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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수배] 파이어를 찾습니다

2000. 2.21.월요일
딴지그룹 비서실장 이드니아 콘체른

꾸벅~

본기자, 오늘도 역시 게임에 관련된 얘기를 좀 하려구 한다. 어이..거기 벌써 "뭐야 씨바. 난 게임 같은거 몰라" 하믄서 돌아가기 버튼 누질려르는 분덜. 쫌만 기달려 바바. 오늘은 좀 얘기가 틀리대두...


요즘 게임방엘 함 가보면 스타 크래프트 못지않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 하나 있다. 바로 레인보우 식스 라는 (현재는 그 두번째 시리즈인 레인보우 식스 - 로그 스피어가 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액션 겜이다.


스타 크래프트와 달리 1인칭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첩보 소설계의 대부 탐 클랜시의 동명소설 레인보우 식스 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게이머는 소설에 등장하는 특수요원중 한사람이 되어 테러범들을 저지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넘 자세히 설명하면 니네가 졸라 지겨워할게 뻔하므로 겜 소개는 요기까정 하겠다.


이 게임 역시 최근 세계 게임시장의 추세에 따라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는데 여기서 바로 이 게임의 진가가 발휘된다. 생각해 보시라. 전세계의 게이머들과 함께 팀을 구성하고 치밀한 작전을 세워 테러범들을 소탕하는 졸라 머찐 자신의 모습을. 어렸을적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제5전선 이나 A특공대, 아이언맨 등의 TV 시리즈물에서 나오던 바로 그 영웅이 되어볼수 있는 게임이 레인보우 식스라 하겠다.







옛날 TV 시리즈를 회상하고 있자니깐 입가에 실실 웃음이 나오시는 분덜 많으리라 믿는다. 그분들을 위해 본지가 준비한 특별 서비스...A특공대의 주제가를 함 들어보시라. 막 벅찬다.
아...비에이, 머독, 한니발...니들 어디서 모하니...


게임이라면 환장을 하는 본기자, 당근 레인보우 식스 매니아다. 그런데 얼마전. 본기자는 익명의 제보자 로부터 레인보우 식스에 관련한 한통의 메일을 받은후 극심한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생략



최근 MSN 게이밍존 (Microsoft Network Gaming zone, 전세계인들 간에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수 있도록 만든 서버) 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도 그분의 정체를 모르고 아무도 그분과 한마디 이상 대화를 나눠본적이 엄따.



그분의 존함은 파이어 (Fire). 두둥...



그분의 실력은 한마디로 세계 1위시다. 베테랑급의 고수를 혼자서 전부 상대한다. 그러나 그분은 절대 미국인이나 한국인, 기타 국적의 사람들과는 대적하지 않는다. 오로지 일본인만을 사냥감으로 삼고 있다.



반일감정? 훗. 그 따위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고귀하고도 원대한 꿈을 품으시고 무지몽매한 우리 겜돌이들은 구제하고 계신 것이다. 그분께는 아픈 과거가 있다.



딴지의 힘으로 그분을 찾아달라.



그분는 영웅이시다."


허억...특종이다.


이 메일을 접한 본기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적으로 캐치하고 즉시 그 정보 수집력과 수사력이 일국의 경찰력과 맞먹는다는 본기자 직속 정예 태스크 포스, 역사고증팀을 긴급 호출하여 편지속의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을 지시 하였다. 파이어 라는 인물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영웅의 칭호를 붙일수 있단 말인가.


이제부터 함 디비 보도록 하자.


 찬란한 업적


먼저 우리는 파이어라는 인물이 MSN에서 행해온 업적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고증팀이 직접 MSN 게이밍존에 침입하여 뽑아낸 신빙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현장검증을 실시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놀라운 정보가 입수되어 버렸다.

 






 아..나의 우상 파이어님. 나는 얼마 전 MSN에서 파이어님을 뵈온적이 있다. 당시 나는 내 친구와 함께 베테랑급 일본 게이머 5명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파이어님이 우리팀에 합류하셨다. 그리고는... 아~ 놀라워라. 그분께서는 단신으로 일본 게이머 5명을 순식간에 눕히셨다. 나는 아직도 그분의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생생하다.

"ooOoo"(해석 : 후후후. 어디 그따위 실력으로 감히 나와 대적하려 하느냐. 두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아..님이시여. 어디 계신가요...


- 레인보우 식스 KGB 클랜 부사수 장모 씨 

 






 파이어여? 혹시 내가 전에 뵈었던 그 파이어님 이신가여?              만약 그렇다면 전 그분께 제 목숨을 바쳐야 해여.

작년 11월 이었져. 전 그 당시 레인보우를 처음 해보는 초보 였어여. 삭막한 존에서는 초보라고 봐주구 이런거 없더라구여. 한 서른번 죽었나. 다른 방에 들어가 보려는데 방제가 Kor vs Jap 이었어여. 오호. 한국대 일본 데스매치 구나. 전 들어갔져.


바로 거기 파이어님이 계셨어여. 첨엔 그렇게 위대하신 분인줄 몰랐져. 한참 싸우고 있는데 상대 일본놈들이 제가 제일 약하다는걸 눈치 깐거에여. 그래서 3명이서 저를 집중 공격 하더군여. 전 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여.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는 막다른 곳에 갇혀 버리게 되었어여. 뒤에서 일본놈들이 총질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아. 난 이제 죽었구나 라고 생각할 무렵 갑자기 파이어님이 바람처럼 나타나 제 앞을 가로 막는 것이었어여.


그래여. 제 대신 총을 맞아 주신거져. 3명이서 쏜 수십발의 총알을 온몸으로 받아 내신거에여. 그리구 파이어님이 쓰러지자 마자 다른 우리편 한국분들이 몰려와서 걔네를 척살 했지여.


저는 눈물이 흘렀어여. 죽어있는 파이어님의 시체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여. 왜 나를 구했냐구. 게임 하는데 도움도 안되는 초보를 살리려고 왜 대신 총을 맞았냐구.


그러자 파이어님이 대답 하셨어여.


" ^^ "(해석 : 후후후. 아무리 실력이 보잘것 없더라도 생명이란 고귀한 것. 게다가 나와 같은 민족이 내 눈앞에서 죽는것은 볼수 없었다)


흑흑흑.. 파이어님은여. 정말...흑흑.. 영웅이세여...


- 성산동 사시는 레인보우 식스에 미친 어느 고딩


 






 파이어는 우리 클랜에선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사나이다.

얼마전 MSN에서 한일전이 열렸을때 나는 처음 그를 보았다. 매서운 눈매, 건장한 체격, 그는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주었다.


게임이 시작된 지 채 몇초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을 즈음, 우리 클랜 멤버들은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수 없는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컴퓨터보다 정확한 예측사격...그는 수류탄 단 한발로 6명의 일본 게이머들을 동시에 까부쉈다.


나는 그를 우리 클랜의 리더로 영입하고자 하였으나 그는 단 한마디만을 남기고 홀연히 존에서 사라졌다.


" ... " (해석 : 후후후. 제안은 고마우나 나는 이 세계를 구제해야할 더 큰 사명을 가지고 있소. 인연이 닿는다면 언젠가 또다시 보게 되겠지.)


씨바. 멋진넘.


- Y2K 클랜 리더 명송식 씨 


 


 그의 슬픈 과거


파이어의 업적에 대한 조사를 끝낸 본기자는 그가 영웅의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 즉시 그를 수배하기 위해 MSN 존에 Kor vs Jap 이라는 방을 만들어 놓고 잠복근무를 했다.


그러나 잠복근무 이틀째 까지도 파이어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간혹 특출난 실력을 가진 몇몇 용의자들이 눈에 띄어 급히 채팅을 시도해 보았으나 한결같이 jy? (저여?) zam na ge nol a ba yu (잼나게 놀아바여~) 이런 반응을 보여 본기자를 매우 실망케 하였으며 어떤 자는 취재중인 본기자에게 (것두 같은편에게) 총을 갈기고 달아나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잠복근무 삼일째가 되어도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아 현장을 확인하는 일은 거의 포기하고 있던 무렵 본기자는 주변인물 탐색을 부탁했던 친구로부터 놀라운 제보를 받게 되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 레인보우 식스 시절 명성을 떨치던 한국인 클랜 SNK (Silence night knight) 의 리더로부터 과거 자신의 클랜 소속이었던 동명인물이 바로 그 파이어일지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허억...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리더를 만난 본기자. 상세한 그의 얘기를 듣고 난후 거의 심증을 굳힐수 있었다. 이 넘이 그 넘이었다. 아...파이어의 이 가슴 아픈 사연을 함 들어보시라.






때는 1999년 8월 15일. 광복절.

놀이공원에 놀러왔던 5명의 일가족을 인질을 잡아놓은채 미화 천만달러를 요구하며 3일째 경찰과 대치중인 일본군 자위대 소속 3인의 무장 테러범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의 비밀 특수부대 SNK 클랜의 베테랑 3인이 현장에 투입 되었다. 나이츠 (knights), 똘똘이 (ddolx2), 파이어 (Fire). 이들 3인의 대 테러전 능력은 이미 전 세계 특수부대원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것이었기에 테러범들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원 관리실까지 접근 하는것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정찰을 맡은 SNK 클랜의 리더 나이츠 가 먼저 관리실 정문으로 한발자욱씩 접근 했다. 그리고 그 뒤를 똘똘이 와 파이어 가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일단 안전위치를 확보한 이들 3인은 각자 역할을 분담했다. 나이츠가 문을 열고 섬광탄을 던져 넣으면 폭발과 동시에 똘똘이와 파이어가 현장에 투입, 각각 좌우측을 맡아 테러범을 소탕한다. 이들이 그간 Zone에서 보여준 팀워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GO!


나이츠가 관리실의 문을 열고 힘껏 섬광탄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번쩍이는 빛의 폭발과 동시에 똘똘이와 파이어는 MP5 소총을 움켜쥐고 관리실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똘똘이 : 손들엇! 대한민국 경찰이다!


그러나. 테러범이 은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던 관리실 내부에는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나이츠가 외쳤다.


나이츠 : 처, 천정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관리실 천정에 설치된 철제 구조물위에 몸을 숨기고 있던 테러범들의 M16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똘똘이와 파이어가 먼저 신속하게 몸을 굴려 관리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나이츠는 이미 온몸이 벌집이 된 후였다.


파이어 : 나이츠!


죽어가는 동료를 보며 파이어는 절규했다. 그리고 관리실의 천정을 향해 마구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는 천정 위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내리는것을 보았다. 동료 똘똘이의 발밑까지 굴러온 그 물건이 다름아닌 수류탄임을 알게된 순간. 파이어는 앞뒤 잴것없이 바로 몸을 날렸다. 수류탄이 폭발하는 굉음이 들리고 그는 눈앞이 캄캄해 지는것을 느꼈다.


잠시후 시야가 확보되자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본 그의 눈앞에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채 죽어 있는 똘똘이의 시신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테러범들의 모습도 보였다.


테러범 1 : hehehe. You are alone now. (헤헤. 이제 너 혼자 남았다)
테러범 2 : heh heh (헤에 헤에)
테러범 3 : He shoot all his ammo. hahahaha. (쟤 총알 다 떨어졌다. 하하하하)


테러범들은 탄알을 전부 소모해 저항할 힘이 없는 파이어를 둘러싸고 서서히 다가왔다. 파이어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파이어 : Fuck you!! We contracted to use primary weapon and flash bang only!! (씹새들아! 소총하고 섬광탄만 사용하기로 약속 했잖아!)
테러범 2 : hehehe. Fuck you K. It just game. hehehehe (헤헤헤. 조까 코리안. 단지 게임일 뿐이야. 헤헤헤헤)


일본 소속의 테러범들은 룰을 어긴 승리의 기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는 파이어를 사살하기 위해 총을 겨누었다. 바로 이때. 파이어는 피맺힌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파이어 : 비겁한 네놈들의 손에 내 목숨을 넘겨주지는 않겠다!! 죽는날까지 네놈들을 응징하리라!!


파이어는 스스로 수류탄을 꺼내 자신의 발밑에 떨구고는 폭발속에서 장렬히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후 두번 다시는 MSN Zone에서 SNK 클랜의 가장 뛰어났던 특수요원 파이어의 이름을 찾아볼수 없었다.


 


클랜 리더의 증언에 의하면 동명을 사용하는 과거 자신의 클랜 소속의 파이어라는 인물은 이렇듯 피끓는 대한의 남아였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것으로 증명 되었다. 또한 영어도 잘한다.


글타. 이로써 우리는 파이어 라는 인물이 과거 SNK 클랜에 소속되어 있다가 사건 이후 잠적했던 파이어와 이번 제보속의 파이어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최근 파이어와 함께 게임을 했다는 어느 제보자의 상대 일본 게이머중 한명의 이름이 Nicardo 였다 는 진술과 과거 SNK클랜 전투당시 상대 일본인 게이머중 한명의 이름이 Nicardo로 동일하다는 점 역시 이를 확신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글타. MSN 게이밍존의 영웅 파이어는 실존 인물이었다. 게다가 더욱 자세히 자료를 수집해본 결과 파이어는 역대 그 어느 영웅보다도 뛰어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파이어는 게이밍존에서 수십차례 약자들을 도와 이름을 떨쳤으며 특히 한국인 대 일본인의 게임매치가 벌어지면 어디선가 소리없이 나타나 초보 게이머들을 도와 주었다. 앞서 언급 했다시피 그는 베테랑급 고수 대여섯명을 혼자서 해치울수 있을 정도의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며 특히 수류탄 투척 능력에 있어 타의 추정을 불허 한다고 알려져 있다. 총조차 겨누기 힘든 아주 작은 틈새 사이로 수류탄을 까 던질수 있는 정확한 컨트롤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적의 이동속도와 방향을 계산하여 미리 수류탄을 던져놓고 잡는 놀라운 예측감각까정 가졌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절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파이어는 과거 같은 클랜에서 동거동락 했던 사람들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을 숨겨 왔으며 단답형의 대화가 아니면 일체 말을 꺼내지 않아 그 신비로움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공로를 자신이 세웠어도 절대로 그것을 자랑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약자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전적에 피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자살이나 총알받이 등의 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아...씨바...파이어. 이 시대의 새로운 히어로.


명리에 흐트러진 작금의 인류에게 그는 진정한 영웅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독자 열분중 혹시 이러한 인물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믄 즉시 본지에 연락 주시기 바란다. 얘 표창 줘야 한다. 




딴지그룹 비서실장 이드니아 콘체른
(edenia@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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