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제 앞 단원의 갑이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바로 울 나라 보건의료를 이렇게 망친 두 번째 주인공인 병원 자본이다. 앞에서 의료법 들먹이며 병원이 어쩌고 종합병원이 어쩌고 했지만 실제로 그거뜰의 대부분은 500병상 이상의 대형 병원이 대부분이다. 중간에 끼어 있는 중소 병원들은 그 수효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하다. (그런 중소병원을 준종합병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근디, 이들 준종합병원들, 암에푸로 거의 씨가 말라 버렸다.) 이런 대형 병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대형 자본에 의해 설립, 유지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 병원 자본은 의료분야에서도 철저히 이윤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앞 단원에서 이미 감이 왔겠지만 애네들 원래는 중환자, 희귀병 환자, 고난도의 의료기술 및 장비가 필요한 환자들 보라고 만들어 논 거다. 그런거 하라고 만들어 논 대형 병원이 울 나라에서는 동네 의원들과 감기 환자 놓고 무한 경쟁이나 벌이고 있다. 병원 자본이 지네들의 의약분업 예외를 끝까정 주장한 이유는 공공재로서의 의료 기능보다는 그들의 이윤 논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의 모든 시안이 결정되고 개정 약사법이 국회를 통과하고도 2주나 지난 1999년 12월 20일, 병원 자본의 대표격인 대한병원협회(병협)는 대통령 앞으로 탄원서를 보낸다. 제발 우리는 제외시켜 달라는 내용이다. 그 내용은 조잡하기 그지없으므로 굳이 다시 디비지는 않겠다. 하지만 한가지는 지적해야 하겠다. 그 탄원서에 "세계 어디에도 병원 외래 환자에게 원외 처방전을 발행하도록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이 있다. 이거 속임수다.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는 외국에서는 3차 병원은 당연히 자신의 역할상 입원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외래 환자는 1차나 2차 기관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형 병원은 외래 환자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의약분업에 대형 병원의 외래 환자를 포함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로, 설사 외래 환자를 본다 하더라도 걔네들은 의약분업의 원칙하에서 환자들로 하여금 병원에서는 처방전만 받아 병원 바깥의 약국에서 약을 져 먹도록 하는 게(이 처방전을 원외 처방전이라고 한다) 아예 관습으로 굳어 있다. 굳이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전혀 없단 야그다. 근데 마치 외국에서는 대형 병원의 외래환자는 법적으로 분업에서 예외로 하고 있다는 듯이 사기치고 있는거다.
왈순아지매가 등장하는 만화까지 동원한 전단을 각 병원마다 환자들에게 뿌려대며 의약분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서명 숫자 조작했다고 국회에서 뽀록나 망신당한게 얼마 전이다. 본 기자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대형 병원의 직원들에게 몇 명씩의 서명용지가 할당되어 자기 친인척 싸인까지 위조해가며 머릿수 채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거 못 채우면 구박당하고.(제보 주셨던 독자께 감사 드린다.) 병원 자본이 의약분업 반대 운동을 하며 행했던 추태중 가장 질 나쁜 것이 바로 작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의사들의 집회에서의 행태였다.
근데 당시 주요 언론은(한기레 포함) 이 집회의 성격을 의사단체들이 의약분업시행을 적극 저지하기 위해 궁민의 건강을 담보로 실력을 행사한 것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했다. 여기서 본 기자 언론의 판에 박힌 양비론이나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하는 버릇을 비판하고자픈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당시 집회에는 다분히 있었고 그 주범이 바로 병협이었다.
의사를 여전히 과거와 마찬가지로 단일한 경제적 지위를 가진 동질의 집단으로 보는 시각은 현재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예전에야 의사들은 누구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상층의 생활을 누리는 집단으로 통일되어 있었지만 최근 10년 사이 그런 단일한 경제적 지위는 분화되고 있다. 현재 7만 명에 해당하는 의사 면허 소지자들 중 1/2이 면허를 획득한지 10년 이내의 젊은 의사들이고 이들은 과거의 선배들과 같은 경제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경쟁 시장에서 그럭저럭 중산층의 지위를 가지며 생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는 전문의 과정 수련이라는 미명하에 인턴, 레지던트라는 이름으로 5년 동안 대형 병원에서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에 혹사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펠로우(fellow)라는 2년 짜리 과정이 더 생겨났다. 이는 일종의 postdoc과정과 유사한데 전문의를 획득하고도 병원에서 2년간 더 혹사당하는 기간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펠로우는 대부분이 무급이다.(이 때쯤 되면 나이가 34-35세에 이르는데 마흔이 낼 모레인 멀쩡한 전문의가 돈 한푼 못 벌며 생활한다.) 한 내과 펠로우의 아내가 본 기자에게 보내온 멜과 한 레지던트의 아내가 모 통신에 올린 글이다. 참고하시라.
반면, 예전의 고소득의 지위를 의사가 향유할 때 한 몫 잡아 거의 자본가 수준으로 상승한 의사들, 또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들, 그리고 병원자본들은 여전히 이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잘 먹고 잘 사는, 개인 소득세 1위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의사들은 바로 이들이 되겠다. 따라서 순전히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의사라는 계층은 그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동일한 집단이 아니며 소위 80:20의 분화가 진행되고 있는 집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게 되겠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은 병협과 의협의 역할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본지 독자들이나 울 나라 궁민들, 뉴스나 신문에서 병협이나 의협의 이야기가 나오면 다음처럼 생각하며 가볍게 넘어갔을 거다. 병협? 의협? 같은 의사단체로 그게 그거 아닌감? 하지만 얘네들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병협이야 말로 의료계의 기득권 세력인 병원자본, 즉 20%를 대표하는 단체이고, 의협은 나머지 80%, 즉 별 힘이 없는 개원의, 인턴, 레지던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따라서 병협은 병원 자본의 이익을 충실 대변하여 의약분업을 반대하고 또 어떻게든지 병원을 의약분업에서 예외사항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다. 다시 집회 이야기로 돌아가자. 개원의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의협의 주최하에 마련된 자리가 지난 11월 30일의 집회였고 앞서 말한 대로 이 자리는 의약분업의 연기나 제도 자체의 반대와는 상관없는 자리였다. 근데 여기에 주최측도 아니면서 같은 의사들이라는 외피로 가장하여 병협이 이 집회에 참석했다. 참석했으면 가만이나 있을 것이지 얘네들 여기서 갖은 추태를 다 떤다. 공공연하게 집회의 주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의약분업 자체에 대한 반대의 주장을 곳곳에 뿌리고, 의약분업 반대의 내용을 가진 플랑카드를 흔들어대고, 궁민을 위해(sic!) 의약분업은 절대루 시행되어서는 안된다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거 쉽게 말해 푸락치(fraction) 짓이다. 이거 본 궁민이나 신문들 머라 그랬겠나. 당근 이랬쥐... 덜 떨어진 의사 새끼들, 지네 밥그릇이 아깝긴 아깝나 보군... 씹새들! 이상이 지난 11월 30일 집회의 전말이다. 그러타고 의협이 멀 잘해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얘네들 얼마나 바보 먹통들인지도 슬슬 디비겠다. 위 이야기에서 한 가지 미심쩍은게 있을 거시다. 개인 의원 의사들이 집회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할 때 약사의 임의조제를 방지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된다. 근데 도대체 머땀시 당시 동네 의원이 다 망하네 어쩌네 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것일까? 담 단원에서는 이걸 디벼 보자. 위대한 병원자본, 또 한 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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