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석진욱 추천0 비추천0

 

 

 

 

 

 

[경제] 공적자금에 관하여 -1-

2001. 2. 3.
딴지경제고문 석진욱 

 






 
 

 

에쑤비에쑤 12월 2일자 뉴스

 

2000년 12월 초, 공적자금 50조원 조성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뉴스의 홍수가 TV와 활자매체를 통하여 많은 국민들에게 들이닥쳤고, 정말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12월 2일 여/야 합의에 의해 공적자금 조성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국경제는 하마터면 공황의 수렁에 빠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 기간 중 일부의 가당찮은 주장을 거의 그대로 가감없이 싣는 제도권 언론의 기가 막힌 보도 태도를 보면서 필자는 답답한 맘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주장들이 일축되고 마침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공적자금 처리가 가능해졌고, 비이성적인 주장을 맹종적으로 쫓던 제도권 언론을 머쓱하게 하였다.

 

게다가 이들 언론들은 공적자금 국회동의안이 처리된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오히려 그때와는 반대로, 공적자금이 보다 일찍 조성-처리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연말특집의 주요 내용으로 보도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국민들을 오도했던 "공적자금"에 대한 당시의 주장들은 어떠한 것이 있었을까? 그 많은 엉뚱하고 황당한 이야기들 중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이야기며, 공적자금의 진정한 실체는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본 기자는 이 문제에 대해 2회에 걸쳐 집중 분석함으로써, 독자 열분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일단 이번 회에서는 일차로 공적자금의 사용 용처와 회수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기사가 좀 어려울 수 있으니까 집중해서 보기 바란다.

 
 

당시의 주장들 중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공적자금을 국민의 혈세와 완전 동일하게 보는 관점이나 공적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방향으로 투입하자는 것들이었다.

 

단적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일 공적자금이 그 회수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사용된다면 공적자금 투입에 의한 효과는 안타깝게도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적자금 투입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 목표는 오직 이것,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 되어야만 하며, 또 그 경우에만 공적자금의 가장 효율적인 사용 및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공적자금의 용처와 회수 메카니즘을 살펴보면, 그것이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공적자금의 조성

 

한국의 공적자금은 두 가지 국채에 의해 조성된다.

 

자산관리공사 발행 (정부보증) 부실채권 처리기금 채권

 

 예금보험공사 발행 (정부보증) 예금보험공사 기금채권

 

이 두 가지는 모두 정부보증채권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국회의 "조성 동의"가 필요하다.

 

채권을 발행한다는 말은 금융시장에서 정부보증채권이 팔려야 공적자금이 조성된다는 뜻이다. 보통 하루에 1~2조원 어치가 팔리며, 많은 경우 4조원대까지 팔리기도 한다. 따라서 40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동의안이 처리되었다 함은 이러한 정부보증채권(이하 이후 "국채"로 약함)의 발행을 승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1998년 4월 말에 국회에서 65조원의 공적자금 조성 동의가 이루어진 후, 정부는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 국채를 발행했으나, 첫날 2조원어치 중 무려 1조 5천억원 이상의 국채가 유찰(流札-입찰 결과 낙찰이 결정되지 않고 무효로 돌아가는 것)되는 바람에 공적자금 조성이 7월 이후로 늦추어진 전례도 있다.

 

이렇게 조성된 공적자금은 법률에 의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 공사에서 "금융권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된다는 뜻인가?

 

 

 

 공적자금의 사용

 

현재까지 한국에서 공적자금의 사용은 대표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자산관리공사의 부실채권 매입

 

 예금보험공사의 금융기관 예금 대지급

 

 예금보험공사의 부실금융기관 출자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자산 1조원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을 예로 들어보자.

 

자본 1천억원 + 예금 9천억원에, 예대율은 IMF 전이라 가정하고 90%라고 보자(대출액 = 9천억원 * 0.9 = 8천 1백억원).

 

그런데 이중 30%가 부실대출이라면, 2,430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하게 된다. 공적자금은 바로 2천억원대의 부실채권 처리에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경우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대손충당금은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한 예금지급 불능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해 있는 제도). 이 대손충당금은 부실채권의 종류에 따라 적립 비율이 다르나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무담보 여신의 경우 95% 이상 쌓아야 하게 되어 있다.

 

 

한국겡제신문 2001년 1월 1일자

 

예로 든 이 금융기관의 경우라면, 대손충당금 비율을 100%로 편의상 계산하면 2,43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1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이 단 기간에 이런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금융기관의 부실이 알려지면서 예금이 인출되어 약 1천억원의 예금지급이 어려워 졌다고 가정해보자.

 

공적자금의 사용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먼저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부실채권 매입가격은 현재 장부가의 약 50% 선에서 결정되므로 1,215억원의 공적자금이 부실채권 매입에 사용된다. 은행은 이 경우 50%의 손실이 발생했으므로 여기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은행이 도저히 이런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없게 되면 예금보험공사에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은행의 대손충당의 타당성을 조사, 은행에 출자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 방식 이외에는 은행측에 책임을 묻는 방법이 없으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금융기관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다.

 

은행은 이 경우 보통은 일정부분 자본감소(감자)를 시행하여 은행주주들에게 물질적 책임을 묻게 되고, 예금보험공사는 감자 후 출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사실상 은행을 국유화 하게 된다.

 

편의를 위해 100% 감자가 이루어지고 예금보험공사가 필요 대손충당금액 만큼 출자를 하면, 은행의 자본금은 불과 215억원 늘어나는 대신(1,215억원 - 1,000억원) 정부 지분율이 100%가 된다.(1,215억원 지원이므로)

 

그리고 1천억원 규모의 예금대지급이 필요하므로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대지급을 위해 1천억원을 또 지원해야만 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예금자 보호법에 의해 은행공황을 막고 그 이상의 예금인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사용액수는 총 3,430억원이 되는 셈이다.

 

 

 

 공적자금의 회수

 

공적자금의 회수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매입 부실채권의 입찰에 의한 회수

 

 은행의 정부지분 매각에 의한 회수

 

 예금보험료에 의한 회수 

 

현재까지 회수된 공적자금은 거의 100% 첫번째 방법, 즉 매입 부실채권의 재매각에 의한 회수였다.

 

자산 관리공사는 매입한 부실채권을 유동화 하여 국내외 투자자, 특히 미국계 부실채권 전담 처리펀드(벌처펀드)에 재매각하여 회수하였다. 현재까지는 매우 순조롭게 회수되고 있으나, 매입한 부실채권의 채무법인이 완전 청산되는 경우, 해당 공적자금의 회수는 불가능해진다.






 
 

 

회수는 커녕...

 

두번째 방법, 은행의 정부지분 매각의 경우는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5 년간 유예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을 통한 공적자금의 회수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으며, 정부출자 금융기관의 자산가치가 매우 높아져야 한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즉, 회수 타이밍 및 끊임없는 구조조정 등으로 정부출자 금융기관의 자산가치를 극대화 시키지 않으면, 공적자금의 회수가 상당히 어렵다는 뜻이다.

 

세번째 경우는 이른바 예금대지급에 공적자금이 사용된 경우이다. 이 경우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은 금융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납입하는 예금보험료에 따라 이루어질 수 밖에 없으나, 요율이 매우 낮으므로 사실상 회수 불가능으로 보아야 한다.

 

 

 

 공적자금은 회수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만 사용되어져야 한다구?

 

일반인이 상식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경제는 서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이런 단견적인 시각으로 공적자금이 사용되면 그 회수는 더욱 어렵게 되어 버린다. 나라의 경제 운용은 친구들끼리 돈꿔주거나 구멍가게에 투자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회수율이 가장 높은 부실채권 매입에만 공적자금을 사용한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부실은 방치되게 된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의 손실 및 예금지급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안감이 계속 떠돌게 되고  신용경색의 지속 및 그에 따른 경제침체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매입하더라도 과연 이 부실채권을 제값을 받고 되 팔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발생하게 되어, 그나마 회수율이 높은 부실채권 매각조차도 순조롭게 되지 않아 상당한 액수의 공적자금이 도리어 묶여 버리게 된다.

 

이렇게 공적자금이 묶여 버리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채권의 정상채권 가능성이 떨어져 결국 공적자금은 허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부실채권의 유동화 과정을 거쳐 부실채권 전담펀드가 매입하면 해당펀드는 부실채권 해당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여 정상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수익을 얻게 되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그러한 투자가 얼어붙으면 당연히 부실채권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적자금이 말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부실채권 매입 부분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예금 대지급 문제이다.

 

이 예금 대지급 부분에 대한 포함관계로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우관련 채권의 지급보증 문제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대우관련 채권의 지급보증에 대한 대지급 문제로 공적자금 8조원이 필요한 형편이니 말이다.

 

회사채 지급 대지급 문제는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한 금융기관이 결국 지급을 못하게 될 경우, 순식간에 해당 금융회사의 지급보증에 대한 신용위기가 발생하면서, 수십조원 규모의 다른 지급보증 회사채에 대한 일제 회수가 발생하게 되어 전체 경제 시스템이 붕괴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적기 시정조치로 채권 대지급 문제를 공적자금으로 해결을 해야만 하는 거다. 당연히 여기에 사용된 공적자금은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한, 회수 자체가 불투명한 추가 출자형식의 공적자금 투입이긴 하다.

 

그러나 이것이 투입되지 않으면 수십조원의 채권 지급 프로세스가 무너지면서 일제 자금 회수의 태풍이 전체 한국 경제에 몰아 닥치게 된다. 그러면 수없이 많은 회사들의 억울한 흑자도산이 줄을 잇게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예금대지급 문제 자체로 돌아오자. 최근 발생하는 소형 금융기관의 예금 인출사태로 인해 일부 해당 금융기관은 예금자에게 예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소액 예금자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법인 예금자들의 예금 지급 중지다. 말 그대로 이것은 유동성으로 확보한 돈이 순전히 금융기관의 잘못으로 묶이게 되고, 게다가 잘못하다가는 단 한 푼도 찾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나 기업의 흑자도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 혹은 발생하더라도 예금보험공사는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대처에 들어가야 하며, 가급적 빠른 시간내로 예금 대지급을 해야 한다. 만일 시간이 지체되면 예금 대지금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므로 소요 공적자금의 절대액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여기에 사용되는 공적자금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자금이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가 의문시 된다고 해서 자금 투입을 늦출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예금자 보호법에 의해 결국 어찌 되었든 정부가 이러한 예금에 대한 대지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예금자들의 공황심리를 수습하는 것이 오히려 공적자금을 아끼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는 투입 공적자금의 액수가 해당 금융기관의 전체 자산액수 만큼 불어나게 될 수 있으며, 그 경우 아무리 작은 금융기관이라 하더라도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이 회수 가능성도 없이 투입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위의 이유들로 인해 공적자금은 당장 회수 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목표로 운용되어야 향후 회수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는 미국에서, 공적자금의 조기 투입이 늦어지자 엄청난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1992년도에 적기시정조치법을 통해 공적자금의 투입을 우선시 하도록 자국의 금융시장 안정 시스템을 완전히 바꾼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공적자금의 투입이 지연되면 그에 따른 공황심리로 금리가 크게 상승하게 되고 그러면 오히려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공적자금의 원리금 상환액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적기투입을 놓치면 공적자금의 사용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초기에 잡은 액수로는 턱도 없게 됨은 물론이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투입은 금융 시스템의 전반적 안정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타게팅으로 운용되어야 효과도 높이며 동시에 회수율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눈앞의 회수율만 좇으면 공적자금의 효과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다음 호에서는 공적자금의 투입시기와 사용효과에 대하여 논해 보겠다.

 

 

 

 

- 딴지 경제고문 석 진욱
(seokjeff@hitel.net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