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의약분업이 되면 1차, 2차, 3차 의료기관 사이의 의료전달 시스템도 점차로 정상화될 전기가 마련되고 따라서 의료자원의 낭비를 상당히 막을 수 있다고 1단원에서 말했던 거 기억나는가? 그게 왜 그런지 좀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만성적인 기침을 하는 환자가 있다. 이 양반은 감기가 걸린 것 같지도 않은데 최근 몇 달간 마른 기침(즉 가래가 별로 동반되지 않는 기침)을 해 왔다. 이분이 처음 기침이 시작되었을 때부터의 행로를 함 추적해보자.


당근, 이 분 울 궁민들 평소 하는 대로 근처 약국(1)에 들러 감기로 진단 받고 감기약 이틀치 먹었다. 효험이 없었다. 그래서 함 더 그 약국(2)에 갔다. 한 사흘 치 약 더 먹었다. 그래도 계속 기침이 나온다. 음, 역시 병원에 가야 될 꺼 같애.하며 드디어 동네 내과 의원(3)으로 간다. 여기서 "기관지가 안 좋으시군여."라는 말과 함께 한 일주일 통원치료하며 병세를 보자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의 환자, 대한민국 궁민이다. 그렇게 기다릴 시간이 없다. 주위에 여기 저기 수소문해 기관지에 전문이라는 좀 멀리 떨어진 시내의 대형약국(4)을 찾아가 비싼 약을 한아름 처방 받는다. "면역기능이 약해져서 그래요"라는 카운터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러나 웬걸 기침은 점점 잦아진다. 약 먹을 때만 약간 반짝하고.


드뎌 울 환자, 해소 병에 용하다는 한의원(5)을 찾아간다. 그리고 오데오데 기가 허하다는 말과 함께 한약 한재를 받아온다. 한약을 다 먹을 때쯤, 병세가 차도가 있는 듯, 마는 듯 할 때, 막내 사위가 장인 어른 기관지가 안 좋으시다는 소문을 멀리서 듣고 외국에서 들어온 아주 좋다는 건강보조식품(6)을 택배로 부쳐 온다.


사위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병세의 호전이 없어 다시 이비인후과 의원(7)으로 간다. 그러고도 별 효험이 없자 드뎌 수퍼보드를 타고 날아댕기는 아주 유능한 내과의사인 GLOMerulus라는 의사(8)와 조우하게 되었다. 그 의사는 그간의 병력과 진찰, 가슴 엑스레이를 검사한 후 기침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으니 큰 병원으로 가서 더 자세한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한다.


이 때 환자의 대답이 걸작이다. "큰병원 가면 돈 많이 드는디, 나 그런 돈 없슈." 그러고도 몇 군데 동네의원 및 약국(9-13)을 전전하다 마침내 종합병원(14)에서 그 비싼 기관지 내시경 및 CT촬영 후 기관지 결핵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결핵약을 먹고 완치되어 행복하게 살았다.



자.. 이 환자처럼 병원 가면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과 약국의 임의조제, 그리고 닥터 쇼핑의 결과가 어떤지 함 따져보자. 위 스토리에서 가장 분기점이 되는 것은 3단계이다. 이 동네의원 의사가 한 일 주일 경과를 보고자 함은 이 기침이 단순한 감기인가 아님 먼가 다른 심각한 원인이 있는가를 보고자 했던 거이다. 그래서 일주일이 지나도 기침이 개이지 않으면 큰 병원으로 의뢰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만약 이 환자가 첨부터 의원(3)을 찾고 경과를 본 후 종합병원(14)으로 바로 의뢰가 되었다면 이 환자가 지출해야할 의료비는 (3),(14)에 해당하는 거밖에 없다. 나머지 (1)부터 시작해 (13)까지 병의원, 한의원, 약국을 전전하면서 뿌려댔던 돈은 지금 허공에 날라간 거다. 도대체 어느 경우가 더 돈이 많이 드는가? 이게 의료전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낭비되는 의료비라는 개념인 거다.


물론 제대로 된 의료전달 시스템이 동작하지 않는 울 나라의 의료환경의 구조적인 모순에 그 원죄가 있겠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도 잘 못한 게 분명히 있다. 조금 심상치 않다고 생각될 때 반드시 병원을 찾도록 하자. 모모 전문 약국 이딴거 믿지 말자. 그리고 의사의 판단에 의해 더 큰 병원으로 가는 거이 좋겠다고 권유 받으면 지체 없이 가자. 그게 사실은 더 절약하는 길이다. 정작 가라는 이런 환자는 큰 병원에 안 가고 쓸데없는 감기 환자나 종합 병원 외래를 채우고 있는거 이거 어떻게들 생각하는가?


  임의조제에 얽힌 논란


비상식적인 임의조제의 관행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덧 울 나라 의료 전체의 엽기적인 실태로까지 비화되고 말았다. 본 기자 좀 오바했다. 1부의 서두에서도 이야기했 듯, 의약분업을 다루다 보면 다른 보건의료의 문제도 감자뿌리처럼 하나 둘 얽히고 설켜서 따라 나오게 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 이해해 주시라.


어쨌든 임의조제는 공정한 게임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한다. 의사들에게서 약을 완전히 떨어 냈다면 약사들도 그간 침범했던 의사의 영역인 진찰, 진단, 처방을 돌려주어야 한다. 근데 이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앞서 말한 임의조제의 두 가지 유형 중 처방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방전을 변경, 수정해서 조제하는 경우는 명백한 불법이고 또 감시하기도 쉽다. 따라서 그 부분이 큰 문제가 되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두 번째 유형이다. 즉 처방전이 없이 환자가 그냥 와서 일반의약품의 판매를 약사에게 원할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게 상황이 짐작되겠지만 환자는 어디가 불편하니 무슨무슨 약을 달라고 할 것이고 그럼 자연히 약사는 아무래도 더 세세한 정보를 위해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물어보게 될 것이다. 일단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게 진찰 행위의 하나인 문진(問診)에 해당하는가..라는 점이다. 만약 문진에 해당한다면 이건 불법 진료가 되고 임의조제가 된다.


근데 이거는 일반의약품 판매에 있어 약사의 복용지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약을 팔면서 환자가 그걸 어디에 쓸려고 그러는지 증상에 대해 한마디 묻지도 못한다면 그것도 역시 말도 안 된다. 그렇담 "손님, 피부가 어떠세요 저떠세요?" 하고 물어보는 화장품 가게 주인 아줌마도 임의조제 혐의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물론 일반의약품을 사용해서 하는 명백한 임의조제를 막기 위한 몇 가지 제한 규정이 있다. 즉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라도 약사가 지켜야될 규정이 있다는 거다.








1) 약을 개봉해서는 팔지 못한다.

소위 통약판매라는 것만 허용된다는 뜻으로 아무리 일반의약품이라 할지라도 개봉해서 낱알로 판매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환자로 하여금 자기가 무슨 약을 사서 먹고 있는지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통약을 사게되면 약곽뿐만 아니라 제품 설명서까지 들어있게 되므로 무슨 약인지 쉽게 일 수 있다)


이거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처럼 약국에서 이약저약 섞어서 낱알로 포장해버리면 나중에 무슨 필요에 의해 그 약의 성분을 알려고 할 때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1부에서 본 기자가 제시했던 의원 및 약국의 처방행태 보고서에도 의원이나 약국에서 처방 받아온 약을 분석한 결과 30-40%의 약에 대해서는 도저히 그 성분이 무언지 알 수 없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거 역시 한 엽기 하는 울 나라 의료의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지가 먹었던 약이 도대체 먼 성분의 약인지 알 길이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거시다. 이 무슨 거지 발싸개 가튼 경운가? 요런 사태를 막기 위해 아무리 일반의약품이라도 절대로 개봉해서는 팔 수 없게 하고 있다.










2) 지금까지 가능했던 약국의 소분판매(小分, 약을 돌돌 갈아 가루로 만들어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도 금지된다. 이렇게 갈아서 약을 팔게 되면 진짜루다가 무슨 약인지 알 길이 영영 없어지는 거다.

3) 단, 환자의 편의상 foil 포장이나 PTP(pressure-through-package) 포장 약은 낱개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왜냐하면 이런 약은 그 포장 하나하나에 성분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이 3)번이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인데 이렇게 되면 실제로 foil 포장이나 PTP 포장이 된 약을 이용하면 낱개로 팔 수가 있다는 말이므로 실제로 임의 조제를 조장하는 거 아니냐는 의사들의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사들이 주장하는 임의 조제 완전 근절이라는 주장은 일반의약품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 말고도 바로 이 예외 조항을 없애 달라는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본 기자, 여기에 대해서는 뭐가 옳은지 판단을 내리기가 좀 애매하다. 임의조제 및 불법진료가 없어져야 한다는 거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반약 판매에 있어 복약지도도 못할 정도로, 또 낱알의 정확한 성분을 알 수 있는 약까지도 엄격하게 그 판매를 제한하여 전체 의료비 상승을 가져오는 거엔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굳이 본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면 이렇다. 실제로 이제껏 약사들의 임의조제가 용인되어 온 것은 약사 개개인이 무슨 나쁜 맘을 먹어서라기 보담, 약국이라는 거이 울 나라에선 과거에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대신 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인 배경에 의한 관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공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임의조제 및 불법진료에 대한 규제는 개정 약사법 정도로 해두고(불법 진료 금지, 임의조제 금지, 소분판매 금지, 통약 판매. 이상에 대한 3회 위반시 면허 취소) 나머지 문제는 울 나라 동네약사들 개개인의 양식에 맡기는 것이 어떨까?


사실 그 부분은 무슨 규제를 어떻게 철저하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또 누가 일일이 쫒아 다니면서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군다나 지금까지 동네약국에서의 임의조제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의 의약 습관을 고려한다면 약사들만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동네의사와 동네약사가 합심하여 국민들의 이런 비정상적인 의약행태에 대한 계몽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런식으로만 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지역 단위에서 의사 약사 상호간에 분업 정신에 어긋나는 행태들에 대한 상호 감시 및 규제가 별 무리없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형 약국들의 엽기적인 약 난매 및 사기 행각은 당근 예외다. 그따우 잉간들은 철저히 응징해줘야 한다.


의사, 약사들 이제 이런 엽기적인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맞잡고 고민할 때이다. 하이털 프라자 및 각종 의약분업 토론란의 저 저질스런, 정치인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상호비방 및 인신 공격은 이제 그만 두자. 궁민 앞에 절라 쪽팔리지도 아니한가?


국민께 드리는 부탁 말씀


자, 이제 그간 길고도 길었던 의약분업 시리즈를 마칠까 한다. 절라 재주 없는 본 기자의 살인적인 글발에 그동안 넘 피곤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우짬까. 걍 니네가 참아야지.


이제 불과 너댓 달 앞으로 다가온 분업을 맞이하여 항시 울 나라 보건의료의 현실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의사로서 궁민 여러분께 몇 가지 당부 말씀 드리며 이 시리즈 끝낼까 한다.


1. 의약분업 반드시 관철되어야한다.


의약분업은 명랑보건사회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중요한 관문이다. 근데 이거 시행하게 되면 울 궁민 분명 현재보담 불편해진다. 글나, 이게 더 불편해지는 거라기 보담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넘 편했다는 거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불편하다고 신호등 안 지키고 무단횡단하고, 불편하다고 안전벨트 안 매고 운전질 해대고, 불편하다고 거시기할 때 콘덤 안 낑구고,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명랑보건사회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반명랑세력들, 의약분업 어떻게든 안하고 싶어 안달이다. 이런 마당에 울 궁민들마저 명랑세력편 들어주지 않으면 본 기자 어케,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2. 엽기적인 한국의 의료현실에 대해 울 국민들도 반성하자.


본 기자 요번 기사에서 까발린 엽기적인 울 나라의 의료행태는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당근 일차적인 책임은 의약업에 종사하는 당사자와 보건정책 담당자들에게 있겠다. 글나, 소비자 측면에서도 저뇨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엄따. 의약의 소비에 있어서 이제 쪼매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되자. 그래서 사기치고 혹세무민하는 잉간들을 준열하게 꾸짖어 주고 까발려주고 이 사회에서 왕따시켜 버리자.


3.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을 우선적으로 이용하자.


의약분업과 관계된 전선은 의사와 약사의 대립도 아니고 의료인과 궁민의 대립도 아니다. 대형병원, 제약회사, 대형약국, 그간의 엽기적인 보건정책의 입안자들로 구성된 반 명랑보건의료 세력 VS 국민, 양심적인 의료인으로 구성된 대립이 바로 정확한 전선이다. 울 국민들, 건강상의 문제를 일차적으로 동네의원에서 상의하고, 복약은 동네약사와 상의하자. 그게 절멸의 위기에 처한 1차 의료기관들을 살려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분명히 대부분의 병은 동네의원과 약국에서 해결할 수 있다.


4. 정상적인 의료 전달 시스템을 이용하자.


이제는 제발 그만그만한 의료기관 사이를 정처없이 부유하는 의료행태를 청산하자. 더 이상 씰데없는 보약, 건강보조식품, 비방 이런 거에 목매지 말자. 우리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자. 먼저 1차의료기관에서 꾸준히 해결하려 노력하고 안 되면 2차의료기관으로, 또 안 되면 3차 의료기관으로 이렇게 단계적으로 올라가자. 그게 사실은 울 궁민의 의료비의 과잉 지출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첩경이다.





그간 의약분업 시리즈에 보내주신 독자 열분들의 애정어린 질책과 격려에 대빵 캄사드린다. 본 기자, 일개 힘 없는 의원서생이지만 울 궁민의 명랑보건사회에 대한 열라 절절한 열망만은 가슴 깊숙히 느끼고 있다. 독자 열분들과 국민들의 그러한 열망이 있기에 울 나라 명랑보건사회가 기필코 달성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럼 이만.. 졸∼라!



피에쑤> 담 기사는 현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의료보험 수가에 관해 디벼 볼까 고민 중이다. 물론 상황따라 본 기자 조때루 변경될 수도 있고..


의사가 약()이 아닌 의()로 먹고 살 수 있는
그 날만을 졸라 기둘리며 쐬주 한잔 빨고 있는

GLOMerulus on SuperBoard
-  ( glom@hananet.net )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