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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좃선식 영화기사 작성법 특강

2000. 8. 19. 토요일
딴지 영화진흥공사 부설 영화 아카데미

딴지 영진공 부설 영화 아카데미에서는, 국내 각처에 산재해있는 재래식 영화 아카데미와는 달리 일반인도 손쉽게 재래식 영화언론의 기자를 사칭할 수 있도록 하는 속성 기자 양성코스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본 속성 기자 양성코스의 첫번째 프로그램으로서, 국내 재래식 찌라시 기업중 가장 높은 지명도를 유지함으로써 본 공사의 지속적인 지도편달을 받고 있는 좃선의 영화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요령에 대한 강좌를 하도록 하겠다. 

이번 강좌의 주 교재로는 8월 17일자 좃선 찌라시 "iT 좃선" 섹션에 실린 <여름 극장가 디지털 스톰>이라는 기사가 채택되었다. 본 공사의 초절정 청렴결백 저예산 영상문화 창달이라는 이념에 발맞추어 선정된, 이 교재의 저렴함을 보라. 과연 놀랍다.

 

 





 
오늘의 교재
 

교재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본 강좌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제 1 장

 

기초 테크닉

 



 보도자료 발췌 혼합법

다른 여타의 재래식 언론들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본 기사는 주최측(홍보대행사)에서 돌린 보도자료를 압축, 요약, 짬뽕하여 기사로 만드는 보도자료 발췌 혼합법(이하 발췌 혼합법)을 기본 기법으로 채택하고 있다. 

 

 









 
<퍼펙트 스톰> 보도자료 <다이너소어> 보도 자료
기사 작성을 위한 기본 재료
 

아래의 예를 보면서 기사작성의 기초 테크닉을 체득하시기 바란다.



















 
보도자료 좃선기사
10층 높이의 해일시간당 120마일의 바람을 일으키는 해일 제조기, 인간을 지구 바깥으로 날려버릴 만한 폭풍을 일으킬 세 대의 바람 기계..
[실물보기]
시속 120마일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해일 제조기3대의 바람 제조기를 동원해 10층 높이의 파도를 만든뒤 CG기술로 PC에서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
<다이너소어>가 서울극장에서 디지털 프로젝터(DLP : Digital Light Processing)로 상영된다. DLP는 세계적인 디지털 기기 제조업체 TI(Texas Instrument)에서 개발한 디지털 프로젝터로..
[실물보기]
필름 영사기 대신 텍스트인스트루먼트(TI)사가 개발한 디지털 프로젝터(DLP : Digital Light Processing)로 상영..
바람에 흩날리는 여우 원숭이 털의 세세한 움직임과 등장인물의 눈동자에 비친 광경까지 선명하게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실물보기]
바람에 흩날리는 여우원숭이 털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공룡들의 다양한 감정이 노출되는 피부와 근육 움직임까지 선명하게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다.
디즈니의 디지털 스튜디오는 ... "극비 실험실: The Secret Lab(TSL)"이란 명칭의 새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실물보기]
디즈니사는 이 영화를 찍기위해 자체 스튜디오에 극비실험실(TSL)이란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본 발췌 혼합법에는 단어의 순서를 이리저리 바꾼다던지, 약간의 단어를 삭제/첨가하는 등의 섬세한 터치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보도자료를 단어별로 오려서, 라면 상자에 넣고 흔든 후, 이를 무작위로 뽑아서 다양한 순서로 배열해보는 퍼즐 나열법도 시도해봄직 하다.

단, 이러한 첨삭 공정에서는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것은 자기도 잘 모르는 얘기를 베끼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테크닉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단어 재배치/삭제/첨가에서 약간 오바를 해주면 좃선의 영화관련 기사작성의 핵심이자 정수라 할 수 있는 기법인 신학설 가공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고급한 난이도가 요구되는 테크닉이므로, 아래에서 언급하겠다.

다음 기법을 보도록 하자.

 

 딴지 영진공 보고서 발췌법

이 기법은 본 공사 출범과 함께, 새로이 등장한 테크닉이다. 그 방법은 본 공사의 검열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서 써먹는 방법인데, 아래는 그 예이다.

 

 

 

 

 

 

 

 

 

 

 

 

 

딴진공 검열 보고서 좃선기사
표면에 흰색 거품이 그물모양으로 생기는 바닷물의 질감과 강풍으로 휘날리는 말 갈기같은 파도 꼭대기의 흰 안개를.. 표면에 흰색 거품이 그물 모양으로 생기는 바닷물의 질감과 강풍이 불면서 휘날리는 파도 꼭대기의 흰 안개는..
CG로 가장 표현하기 어렵다는 물을 이 정도로 표현해낸 것만 보더라도.. CG로 표현해내기 가장 어렵다는 물을 사실적으로 나타냈다는..

 

 

 

 

 

 

 

 

 

 

 

 

 

이 기법은 기존의 손에 주어지는 보도자료 발췌해먹기에서 과감히 탈피, 베끼기 쏘스를 이제는 내손으로 삽질해오겠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돋보이는 기법이라 하겠다. 또한 이 기법은, 본 공사의 검열보고서와 같은 고급 쏘스를 골라내는 선구안을 통해, 새로이 등장한 기법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는 아쉽게도, 세부적인 부분에 변화를 줌으로써 별로 베낀 티를 안내는 마무리 위장 기법이 적절히 구사되지 못하였다. 

물론 이것이, 공사다망한 와중에도 꾸준한 지도편달의 자상한 손길을 보내는 본 공사에 대한 경외심 어린 오마쥬임이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재래식 언론 기사작성법의 기본기법인 발췌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수강생 제위는, 이러한 경우에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가급적 베낀 티를 내지 않는 위장 전술을 구사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 2 장
고급 테크닉

 


이렇게 취합된 쏘스들은 그대로 기사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재료 그 자체보다는, 취합된 재료를 어떻게 짜깁기 하는가가 기사 작성의 가장 중요한 관건 되겠다.

 

이러한 짜깁기 과정에서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얘기를 마치 아는 것처럼 써야하므로, 기사 작성자의 상상력과 야부리 능력, 그리고 횡설수설 능력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학설 가공법

이 방법은, 쏘쓰를 가공/위장하는 과정중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오바를 통해, 멀쩡한 쏘스를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전혀 새로운 학설로 변모시키는 고급기술이다. 

아래 예는 위 "보도자료 발췌 혼합법"에도 등장했던 넘이다. 보자.

 

 

 

 

 

 

 

 

 

 

보도자료 좃선기사
그리고 설계도에 따라 10층 높이의 해일과 시간당 120마일의 바람을 일으키는 해일 제조기, 인간을 자구 바깥으로 날려버릴 만한 폭풍을 일으킬 세 대의 바람 기계 ... 를 만들었다. 시속 120마일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해일 제조기와 3대의 바람 제조기를 동원해 10층 높이의 파도를 만든뒤 CG기술로 PC에서 완성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과연 좃선이다. 

"10층 높이의 해일"이라는 대목을 살짝 뒤로 옮겨 놓는 것 만으로, "해일 제조기"와 "바람 제조기"로 "10층 높이의 파도를 만"들었다는 새로운 학설이 탄생되었다. 그러니까, <퍼펙트 스톰>은 10층 높이의 파도를 직접 만들어서 거기에 실제 배를 띄워서 빠뜨려버린, 헐리우드 사상 최대 규모의 무시무시한 영화로 돌변한 것이다.

 

 





 
 

그러니까 좃선에 의하면 이 파도를 해일제조기하구 바람제조기를 가지구
실제로 만들었다는 얘긴데.. 그럼 용가리는 용가리제조기 갖구 만든거냐?

(지난 보고서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장면은 100% CG로 만든 장면이다)

 

이 학설을 통해 헐리우드의 기술력은,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태풍이나 만들 수 있는 파도를 "해일제조기"와 "바람제조기"로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 낼 정도의 기술력으로 순식간에 격상되었다. 

 

내친김에 이 "해일제조기"와 "바람제조기"가 왜 여태까지 미국의 군사작전에 활용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설까지 첨가했으면 더욱 훌륭하고 획기적인 학설이 될 뻔 했다. 이 대목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바로 이것이 "10층 높이의 파도"보다 무시무시한 학설을 창조해내는 신학설 가공법의 위력인 것이다.

한편, 그 뒤에 붙은 "CG기술로 PC에서 완성하는 방식"이라는 횡설수설이 과연 무슨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 절대 해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라. 이번 기회에 수강생 제위는, 자기가 아는 단어들을 총동원해서 해독되지 않는 횡설수설을 만들어 내, 요소요소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주의를 흐리는 고급 테크닉도 더불어 익히기 바란다.
 


  학설 창조법

하지만, 좃선식 기사 작성법의 백미이자 최고의 경지는 아무래도 신학설 창조법이다. 

이 방식은, 내가 아는 모든 지식 총동원해서 아예 새로운 학설을 만들어버리는 방식으로서, 고도의 언어 조합력과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이 요구된다. 별로 있지도 않은 지식에서 새로운 학설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자질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를 통해 알아보자.

 

 





 
 

좃선기사

필름 영사기가 비디오CD의 수준의 화질이라면 DLP는 디지털다기능비디오(DVD) 수준이다.

 

놀라움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

 

이 좃선 기사를 통해

필름 영사기 : 디지털 영사기 = VCD : DVD

라는 공식이 새로이 주창되었다. 

사실 필름 영사기와 디지털 영사기의 결정적인 차이는 사실 화질의 문제라기보다는, 배급/상영/보존방식 상의 문제이다. 그리고 털 같이 아주 미세한 물체를 표현한 CG가 아닌 경우에, 그 화질의 차이는 거의 없다. 차이가 있더라도 아주 주의해서 봐야 하는 정도로 미세한 차이이다. 

아니다. 이런걸 떠나서, VCD(16비트)와 DVD(24비트) 정도로 말도안되게 화질의 차이가 난다면, 그 누가 지금까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겠는가. 

하지만, 기사 작성을 위해 그런건 개무시해야 한다는 것을 이 기사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서막에 불과한 바, 진짜 압권은 이 기사의 말미에 등장한다.

 

 





 
 

좃선기사

예전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처럼 작은인형(미니어처)를 만들어 배치한 뒤 각각의 동작을 조금식 움직여 따로따로 찍고, 이를 24프레임으로 연결하는 스톱모션 방식이 많았다. [실물보기]

 

본 문구는, 본 속성 기자 양성코스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모든 좃선식 영화기사 만들기 테크닉이 망라된 정수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 

이 기사로 인해, 가장 오래된 아날로그 애니메이션 방식중의 하나이자 노가다 집약성이 거의 톱 클래스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주1)은, 드디어 디지털 애니메이션(주2)의 선조로 거듭나 버리고야 말았다. 

 

 





 
스톱모션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이면 얘는 왜
컴 앞에 안 앉아있구, 인형들갖구 이러구 있냐?

 

이 획기적인 주장에 비하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 쓰는 "작은인형"인 퍼핏(puppet)을, 실제 지형지물이나 큰 물건(배, 비행기, 기차, 우주선 등)을 실제하구 똑같이 축소해서 만든 작은 모형인 "미니어처"라구 불러버리자는 주장은 오히려 사소하다.

 

보았는가. 좃선의 영화관련 기자에게는 이 정도의 상상력과 과단성, 그리고 배포가 요구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몇 개 자기가 아는 단어들을 조합하여 영화사를 새로 써버리는 이 정도의 배짱과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수강생은, 즉각 실전에 투입되어도 별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제 3 장
요약

 

지금까지 우리는,

 

 

1. 보도자료 발췌 혼합법
2. 딴진공 검열보고서 발췌법
3.
학설 가공법
4.
학설 창조법

 

등 어디가서 돈주고도 못배우는 주옥같은 영화관련 기사작성 테크닉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테크닉들은 좃선 뿐만이 아니라 여타의 영화언론(특히 스포츠 신문)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들인 바, 본 아카데미에 실린 기법들을 이용하면 여러분들도 손쉽게 재래식 언론의 영화관련 기자를 사칭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위의 테크닉들을 마스터한 후에도 여전히 주의할 점이 있다. 이러한 재래식 영화언론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보도자료가 속속 답지하는 팩스앞을 절대로 떠나지 않는 진득한 인내심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관련 자료 따위를 디벼보지 않고 기냥 모르는 부분은 창작해버리는 초지일관의 부동심창의력이 필요하다.

재래식 언론들의 <비천무> 똥꼬핥기 필의 기사들은 에서 창조된 것이 결코 아니다. 그 배후에는 이렇게 철두철미한 무대뽀 기자정신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후자는 재래식 영화언론 기사작성을 위한 기본소양이므로,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진정한 재래식 꼴통 영화 언론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 그토록 궁금해해 마지않던 재래식 언론들의 기사 작성 기법을 완전히 터득하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실전에 투입된 후에도, 여러분은 항상 복지부동 무사안일이라는 재래식 영화 언론인의 기본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건투를 빈다. 이상.  

 

 

 

 

 

 

- 딴지 영진공 부설 영화 아카데미
대표강사 한동원
(sixstrings@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