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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버스자리확보의 이론체계를 공개하마.

1999.10.13.수요일
딴지 엽기 대중교통부 김도균


본 기자 대학 댕길 때 1시간이 넘게 버스로 통학을 했드랬다. 그 때 타구 댕겼던 버스는 설에서두 가장 알짜배기 노선으로, 그 명성에 걸맞게 항상 빼곡히 사람이 들어찼었다. 

 

아직 잠 덜 깬 얼굴로 만원버스에 무심코 올랐다가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낑겨 있다보면 학교고 뭐고 다 때리치아삐리고 싶은 심정이 불끈 솟아오른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만원버스에 아침, 저녁으로 시달리는 직장인, 학생들은 그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한치라도 더 편하고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말없이 벌어지는 치열한 보디첵과 피를 말리는 신경전의 순간들... 자리확보라는 지고지순한 명제를 부여안고 한치의 공간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벌이는 버스속 인간군상들의 힘겨운 부대낌은 차라리 전쟁이라 불러야 적합하리라.

 

이를 안타깝게만 바라봐온 본 기자, 중고교를 거쳐 대학까지 근 10여년의 버스통학을 경험하며 축적한 좌석확보에 대한 본 기자만의 노하우와 비법을 홍익정신으로 여기 공개하고자 한다. 

 

평소 버스를 자주 애용하는 딴지독자덜은 이 비법을 체득하여 21세기에는 명랑버스탑승생활이 마침내 실현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본지 이 정도로 자상하다.

 
 

 버스 뒷좌석 선호 一般理論

 

본 기자 버스에 탈 때면 뒷쪽을 선호한다. 앞쪽보다 사람이 적을 뿐더러 자리잡기도 수월하기 땜이다. 특히 맨 뒤 5인용 긴좌석의 앞에 서는 것을 젤로 좋아한다. 다른 자리덜은 보통 <1인 1좌석 찜제도>로 통용되지만, 이곳은 무려 <3좌석찜, 1자리 선택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몬 소린지 잘 모르게따구. 아직 버스의 고급유저로서의 소양이 부족한 독자덜을 위하야 친절히 설명드린다.

 

자.. 설명 들어바바바.

 

일반버스는 동일한 요금체계를 갖구 있지만, 좌석에 대한 우선권은 먼저 탄 넘에게 돌아가는 냉정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가끔 경로효친을 몸소 실천하는 기특한 거뜰이 있긴 하지만, 이런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먼저 탄 넘이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거시다.

 

기차의 경우 좌석과 입석이 나뉘어 있지만, 버스의 세계는 얄짤이 없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인 것이다. 빈 좌석이 다 채워지면 보통은 의자에 붙은 손잡이를 잡고 서는 것으로 좌석승계권을 인정받는 게 버스이용자 세계의 불문율되겠다. 일반적으로 좌석 뒷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착석자의 앞에 서는 것으로 그 좌석에 대한 우선권을 인정받는 게 통례다. 그러나, 이러한 불문율의 예외가 있으니 그 무법의 불문률파괴자를 우리는 아줌마라고 칭한다.

 

아줌마집단은 일단 착석자가 내릴 낌새가 감지되면, 거리를 불문하고 시선을 좌석에 고정시킨 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여 빈자리를 탈취하는 행동양태로 순식간에 버스안을 극도의 아노미상태로 몰아 넣곤 한다. 

 

따라서 아줌마덜이 주변에 포착될 경우엔 뒷쪽 손잡이만 잡는 것으론 좌석승계권을 안전하게 보존하기가 어렵게 되겠다. 이 경우, 뒤쪽 손잡이뿐만 아니라 앞쪽 손잡이까지 잡아줌으로써 자리확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만방에 알릴 필요가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착석자에게 갑갑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으며, 착석자의 안면과 좌석승계자의 하체가 밀착되는 에로틱상황이 연출할 경우가 자주 발생되므로, 예의바른 버스유저는 사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겠다. 어찌 됐든, 보통의 경우엔 좌석의 손잡이를 잡는 것으로 우선권을 부여하는 <1인 1좌석찜제도>가 일반적인 버스 내의 좌석확보시스템이다. 

 

그러나, 본 기자가 오늘 이 자리서 공개하고자 하는 것은 버스 좌석의 확보는 뒷좌석이 용이할 수 밖에 없다는 <버스 뒷좌석  선호이론>이다. 

 

여기서 <뒷좌석>이라 함은 5인용 긴 좌석을 말하며, 1차 확보해야 하는 공간은 그 뒷좌석 바로 앞의 공간으로, <1인 좌석찜>이 가능한 목지점이 되겠다. 

 

5인용 긴 좌석은 다른 좌석보다 자리가 높고 앞쪽에 지지대가 없기 때문에 중간에 H빔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H빔을 잡고 서 있을 경우엔 5인용좌석중 1/2의 지분확보가 가능할 뿐더러, 5인용좌석 앞의 하나짜리 개인좌석의 찜까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니까 계산하자면 

 
 

<5인용좌석 중 2좌석에 대한 독점승계권> + <개인좌석의 독점승계권> + <5인용좌석 중 가운데 좌석에 대한 선택권> = <3과 1/2 좌석확보> 가 가능하게 되는 거다.

 

이렇게 뒷좌석 우선 확보의 당위성과 그 혜택을 정리한 것을 이쪽 업계에서는 <버스 뒷좌석 선호일반이론>이라고 한다. 

 

 아줌마 선호좌석 特殊理論

 

그러나, 이러한 일반이론을 일거에 뒤집어 버리는 통제불가능한 특수한 상황이 있으니, 바로 아줌마 군단에 의한 버스좌석확보 행동양태 되겠다. 

 

본 기자의 관찰에 따르면, 보통 아줌마덜이 선호하는 자리는 운전자 뒷쪽 3번째 좌석부터 뒷문부근까지인데, 일반 버스유저의 경우 목적지 정거장에 다가오면, 2정거장 전에서 소지품을 챙김으로써 좌석승계자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한 정거장 전에서 승계자에게 자리를 인도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줌마들은 일단 좌석을 차지하게 되면, 내리기 직전까지 자리를 사수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한 것으로 고찰되고 있다. 따라서 아줌마들은 하차문 주위에 착석하기를 선호한다는 것이  바로 <아줌마 선호좌석 특수이론>인거시다.

 

따라서 뒤쪽 좌석은 버스좌석승계질서의 유린자이자 버스내부세계의 절대강자 - 아줌마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좌석확보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춘 고수들이 많기 땜에 치열한 신경전에 대한 굳은 각오정도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본기자 맨치로 뒷쪽 포인트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유저는 다른 취향을 보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버스바퀴 부분의 돌출좌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시야확보를 위해 출입문 바로 앞좌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좌석은 일반승객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경쟁율이 높지않아 독특한 취향의 매니아층들의 집중타겟이 되고 있다. 

 

 파괴되고 있는 버스 좌석 질서

 

그런데... 

 

버스업계의 신형버스가 출현하면서, 이러한 질서는 일시에 무너지고 말았다. 신형버스라 함은 뒷쪽에 2인용좌석을 양쪽에 3-4개정도 설치된 새로운 버스형태를 말한다. 이 신형버스의 등장과 함께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하던 버스자리잡기 시스템은 붕괴되고, 급기야 <1인1좌석찜 제도>도 흔들리게 된 것이다.

 

 

더우기 신형버스는 버스 내에 많은 좌석을 설치하는 데만 치중한 나머지, 사용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치 않아 의식있는 많은 버스유저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2인좌석의 협소함, 버스바퀴 부분 좌석의 심한 돌출 등이 그 단적인 예라 하겠다.

 

담 호에서는 이 신형버스의 문제점에 대해 까발리고자 한다. 버스업계도 21세기 명랑사회를 향해 뛰뛰빵빵 욜씸히 달릴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세상엔 꽁으로 되는 것 암꺼도 없는 법. 

 

평소 버스를 애용하면서 불편함을 속을 삭였던 딴지독자의 많은 문제제기와 고발멜 바란다. 이만 꾸바닥~! 

 

 

 

 

- 딴지 엽기대중교통부 기자 김도균 (DDanziedit@ddanz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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