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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여성이여. 위대한 남성들에게 배워라!

2000.1.10.월요일
딴지 사회부 수습기자 초록짱이

여성들이여, 머리라도 땅에 박으며 반성하자. 남자들한테 좀 배우자.이 얼마나 피눈물나게 존경할만한 창조물들이란 말인가!

 

남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아니, 주장이 아니다. 진리다. 남자가 말하면 진리다. 토달지 말아라. 안티를 걸지 말아라. 남자의 주장에 반대한 의견에는 논리가 있을 수 없다. 남자가 한 말이 논리 그 자체이고 진리다.

 

하여간, "그" 진리에 의하면 남자들은 순전히 "여자들" 지켜줄라고 군대에 간다. 물론 자발적인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간거지만 결국 군대에 간 사람이 군대에 안간 사람들 지켜준거니까 이건 무조건 숭고한 것이고 거룩한 것이다. 게다가 그 군대에서의 생활이 지옥 자체란다. 남자들은 피같은 청춘을 개같은 곳에서 썩혔다. 근데 월급은 만원도 안 되었단다.

 

이 군대라는 곳을 좀 더 인간답게 만들어 보자고?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라. 그건 순전히 여자가 군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의 인생을 극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군대는 무조건 비인간적이고 무조건 지옥이고 무조건 청춘의 늪이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서는 안된다. 군대는 지금 그대로 지옥으로 놔두는게 역사의 발전이다.

 






 
 

남성들은 분만대가 뭔지는 몰라도
출산의 고통은 다 안다. 남자니까...
 

그러니 여자들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남자를 보라! 남자들은 여자의 애낳는 고통까지도 경험해보지 않고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출산의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군대 2년6개월의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남자들의 어머니는 아들을 군대보내느니 차라리 애를 낳게 하고싶을 것이다. 근데 남자들이 어떻게 아냐고? 어허! 토달지 말아라. 남자들은 무조건 안다.

 

게다가 남자들이 위대하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또있다. 지금 남자들이 군대가서 가장 억울한 점이 머리가 굳었고, 썩었다는 점이다. 다들 너무나도 힘겹고 고달픈 과정을 통해 사회에 적응을 하고 다시 복학을 하여 남자들 군대간 2년 6개월동안 도서관에서 탱자탱자 공부만 한 여학생들 따라잡을려고 고뇌와 좌절의 시간을 보내는데...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도대체 대졸 여학생 너네들은 왜 취업률이 20%도 안되냐? 남자분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대명천지 평등 대한민국에서 설마 취업시 남녀차별을 할리는 손톱만큼도 없지 않는가. 여자들이 선거를 못하나, 입사원서를 못내나, 문밖출입을 못하나. 세상천지에 대한민국같은 평등국가가 또 어디있겠는가.

 

남자분들을 보라! 군대에서 머리는 굳어져 돌이되어 나왔어도 회사에 가봐라. 다 남자다! 게다가 중요한 일, 진급하는 일, 돈되는 일은 다 남자들이 하고있느니 이 얼마나 위대하고 능력있으며 인류를 지탱하고 있는 분들인가!

 

더더욱 감동적인건, 남자분들의 사상은 얼마나 진보적이신가! 여성, 너네들은 이 사회의 다른 모든 불평등-빈부, 장애우, 연령, 학력 등 사회적 구조로 인한 모순부터 기타 자연재해로 인한 인류의 불행까지 모조리, 모조리 해결해 놓고, 그 다음에 여성운동해라.

 

그리고 너네는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해야한다. 하다못해 전기세라도 연체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잘사는 사람한테는 시집도 가지 말아라. 시집가서도 절대 행복하게 살지 말아라. 그리고는, 그리고는 여성운동해라. 게다가 남자분들 대학갈 경쟁률 높이지 않게 너네는 배우지도 말아라. 여자가 고학력이면 다 싸가지가 없단다. 그러고도 여성운동 하고싶으면 해라..






 
정말 군대라도 다녀와야 되는거냐
 

그리고 남자분들의 저 적극적 공격의 자세를 봐라. 너네랑은 상대가 안된다. 남자분들이 지금 이렇게 분노한건 자신들이 2년 6개월동안 사회적 약자였다는 사실이다. 위대하신 남자분들은 2년 6개월동안 핍박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굉장한 공격력을 형성하는데, 도대체 여성, 평생을 억압당하는 너네들은 뭐냐. 정말로 군대라도 다녀와야 여성운동도 전투적으로 잘할 수 있는거냐.

 

공무원 시험보는 군제대 남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가산점제도 폐지하고, 이왕이면 군에 다녀온 모든 남성에게 보상을 해주는 보상책을 찾아보자고? 웃기는 소리 하지말아라. 둘다 해야지 왜 남자가 하나를 포기하겠는가?

 

그러니 여성, 너네는 공직에 나설 생각은 애초 하지 말아라. 중요한 국가정책은 남자가 결정하는게 무조건 잘하는 거다. 정치도 남자가 하고, 경제발전도 남자가 이루고, 외교안보도 남자가 하고, 기술선진국도 남자가 만든다. 이런거 무지하게 힘든일이다. 남자라고 좋아서 하겠는가? 모두다 여자들 힘든일 안시킬려고 그러는 거다. 그러니 아무리 하고 싶어도 너네는 밥하고 애낳고 빨래나 해라. 그게 쉽고 편한거다. 남자들은 다 여자 부러워 한다.

 
 

그리고 여성, 너네는 도대체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처세가 부족하다. 저 다재다능한 남자분들을 봐라. 자신들에게서 5%의 가산점을 없애고, 2년 6개월을 썩게한 국가권력에게 대드는것 봤냐? 오히려 여자들까지 군복무하게 하여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공짜인력을 배로 늘려주려 하지 않느냐.

 

이런 가상한 충성애국집단에게 어찌 국가나 권력이 외면을 하겠냐. 남자분들에게 있어서 군복무의 원흉은 국가권력이나 분단현실, 혹은 분단현실을 만든 식민지 지배나 근대화의 실패가 아니라 그저 군가산점 위헌소송 낸 이대졸업생 5명과 그들로 대표되는 여자들이다. 대들 수 없는 상대에게는 아에 딴지를 걸지 않고 만만한 상대에게는 싹도 못 틔우게 철저히 짓밟는 것-이래야 남자분들처럼 너네도 인간답게 살 수 있을텐데, 여성, 너네는 이런걸 못하니 코딱지만한 권력도 못 잡는 것이다.

 

그러니 남자들에게 1사람이 100걸음 나가는 것 보다 100사람이 1걸음씩 함께 나아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자고 구걸하지 말아라. 이미 100걸음 나가있는 남자분들에게는 그나마 3걸음쯤 따라온 여자도 위협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남자들은 남자가 앞서있는 꼴은 봐줘도 여자가 앞서있는 꼴은 절대로 못 봐주신단다. 다시 되돌아가 다른 여자들이랑 똑같이 1걸음 수준에 그냥 머물러라. 그래야 돌 안 맞는다.

 

도서관에서 되지도 않을 취업공부하다 시간 나면 하늘을 보고 기도해라. 이 위대하신 남자분들, 나중에 장가가면 절대로 딸 낳지 마시라고. 혹시 딸을 낳으시면 절대로 잘나지 말라고. 혹시 잘났어도 절대로 고등교육 시키시지 말라고. 혹시 고등교육을 시켰어도 절대로 공무원 시험준비는 하지 말라고. 그 따님, 혹시라도 꿈이나 희망같이 쓸데없는 건 절대로 품지도 말라고... 그렇게 기도해 드려라. 남자분들 위해서.

 

여성, 너네가 하고싶은 어떤 일에 좌절을 당해도 그건 절대 남자분들 탓이 아니다. 어느날 시집가서 된장찌개 간 보다가 행여 눈물이라도 흘리지 말아라. 그럴꺼면 차라리 지금 내 앞에 던져진 돌을 들어 머리를 깨부수고 뼈마디를 하나하나 끊어봐라. 피눈물을 흘려봐라.

 

 

 

 

중3시절, 우리 반 1등 하던 내 친구는,
계집애가 책 읽는 거 좋아한다며,
싸가지 없다고 즈이 아부지한테 
열나게 두들겨 맞고 여상에 진학했다.
그리고 은행에 취직했다.

 

이게 평등,이다.

 


딴지사회부 수습기자 초록짱이
정지연(journe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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