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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독감 예방 주사를 디벼주마!

1999.11.15.월요일
딴지 의학부 수습기자

명절 연휴 때 울 나라 고속도로의 상행선이나 하행선 중 한 편은 주차장이 돼버린다. 혹시 그 반대편, 전혀 밀리지 않는 차선에서, 넘들은 주거라 고생하면서 빌빌거리는데 니는 씽씽 달려본 적이 있는가? 난 함 해밨다. 그 기분 주긴다. 그로케 쌤통일 수가 엄따.

 

명절 때 자식 노릇 함 야무지게 해보겠다고 기차표(특히 호남선) 끊으려 달려드는 장면, 자식 교육 한번 기똥찬 유치원에서 시켜 보겠다고 찬바람 맞아 가며 부부가 교대해가며 밤새 달달달 떠는 장면들 함 상기해보시라. 괜히 즐겁지 아니한가?

 

너무 나보고 머라 그러지 마라. 원래 인간 맴이 다 그런거 아닌가? 어쨌든 나하고는 상관엄는 일로 넘들이 줄 죽 늘어서서 악다구니 써가며 세월아 네월아 하는 것을 보고 가끔 쾌재를 불렀던 본기자였다. 그러나, 불쌍한 넘! 본기자는 올 가을 호되게 그간의 곱지 않았던 맴 씀씀이를 처절하게 응징당하고 말았다. 역시 맴은 곱게 써야 하나보다.

 

올 가을 본기자는 그 공포의 줄 한 가운데서 열흘을 보내야만 했다. 내가 줄을 왜 서있었냐고. 그거시 아니다. 나는 그 줄을 서있는 인간들을 상대로 접대하는 처지가 되었던 거시다. 이 공포의 줄을 대하며 내가 느꼈던 감상은 이상하게도 우리네 오마니들께서 예전부터 자식의 안전 교육 차원에서 항상 하시던 말씀과 같은 내용이었다.

 

" 사람들 마니 모인데 가지 마라.... 다친다. "

 

본기자를 다치게 했던 그 줄은 다름이 아니고 올해 갑자기 불어닥친 독감예방주사 맞기 유행땜에 형성된, 그래서 그 주사 한 대 맞기 위해 수십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 국내 대부분의 보건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줄이다.

 

사람들 많은데 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쪼끔이라도 들을 줄 아는 넘뇬들은 방바닥에서 딩굴다가 9시 뉴스에서 대충 담과 같은 멘트를 들었을 거시다.

 
 



 
- 9월 중순 경: 날씨가 추워질 것 같다 씨바. 감기 걸리기 싫은 넘들은 독감 예방주사 마저라.

- 9월 하순 경: 독감 예방 주사를 싸게 맞고 싶은 넘들은 보건소에 가서 마저라. 졸라 싸게 덤핑한다더라.

 

- 10월 초순 경: 보건소에 약이 동난다더라. 빨랑 가서 마저라. 몬 마즌 넘은 바부탱이다.

 

- 10월 중순 경: 독감 예방 백신이 동났다, 씨바. 건강한 넘들은 양보해라. 노약자가 맞게시리.

 

- 10월 하순 경: 보건 기관은 도대체 머하는 넘들이냐. 국민이 원하는 약하나 제대로 몬 챙겨 놓고. 독감 예방 백신이 동나다니 말이 되는기가 말이. 내년부텀 똑바로 해라.

 

머 대강 위의 순서대로 지껄이는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거시다. 본기자가 말하고자픈 포인트는 위와 같은 멘트를 나불대던 방송이나 신문이 삽질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나중에 양념삼아 할 것이고 일단은 다음의 물음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기자가 이로케 추운 방에서 호호 손가락 불며 고생하는 목적이다. 나 고맙쥐.

 
 

1) 도대체 독감이 먼 노무 병인가?
2) 도대체 독감 예방 백신은 먼 노무 주산가?
3) 누가 머땀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가(혹은 맞아야 하는가)?
4) 왜 울 나라에서 올 가을에 이 난리 부르스가 일어났는가?

 

서론은 끝났다. 울 나라 보건 의료가 얼매나 한심하고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함 디벼 보자. 자, 발싸!!

 
 

 도대체 독감이 먼 노무 병인가?

 

그러탐 이토록 몇 주 동안 보건 기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독감이라는 병은 도대체 어떤 병인가? 일단 독감 하면 느그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아마

 

독감(毒感)= 感氣니까 좀 심한 감기를 뜻하겠쥐 머...

 

라는 정도겠다.

 

애시당초 독감 예방 접종 열병이 불었던 근원에는 이런 오해가 한 몫 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은 일면 맞지만 일면 전혀 틀린 생각이다.

 

양넘들은 독감을 influenza(인플루엔자)라고 씨부린다. 감기는 < common cold >라고 하고. 독감이 좀 심한 감기라면 왜 < severe or toxic common cold >라 안하고 < influenza >라고 따로 단어를 만들어쓰까잉?!

 

 독감 = 독한 감기라는 생각이 일면 맞는 점은 다음과 같다.

 
 
 



 
a. 감기나 독감(influenza)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감염 질환이다. (上氣道, 우리가 숨쉬기 운동할 때 조디나 콧구뇽에서부터 폐의 허파꽈리까지 공기가 이르는 길을 氣道(airway)라고 한다. 공기가 다니는 길이라는 뜻이다. 기도 중 조디에 가까운 쪽은 상기도, 허파꽈리에 가까운 쪽은 하기도라고 다. 따라서 콧구녕, 조디, 목구뇽, 기관 등이 상기도가 되겠다.)

b. 증세 또한 열, 콧물, 목구뇽 쑤시기, 삭신 여기저기 쑤시기, 기침, 가래 등 대동소이하다.

 

c. 독감이 약간 증세가 더 심하고, 발병 양상이 더 급속하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독감은 감기와 전혀 다른 병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감이나 감기 모두 상기도에 일어나는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했다. 그럼 상기도에 문제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워떤 넘들이 있을까? 졸라 많다. 나불대기가 힘들 정도지만 함 군시렁거려 보겠다.

 

Rhinovirus(라이노바이러스), coronavirus(코로나바이러스), respiratory syncytial virus(레스피러토리 신시셜 바이러스), adenovirus(아데노바이러스), influenza virus(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다. ( 더 자세히 알라 그러지 마라. 수많은 바이러스 부족 중의 한 넘들이다. 기냥 그런거 있구나 하고 너머가라. 기분 나뻐도 할 수 엄따.)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중요하지 않으므로 편의상 생략한다. 한 두 가지 예외를 빼면 위에 나온 바이러스들 중 앞에 네 넘이 일으키는 상기도 감염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감기(common cold)되겠다.

 

뒤에 나온 influenza virus가 눈치 빠른 넘들은 짐작했겠지만 바로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쉽게 말해 앞엣 것들은 뭉뜽그려 도매금으로 기냥 감기라 그러고 influenza virus에 의한 상기도 감염만 독감이라고 따로 부르는 것이다. 이로써 독감과 감기의 차이점 하나를 알 수 있다.

 

원인 바이러스가 완조니 다르다.

 

증세가 비스무리한데도(독감이 약간 더 심하지만) 왜 독감만 감기에 포함 안시켜주고 따로 독감이라 부르며 왕따를 시키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독감과 감기의 두 번째 중요한 차이에 대한 열쇠가 되겠다. 그건 다음 단원에서 알아보자.

 

 도대체 독감 예방 백신은 먼 노무 약인가?

 

먼저 백신(vaccine)이란 먼가? 당근, 예방주사다. 이 세상은 인간세계에도 잡균이 우글거리지만 실제로 잡균들이 많이 있다.

 

세균(bacteria), 바이러스(virus), 곰팡이(fungus), 기생충(parasite)

 

사실 노화(老化)나 외상(外傷), 선천성 기형, 종양, 독극물 등을 제외하면 우리 몸의 대부분의 병은 얘들에 의해 생긴다. 대표적인 게 여러 가지 전염병들인데 어쨌든 우리 몸은 이 많은 잡균들에 대한 방어 기전을 구비하고 있다.(안 그러면 우린 한시도 살 수 없다.) 그 걸 바로 면역(免疫: 병을 면해준다, immunity)이라고 한다.

 

근데 우리 몸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병균에 대해 면역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 대해서는 선천적인 면역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에 대해서는 면역을 갖지 못한 채로 태어나고 일단은 그 병을 한번 앓아야 면역을 갖게 된다.

 

B형 간염(hepatitis B)을 한번 앓고 면역을 갖게 된 경우(이런 걸 B형 간염에 대한 항체가 있다고 말할 줄 알면 졸라 유식한 넘이 된다.) 아무리 B형 간염 환자와 접촉하더라도 다시는 B형 간염에 걸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오호, 기리니까 임질에 함 걸렸다 나은 넘은 아무리 거시기로 삽질을 해도 다신 임질에 안 걸린단 말이쥐.
아이구 조아라...

 

라고 속으로 좋아하는 엽기 방탕한 넘들이 있을 것이다. 근데 세상은 그렇게 녹녹한게 아닌 것이 어떤 병에 함 걸렸다고 해서 무조껀 완벽한 방어력을 갖는 면역이 생기는 건 아니다. 넘 어렵나? 정리해보자.

 
 
 



 
 면역

- 선천성 면역: 태어날 때부텀 주어진 병에 대한 방어 기전

 

- 후천성 면역: 태어날 때는 없다가 함 병을 겪으면 생기는 방어기전.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 완전한 방어력을 가진 면역: 일단 그 병을 함 걸렸다 나으면 다신 안 걸린다.(예: B형 간염)

 

* 불완전한 방어력을 가진 면역: 그 병에 함 걸렸다 나으면 면역이 생기긴 하지만서두 안타깝게도 그 방어력이 완전하지 못해 다시 그 병에 걸릴 수 있다.(예: 임질)

 

면역이란게 좋은 거긴 하지만서도 함 병을 앓아야 생긴다는 거 이거 좀 만만찬타. 그니까 전염병이 함 휙 돌고나면 죽을 놈은 다 죽고 산 넘들만 이제 면역이 생긴다는 야그 아니게써? 백신에 대한 착안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함 겪어야 될 병을 어찌어찌 비스무리 흉내만 내고 앓은 다음에 면역만 살짝 챙기는 수가 엄쓰까? 자, 오또케?

 
 
 



 
a. 병균을 살짝 맛이 가게(죽지 않을 만큼만 몇 대 패준다
거나, 조슬 거세한다거나, 뽕을 좀 먹인다거나 등의 방법으로) 처리한 후 우리 몸에 삽입한다.(소아마비, 결핵)

b. 아예 죽은 병균을 우리 몸에 삽입한다.(A형 간염)

 

c. 병균의 일부만을 분리하거나 유전자 요법으로 합성해서
우리 몸에 삽입한다.(B형 간염, 백일해)

 

이게 바로 우리가 백신이라 부르는 예방주사의 정체다. 사실 예방주사라는 말도 좀 어폐가 있다. 소아마비, 장티푸스같이 먹는 백신도 있거던.

 

자, 그럼 독감 예방 주사는 먼가? 당근 빠따. influenza virus에 대한 면역을 주기 위해 바이러스의 일부를 떼내거나 맛이 가게해서 우리 몸에 주입하게 만든 주사약, 이게 바로 독감 예방 주사다.

 
 

 예상 질문: 인플루엔자의 원인균이 감기와 다르기는 하지만 감기보다 쪼매 심한 정도라면 구지 왜 백신을 만들고 또 그걸 기어코 맞고자파서 저 날리 부르스냐?

 

머릿 속에 이 질문이 떠오른 넘뇬들, 소질있다. 공부 함 욜씨미 해바라. 사실 우리가 모든 병에 대해 백신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 병을 앓아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거나 혹은 아주 희귀하다거나 하는 병까정 우리가 백신을 만들어 사이조케 나눠 마즐 필요는 없단 야그다. 그럴 돈도, 능력도 엄꼬.

 

하지만, 우리 인간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병에 대해서는 오또케 해서든 백신을 만들려구 발바닥에 땀나게 뛰고 있는 넘뇬들이 마니 있다. 그들의 노력에 의해 꽤 많은 병이 예방될 수 있는 단계까정 왔다.(천연두는 이미 이 세상에서 없어졌다.) 머 일부 엽기적인 넘들은 임질이나 에이즈 예방주사가 개발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이 많겠지만서도..

 

그럼 왜 인플루엔자는 백신을 만들어야만 했는지 다음 단원에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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