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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색] 만원짜리의 그림이 뭐지?

1999.11.15.월요일
딴지 문화부 전태일

졸라!

 

귀국후 귀국 환영회 및 초청 강연회 등에 쫓겨 대딴지의 기자신분임을 잠시 망각하고 농땡이 치다 다시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여러분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임다.

 

지난 기사 이후 "왜 더 이상의 기사가 없느냐", "우리에게서 알 권리를 빼앗지 말아줘이." 등 열혈독자분덜의 협박 공갈멜까지 받게된 본 기자 이제 더 이상 숨을 곳은 엄따는걸 인지하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온갖 향응성 귀국 축하연을 모조리 거부했슴다. 아.. 그 시큼한 술자리 내음들..

 

그르나.. 이미 본지를 통해 울나라 박물관을 포함한 문화정책으 발전에 이 한몸 바치겠다고 대 국민선언을 한 바 있는 본 기자, 고작 그따위 술판에서 쓰러질순 엄썼슴다. 룸싸롱이라믄 몰라도..

 

앞으로 더욱 분발하여 울나라으 문화정책이 흡족해질 때까지, 만.족. 할.때.까.지. 무대뽀정쉰으로 무장하여 후벼파고, 디비고, 쥐짜고, 시범 보이고 하는 용맹정진을 약속드림다. 그동안 지둘리신 독자 열분덜과 짜를까 말까를 고민하던 딴지 수뇌부 열분 통촉하소서. 철푸덕~

 
 

가을날의 상큼함이 북어국 내음과 함께 코 끝을 간지럽히던 아침, 평소와 다름엄씨 확장된 혈관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간 酒毒朝食前 운기행공으로 대변과 함께 열심히 체외로 밀어내던 본기자, 평소 싼맛에 즐기던 똥아일보에서 다음과 가튼 기사를 발견하고는 놀란 가슴 진정시키느라 잠시 배변계의 고수, 딴지기자들이 운기행공 도중 수치로 여기며 금기사항으로 삼고 있는 절타.. (끊어치기) 초식을 황급히 펼쳐내어야 했다.

 

왜냐 ?

 

외규장각 도서반환 한-불 오늘 2차 협상이라는 제목 아래 쓰여진 기사를 발견했기 땜이다. 10월 18일자 이 일면 기사의 주 내용인즉 1866년 병인양요때 푸랑스군이 쌔벼간 외규장각 도서를 돌리달라는 우리측 주장과 시러 시러를 연발하는 푸랑스측의 <2차 조디 컨퍼런스>가 푸랑스에서 열렸다는거다.

 

평소 우리 문화재와의 남모르는 연애행각을 벌여오던 본기자로서는 소개팅전의 두근거림이라고나 표현할까? ( 아..씨바..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몬하는 아픔을 그대들은 아시는가..) 하여간 자알하믄 새로운 우리 문화재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가슴벌렁거림이 역동적으로 밀려왔다.

 

바깥 넘들이 쌔벼간 울나라 문화재가 어데 한두 개이던가. 한술 더 떠서 쌥쳐간 남에꺼 가지구 이거 졸라 머시찌? 니네 이런 거 있냐? 하며 자랑하는 넘까정 있으니 뚜껑 열리는 거 당빠 아닌가 말이다. 얼매나 많은 분덜이 이렇게 빼앗겼던 문화재를 되찾아 올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졸라 묵묵히 뛰댕기시는 지.. 우리 이 분덜을 위해 범국민적으로 박수 함 쎄리 쳐 줘야 함다. 손바닥에 불날 때까지!

 

문제는... 어느 사회건 집단이건, 무슨 일이건간에 밝은 부분이 있음 어둔 부분도 있는지라.. 모냐하믄.. 어떤 분덜은 일케 졸라 뛰댕기며 애쓰는 데 또 한편에서는 있는 밥상도 몬 챙기는.. 아니 몬챙기는 거 뿐 아니라 걍 내다 떤져 뿌리는 그런 씨방새들도 있다 말이야.

 

이 대목에서 에이.. 그런 일이 설마 있을라구.. 하시는 분덜.. 대체 어떤 씨방새덜이야? 하고 일단 연장에 손부터 가시는 분덜, 전부 주목해 주시길.

 
 

문제 : 울나라으 화폐중 가장 단위가 큰거슨? (수표 빼구)

 

정답 : 만원.

 

또 문제 : 그럼 그 만원짜리 앞 판에 있는 얼굴은 누구?

 

정답 : 세종대와앙.

 

여기까진 초등학교 1학년도 안다.

 
 

글믄 그 얼굴 좌측에 슬그머니 그려져 있는, 기둥 두 개가 앞에 떠억 버티고 있는, 그건 모게 ?

 

 

대학원 4학기도 모른다.

 

혹시 자격루.. 라고 들어보셨는가?

 

설혹 " 하! 이런 걸 문제라고.. 이딴 건 코먼샌스쟎아 " 하고 콧방구 함 와일드하게 방출하시는 분덜...




 
 


자격루

 

그럼 이거 어딨는지 아시나? 함 실물을 보신 적은 있으신가?

 

자격루? 짱께집 이름 아녀?

 

뭐 이런 사람들 꼭 있게 마련이지만 용서해준다. 그 사람 잘못이 아니니까.

 

그럼, 울나라가 한 때 무지 잘 나가던 나라라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나라가 한땐 목판인쇄술, 천문기상 관측술, 조선기술, 건축술 등등 당대 최첨단 과학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과학입국이었기 때문이라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 손들어 보시라.

 

우리나라 1400년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세계최고수준이었다.

 

자격루, 혼천의, 앙부일구...
어서 들어보긴 봤을게다.
한 번도 직접 보거나 어디 있는 지 조차 모를 테지만.

 



 
 


앙부일구

 

뭐 그렇다고 본 기자, 이제는 퇴역한 제비나 꽃비얌 마냥 옛날 야그 꺼내 가지구 담배 한 대 피워물며 " 우리도 잘 나갈 때가 있었지.. " 하며 한 때의 기억에 머무르자는 건 절대 아니다.

 

독자열분 집에도 가족 사진 앨범 한권씩은 있으시지? 그거 가끔 식구들 모였을 때 꺼내서 함께 보믄 졸라 잼있지?

 

왜?

 

어떤 장면이 즐거운가 하는 거야 나름대로 다를 수 있겠지만, 추억을 되짚어본다는거.. 이건 과거를 기억할 줄 아는 모든 인간들의 공통된 즐거움일꺼다. 가족 앨범에 있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모두 소중한 기억인 것처럼, 문화재도 우리 민족의 가족 앨범 속에 있는 추억 사진의 일부라고 본 기자는 믿는다.

 

그래서 남이 쌔벼간 우리 문화재 찾아오겠다구 앞장선 분덜에게는 잊어버린 나의 가족사진 대신 찾아나서준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고, 앨범 속에 남아있는 사진조차 등한히 하는 우리들에게는 쌍심지를 돋구워봤던거구.

 

앨범 속에 남아있는 사진이지만 평생 단 한번도 들쳐보지 않아 잊혀져가는 수많은 우리 민족의 추억들이 정말 사방에 널려있다.

 

특히 과학 문화재의 경우에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기만 한데 과연 변변한 과학 박물관 하나 없는 나라에서 거북선, 첨성대, 한글... 백날 우린 우수하다고, 우수했다고 부르짖기만 하믄 모하나.




 
 


혼천의

 

우리가 우수했다는 걸 직접 보고 느껴 오늘날 현재의 우리 자부심으로 연결할라고 해도 도대체 어디서 뭘 보고 그런 생각을 하냔 말이다. 중고딩때 국사교과서 속에서 본 흐릿하고 쪼매한 흑백사진 몇 장으로 평생을 떼우는 데 말이다.

 

외국넘들이 우리가 비실거릴 때 욜라리 쌥쳐간 수 많은 우리의 추억들, 그거 되찾아오는거 이거 무지 중요하다. 그치만 본 기자 그거 되찾아오는 일과 함께 지금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들의 올바른 보존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빼앗겨서 되찾지 몬하는 건 서러움이지만, 노력 똥꼬 불나게 노력하고 협상하믄 희망이 보인다. 그치만 이미 가지구 있는 거 제대로 지키지 몬해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 이건 순수하게 쪽팔림 그 자체이다. 이러니 남에꺼 가지두 폼재는 거뜰이 우릴 무시하는거다. 있는거나 잘 간수해 이거뜰아.. 라고.

 

하나 더 우끼는 얘기 해 볼까나?

 

평소 저는 국사나 일반 상식 또는 진기 명기, 세계 기록등에 자신이써요라던 독자열분께 물어 봅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은 어느 나라에서 만든 무엇일까여? 경주 불국사란 졸라 오래된 절은 다 아시지여? 거기에 석가, 다보 두 탑이 있는 것도 아시지여?

 

1966년 석가탑 보수공사 중 짜잔하고 튀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란 목판 인쇄물이 이써여. 국보 126호로 지정된 우리의 추억사진중 하나이지여. 지금까지 이게 세계에서 젤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라 우덜은 배워왔지여. 이제 기억나지여 ?

 

그.런.데.

 

1996년부터 쭝국과 일본에서 이거에 딴지걸고 나서기 시작했다. 쭝국은 이 다라니경은 울리 살람이가 맹글어서 신라가 수입했다 는 다라니경 신라 수입설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한술 더떠서 다라니경이노 제작 연대가 부르분명하기 땜에 세계서 제이루 오래 된거슨 아니무니다. 우리 일본이 770년에 만든 백만탑 다라니경이노 제이루 오래된 거시무니다 라고 일본 최고설을 주장하고 있다.

 

가소로븐 거뜰... 이라고 코에서 방구만 뀌고 있을건가? 모 그렇다고 본 기자 지금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세계 최고를 보증하는 범 국민 서면운동같은거 벌이자는 건 아니다. 일본 만화 안보기나 짜장면 안먹기 운동하자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우리 가족 앨범 속의 추억들이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 지 잠시 시간날 때 함 들여다보구 매만져주는 쪼끄마한 관심이라도 가져보자는 야그다.

 

지금 졸라리 밀고 땡기고 있을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 이거 잘 되어서 올 겨울에 아니 내년 봄에라도 울나라서 볼수 있었으믄 애들 데리구 간만에 나들이 함 할 수 있어서 참 좋겠다...

 

 

 

 

- 영국특파원에서 귀국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 jeontaeil@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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