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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사오정, 또다시 방송 출연!

2000. 1.31.월요일
딴지 문화부기자 최가박당

오늘 본 기자는 예술...
이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정치 문제를 좀 거론해볼란다.


19세기 푸랑스에서 느닷없이 씨바, 이제 나도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꼴리는 대로 그림 그릴래 하고 기존 화단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며 인상파라 불리는 화가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림이란 모조리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다. 대부분의 잉간들이 문맹, 전문용어로 까막눈이던 그 시절, 어린 백성들에게 니르고저 홀 배 있을 때 쓸 수 있는 것이 강력한 수단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19세기 이전의 그림들을 대하면서 단순히 보고 느끼기만 한다면 조또 무식하다는 소리를 미술애호가들에게 듣게 되어 있다. 보고 느끼면 되지 뭘 더 하냐고? 그 그림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거다. 왜?그 시절 그림에는 그림을 통해 야그하고자 하는 뭔가가 담겨 있었으니까.


그래서 미술학에서는 그림 읽는 법을 뜻하는 도상학(iconology)을 매우 중요시 한다. 그림을 척 보면,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상황과 배경, 화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결국 그 그림이 무슨 야그를 전하려 하는 지를 읽어내는 것, 도상학을 아는 미술 애호가들의 감상태도다.


근데, 이러한 도상학적 미술감상은 사실 전문적인 미술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들은 여전히 우리의 삶 속에 여러 가지 형태로 남아 있기 땜에, 사실은 독자 너거뜰 같은 미술 문외한들도 하루 하루 어김없이 도상학적 미술감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20년 전 탐구생활 방학숙제 할 때 미술관 한 번 간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미술적 활동이었는데... 그런 내가 매일 도상학적 미술감상을 하고 있다니? 하고 의아해 할 넘들 많을끼다. 자 바바 설명해 주께.


한거레 화원에 소속되어 있는 장봉궁 화백이 그린 다음의 미술작품을 보면서 야그를 이어가 보자.


 


이 그림을 도상학적으로 풀이해 보면,


 이 그림에 그려진 인물들은 누구인가?


오른 쪽에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은 모습으로 그려진 뇬과 그 왼쪽 편 조금 아래에 얍삽하게 생긴 뇬은 실존 인물을 풍자한 거다. 요기엔 몇 가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눈꼬리가 심하게 쳐진대다 큼직한 앞니가 돋보이는 그림은 자민다방 왕마담 김죵필의 외모를 나타낸 거라는 걸 한 큐에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눈꼬리가 오히려 약간 올라가고 턱이 좁은 역삼각형 얼굴을 한 그림은 딴나라 캬바레 얼굴마담 이해창이라는 인물의 외모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어야 하는 거다.


 
물론 이러한 정보만 가지고는 이 그림이 이들을 풍자하고 있다고 확언하기 힘들다. 이래서 도상학이란 어려운 거다. 이 그림이 그들을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봉군 화백의 이전 그림들을 검토해봐야 한다. 그래서 이전 그림들에 그려진 이들 인물들의 묘사와 위 그림에서의 묘사의 유사성을 검토해 보면, 결론은 확실해진다. 위 두 뇬들은 그들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왼편의 빡빡이는 누구인가?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도상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 인물은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인물은 추상적인 존재를 상징(symbol)하고 있다. 이 인물의 오른쪽 귀에 꼽혀있는 게 보이는가. 다름 아닌 펜대다. 따라서 이 인물은 언론을 상징한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아하~ 좃선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믄 딱이다. 이러한 도상학적
판단을 위해서는, 펜은 졸라 칼보다 강하다와 같은 관용구들을 비롯해 그러한 유추와 연상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럼, 원조 교제라는 그림제목은 무얼 뜻하는가?


그림의 제목을 해석하는 것 역시 사회 현상 전반에 대한 지식과 도상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그림의 왼편에 그려진 음흉한 빡빡이 아자씨(즉 좃선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는 음모가 있다고 물타기해서 오른쪽의 두 뇬들(김죵필과 이해창)을 원조해주는 졸라 불순한 교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원조교제라고 붙인 게다.


음... 이제 이 그림에 대한 도상학적 결론을 향해 가보기로 하자.


최근 졸라 자격도 엄꼬 싸가지도 엄는 여의도 물장사 업주 몰아내기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자민다방 김죵필 왕마담을 비롯한 66명의 쓰레기 업주 명단을 발표하자, 김죵필 왕마담이 씨바 무신 노무 나라가 이래? 라고 껌을 짝짝 씹으며 나불나불대자, 이 청천벽력같은 사건에 그를 받드는 자민다방 레지들은 일제히 알랑방구끼며, 이거는 새촌년 민주나이트 지배인 김데중이가 뒤에서 조종한 음모가 틀림없어요 언니! 하고 외쳐댄 사건이 있었드랬다.


자민다방 레지들의 잔대가리인 이러한 음모론은, 가장 많은 악덥업주들을 거느리고 있는 딴나라 캬바레 체인이 반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광고전단을 찍어주며 그 덕택에 오랫동안 먹고 살았던 좃선 찌라시제작소는 얼씨구나하며 이 음모론의 전지구적 전파를 위해 아낌없는 원조를 해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른 거다. 그리하여 이들이 모두 한데 어울려 음모론을 열라 부르짖으며 놀고자빠진 거이 작금의 한심한 물장사 업계의 현실이다.


이 우끼고 놀고 자빠진 세태를 나이트에서 땐스를 땡기며 원조교제를 하는 뇬넘들로 풍자한 결과가 바로 위 그림인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덜 가운데, 아, 씨바 그걸 누가 몰라? 신문만평 하나 보는데 도상학은 무신 도상학이야, 척 보면 아는 거지. 하고 항거할 분덜 있을 것이다.


글타. 우리는 일간지 신문에 실리는 이와 같은 함축적 메시지를 담은 그림들을 매일 접하고 있으며, 우리덜 대부분은 불과 몇 초만에 이러한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낸다. 스스로 대견하지?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예술적 능력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왜냐? 이런 21세기 인간의 기본적인 독해능력조차 없는 한심한 까막눈덜이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냐고?







옵빠. 나 자민다방 대변인이야.. 놀러들 와.

지난 1월 27일 밤 문하방송의 정운용의 100분 토론이라는 푸로그램에 출현한 자민다방 대변인 이양히 레지같은 이가 바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토론 내내 시민 단체의 배후에 조종세력이 있다는 느낌, 내지는 직감이 들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이 느낌은 확실하다는 절라 말도 안되는 음모론을 제기했는데, 증거를 대라는 상대패널들의 거센 반론에 심증이 증거라고 계속해서 우겨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때가 됐다는 듯이 갑자기 예술 작품 하나를 꺼내들었는데..


이 문제의 예술작품이 바로 본 기자가 위에서 상세하게 도상학적 해설을 곁들인 장봉궁 화백의 원조교제라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양히 레지는 의기양양 이 작품을 카메라 앞에 들이대며, 이렇게 소리쳤다.



보라! 이거이 증거다. 이거이 여론이며, 음모론의 진실을 증명해주는 궁민의 목소리인 거시다. 저 대머리 총각, 그 옆에 있는 아가씨덜 모두가 시민단체 배후에 누군가 있다고 외쳐 대고 있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가, 저들 궁민들의 목소리가!


TV를 보던 본 기자 조디가 와이드하게 오픈된 상태로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예술이란 48장짜리 동양화 감상뿐이라고 굳게 믿는 물장사 업계의 천박한 예술적 소양이야 익히 아는 바이지만,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물장사들이 상징, 풍자를 비롯한 예술적 의사소통의 기초개념들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오정들 이라는 것을 명백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예술적 의사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다차원적 사유 시스템이 그들 대굴빡 속에는 전혀 세팅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건 여야가 따로 없다. 문화부 장관이라는 나리조차 대중음악계의 헤게모니 에셈파의 거두 리수만 두목의 얄팍한 기만술에 홀딱 속아 넘어가, 에셈의 똘만이 에쵸티 패거리들더러 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라고 격려해주는 판국이다. 그들 어린 대중 예술가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아낌없는 예술혼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병역 특례법을 바꿔주는 등 대폭적인 지원을 해 준다나 어쩐다나..


예술은 조화를 추구하며, 사심없는 명분을 추구하며, 평화를 지향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이들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사실상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예술가와 같은 심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최소한 시를 지을 줄 알고 대나무와 난을 칠 줄 아는 정치인들을 길러낼 줄 알았던 거다.


벗트,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굼바리 정권 하에 수 십 년 동안 체육관 정치를 거쳐 틈만 나면 국회에서 레슬링, 씨름, 유도, 격파술 연습만 해온 정치인덜. 그들의 뇌구조는 이미 지들만의 생존을 위한 Fight Mode로 셋팅되어 있다. 이들의 마빡 시스템을 해킹하여 개조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시민단체들이여, 불가능한 해킹을 시도하지 말라. 상대해 주지 말라는 거다. 음모론이야말로 음모라는 기초적인 예술적 수사법도 그거뜰에게는 접수가 안 된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침 질질 흘리며 답할 거다.


거봐라, 짜샤들. 결국 지들도 <음모>임을 인정하는군!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번 총선에서 힘 모아 쓰레기 청소 좀 하고 나서, 우리 선조들의 뜻을 이어가는 혁명적인 정치제도를 만들기로 하자. 예술을 아는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 과거제도라도 부활시키  는 거다. 청와대 앞마당에서 시를 짓게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게 하거나, 그림이라도 그리게 해서 최소한 기본은 이해를 하는 넘들을 뽑자.


그렇게 되면 적어도 장봉궁 화백의 풍자를 이해하는, 따라서 자신들의 치부를 찌르는 비판을 보고 정반대로 지조때로 해석해 헤헤거리지 않고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그리고 에쵸티가 조또 예술가가 아니라는 걸 아는, 한 마디로 최소한 똥오줌은 가릴 줄 아는 정치인들이 만들어질 거 아닌가. 조또!




딴지문화부 기자 최가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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