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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헤비메탈>의 무게를 달아본다

2000.1.23.일요일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어허, <헤비메탈> 시사회 잘들 보셨는가.


난 당첨 안됐다구? 본 기자로서도 어쩔 수 없다. 선착선찜이라는 선진적 티켓팅 시스템의 도도한 물결은 본 기자로서도 감히 거부할 수 없다.


우쨌거나, 꽁짜 관람의 특혜에서 소외된 독자들의 항거를 무마하기 위해 몽조리 이 영화 꽁짜로 보여주면 좋겠지만, 초 저예산 청렴결백 영화언론문화 창달을 그 신조로 삼고 있는 본 기자의 방침에 따라 이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해서, 본 기자, 또 한 번 몸으로 때우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헤비메탈>. 과연 어떤 영화인가?


제목 그대로다.


"헤비메탈"


번역하면 "절라 무거운 쒯덩어리"


한마디로, 거의 쒯shit이라는 얘기다. (주1)


더 이상 이러쿵 저러쿵 하기는 좀 시간 아깝지만두, 그래도 머, 머야, 씨바..라며 궁금해하실 독자 제위를 위해 그 이유를 좀 더 세부적으로 디벼보도록 하겠노라.



 자극


각종 재래식 언론에서 "성인용 애니메이션" 어쩌구하는 말에, 우와, 절라 쏠리는 애니메이션이겠구나..하며 침 꿀떡 삼킬 독자덜 있을 줄 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주인공 여전사가, 해외 훌떡 매거진계의 선두주자 <빤쮸하우스>의 커버걸을 역임했던 줄리 스트레인이라는 실제 쭉빵워먼을 모델로 했다는데, 한층 더 쏠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본 기자의 취향으론 실물(오른쪽)이 더 나은거 같은데.. 아님 말고

게다가 이 영화 성인용 홈페이지를 가보면, 줄리 스트레인이 이리저리 훌러덩 벗고 있는 사진 절라 올려놔서 관객들의 발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물론, 독자제위께서 은밀히 두루 섭렵하고 계시리라 사료되는 각종 Hyper Ultra XXX Site의 워먼들의 대담함에는 훨 미치지 못하는 내공이지만.








훌떡 워먼들의 필수 필살기
콧구멍에 쎗바닥 넣기를
연마중인 줄리 스트레인

하지만 이 사진들, 즐거운 마음으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까지만 하시길 바란다. 이 사진들갖구 섣불리 어허, 그 영화 절라 쏠리겠다..는 결론으로 비약하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 절대 안선다, 안서.


주인공 줄리의 여동생 목욕씬, 줄리가 나쁜넘 대장 타일러를 꼬시려고 공작질하는 씬, 떨렁 두 씬 빼고는 도대체 건강한 18세 이상의 남성이 쏠릴 부분이란 없다. 그나마 있는 씬들도 별 신통찮지만 말이다.


또, 마빡에 구멍나고, 모가지 뎅거덩 날라가고, 몸통 쩍쩍 갈라지는 장면으로 한 엽기 해보려구 하지만, 그거 "자극"과는 거리가 멀다. 여타의 미제 극장용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풀 애니메이션full animation 방식(주2)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소리냐. 한 마디로 움직임이 절라 부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빨대로 호박죽 빨아마시는 효과음 집어넣어서 징그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들, 그건 역부족일 따름이다.



 
그림


셀로 그려진 동작은 그렇다치고, 셀 애니메이션과 함께 나오는 CG 3D 애니메이션은 어떨까나.


CGI로 만들어진 각종 배경이나 전투기, 수송선 등의 디자인은 역시 훌륭하다. 뫼비우스란 넘, 역시 괜히 유명해진건 아녔다. 뫼비우스라 하면, 다들 아시다시피, 프랑스 만화가로서 <블레이드 러너>의 산성비 내리는 미래의 LA에서부터 <제 5 원소>의 날으는 택시까지 이런저런 SF영화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준 넘이다.



하지만 매핑mapping과 렌더링rendering(주3)이 제대로 되지 않은 CGI들은 꽤나 자주 CGI라는 티를 팍팍 내가면서 셀 그림들과 따로 논다. 본 기자, 얘덜이 사람이었다면 적극 화해 주선이라도 하고 싶었도다..


우주 화물선의 몸체는 움직임에 따라서 표면이 이글이글거리고, 저녁놀을 배경으로 공중전을 벌이는 전투기들에 비춰지는 햇빛은 어느 각도로 날건 변함없고, 폭파되는 소행성의 파편은 돌이라기 보다는 맨질맨질한 플라스틱 같아 보인다.



어쩌면 셀로 그린 배경화가 절라 현실감이 있거나, CG로 만들어낸 그림들의 표면texture 질감이 붓 터치가 보이는 배경화의 질감과 비슷하게 처리됐더라면 별로 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그나마 멋진 배경화와 CGI는, 애석하게도 서로의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경을 맞는다.


 이야기


머, 어차피 이 영화, 헐리우드 오락영화로는 별로 비싸지 않은 1500만불짜리라니,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용서가 안되는 것은 스토리다. 이 영화 줄거리로만 따지면 "10세 이상 절대 관람불가" 등급이다. 물론 10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도 절라 재미없을 것이라 사료되지만. 도대체 머릿속에 남는 줄거리라는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틀은 우리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지겹도록 보아온, 우주 평화를 위협하는 포악한 악당으로부터 착한 넘이 전 우주적 규모의 승리를 거두고, 우주에는 다시금 평화가 찾아온다는 스토리다. 여기에 "영생을 얻는 생명수", "유로보리스", "아라카시안"등등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역사용어들을 씀으로써, 어설프게 옛날 옛적 머나먼 우주라는 <스타워즈>적 분위기를 풍겨보려고 한다. 그리고 막판에는 극적인 반전 비시무리한 것도 준비해둔다.


하지만 이상한 용어들의 나열은 내용을 더욱 뭔 소린지 모르게 만들 뿐이고, 막판 반전이라는 건 관객들을 실소하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대사에 아기자기한 맛이 있길하나, 짜임새가 있길하나, 신선한 시도가 있길하나.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기 위해서 커피 10잔 정도는 마셔야 할 것이다.


하긴 이 영화, <달려라 번개호>, <마린보이>, <이상한 나라의 폴>등의 만화를 보고 자라온 우리나라 30대 초,중반의 관객들에게 나도 헐리우드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는 있겠다. 이 영화를 "성인용"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일게다.


 결론


우쨌거나, 한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다. 미국에서 절라 흥행에 성공하고 이후의 영화들에 영향을 많이 줬다고 하는 영화는 이 영화, 즉 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라는 제목의 이 영화 전편이다.


그리고 찌라시와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이 영화의 자랑거리 - 다른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등등 - 는 모두 1편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 또한 알아두시라.











이게 <헤비메탈> 1편이구 이게 이번 개봉한 2편

본 기자야 <헤비메탈> 1편을 안 봐서 모르겠다만서두, 이번에 개봉된 2편은 1편이야 어찌됐든 별로 볼만한 것이 못된다는 사실 하나는 확실하다.


아무리 "성인용"이라는 글자 대문짝만하게 때려 박아놔도, 아무리 사지절단을 해도, 아무리 헤비한 갑빠로 밀어 붙여도, 아무리 CGI로 도배를 해도 성인들이 보기에 재미없으면 모두 니 뽕이 아닌가 말이다.


 


 덧붙여서


이 영화하고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 하나 하겠다.


<제 5원소>는 <헤비메탈>의 날으는 택시같은 설정을, 작가들에게 직접 허락을 받고 빌려왔다고 한다. 아무리 만화를 영화화 시킨다고 하더라도 그 이미지나 설정을 컷 바이 컷cut-by-cut으로 그대로 빌려온다면, 거기에 대한 원작자의 허가가 있어야 함은 명백하다.


근데, 우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선 그 참고가 창작으로 둔갑해버린다. 최근의 사례 중 <그넘 그뇬의 사정>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에서 설정을 그대로 가지고 와 예고편을 만들어놓구선, 그거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찍어본 거니깐 새로운 시도이자 독창적인 거예요라구 얼굴색 하나도 안 변하고 우긴 <주노명 베이커리>라는 영화가 있었다.


크리티카 기자나 이드냐 기자가 썼던 표절 기사들을 읽어봤다면, 그런거 허락도 안 받고 하면 얼마나 조뙈는지는 알 수 있었을텐데, 어허, 얘덜 참 겁도 없어..  





-- - 딴지 말초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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