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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고찰] 감옥과 회사를 비교해주마

2000.3. 6.월요일
딴지 직딩문제연구소 엽기취재팀장

본 기자, 학창시절 때, 감옥에 갔었드랬다. 지금은 없어지고만 서대문구치소.

 

면회갔었냐고? 아이다. 고만 잽혀 들어갔더랬다. 오잉? 그럼?

 

그렇다. 흔히들 말하는 전과자다. 전문용어로 빵잽이. 하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뭐 내세울 만한 자랑스러운 일인양 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랬다. 

 

실수로 잡혀들어갔던 게 아니라 계획해서 법을 어겼으니 지능범에 속하고, 들어가도 좋다는 배짱을 갖고 있었으니 확신범에 낑궈지며, 양심에 거리낀 일을 한 것도 아니니 양심수로 분류될려나

 

위대한 존두환 너태우 장군덜이 영도하시었던 80년대, 군바리 정권은 집시법, 국보법, 폭력법 등을 빌미로 수많은 사람들을 감옥 구경시켜 주는 은혜를 베풀어 줬고, 본 기자도 우쩌다 보니 그런 줄에 서게 되었드랬단 야그다. 이후 사회에 나와 내 몸 하나 건사할 요량으로 취직이란 걸 하게 되었다. 다덜 하는 거니까 별스런 일이 아님은 본 기자도 잘 안다. 일부 인간덜은 그런 일을 두고 산개전이라 하더니, 나중엔 애국적 사회진출이라는 거창한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우끼고 자빠라진 거뜰...

 

그러나 딸따리 치고 나서 조때가리에 남는 휴지처럼 끈질지게 들러붙던 운동권 꼬리표는 대부분의 회사채용에서 감점요소로 작용했다. 사용자는 그 꼬리표에서 "이넘은 고분고분하지 않슴다"라는 경고를 읽어냈겠지. 암튼, 우여곡절 끝에 회사생활은 시작되었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근데, 오늘에 이르러 보니 본 기자, 문득 빵과 직장이 절라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 곳을 모두 경험한 본 기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오늘은 회사와 감옥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볼란다. 

 

회사는 지 발로 걸어 들어가는 감옥이라는 걸 겪어보고 나서야 깨달은 본 기자, 스스로가 애처럽기 한량엄따.

 

직딩, 니들, 참으로 불쌍한 존재들이여..

 

워째서 그러냐고? 스크롤 바 땡겨 바바라.

 
 
 
 


 개념정의

 

우선, 감옥과 회사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해보자. 뭔가 졸라 거창한 느낌이 들지? 본 기자가 그런거 하는거 봤냐? 쫄지말구 함 바바라.

 
 







 
감옥 국가가 운영하는 무료 숙박 및 교육 시설. 투숙자들의 일조권이 항상 침해당하며, 인테리어가 전혀 없는 미니멀 건축을 지향한다. 투숙 일정이 확정된 기결수와, 그렇지 않은 미결수라는 주 고객이 영치금이라는 자기 돈을 쓰며 살고, 숙박객의 무전취숙식 후 뺑소니를 막기 위해 교도대라는 수위들이 하드코어한 경계근무를 서고, 간수라 불리는 룸서비스 요원들이 3교대로 근무한다. 함 투숙하면 소정의 절차와 기간이 만료하기 전까지는 계약파기가 불가하다.
회사 기계는 제자리에 있고 사원들이 움직이는 제품 및 서비스 생산플랜트. 사장은 돈벌기 위해, 사원은 생계를 위해 일하며, 가입이 까다롭고, 소속기한 길수록 오히려 설 자리가 적어지며, 자의로 그만둘 순 있되, 관두면 별루 갈 데가 없다. 사장, 임원, 사원이라고 불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각자 자기나라 말로 하루종일 떠들다가 끝내 통역이 안된 상태지만 각각 통역됐을거라 지들 맘대로 생각하고 밤이면 뿔뿔이 흩어져 지들 집으로 간다.  
 

 본격적인 비교

 

대강의 개념을 이해했으면, 본격적으로 감옥과 회사에 대해 비교고찰해보자. 

 

      계약관계

 
 







 
감옥 불리한 계약(선고)을 언도받으면 2번까지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
회사 회사에서 계약내용을 제시할 경우, 감사하기 이를 때 없는 표정으로 고용주를 바라 봐야 한다. 계약서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볼라치면 졸라 쫀쫀하고 피곤한 인간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도장 찍으면 재심이란 없다.
 

 식사 제공 및 운동

 
 







 
감옥 밥이 공짜로 제공되고, 운동할 시간을 의무적으로 할당해 놓았으며, 이땐 복역으로부터의 해방시간이다.
회사 공짜밥은 절대 없다. 어쩌다 있는 사내 축구대회에선 항상 사장한테 패스를 해야 하며, 이건 근무의 연장이다. 
 

 긴장 관계

 
 







 
감옥 더러워서 도망치려는 넘들과 어떻게든 막으려는 넘들의 팽팽한 긴장이 항상 흐른다. 그러나 대개는 참고 버티다가 나온다.
회사 더러워도 참고 버티는 넘과 꼬투리잡아 짜르려는 넘간의 팽팽한 긴장이 항상 흐른다. 대개는 참고 버티다가 짤린다.
 

 버려야 되는 것

 
 







 
감옥 가족과 친구들을 밖에 버려 두고 들어간다
회사 인격과 자존심은 안방 이불속에 곱게 놔두고 들어간다.
 

어떠신가... 필이 꽂히시나들? 현실을 통찰한다는 건, 약간의 진지함과 용기가 필요한 법. 그럼 감옥의 하루와 회사생활의 하루를 간략하게 비교해주마.

 
 



 
AM 8:00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이면 감옥은 바깥 찬 기운이 여과되지 않고 스며든다. 실내도 빙점 이하의 온도로 떨어진단 말이다. 여럿이 함께 있는 방은 좀 낫지만, 사람의 온기를 나눌 수 없는 독방은 특히 그렇다. 방안 물이 탱탱 얼어버리니께. 법무부라는 글씨가 새겨진 파란 담요는 온기를 담아내지 몬한다. 몸과 담요의 마찰계수를 높여 열을 얻어야만 잘 수 있다.

 

아침 기상나팔이 스피커로 울리면 일어나야 한다. 간수가 돌아다니며 잠을 깨우기도 하는데, 밤새 도망간 넘은 없나 점호를 한다. 덮고 자던 담요를 가지런히 개어놓고 방 문에 난 쪽창을 바라보고 열지어 앉아 지나가는 교도관을 향해 "하낫!, 둘!, 셋!..., 00방, 이상 무!"을 외치고 나서 하루 생활을 시작한다. 기결수는 맡은 바 사역장으로, 미결수는 지 방에서 빈둥거리는 걸로.

 
 

샐러리맨은 ? 매일 아침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자동빵으로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골수에까지 스미는 지각의 두려움은 요즘처럼 추운 겨울아침이라도 따땃한 이불을 박차고 살을 저미는 찬 거리로 나서게 한다. 

 

밤새 마신 술이 깨지 않고, 과로로 눈꺼풀이 천근만근일지라도 제시간에 회사에 들어가 있어야 맘이 놓인다면, 득음의 경지에 이른 소리꾼과 같다. 사무실을 쓰윽 둘러보는 부장님과 눈도장 한 판 찍고 나면 전원이 연결된 PC마냥, 온몸의 세포가 부팅되기 시작한다.

 
 
 



 
AM 09:00 - 12:00
 

간수가 따주는 문을 나와 세면실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오면 소지라고 불리는 기결수가 식구통으로 밥과 반찬을 넣어준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이미 먹어본 꽁보리밥 덕분에 그리 낯설지 않은 콩과 보리가 섞인 밥이 제공된다. 콩보리밥이 구수하게 먹히게 되면, 쌀밥에 고약한 냄새가 있고 맛도 덜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허겁지겁 일을 하다 고개들면 어느새 점심시간, "오늘은 뭘 먹지?"라는 어제 풀었던 똑같은 문제를 반복 복습한다. 여럿이 함께 가면 암에푸 전에는 호기롭게 밥값을 내곤 했으나, 이제는 더치페이. 지난 날에는 쫀쫀하다고 외면당했던 방식이었다. 점심 값을 떠넘기는 넘에겐 피의 보복으로 응징한다.

 
 



 
    일과 시간 후
 
 

기결수는 맡은 바 일을 해야 하고, 미결수는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둑, 장기, 독서 등의 소일거리에 몰두한다. 바깥 식구들이 넣어준 영치금으로 빵과 과자 등을 사먹는데, 영치금이 많아 군것질이 잦은 사람은 범털, 그냥 손꾸락 빠는 넘들은 자신을 개털이라는 법무부 용어로 부른다.  "법무부 시계는 왜 빨리 안 가나..." 한탄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단순한 생활을 반복하다보면 어느덧 세월이 흘러 출소하는 그날이 다가온다.

 
 

한 달동안 뼈빠지게 일하고 받아 쥔 월급봉투.. 자신이 국가와 사장을 먹여살리는 충성스런 종임을 깨달으며 살 떨리는 자긍심이 치미게 된다. 거기다 세금과 각종 청구서를 처리하고 나면 자신이 개털로 변해있음을 또렷하게 알게 된다. 그래도 어쩌랴. 나만을 쳐다보는 부인과 똘망똘망 알라들을 생각하며 꾸욱 참을 도리밖에.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생활이 거듭되다보면 어느덧 인생의 황혼이 찾아온다.

 
 

워떠들? 뭔가 필이 오셔?

 

감옥에서 고참으로부터 새로운 범죄 테크닉을 배워 나오듯, 입사 선배로부터 상사 눈치 살피기, 기분 맞추기 등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고난도 처세술을 배우는 게 회사이다. 그러나 고분고분 생활하면 형기가 줄어 들어 나갈 날이 다가오는 게 감옥인 데 비해 시키는 대로 일하면 점점 업무가 늘어나고 끝내 과로사나 명예퇴직으로 종치는 게 회사이다.

 

내친 김에 계속 나가보자.

 
 







 
감옥 사형수가 형이 집행되는 날이면, 떠들썩하던 소내에는 종일 적막감이 감돈다. 그래도 누가 사형수인지는 다 알고 있다.
회사 누군가 짤려 나가는 날이면, 회사내에는 비장감이 흐른다. 그러나, 다음엔 누가 짤릴 지 알 수 없다.
 

 

 
 







 
감옥 죄수는 아무리 오래 있는다고 하더라도 간수가 될 수 없다. 사람들은 그걸 분명히 알고 있다.
회사 사원은 아무리 오래 다닌다고 해서 사장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때때로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띨띨한 넘이 있다. 사장은 30년 근속사원보다 30살짜리 사장 아들이 될 가능성이 99% 높다.
 

 

 
 







 
감옥 잘못하면 먹방이라는 징벌방에 수갑차고 포승에 묶여 들어간다.(옛날엔 떡봉이라 불리는 넘들이 사람들을 개패듯 패곤 했다.) 
회사 잘못하면 시말서를 써야 하고, 심하면 감봉이라는 몽둥이로 졸라 터진다.
 

 

 
 







 
감옥 가끔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간수들이 괴롭힌다. 그럴 때면 간수와 죄수는 전쟁을 한다. 
회사 항상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상사들이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웃음으로 대해야 한다.
 

 

 

 그러니께...

 

울 나라의 근대적인 감옥은 1908-9년에 일제가 경성감옥(서대문 형무소)을 비롯하여 전국 8개 지역에 감옥을 세우는 거로부터 시작되었다.

 

근대적인 주식회사가 울 나라에 세워지게 된 것도 식민지 시절이다. 1919년 인촌 김성수에 의한 경성방직이 울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라 하는데, 결국 어쩌면 감옥과 회사는 근대화의 쌍생아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게 니네 신세랑 똑같은 거여..

 

조또 가진 게 없어서 남의 꿈을 이뤄주는 일을 함으로써 생계문제를 해결해 가는 직딩덜이여...

 

2001년 7월부터는 감옥도 민영화된단다. 민간인이 감옥업무를 사업으로 할 수 있게 됐단 말이다. 오직 국가만이 형벌을 부과하고 집행할 수 있다고 믿어 온 국민 법감정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이 해체되는 시대다. 요즘 대딩 졸업생들, 대기업에 들어가려 하면 짱구 취급받는다고 한다. 학교와 회사를 박차고 나온 넘들이 너도 나도 짱구를 굴리고 투자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남이 자기 운명을 책임져줄 거란 기대일랑 휴지통에 버려뿌라.

 

"휴, 나는 다행히도 안 짤리고 내 자리를 지켰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면, 훗날 어쩌면 자기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렇게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 그때가 찬스였어... 나는 닭대가리, 븅신이여!"라고.

 

바로 지금이, 두려움을 홀라당 벗어버리고 자기 꿈에 도전해서 감옥에서 탈주할 때다.

 

이상, 꾸바닥~.

 

 

 

 

- 추락하는 직딩에 날개를 달아주려 무진 애쓰는
딴지 직딩문제연구소 자칭 대표 ( djjang@netsg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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