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수정 권고위 검열 시행령]- 현재 영화판에 창궐하고 있는 구라의 종류와 그 대책 - 2000.8.4.금요일
본 구라수정 권고위원회(이하 구라위)는 관객들의 명랑 단란한 영화관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각종 구라들을 검열, 수정권고 함으로써 관객들의 "말두 안돼, 씨바" 또는 삿대질을 동반한 "우하하..!" 등의 시니컬한 반응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본 위원회가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띤 위원회이니만큼, 본격적인 구라 검열에 앞서 우선 구라 검열의 기준이 될 구라 검열 시행령을 전 영화계에 하달하는 바이다. 본 시행령은 모든 영화들속에서 돌발 출현할 수 있는 구라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를 정의함으로써 엄한걸 구라라구 우기거나, 구라를 안 구라라고 우기는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공표된다. 앞으로 벌어질 구라위의 제반 검열활동은 아래 시행령에 준하여 이루어진다. 물론 본 공사 총재의 직권으로 인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꼴리는대로 바꿀 수도 있구.
- 영화적 구라의 종류와 그 대책 -
사실 본 위원회가 각잡고 절라 진지하게 따지기 전선에 함 뛰어들면, 비교적 시끄러운 영화들(액션, SF, 어드벤쳐, 판타지 등등) 중, 본 위원회의 검열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영화는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즉, 액션 영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총이나 주먹 한 방 맞고 삼단 풍차돌리기 하면서 자빠라지는 엑스트라들은 모조리 해고/편집삭제 권고대상에 포함될 것이라 사료된다. 죽기도 바쁘고 후달려 죽겠는데, 720도 초고속 회전 풍차돌리기 할 시간이 어디 있냐. 유사한 예로 분류될 수 있는 몇가지 대표적인 경우를 아래에 제시한다.
아.. 따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이 무수한 구라들의 도도한 물결..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구라들을 검열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제외조치할 것을 하달한다. 이 구라들은 영화와 관객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암묵적인 약속, 즉 본 위원회에 의해 관습이라고 명명된 게임의 규칙위에서 자행되는 구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봐 줄 수 있다. 요컨데, 대부분의 영화속의 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좀 다른 구라가 일상화 된 세계이므로, 관습적 구라로 분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검열에서 제외시킨다.
비 상식적 구라라 함은 말 그대로 일반적인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구라이다. 존나게 멋진 연출이 받쳐주고, 존나게 훌륭한 연기가 땡겨줘도, 그 장면의 설정 자체가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장면은 쒯덩어리가 될 수 밖에 없다(단, 몰상식한 자가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는 제외). 이를 비 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관습적 구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구라들은 주로 액션 영화들에서 빈번한 빈도로 출현한다는 것이 구라학계에 보고되어있다. 아래는 그 예이다. <리쎌 웨폰 4> 중반부의 자동차 추격장면 중, 멜 깁슨이 너덜너덜한 비니루로 트럭에 매달려있는 탁자를 타고 고속도로를 서핑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것이 비상식적 구라의 대표작이다. 트럭 짐칸 대충 막아놓는데 쓰는 이 천막 비니루, 탁자만 매달려두 금방 걸레가 되고도 남음이 있거늘, 탁자뿐만이 아니라 그 위에 탄 최소한 90kg은 나가보이는 사람을 태우고도 땀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비니루도 비니루이거니와, 탁자는 더 강력하다. 이 탁자는 분명 나무로 만들어져 있는데, 철판에도 순식간에 빵꾸를 낼 만한 속도(추정속도 최소한 70km/h)에서도 벤허 전차마냥 그 위풍만 당당하다.
이 비니루하고 탁자는 어쩌면 3M/듀퐁 합작으로 극비리에 개발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비닐과 탁자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 그런 설명이 제시되지 않고 있으므로, 비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리쎌웨폰> 시리즈는 꽤 재밌어서(특히 2편까지는) 표적수사를 함에 있어, 좀 가슴이 아프다만, 어쨌든 각설하고, 요점은 다음과 같다. 전문적인 과학적/공학적 지식없이도 그 구라성을 순식간에 눈치깔 수 있는 상식의 선에서 용서되기 힘든 구라들을 비상식적 구라로 분류한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에 따라서 귀엽게 봐주고 넘어갈 수 있는 경우, 이는 정상참작의 요건으로 작용, 굳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이 비상식적 구라에 못지않게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구라가 학계에 보고되고 있는바, 본 위원회는 그것을 비논리적 구라라 명명한다. 이 구라는 지가 앞에서 해놓은 얘기, 지가 개무시하고 어기는 구라를 지칭하는 것으로서, 상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대기, 지질, 중력 등이 모두 차이가 날 행성들 사이를 모든 생물이 어떠한 장치의 도움도 없이 안방 드나들듯 자유롭게 드나든다. <미래소년 코난>의 세계에서는 코난이라는 인간(이라기보다 여러 모로 볼 때 괴물에 훨 가까운 넘이지만)이 건물을 벽을 땅바닥 삼아 수직으로 뗘댕긴다. 사람의 달리기 가속도가 지구의 중력 가속도보다도 높다는 얘기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영화들은 캐도캐도 끝이 없는, 말뚜 안되는 비상식적 구라의 황금광맥이다. 하지만 이 구라들은 관객의 명랑한 관람 분위기를 치명적으로 저해하는 악성구라들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지덜만의 절라 이상한 세계(<스타워즈>는 "절라 머나먼 옛날 존나게 머나먼 먼 은하계", <미래소년 코난>은 "핵전쟁 이후의.. 거시기")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돌아가는 논리는 나름대로 말이 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헌데, 자기가 만들어논 규칙도 못 지키는 찐따같은 영화들이 있어서 명랑 영화관람의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영화들이 함유하고 있는, 앞뒤 아다리 안 맞는 구라가 비논리적 구라다. 아래는 <쒜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이다.
위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앞부분에서 뭔가 존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폭탄이 터지는 조건, 세균이 전염되는 조건 등)을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영화일수록 이런 구라를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구라의 가장 큰 유해성은, 어쨌든 저질러 놓은걸 수습해야되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그 강도가 높아진다는데 있다. 영화를 단순히 황당한 것으로 만드는 비상식적 구라와는 달리, 영화를 점점 재미없는/짜증나는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본 비논리적 구라는 적극 검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악성 구라라 할 수 있겠다.
영화속 구라중 가장 잘 알려져있는 구라의 형태인 비과학적 구라에 대한 검열은 본 딴진공 구라위의 소관업무가 아닌, 엽기 과학부의 소관이므로 해당 부처에 그 업무를 일임한다.
본 위원회의 검열 업무는 관객의 명랑 영화관람을 저촉하는 구라에 대한 수정안을 권고하고 영화를 좀 더 재밌고 완성도 높은 것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아무거나 마구리로 구라의 범주에 집어넣는 것은 본 위원회 설립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불허한다. 아무리 본 위원회가 구라 검열로 먹고산다지만, 영화나고 구라났지, 구라나고 영화가 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
- 딴지 영화진흥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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