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명령] 티비야, 대중음악에서 손을 떼라!

2000. 7. 30
딴따라딴지 전임  비평위원 파토








울나라처럼 가수들 얼굴 보기 쉬운 나라는 없다. 


티비만 틀면 프로그램 불문하고 거의 언제나 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울나라에서 가수들이 티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월관계를 형성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티비 방송이 시작된 이래 대부분의 가수들은 화면을 통해 인기를 얻었고, 음악을 평가하는 잣대도 음반 판매량이나 라디오 방송 횟수 같은 본연의 루트를 통한 것 보다는 티비 인기가요 순위 차트를 통해서였다는 점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가수들은 티비에 나와서 단지 노래만 부르는게 아니었다. 예로부터 명랑운동회 류의 쇼에 심심찮게 출연하여 뛰고 구르는 등 음악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냥 프로그램 출연자로서 역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엄청 낮익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계속되어온 가수들의 티비 진출... 이제 시스템과 인식의 변화로 음악 프로에서 조차 직접 노래를 불러야 할 필요조차 없어진 가수들은 그만큼 얻은 자유를 무기로 온통 티비 프로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모습들은 울나라 대중음악계의 황제인 이숭만 선생에 의해 싱잉 엔터테이너 라는 개념으로의 이론적 뒷받침을 받아가며 엄청난 장악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 흐름의 기세는 사뭇 심상찮다.  





그럼 과연 가수들이 티비에 얼마나 나오는지, 그리고 나와서 뭘 하고 있는지 음악이나 쇼, 연예계 소식 프로그램은 다 빼고 나머지 것들만 갖고 대충 짚어보자. 


이들은 각종 오락 프로에 출연해서 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온갖 일들에 도전하는데, 아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그 종목의 다양함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다. 







[ 월요일 ]

이헝렬 쇼 - 베이비 버스, 사켜라의 항보 등등 출연. 주된 내용은 성형수술 의지 여부, 수영장에서 남자들의 시선을 즐긴 적이 있는가, 누드비치에 가 보겠는가 따위.


스타게이트 최고의 만남 - 이종현 출연. 주된 내용은 숨겨진 모든 것을 알아보는 인터뷰. 셀프카메라를 통한 매력 대탐험. 육군 필승부대 신교대 일일입소.


[ 목요일 ]

얍 한밤에 - 인기그룹 쿨럭B와 함께 한 불효자들의 춤 페스티발.


[ 금요일 ]

기분좃같은 밤 - 큰넘의 디자이너 되기. 


[ 토요일 ]

가쁜 우리 토요일 - 투타임의 차력사 되기, 가수 올스타팀의 자동차에 많이 타기, 사켜라 항보의 송판 격파.


목포달성 토요일 - 지어디의 육아일기.


자유선전 오늘은 토요일 - 가요계 춤의 달인 산화는& 청소년들의 고민 해결을 위해 가장 심각한 춤치 3인방을 긴급 선발하여 춤 실력을 키워줌.


사우나에서 펼쳐지는 탈출 퀴즈, 큰넘, 쿨럭B, 쌍턱스클럽, 알앤비의 여왕 K, 무서운 신인 마징가 SZ 출연.


스타 서바이벌 미팅, 김쥐현, 때리나(룰랄라), 이휘진(베이비 버스), 솔찬히 출연


못된 만남 - 남휘석, 이희재, 컨트리 꺼꺼네 남자들과 아름다운 세 미녀들의 해변가 데이트


[ 일요일 ]

뷰티풀 나이프 - 심령의 실체. 클래요 출연.  뢍현 뢍하의 영어공부. 대한해협 횡단 - 베이비 버스


토끼네 쇼 - 김원쭌이 밝히는 이상형.. 김원쭌의 애장품 경매, 사생활 질문.

술퍼티비 일요일은 즐거워


출발 주림팀


좋은 친구들


주영흥의 요리 특공대 - 주영흥, 물차일드, 클래요 등 수많은 가수들



간단히 정리한게 이 정도니, 실제 출연 종목의 수는 여기 제시된 것들의 두배는 충분히 넘을 거다. 어린애 보는 일, 차력 익히기, 귀신 존재 확인 실험, 디자이너 되기 등 세상의 모든 일을 체험해 보려는 것이 지금의 가수들인 것이다.  








국위선양의 첨병 주림팀의 위용...


가수와 탤런트의 합작 프로젝트 주림팀의 경우는 대만에까지 원정가서 각종 체육행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볼때, 가수들의 딴짓거리는 가히 국제적인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기도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인기 있는 톱 가수들이 이 대열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무대에서는 립싱크로 무장한 채 현란한 춤에 열중하는 초특급 싱잉 엔터테이너로, 티비에서는 매니저와 피디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있는 이른바 만능 엔터테이너로 변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이 가수를 혹사시키는 것도 아니다. 이 모든 건 가수에게 도 인기면으로나 금적적으로 도움이 되고, 개인적으로는 얻기 힘든 여러가지 기회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돈도 벌고 인기도 끌고 재미도 있고 시청자도 즐거워하니 따지고 보면 문제될 것도 없어 보인다.관객에게, 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엔터테이너의 역할이라면... 굳이 가수라고 해서 노래에만 전념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과연 이숭만 선생의 말대로, 이들은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며 21세기형 오락산업의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건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만 보기에는 좀 석연찮은 구석들이  있다. 


세계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는, 대중음악의 중심이자 최첨단이자 종주국이라고 할 미국에서는 오히려 티비에서 가수 얼굴 보기가 영 여의치 않으니 말이다. 최신 개념인 싱잉 엔터테이너도 거의 없는것 같다. 우리가 드디어 대중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르는 걸까...?


미국에서 가수들이 티비에 비치는 것은 주로 음악계 소식코너에서 인터뷰로 따온 화면이거나 라이브, 뮤직비됴, 그리고 그래미 어워드 같은 특별한 행사때가 대부분이다. 가끔씩 데이빗 레터맨 같은 토크쇼에 나오기도 하지만 대게 뮤지션의 활동과 삶에 대해 비교적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등 울나라의 경우와는 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넘들은 음악도 잘하고 돈도 인기도 많고 세계적으로 히트도 치고 있다.  








에드 설리번과 비틀즈. 이넘들이 여기 나와서 한건 차력 시범이 아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가 5-60년대 히트 프로그램이었던 에디 설리번 쇼를 통해 자리를 굳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넘들도 나와서 진지한 대화하고 노래 한거지 농담 잔치나 몰래 카메라 한게 아니었다.


하긴 머 그건 절라 옛날이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 너바나, 메탈리카 같은 수퍼스타들이 주림팀을 결성해서 체력장에 도전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마돈나가 토크쇼에서 누드 비치에 가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거나 머라이어 캐리가 퀴즈 쇼에 나가서 수영복 입고 물에 풍덩 빠지는 장면을 본 독자분 계신가들.


하다못해 음악성이 별로라는 등 구설수에 올랐던 80년대의 컬처 클럽이나 듀란듀란, 혹은 뉴키즈 언더 블락, 최근으로 따지면 릭키 마틴 같은 아이돌 스타들도 티비 쇼에서 쿵푸에 도전하거나 지아니 베르사체 밑에서 디자이너 수업을 받았다는 소리는 나온 적이 없다. 단지 그런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이런 발상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행해지고 받아들여지는 이런 모습이 개네들을 투영해 보면 엉뚱하게 느껴질까?  


배달민족의 뛰어난 재주와 웅혼한 기상으로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에서 아무도 해내지 못한 새역사를 창조하고 있는거냐... 아니면 씨바 먼가 절라 잘못 돌아가고 있는거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울나라 가수들이 옛날부터 티비에 유달리 많이 나오게 된 이유가 뭔지부터 먼저 알아보자. 서양넘들의 대중음악은 그 음악 자체는 물론이고 주변 조건들도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시애틀 클럽 출신인 이넘들이 전세계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봐라.


미국의 예를 보자. 땅도 넓고 지역이 고르게 발달해 있는 이 나라는 각 지역별로 문화가 각기 자생적으로 발달해 있다. 대중음악판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가수들이 활동하는 마당이 따로 있는데, 길거리에서부터 클럽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다양하다. 


이넘들이 그런데서 공연하다가 사람들이 좋아하고 여력이 좀 생기면 지역의 소규모 레이블 - 인디 레이블 - 을 통해서 판을 내고, 그게 지역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가 된다. 그러다가 여러가지 여건이 맞아 떨어지면 메이저 레코드사에 픽업되서 전국적, 아니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게 되는거다. 


사실 엄청 단순한 구조인것 같아도, 이게 가능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각 지역별로 라이브 씬이 활발해야 된다. 둘째는 그렇게 활동하는 밴드들이 지역에서 음반을 내서 어느정도라도 소비가 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세째로는 이넘들을 흡수해서 키워줄 수 있는 메이저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야 하는거다. 이 세가지중 하나라도 되지 않으면 대중음악의 자생과 발전은 불가능하다.








미8군 시절의 신중현


우리나라는 애시당초 이런 여건을 가질 입장에 있지 못했기 때문에, 옛날에는 가수가 될 수 있는 루트 자체가 좀 비정상적이었다. 곡마단식의 쇼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던가(트로트), 미 8군 무대에 서던가(팝 계열), 셀부르 로 대표되는 음악카페에서 노래를 하는 것(포크)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일단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고 음반을 발표하고 나서 설만한 제대로 된 무대 자체가 없었다. 라이브 문화는 전무하고, 지역적인 팬층이나 소비계층은 전혀 없고, 음반 시장을 포함 모든것이 영세하기만 했던 그 시절로서는 제대로 연주와 노래를 보여줄 개방된 무대는 사실상 티비 방송국 무대 뿐이었다. 또한 그나마 티비라도 나오지 않으면 가뜩이나 작은 음반시장에서 먹고 살 방도 자체가 막막했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가수들은 어느 정도의 경력과 실력이 쌓이고 나면 오로지 티비 출연을 목표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티비는 가수와 대중음악계에 점차 강력한 독점적 권력을 얻게 된 것이고, 그렇기에 쇼 프로 피디 들의 비리나 상납 따위의 관행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떠냐...?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세상이 한참을 변해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었고 사실상 더 공고하고 조직적인 것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문제는 단지 비리나 상납만이 아닌 것도 밝혀졌다. 이런 구조가 울나라 대중음악이 발전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틀어막고 있는게 더욱 심각한 문제였던 거다. 


티비는 기본적으로 사운드 매체가 아닌 영상 매체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것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티비를 통해 사랑받는 것은 소리라기보다는 모습이란 말인데 이게 음악을 구성하는 기본 수단과 일치하지 않는 거,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다. 다시 말해, 티비는 대중음악을 이끌어갈 자격이 없는 매체란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티비가 대중음악을 주도하지 못하고 그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런 티비가 울나라에서는 대중음악에서의 거의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거다. 그런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건 당연하다.  








공공연한 비밀. 충격을 받은 사람은 직간접적 관련자 외에는 아무도 없을걸? 


시청률을 높여야 할 쇼프로 피디들은 음악의 관점이 아닌 영상 매체의 관점에서 무대에 올릴 가수들을 선정하게 되고, 독점된 권력이니 만큼 여기에는 뇌물과 아첨, 몸 상납, 인간관계 등 온갖 비리적 변수가 개입한다. 당연히 음악의 질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이런 모든 배경하에서 표절이니 립싱크니 하는 각종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문제가 점점 심해지다보니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티비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대해 여러 각도의 비판과 대안이 활발히 제기되었다. 다양한 음악의 출현과 실력있는 음악인들의 배양, 나아가서 대중음악 전체의 질적 향상, 해외 진출 등등을 위해서 하루바삐 합리적인 형태로 재개편하는 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반대로 흘러왔다. 이래저래 음반시장이 점점 커지고 티비에 출현하는 가수들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피디들의 일방적인 권력이 아니라 피디와 음반 제작자들간의 공생관계가 본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티비와 음반 제작자가 거대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합작하는 것이다.  


그 합작이란 이런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음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명 제작자가 쓸만한 애들을 골라 팀을 만든다. 이때 음악성 따위가 그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이미 앞에서 증명했다. 제작자는 소재(모은 애들)의 외모와 분위기를 조작하고 자극적인 음악과 비디오를 만든다. 이때 표절과 샘플링등 각종 방안이 사용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미 티비 방송국쪽하고는 싸바싸바가 질펀하게 진행되고 있다. 


준비가 끝나면 음반 발매와 동시에 각종 티비 쇼 프로에 적극 출현, 춤을 보여주고 노래를 튼다. 티비의 적극적인 공세에 청소년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한편 방송국에서는 이들을 적극 활용하여 각종 오락프로를 만든다. 게임에 나가고 퀴즈에 출연하며 차력에 도전하는거다. 이 프로들은 가수의 인기를 높여주는데 크게 일조하고, 시청률도 올려준다. 


제작자는 돈 벌고, 티비도 돈 번다. 오락프로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음악산업의 외형은 절라 커진다. 





울나라 티비가 여러가지로 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 프로들은 오락성이 강하기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고, 다들 알다시피 상당한 양을 울나라에서 베껴서 그대로 쓰고 있다. 티비에 나오는 노래들도 어떤걸 보면 울나라거나 큰 차이도 없는 것 같다. 립싱크도 꽤 한다. 체력장 같은것도 한다.


울나라가 요즘엔 더 오바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티비에서 오락 프로나 쇼프로의 포맷이나 특성은 양국이 동일하다는 소리다. 가수들이 이꼴이니 울나라나 마찬가지로 일본 대중음악계도 이제 벽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일본의 대중음악 토양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메이지 유신으로 서구화를 일찍 겪었다는 건 다들 알거고, 대중음악에 있어서의 발전이나 시스템 구축도 우리하곤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류이치 사카모토. 이 사람이 세계 테크노 뮤직의 선구자중 하나란 말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일본이 미국에 이은 세계 제2의 재즈 애호국이라는 사실을 아시는가? 80년대 초중반에 이미 영미 수준의 헤비메탈 팀들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일본의 테크노 음악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 혹시 들어보셨는가? 일렉트로닉 뮤직과 뉴에이지에서 국제 수준을 선도하는 음악인들을 이미 20여년이 넘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영기타 같은 잡지는 어떤가. 이미 20여년이 넘도록 오로지 기타와 관련된 정보와 뉴스, 인터뷰, 연주법만을 싣고 있다. 이런 류의 잡지는 일본에만 부문별로 수십종이 넘는다. 이런 것이 수십년동안 월간지 형태로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하고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이런 사실들은 열거하면 끝이 없다. 쟝르 불문한 전세계의 유명 뮤지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본을 방문해서 크고 작은 공연을 펼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거다.


이처럼 내실이 풍부한 일본음악계의 저변... 거기서 일본음악의 힘과 저력이 나온다. 울나라에서 주구장창 표절해 먹을만한 일본음악의 창의력과 매력이 바로 이런걸 바탕으로 한거다.  


또한 일본 음악계와 우리와의 큰 차이는, 걔네들은 막돈버는 음악과 아닌 음악의 구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80년대 소녀대 같은 팀은 사실 지금 횡횡하는 울나라 댄스팀 스타일의 원조라고 할만 한데, 기획사에 의해 의도된 이런 팀들은 티비와 오락프로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반면 좀더 진지한 음악팀은 공연과 음반, 즉 영미식의 흐름을 따라 움직인다. 전자와 후자에 규모는 틀리지만 각기 팬이 있고 시장이 있고 무대가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울나라에는 전자의 비대함에 밀리고 할퀴어 후자를 위해서는 거의 아무런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팬도 시장도 무대도 없다... 근데 무슨 음악을 하라고? 





니들은 아직도 의문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자꾸 딴나라 이야기를 하는데 미국이나 일본이 어찌되었던 그게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이숭만 선생 말대로 우린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서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지 않냐? 음악성이고 지랄이고 대중이 좋아하는데 뭔 잔소리냐?  


좃까라... 


잘못된 속에 들어앉아서 그걸 바로 보기는 열라 힘든거다. 거품만 엄청나게 부풀고 모두들 돈과 춤에만 흥청망청 하는 사이 알맹이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게 지금의 대중음악계다. 티비와 결탁한 독점 구조는 다양한 음악의 출연 가능성을 그 싹부터 짖밟아 버리고 있고, 음악에 꿈을 걸었던 재능있는 젊은이들은 좌절의 세월속에서 스러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주류 대중음악에 현상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문제는 크게 다음 세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울나라 대중음악의 현상적 문제점


 음악이 개판이다. 


십년이 지나도 리듬만 좀 바뀌고 다 똑같다. 전자음 좀 들어가고 드럼 비트 약간 바뀌면 힙합, 레이브, 애시드 재즈, 테크노가 된다. 발표되는 노래들은 서로간에 전부 별로 다를게 없다. 그리고 그 노래들 자체가 스스로의 생명력이 하나도 없는 3개월 소비용이다.  


 진짜로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무대도 시장도 없다. 


돈놓고 돈먹기의 공식이 만들어진 이상, 어차피 돈버는 윤리가 없어진 천민자본주의의 울나라 사회에서 누가 음악다운 음악을 힘들게 키워내려 하겠냐 말이다. 따라서 좋은 음악과 새로운 경향의 자생적 출현이 불가능하다. 나름대로 뭣좀 해볼려는 넘들은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절라 고생만하다가 다 전업한다. 


 주류 음악의 질은 영원히 발전하지 않는다. 


싱잉 엔터테이너니 샘플링이니 하는 이론적 변명의 비호하에 가수들의 무음악성과 노래 안함이 합리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편곡만 좀 바꾸고 똑같은 가사와 멜로디로 주구장창 히트시킬 수 있는 구조에서 누가 음악의 질을 향상시키기위해 노력한단 말인가? 재능있는 놈들도 그 구조에 안주하게 되고, 잔머리 안 구르는 넘들은 도태되고 마는 거다.



즉 총체적 부실, 도덕 불감증, 장기적 비젼 결여, 잔머리, 독점, 대충및 한탕주의, 거품, 매너리즘... 이런 말들로 정의할 수 있는것이 지금의 대중음악계인 거다.  


마치 IMF 관리 체제가 출범하기 전 우리나라 경제, 산업에서의 문제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혹은 도무지 아무 대책없이 지들끼리 짝짜꿍으로 놀아나는 정치판 같지 않으신가? 


하긴 음악은 이런 방면하고는 틀려서 부실이 있어서 부도로 국민경제를 혼란시킨다던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무서운것은, 저질 싸구려 음악이 지금 우리 국민들의 머리와 가슴을 전부 저질로 만들어놓고 있다는거다. 








음악판도 이렇게 만들거냐...


우물안 개구리처럼 속에서 독점부패 구조를 만들어놓고 짝짜꿍 하고 있는 울나라 대중음악계... 그러나 이제 우리와 일본의 맞장까기식 개방이 눈앞에 닥쳐 있고. 이런 부실과 부패 상황에서라면 조만간에 도래할 미래는 다른 분야에서처럼 자명해진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티고 있지만, 문화의 전면 개방이 이루어지고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는 울나라 음악판은 쑥대밭이 되고 만다. 우리가 표절한 원곡들이 딴지일보가 아니라 라디오 방송과 티비를 통해 흘러나오는 따위는 애교에 불과하다. 


그 특유의 치밀함을 바탕으로, 비대해져만 있는 울나라 음악산업의 허를 조직적으로 치고 들어올 일본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울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음반제작사의 열배 백배의 자본을 등에 업고 쳐들어올 넘들을 말이다. 


일본 음악잡지들의 인기 차트는 자국노래와 외국노래를 구분하지 않은지 이미 오래다.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고? 그럼 울나라에서 영화는 한국영화/외국영화를 구분해서 등위 매기고 있냐? 그건 안 이상하고 이건 이상할 이유는 먼가? 


우리에게도 조만간에 그런날이 올 수 밖에 없단 말이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음악도 캐나다나 프랑스처럼 일종의 쿼터제를 실시해서 자국음악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나서야 할거다. 





그럼 우리는 안 망하고 울나라 대중음악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 위해선 뭘 어떻게 해야될까...?


답은 절라 간단하다.


본 딴따라 딴지가 이제부터 지침을 내려주겠다. 그대로 행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테니 관련자들은 두눈 부릅뜨고 읽기 바란다.


먼저 티비. 한국 대중음악의 발전에 대해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 좀 빠져라. 니들도 일종의 언론기관 아니냐. 니들이 뉴스나 극소수 제대로 된 프로들을 통해 부르짖고 있는 그 수많은 옳은 말들에 대해 책임을 지란 말이다. 


니들이 울나라 국민들을 온통 노라리로만 몰아가고 있다. 오락프로들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가수들은 빼라. 니들 체제속에서 일할 수 밖에 없는 탤런트나 개그맨들, 이른바 방송인들하고만 해라. 그 사람들은 그런거 한다고 흠잡힐 것도 없으니 말이다. 


글고 티비에 출연시키는 가수들에 대한 공정한 잣대를 가져라. 돈 갖다준다고, 생긴것 반반하다고, 기획사 빵빵하다고 사기 야바위식으로 브라운관에 갖다 바르지 좀 말고 음악하는 넘들을 음악의 입장에서 보란 말이다. 니들 그정도 능력은 있는 넘들 아니냐? 


그렇게 하면 망할 것 같아도 결국은 더 남는 장사다. 방송국 하루 이틀 할건가.


두번째로, 음반 제작자들. 양심이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겠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대로 가면 결국 다 망한다는 사실을 직시해라.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음악을 음악하는 사람들한테 돌려줘라. 돈 많이 벌고 세계로 진출하고 싶지? 그럼 더더욱 그렇게 해야된다. 








세계를 경영하신다던 이분도 망해나가는 시대다...


싱잉 엔터테이너니 한 쟝르의 독점에 의한 잇점 같은 망측한 개념 개발은 재미없으니까 그만하고, 그 머리로 대중음악판을 제대로 만들 구상에 전념하기 바란다. 


재벌체제를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니 뭐니 했던 대기업들이 나라를 어떻게 말아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멀리 갈것도 없이 신문잡지만 봐도 다 있으니 확인해 보도록.  


세째로 가수들. 니들 정말 가수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음악은 얼마나 알고 있고, 노래는 얼마나 불러봤는지, 음악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지 말이다. 


만약 아니라면 당장 때려치고 니가 가야 할 곳을 찾아서 가라. 미련갖지 말고. 알고보면 니들도 피해자다...


네째로 가요애청자 여러분들. 지금 얼마나 엉터리 음악을 듣고 사는지 제발 좀 깨달아주기 바란다. 표절이니 립싱크니 그렇게 이야기해도 어찌그리 주구장창 일편단심일 수가 있냐. 니들의 그 망각과 대충 넘어가줌은 결국 비리 부패 정치가들 용서해 주는거나 똑같은 모습인거다. 니들 이용당하고 있는거야...


참고로 말하자면 실행은 최대한 빨리 하는게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는 점 잊지마라. 


동작봐라... 맞고 할래 그냥 할래?



 

딴따라 딴지 전임 비평위원 파토
(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