그러나... 우찌 되었을 거 같은가..


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공황기에 소매업자들의 이런 주장이 먹혀들 리 만무했다. 한푼이 아쉬운 당시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격파괴는 큰 매력이었던 것이다. 


결국 1930년대 후반 3년 동안 소규모 식료품 체인점들 가운데 3분의 1은 소비자의 외면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그리고 1937년에는 기존의 모든 유명 식료품상들이 수퍼마켓으로 재단장하기 시작하였고, 1940년 1월 시점에는 미국에서만 6,000개 이상의 수퍼마켓이 운영되었던 거다. 이전과는 다른 유통 세상이 열리게 되었단 말씀이다..


요런 게 역사다.. 소비자가 만드는 역사.


 이야기 둘 -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기초 역사 학습을 마치고 본 주제로 들어가보자.


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었던 건 독자 니덜도 대충은 알 거라고 본다. 지난해 가을부터, <온라인 서점들>과 <대형 및 중소 서점상들 + 일부 출판사>가 서로 대굴빡을 맞대고 맞짱을 뜨며 설전을 주고 받아왔던 거 말이다. 


인터넷 서점 몰라딘이 이쪽에 서고, 서적상인들의 모임인 쫑서회, 일부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출판인회으가 저쪽에 서서 마빡을 맞대고 침튀기는 설전과 몸싸움이 있었던 이 사안은, 작년 9월에 문화관광부가 책을 정가대로 판매하지 않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겠다는 법률안의 입법을 예고하면서 불거져 나온 이래, 아직도 속시원히 결론이 나지 않고, 어쩌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사안이기도 하다.


재작년인 1999년 11월에도 당시 국민회의 길승흠 의원을 포함한 의원 27명이 할인판매시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서정가제 법률안을 발의했다가 네티즌 너거뜰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었는데, 넘도 훌륭한 울나라 문화관광부가 다시금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려고 해서 생겨난 일이었다. 


으잉? 뭐이?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여?  


책과는 담쌓고 살아와서, 요런 야그가 첨인 넘들은 이리 생각될 수도 있겠다. 본지로선 우선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줄 밖에..


글씨, 그럴려고 혔단 말씨...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대로 함 파보자. 


현재 독자 너덜이 사는 책이란 상품은 공급자인 출판사가 가격을 명시하여 출고하고 나면 총판 및 각종 도소매상에게 위탁판매되는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 독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참고서적류는 출판사-총판-소매점의 경로로, 일반서적류는 출판사-도매상-소매점의 단계를 거쳐서.


출판사가 책을 제작해서는 총판이나 도소매상에 "현금 받고 파는 게 아니라" 이들이 팔고 나서 팔린 만큼만 돈을 받고 남는 책은 반품으로 되받는 위탁판매(주1)로 인해, 이론적으론 서점은 망할 수 없는 업체가 되고, 출판사는 재고 반품의 위험성이 생기는 거다(보다 자세한 건 (주1)을 참고해라).


아울러 책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공정거래법상의 예외조항 규정을 받고 있다. 그래서 출판사가 정한 도서정가가 유통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지켜지는, 재판매가격이 유지되도록 허용받아 가격경쟁이 제한받는 상품이다. 


법 야그 나오니깐 졸라 어려워? 이해가 안되면 여그 누르고 아님 그냥 넘어가.


재판매가격이 유지된단 말은, 책은 지금까지 공정거래법상 특별대우를 받으며 출판사와 서적상들의 계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가격경쟁 품목에서 제외되어 왔고, 그래서 독자 니덜은 지금까지 전국 어느 서점에 가나 대부분 정가로 책을 구입했던 거다. 엄밀한 관점에서 말하자면 제조사와 유통사의 담합에 의해, 가격경쟁이 안 되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 된다.  


아무튼, 근데... 몇 해 전부터 이런 도서유통관행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93년 창동 이마투, 94년 양평동 푸라이수클럽 등,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출현한 대형 할인점들이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책을 싸게 팔기 시작하며 독자를 유인하더니, 아울러 최근 나타난 인터넷 온라인 서점들이 이에 가세, 급성장하기 시작한 거였다. 이들은 모두 출판사와의 직거래, 매절(반품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보다 싸게 구입하는 것), 현금거래, 대량구입에 따른 박리다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인터넷의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그에 발맞추어 가격할인과 택배 서비스, 각종 도서정보에 대한 손쉬운 접근 등을 무기로 인터넷 온라인 서점들이 급격히 늘어난 건 너거들도 잘 아는 사실일 거다. 특히 작년 2000년도 한 인터넷 서점은 그간 판매량에서 그간 1,2위를 차지하던 유명 대형문고를 위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장했다. 네티즌 너거뜰이 울 나라에 수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도서시장을 인터넷 싸이버 공간에 만든 셈이 되었단 말이다.


자, 이쯤이면 눈치빠른 독자 너들도 작년에 불거져나온 도서정가게 논란의 핵심을 감잡을 수 있겠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결국 다시 말하면 재판매가격유지 강화제, 달리 정확히 말하자면 출판사가 정한 책값보다 싸게 파는 넘들이 자꾸 나오니, 이넘들에게 과태료 멱여 못하게 해보자는 제도를 맹글라고 하다가 편이 갈려 시시비비가 불거진 거란 거 말이다. 


기존의 도서정가제도와 문광부 입법예고안에 찬성하는 넘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피며 항의 데모, 압력행사를 펼쳤드랬다.




  • 서점들의 과당경쟁으로 책값 싸게 팔기가 성행할 경우 중소형 서점들이 도산하믄서, 유통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출판산업이 발전하려면 정가제가 필요하다.
  • 본격적인 책값 할인 경쟁이 시작되면 대다수 출판사들이 할인예정가를 적용해 실질적인 도서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결코 득될 것이 없다.
  • 도서정가제가 사실상 폐지된다면 외국의 거대 유통 할인업체가 진출해 모두가 망할 것이다.
  • 책은 일반 소비재와는 구분돼야 한다. 책 할인이 용인되면 비인기 전문학술서적보다는 당장 많이 팔리는 대중서적만 양산될 것이며 결국 국가의 지식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 등등.. 

그 반대편에서 서서 가격 할인을 해주며 새로이 등장한 인터넷 온라인 서점상 당근 맞대응했는데, 대강을 소개하면 이런 거뜰이었다.




  • 할인판매하는 온라인 서점들은 출판 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운다. 할인해주는 울덜 때문에 과당경쟁으로 중소형 서점들이 도산한다는 말은 어거지다.
  • 현재도 출판사들이 오프라인 대형서점 및 대형유통상의 할인율 인하 압력을 책값을 올려 보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 할인해주는 인터넷 서점은 현금결재를 하고 반품을 하지 않아, 오히려 출판사에 유리하며 출판문화를 살찌운다.
  • 할인판매의 원천은 유통합리화이고, 이로써 출판사는 과학적 마케팅이 가능하다. 이는 출판사와 소비자 둘 다에게 이익이다.
  • 등등 우짜고 저짜고..

서로의 주장을 여기서 더 소개하진 않겠다. 척하니 독자 너들도 감잡을 수 있는 거뜰이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를 붙들고 이를 강화하려는 이들의 핵심 골간은, 이런 얘기로 간추려진다. 



지금까지의 제도와 관행을 지키지 않으면 울나라의 출판문화사업이 조때는 지경이 빠진다...


맞대응한 온라인 할인점은,



울덜이 싸게 파는 건, 자유경쟁의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펼치는 우리 사업상의 재량일 뿐인 거다..


라며, 도서정가제 고수 움직임이 인터넷 벤처사업, 전자상거래 등 정보화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라고 항변했드랬다...


그런데..


 마무리 정리









우덜은 모냐고요~ 책은 금테둘렀남..


자유경쟁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에서도 도서는 문화상품으로 분류해 2002년까지만 ‘재판매가격유지제’(도서정가제)를 인정하고 있다. 다른 일반 소비재와의 형평성을 깨고 원래는 해서는 안 되는 생산-유통업자 답합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셈인 건데, 거기에 처벌조항까지 두어서 CD, 음반, Tape, 게임, Vedeo-CD, 공연 등 여타의 지적상품과 차별적인 특혜를 배타적으로 보장 받으려는 발상은, 아무리 울나라 출판업계가 열악하고 도서상품의 특수성을 고려한다치더라도 용인하기 어렵다.


물론, 사업적으로 경쟁하는 건 얼마든지 오케이다. 누가 망하고 누가 흥하든, 그건 모두 배짱 두둑하고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로 자신의 꿈을 키워갈 사업가의 노력 몫이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일 테이니까. 그래서 외국계 거대유통할인점이 다 말아먹을 거라 운운하는 배외주의적 선동은 이제 그만둘 때가 한참 지났다고 여겨진다.


본 기자, 현재 전국에 8,000여 개의 서점과 10,000개가 넘는 출판사가 있는 가운데, 도서정가제 논의가 불거져 나오기 전의 출판계는 정말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양서만을 생산했으며, 외국 거대 유통할인업체에 맞설 수 있었고, 아울러 중소 출판사 및 유통상들은 안정적으로 사업하고 있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라고 주장한다.


1997년과 98년에만 해도 대형 도서유통상이 부도나고, 그로 인해 출판사들이 줄줄이 억대의 피해를 입었으며, 그래서 출판계는 정부지원금을 끌어다 써야 했었다. 그런 뼈아픈 현실이 엊그제의 일이었단 말이다. 불합리하고 전근대적인 도서유통을 보다 낫게 해보려고 수많은 내부 회의도 했었고, 작년 불거져 나온 정가제 논쟁 중 도서정가제가 허물어질 때 벌어질 거라고 예상되는 부정적 예측치가 어쩌면 이번 정가제 논란이 있기 전의 출판계의 현실이었지 않을까..


전근대적인 유통구조의 폐해로 신음하며, 대형서점으로부터 때론 눈이 보이는,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짋어지고 가야 했던 출판사 들이여..


모든 유통 분야에 파괴와 혁신이 일어나는 건 시대적 추세이자 흐름이다. 아울러 책이라고 해서 그 물결을 비껴나갈 순 없다. 수퍼마켓의 신화가 유통구조의 파괴에 따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림으로써 가능했듯이 이너넷 시대에 책방 역시 온라인 할인 판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출판사들이여! 대형문고, 총판도매유통상, 온라인 서점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껴안고 가려하지 말지어다.. 그 중 한 마리는 필경, 죽어가는 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죽냐구? 역사는 되풀이 된다니깐..(안 죽고 유전자 변형으로 형질이 바뀌어 살아남으면, 그건 그네들이 노력할 몫이고..) 이상.





피에쑤 1 : 도서정가제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도 속속 보도되는 다음과 같은 기사는 정가제 고수론에 자꾸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게 한다.










[출판]교복문고 창사20돌 全도서 첫 할인판매
                                                      2000.12.21 (목) 19:03

교복문고가 창사이래 처음으로 전 도서에 대한 할인판매를 실시한다.
24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단장하는 ‘인터넷 교복문고’(www.kyobokbook.co.kr)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모든 회원에게 한 달간 정가의 10% 상당의 적립금(마일리지)을 제공하기로 한 것. 마일리지라는 형식을 빌기는 했지만 주문도서가 고객에게 발송되는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할인판매와 같다... (하략>              <똥아일보>




피에쑤 2 : 2월 7일에는 소속출판사 및 도서유통상에 인터넷서점에의 도서공급을 막고 거래압력을 넣었던 출판인회으를 상대로 인터넷 책방이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반여부와 관련하여, 울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심의결정결과를 발표한다.



 책을 무지하게 많이 사보는
딴지 독서진흥위원회 위원장(
djjang@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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