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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음악으로 먹고사는 법을 알켜주마

2000. 3.21.화요일
딴지 전임 논설위원 겸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제목 보구선 뭔소린지 궁금해서 잽싸게 제목찍고 들어온 미래 음악도들을 위해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고자 한다. 음악해서 먹고살기 무지 힘들다. 그러니 물질적 풍요나 화려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한 쟁이로서 살고자 하는 각오가 단단히 되어 있지 않았다면 더 늦기 전에 지금 포기하고 딴거해라. 음악으로 먹고 사는거 진짜루 힘들다.


니가 암만 겁 줘도 난 음악 할래 라고 생각하는 뇬넘들..
요런 지독한 생각을 가진 넘들만 아래 기사로 넘어가문 되겠다.



 장래희망이 가수?


사회가 예전에 비해 다원화됨에 따라 직업도 다양해졌고 청소년들의 장래희망도 뻔한 단골 레퍼토리였던 대통령, 과학자, 장군 등에서 가수, 댄서,디자이너  등으로 많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다. 특히 대중음악이 황금기를 맞이하면서, 많은 청소년이 음악을 자신의 진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한 대중음악 혹은 실용음악을 가르치는 대학이나 전문기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음악을 연주하거나 작곡하는 분야뿐 아니라 음악을 레코딩하고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분야의 교육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음악비니지스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임에는 틀림 없으나, 음악도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진로를 좀 더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저 한순간의 만족과 유행에 이끌려져 선택하는 것이 아닌 진지하게 자신의 길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음악을 해서 물론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얻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길이 음악이라니까..









함 잘 들어바바, 아그덜아?


 음악인의 현실을 알려주까?


그래서, 대부분의 음악도들은 진정으로 음악을 하고싶어도 기본적인 생활고 때문에 제대로 음악을 할수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안정된 미국이나 일본의 음악인들은 풍족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부러워들 한다. 어느 정도는 맞지만 결코 다 맞는 말은 아니다.


그들의 환경이 우리와는 비교해서 월등히 좋은건 사실이다. 양적으로 봐도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나 관련분야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래서 경제적인 면이나 음악적 취향까지 고려해서 자신의 처지와 맞는 곳을 폭넓게 선택할수 있다. 쉽게 학비를 융자받을 수도 있고 혼자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악기라든가 장비들도 대부분 저리 할부로 판매하니 돈이 많지 않아도 웬만큼은 다 해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우리보다 제반 환경이 낫다는 점만 부러워 할 뿐, 우리와는 비교과 안 될 정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음악인으로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며 산다는 건 왜 모를까?


미국의 수많은 대중음악 교육기관중 하나인 MI(MUSICIANS INSTITUTE)는 훌륭한 시설과 강사진으로 서부쪽에서 명성을 쌓은 곳이다. 이곳을 졸업하면 곧 직업 음악인으로서 돈과 인기를 거머쥘 수 있을 거 같지?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이곳에서는 최고의 시설속에서 우리에겐 어찌보면 부럽기만한 고급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꿈에서나 그리던 작업환경, 쟁쟁한 팝스타와 연주인이 직접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워크샵 등등 우리에겐 부럽기만한 환경인게 사실이다.


그러나 음악인으로서의 성공은 절대적으로 본인의 몫으로서, 음악적 실력과 비니지스의 양면에서 뛰어난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다. 그래서, MI 를 졸업한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고향으로 돌아가 다른 직업에 종사하거나 별 소득이 없는 야간에 업소 출연등으로 어렵게 음악 활동을 이어나간다.


뉴욕의 소호 길모퉁이에는 에스라 라는 조그맣고 초라한 가스펠&블루스 바가 있다. 이곳에서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을 무색하게 할정도의 노래실력을 가졌지만 수년간 낮엔 조그만 회사의 비서로 밤에는 싸구려 바에서 몇 불의 팁을 받고 묵묵히 노래를 부르는 흑인 여가수를 만나 얘기를 나눈적이 있다.









본 기자가 뉴욕 길바닥에서 직접 촬영한 스트리트 뮤지션. 요런 잡동사니들을 가지고 훌륭한 타악기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훌륭한 넘..


물론 그녀에게도 유명해지고 싶은 꿈이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녀는 숨막히는 음악산업의 경쟁구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노래를 불러 돈은 벌지 못하지만 자신에게는 꿈이 있고, 직장이 있고,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니 남들이야 벤츠를 타건 모피코트로 도배를 하건 별 신경쓰지 않는다.


요컨데, 그녀는 치열한 경쟁구조만 탓하면서 나는 졸라 노래 잘하는데 왜 이노무 세상은 그걸 몰라줄까.. 요런 신세타령은 늘어놓지 않았다.


즉, 이들의 경우 음악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현실을 잘 알고 그것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치뤄야 할 몫으로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이 하고픈 음악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이런 음악인들은 대중음악의 근간으로서 탄탄한 뿌리가 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반면애 현실에 대한 인식 없이 한껏 치장되어 보여지는 유명 음악인의 모습만을 보며 꿈을 키워나간다면 결과는 실망 뿐이다. 특히 국내 현실에선 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뮤지션들의 직장
아니, 무덤

국내 사정은 더하다. 십 몇 년간 한눈 팔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온 연주자에게 있어서 그들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은 아주 적다. 그들 중 상당수는 2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음악을 포기하고 다른 생업을 찾거나, 캬바레 등 에서 본인의 취향과는 정반대의 음악을 연주하거나, 동네 작은 음악학원에서 쥐꼬리만한 보수를 받으며 강사로 일하거나, 그나마 운이 좋으면 어느정도 이름있는 가수의 백밴드로 연주하게 되는 정도다.


울 나라에서는 그 이상의 진로 자체가 거의 없는 만큼, 이중 어느 경우도 경제적인 여유나 향후의 성공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작년 한국 민족음악인 협회 에서 활동경력 5년이상의 지명도 높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 1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0만원 이하의 월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조사대상의 59.1% 를 차지하는 등 경제적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전체의 65.9%는 예술활동만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등 음악활동 만으로는 기본 생활의 영위조차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게다가 최근 가요계는 가수의 가창력이나 연주자의 실력과는 무관한 형태의 음악들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만큼 음악인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음악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력만이 살 길이여


비단 가수, 연주인만이 그런게 아니다.


레코딩 엔지니어나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미국의 관련 전문지 MIX지에 따르면 99년 기준으로 이들의 평균 월수입이 우리 돈으로 채 백만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잘 나가는 엔지니어, 디자이너는 상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니덜, 여그 제대로 앉아보구 잡냐?
그럼 절라 노력해야돼..

하지만 우린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화려한 면만을 볼 뿐, 그 밑에서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피라미드 경쟁구조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동경심은 이런 직업들이 졸라 멋있고 뭔가 있어 보인다는데서 출발한다. 그들은 맨 꼭대기에 있는 팝스타나 유명 엔지니어들만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으로야 음악을 좋아하니까 할려구 하겠지만 그들처럼 될 생각만 한다. 노력하는 건 반도 안 하면서 말이지..


그래서 음악을 시작할 초기엔 열정과 노력으로 밤을 세우다가도 정작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나면 그저 빨리 뜨자는 생각에 표절을 일삼고 쓸테없는 겉치례에만 신경을 쓰게 되는게 아닐까?


음악을 해서 돈도 괜찮게 벌고 남들한테 멋있는 직업으로 보이고 싶은가? 그렇담 차라리 다른 직업을 택하고 음악은 혼자서 하는게 낫다. 그렇담 특별한 댓가 없이도 열정을 가진 처음의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른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직 음악분야는 공정한 경쟁의 룰조차 서있질 않다. 그렇기에 더욱 똑똑히 현실을 바라보고, 노력하라는 얘기다. 불평 불만만 늘어놓지 말고..


 마무리


이번 기사의 결론을 내자.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음악 자체를 하건 그와 관련된 일을 하건 그거해서 먹고살기 쉬운 일이 아니다. 편하게 먹고 살려거든 아예 시작하지도 마라. 순수니 상업이니를 떠나 예술한다는 게 원래 그렇다. 그냥 다른직업을 갖고 시간을 쪼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즐긴다는 개념에서 음악을 해라. 그렇담 열정이 식지도 않을거고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니 순수한 노력도 할거다.


그런 다음 틈틈히 좋은 음악 만들어서 프로라고 불리는, 그걸루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이겨봐라. 물질적인거 말구 음악으로 말이다.


그게 진짜 음악하는 사람의 자세다.





- 딴지 전임 논설위원 겸 음악전문기자 크리티카 (crit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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