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르뽀] 겜방에선 무슨 일들이? 2000.8.8.화요일
허나 급격한 산업화와 아파트 등 서양식 주거가 보급되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방문화는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과거처럼 방 하나가 밤엔 침실도 되고, 낮엔 응접실이 되고, 끼니때면 식당도 되는 멀티태스킹 방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침실, 서재, 식당 등 방이 하나의 특정역할만을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곁에서 방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들며 우리 민족의 방에 대한 애착을 확인케 하는 것들이 있으니, 다방, 복덕방에서부터 노래방, 소주방, 비디오방, 찜찔방, 게임방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공공방이 바로 그들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방은 바로 게임방. 전국적으로 1만 2천여 개가 성업 중이며 15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총 4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여 단기간에 다방, 비디오방 등 기존의 방류 사업자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방으로 우뚝 선 게임방... 과연 이 게임방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게임방에 대해 현재 시중엔 여러 가지 시각이 혼재한다. 한편에선 원조교제, 청소년 탈선의 현장이라고 단속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정보통신 혁명의 메카라고 추켜세우고, 이제는 대학생들의 약속장소에서 연인들의 필수 데이트코스로 자리잡은 게임방.. 그 삶의 현장에 출몰하는 인간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희노애락을 낱낱이 디벼 보겠다는 기자정신에 똥꼬가 극도로 수축한 기자, 바로 게임방에 잠입하여 죽돌이를 가장, 6박7일간의 취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불과 며칠만의 취재로 피상적인 겉모습만 겨우 파악할 수 있었을 뿐. 이 정도로 만족하고 대충 기사를 쓴다면 그것은 민족정론의 기자임을 포기하는 과오일 터.. 이에 과감히 6개월간의 취재기간을 상정하고 총수에게 취재비를 요청하였으나, 본기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단 한 마디.. "배 째." 하여 본기자, 겜방 아르바이트로 위장취업을 감행하였다. 이리하여 진실을 향한 본 기자의 고행은 시작된다... 아.. 이 놀라운 기자정신... 할렐루야 찬양하라... 겜방엔 어떤 넘들이 있나? 겜방. 역시 겜방에선 겜을 하는 이용자가 절대다수다. "수타 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게임(RTS)에서 "리니지"류의 온라인 머그게임(MUG) ,"포트리스","고도리","바둑" 류의 온라인 대전게임 등. 그 나머지는 대부분 채팅을 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엔 사전 수질점검이 용이하다는 점과 내숭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상췌링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외에 대학교 근처에선 레포트나 과제를 하기 위해 컴을 쓰는 학구파들, 점심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넥타이 부대들, 오전에 애덜 학교 보내놓고 한가한 때를 이용해 컴퓨터를 배우는 주부 등도 가끔 볼 수 있다. 가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적인 범주의 이용자들 외에, 순식간에 겜방의 질서를 마비시키는 불청객들이 있으니 그들의 발켜주께.
겜방에선 원칙적으로 뽈노를 볼 수 없다. 청소년 보호법 등에 의해 겜방에서 뽈노 사이트를 보는 건 위법이기도 하거니와, 바로 옆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뽈노를 보기엔 민망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빵빵한 동영상과 각종 이미지로 꾸며진 뽈노 사이트를 보기에 겜방만큼 좋은 곳도 없다. 더구나 겜방의 주고객이 혈기팔팔한 10-20대임을 감안하면, 이에 주변의 시선과 감시의 눈길을 뚫고 겜방에서 과감히 뽈노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을 단계별로 나누어 보았다. 아마추어 레벨
중급자 레벨
프로페셔널
도주형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게임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5,6시간이 훌러덩 지나버리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본 기자가 겜방에 위장취업한 후, 가장 오랫동안 게임을 했던 손님은 무려 2박3일, 총 55시간 동안 리니지를 했던 의지의 인간이었다. 그는 55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잠시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한두 시간 자는 것 빼고는 계속 게임을 했다. 대단한 넘..나가면서 하는말 "목요일날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가봐야겠네요" 그날은 목요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훌쩍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게임비가 예산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럴 경우엔 친구를 불러 대신 돈을 내게 하거나 물건을 맡기고 나중에 갚곤 하지만, 때때로 1시간에 천 몇 백 원하는 게임비를 떼먹고 도주하는 넘들도 생긴다. 이런 도주형의 그 행동양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 유형
두번째 유형
채팅의 허와 실 겜방에 오는 넘들은 대개 게임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뇬들의 경우 채팅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촌, 홍대, 강남역 등지에서는 가공할 화장빨과 화려한 의상으로 게임방을 찾는 뇬들이 많은데, 이들이 오로지 번개를 목적으로 채팅을 하는 일명 번개족들이다. 번개족들은 한가한 뇬, 섹쉬걸 등의 아이디로 채팅사이트에 들어가 무수히 쏟아지는 메모를 받은 후, 그 중 가장 괜찮은 넘을 골라 번개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는 119 소방차 출동하듯 잽싸게 가방을 챙기고 득달같이 나간다. 이들의 목적은 오로지 만만한 넘 골라 하루 뽀지게 잘 노는 것뿐이다. 그러나, 대개 그런 번개족들의 외모는 지극히 안쓰러울 정도다. 채팅하면 너도나도 킹카, 번개할 땐 너도나도 폭탄이란 구호가 몸소 느껴진다. 그런데 이젠 화상채팅이 생기면서 어느 정도 수질점검이 가능하게 되자, 이들은 가공할 화장빨과 카메라 측면찍기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번개족들의 일상을 함 보자..
끝 맺으며... 일요일이면 항상 오는 손님이 있었다. 배 약간 나오고 머리 약간 벗겨진 두꺼운 안경 쓴 아저씨. 항상 초등학생하구 중학생쯤 돼보이는 두 아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구 서로 멀리 떨어진 자리를 달라고 한다. "아.. 이넘이 자꾸 내 꺼 훔쳐봐서 안 되겠어.. 좀 멀리 떨어뜨려줘" 그렇게 삼부자는 사이 좋게 스타를 시작한다. 보통 아버지 대 두 아들의 1:2 게임이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끝이 나면 3부자 대 컴퓨터와의 가문의 명예가 걸린 전쟁이 시작된다.
그들의 서너 시간에 걸친 명예전쟁이 끝나면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 좋게 콜라를 나눠 마시고 돌아간다. 정말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수 없다. 6개월간 위장취업을 하면서 본 기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겜에 미친 사람, 포르노에 미친 사람, 밤 샐 곳이 마땅치 않아서 오는 사람, 증권투자에 골몰하는 박봉의 샐러리맨, 논문자료 검색하는 학구파 대학원생, 단순히 오늘 밤을 불살러 보려는 채팅족에서 미래의 벤처기업가를 꿈꾸는 반짝이는 눈망울의 초등학생까지... 본 기자, 6개월간의 장기간 잠입취재를 통해 겜방문화를 취재하면서 어떤 훌륭한 인프라나 시설도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엄청난 정보인프라인 게임방이 인터넷 보급기지가 될지 인터넷 불륜기지가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다. 오늘 게임 속의 가상현실과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겜방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문화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중독과 향락이 존재하는 장소가 아닌 밝고 건전한 여가활용의 장소로 만드는 것은 사용자들의 몫인 것이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옆 사람을 위해서 내 컴퓨터의 볼륨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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