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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에 상장? 우리가?


지난번 G마켓의 인센티브 글에 대한 많은 분들의 피드백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G마켓 성공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나스닥 상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004년, G마켓은 급격한 성장세를 타게 됩니다. 정말 매출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오픈마켓의 특성상 구매자-판매자 간의 거래 매출과 '순이익'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손익분기점은 달성했고, 거래액은 연간 2000억 원을 도달했지만 운영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서버 구매 등의 하드웨어 보강이 시급했습니다.


이때 내부적으로 진행되었던 사항이 2가지가 있었습니다.


1)매출 및 수익 창출을 위한 판매자 광고 시스템의 개발, 2)투자처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전에 언급했던 대로 G마켓은 인터파크의 자회사로 시작했고, 그쪽 지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투자가 활성화되어 거액의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만, 99-00년 닷컴 버블이 꺼진 한국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모기업 인터파크도 녹녹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대표였던 구영배 사장님은 여러 방면으로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얼어붙어 있던 투자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 구 사장님의 지인이 있는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Oak Investment Partners)를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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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04년 말 미국 벤처캐피털 1위 업체인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로부터 외자 80억 원(760만 달러) 투자유치에 성공하게 됩니다. 지금 보면 애걔? 하실 분도 있겠지만 당시 한국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 정도의 투자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직원은 처음 투자 협의 때 오크는 일본조차도 투자 안 하는데 왜 한국회사에 투자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오크는 2000억 가까이를 벌어갑니다.


이후 G마켓은 2005년을 거치면서 무섭게 성장했고 기업 공개에 대한 소문들이 솔솔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코스닥으로 가는가, 하면서 기대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G마켓은 코스닥이 아닌 나스닥을 택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코스닥이 아니라 나스닥을 택한 이유를 궁금해했습니다. 당시 이 부분에 전략기획을 했던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더군요. 코스닥은 매출이 계속 상승해야 하고 특히 손익 측면에서 '3년 이상'된 지표를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품 매출 측면에서는 G마켓의 매출이 몇 천억 대었지만, 코스닥의 회계 기준으로 볼 때 이를 매출로 잡아줄지가 의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투자해준 오크의 제안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이 추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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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를 보면 당시 G마켓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나스닥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 기업들은 1999년 두루넷을 시작으로 나스닥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2005년 9월부터 G마켓은 본격적으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습니다. 소식을 들은 직원들도 반신반의 했습니다. 우리가 나스닥? 진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과연 될까? 늘어나는 트래픽을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저의 머릿속에 든 것은 확신보다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은 진행되었습니다.


상장을 위해 2005년 6월 15일부터 28일까지 총 2주 동안 홍콩, 싱가포르, 런던 및 미국 9개 도시를 순회하며 로드쇼를 진행했습니다. 투자 희망금액(3조 원)은 총 공모액의 20배를 상회했으며, 그 결과 상장 전 정해놓은 공모가 13.25~15.25달러에서 최고가인 15.25달러에 공모가가 결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G마켓의 시가총액은 7억 5,000만 달러.


이처럼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이 해외 로드쇼를 통해 3조 원이란 투자 희망금액을 기록했다는 점은 해외에서도 경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당시 이베이, 야후 재팬, 아마존이 있었지만 토종 한국 기업으로써 이 정도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이후 2006년 7월 나스닥 상장을 위한 유가증권발행신고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당시 G마켓 주식은 7일 현재 인터파크가 33.39%, 인터파크 이기형 대표가 11.2%를 갖고 있었습니다. 28.96% 지분을 보유한 미 벤처캐피털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는 이날 미 인터넷 기업 야후와 G마켓 지분 10%를 인도키로 계약해 지분이 18.96%로 줄게 되었습니다. 야후 이름이 여기서 등장하는데 이것은 미국 야후입니다. 나중에 이베이에 합병하면서 야후 쪽 주식도 이베이가 인수하게 됩니다.



드디어 나스닥 입성


2006년 6월 29일 국내 인터넷 쇼핑몰 기업 최초로 나스닥 직상장하게 됩니다. 공모규모는 911만 9,565주이며 공모가는 주당 15.25달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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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G마켓 회의실에 걸려 있었던 G마켓 상장 기념사진입니다


아래 영문은 GMARKET, 나스닥 상장 발표(원문링크)입니다.


S Korea's Gmarket Sets IPO At 9 Million ADSs, $13.25-$15.25/ADS


WASHINGTON -(Dow Jones)- South Korean e-commerce company Gmarket Inc. on Wednesday set the terms of its pending initial public offering at 9 million American depositary shares with an estimated price range between $13.25 and $ 15.25 each.


(중략)


The company won't receive any proceeds from the sale of ADSs by the selling shareholders.

Yahoo Korea Corp., a wholly owned subsidiary of Yahoo Inc. (YHOO), currently owns a 10.4% stake in Gmarket. Yahoo was not listed as one of the selling shareholders in the IPO, according to Wednesday's SEC filing.


Gmarket said it applied to list the ADSs on the Nasdaq National Market under the symbol GMKT.

-By Denise Jia, Dow Jones Newswires; 202-862-1359; denise.jia@dowjones.com



전직 직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컴플라이언스 심사를 통과하는 과정에 대해 놀랐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엉망이었고 필요한 자료도 없어서 억지로 만들기도 했기 때문에 코스닥보다 까다로운 나스닥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죠. 제가 잘 모르지만 회계법인과의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덕분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는..."



상장 직후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G마켓 나스닥 상장 기념 파티를 열었습니다. 당시 서경석이 사회를 보고, BMK, 길건, 캔, 솔리스트, 이영아 등 다양한 연예인들도 왔습니다. 그날 빤찍이 양복 입고 수줍게 인사말 하시던 구영배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나스닥 상장을 전후로 해서 G마켓이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는 영문 사이트(global.gmarket.co.kr)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이트를 기반으로 외국인들을 위한 G마켓 사이트를 만든 것이죠. 이 사이트를 만들고 나서 철야 모리터링이 생겼습니다. 특히 상장 전후로 미국 사람들이 G마켓에 들어올 때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때는 장애가 없었지만 미국 사람들까지 신경 써야 하는 글로벌 한 회사가 되었다고 다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나스닥에 입성했던 G마켓은 2009년 6월 이베이에 인수되면서 이베이의 상장 폐지 정책으로 인해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꿈과 같은 일을 이루었고, 저 자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제가 그 작은 부분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끝으로 '꿈을 꾸면 언젠가는 된다'는 희망찬 말씀을 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지금도 그런 꿈을 꾸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스타트업과 수많은 회사의 직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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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의 이야기

파죽지세 성장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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