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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목욕탕에서 생긴 일

1999.8.30.월요일
딴지 문화부 미래의 감독 권필버그

추석은 아직 멀었는데... 면접이 다가와 어쩔수 없이 목욕탕엘 갔다.

 

새벽9시... 아무래도 목욕은 꼭두새벽에 해야 제맛이라는 엄마의 말을 상기하며 겨우겨우 일어났다. 난 대충 주섬주섬 옷을 주서입고 부시시한 얼굴로 우리동네 가출한 분들의 숙박시설이 완비되어있고 변태들의 만남의 광장인 삼평 대중 목욕탕으로 갔다.

 

목욕탕에 도착하자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었다. 욕탕건물의 색깔이 한층 컬러풀 되어있었고 층수도 2층에서 3층으로 변해있었다. 건물앞엔 커다란 주차장도 설치되어 한결 고급스러워 졌다. 이름도 삼평 대중 목욕탕에서 삼평 대중 사우나 클럽 (헬스기구 완비) 라고 바뀌었다. 1년만에 주인장이 돈좀 쓴거 같았다.

 

남탕안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있는데 내주위에 의미심상한 5명이 같이 벗고 있었다. 나와 가장 멀리 있던 놈이 먼저 바지를 벗었다. 빅맨. 줄무늬였다.

 

그 다음놈이 피식 웃은후 바지를 힘껏 내렸다. 트라이. 꽃무늬였다.

 

이번엔 내가 바지를 당당하게 벗었다. 보디가드. 채크무늬였다.

 

주위의 놈들이 다쫄았다. 역시 보디가드의 위력을 한번더 확인했다. 난 내옆에 있는 놈을 보며 "너도 한번 까보시지" 라는 눈빛을 보냈다. 옆에 있는 놈은 약간 주춤하다가 바지를 내렸다.

 

백양...

 

하얀색 바탕에 앞부분만 노란색이 자연염색 되어있는 특수제작 무늬였다. 게다가 뒤엔 환풍구까지 있었다. 현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놈은 털이 별로 없는 청년. 청년은 바지를 자연스럽게 내렸다.

 

비너스... 분홍색에 레이스 장식을 겸비한 외실용... 난 되도록 저놈을 피해다녔다.

 

안으로 들어가자 뿌연 연기속에 따뜻한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난 벽에 붙어있는 샤워기로 다가가 샤워를 말끔이 한후 온탕으로 향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꽤 많은데 유독 탕안에만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난 영문도 모르고 한쪽다리를 집어 넣었다.

 

이상했다. 따뜻하면 따뜻한 느낌이 들어야 하고 차가우면 차가운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영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머지 한쪽다리를 집어넣었다. 역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난 내다리에 무슨 이상이 있나 꼼꼼이 살펴보았다. 건강해 보이는 털에 근육으로 구성되어있는 허벅지. 종아리 100대를 맞아도 끄떡 없을것 같은 종아리. 아무런 이상이 없는가운데... 점점 벌개지는 내다리를 볼수 있었다. 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나의 벌개지는 다리를 보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난 이미 익어버린 내두쪽 다리를 고이 꺼냈다. 손가락으로 세포가 살아있는지 검사해 보았다. 다행히도 미세하지만 뚜렷한 감각을 느낄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주위에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들 다리가 벌개져 있었다. 난 눈물을 흘리며 뭔가모를 동료애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어쩔수 없이 난 바가지에 따뜻한물을 받아 한증막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한증막에 들어가자 다리가 벌건 동료들이 바가지의 따뜻한 물로 때를 불리고 있었다. 난 가장 구석에서 상한 다리부터 천천히 때를 불려갔다. 한증막의 동료들은 노인과 바다의 후속편인 노인과 온탕이라는 제목으로 용광로에 누워있는 노인을 열라 씹기 시작했다.

 

때를 다 불리고 의자 하나를 골라 때미는 곳으로 갔다. 의자에 앉자 1년동안 정들었던 때들에게 씁쓸한 인사를 한후 왼쪽팔부터 밀었다. 난 처음에 내몸이 지우개인줄 알았다. 이렇게 쭉쭉 나올수가... 하수구가 막히면 어쩌나... 걱정을 하며 주위 동료들의 볼거리를 제공하며 가장 긴 때만들기 기네스에 도전도 하며 밀었다. 내 때가 끊기기만 하면 주위에선 아쉬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내가 한참 쑈킹 아시아를 보여주고 있는데 싸늘한 기운과 함께 문이 열렸다.뿌연 안개속에 커다란 몸통이 보였다. 욕실안의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 그 몸통은 샤워기로 향했다. 그리고 뒤로 돌았다. 잠시후 등에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 보였다. 뿌연 안개속에 더욱 멋있어 보였다. 그 몸통은 샤워를 끝내고 용광로로 향했다. 우리 동료들은 노인을 죽인다 안죽인다에 서로 돈을걸며 내기를 했다. 잠시후 용광로에 들어가는 몸통...고요했다. 몸통이 들어가자 그저 물소리만 날뿐이었다.

 

그리고 10여분이 흐르자 몸통은 결국 온몸을 용광로에 담궜다. 용광로의 물이 반쯤 넘쳐흘렀다. 난 속으로 화이팅을 외쳤다. 노인은 패배를 인정하며 밖으로 나갔다. 몸통은 대단했다. 아무래도 비계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았다. 한참 때밀이 침상에 누워 면접볼때 어떤식으로 협박을 해야할까를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데 왠지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난 슬쩍 보았다.

 

꼬맹이 였다. 귀여운 얼굴에 긴머리를 가진...잉? 난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몸의 구성요소중 중요한게 하나 빠져 있었다. 꼬맹인 나의 육체를 관찰하고 있었다.

 
 

본기자 : 야.. 너 몇살이냐?
꼬맹이 : 6짤..
본기자 : 너 알거 다알지..
꼬맹이 : 아니..
본기자 : 그래? 니네 아빠는 어디있어?
꼬맹이 : 아빠랑 안왔쩌..
본기자 : 그럼...누구랑 왔냐?
꼬맹이 : 오빠랑..
본기자 : 그래...그럼 니네 오빠한테 얼른가..
꼬맹이 : 응..

 

꼬맹인 종종걸음으로 어느 사나이에게 갔다. 난 그사나이를 곁눈으로 보았다. 제길.. 비너스 팬티였다. 저자식이 혹시 저 꼬마 아이를 유괴한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어봤지만 지금 내앞에 닥친 면접이 더 급했다.

 

난 침상에서 내려와 다시 샤워기 앞으로 갔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배때지에 칼자국이 여러군데, 팔쪽에 "바른생활" 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분이 들어왔다. 샤워기가 문쪽에 있어 얼굴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 마치 부산교도소 탈옥범(??)과 흡사하게 생겼다. 난 신고해 돈 좀 벌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그전에 저놈에게 목졸릴거 같았다. 바른생활은 샤워도 안하고 몸통이 누워있는 탕안으로 향해갔다. 드디어 욕실짱이 바뀔것인가 아님 몸통의 지배가 계속될 것인가가 결판날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게 왠일인가. 몸통은 바른생활을 보자마자 꼬리를 감추며 밖으로 나왔다. 매우 실망했다. 몸통이 저렇게 깨질줄이야... 그까짓 바른생활쯤 승천하는 용에는 상대가 안됐는데. 몸통은 내쪽으로 도피해 왔다. 자세히 보니 승천하는 용은 문신이 아니라 이리저리 또아리 튼 뜸자국이었다. 생긴것도 학창시절에 메인 왕따만 했을법한 얼굴이었다.

 

바른생활은 안그래도 이미 짱인데 수도꼭지로 가 뜨거운 물을 꽐꽐 틀며 한번더 자신이 욕실 짱이라는걸 과시했다.

 

목욕을 마치고 온몸이 뽀송뽀송 해질때까지 구석구석 박박 닦았다. 그리고 거울로 가 오래간만에 두꺼운 갑옷을 벗은 느낌을 만끽하며 나의 잘생긴 외모와 건강한 육체를 보며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있었다. 머리를 보니 꽤 길었다. 수능 본후 한번도 안잘랐으니...난 목욕탕 이발소에 눈이 돌아갔다.

 
 

[요금 : 카트에 3000원]

 

음... 요즘 자금 사정도 별로 안좋은데...난 욕탕 이발소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본기자 : 아저씨!!!!
이발사 : 예.. 나가요!!!

 

잠시후 할아버지 한분이 자나 나왔는지 뻘건 눈에 볼따구엔 침자국이 허옇게 묻은채로 걸어 나왔다.

 
 

이발사: 앉아요.

 

약간 떨렸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머리카락이 눈에 보일때 울뻔했는데... 혹시나 다 짜르면 어쩌나. 난 이발의자에 앉았다. 할아버진 안경인가 망원경인가.. 하여튼 뭔가를 끼며

 
 

할아버지 : 어떻게 잘르까?
본기자 : 대충 다듬어만 주세요.
할아버지 : 오냐.

 

할아버지가 입구쪽으로 가위를 가지러 갔다. 그때 보이는 거울위 벽쪽의 낙서...

 
 

영감의 칼부림을 조심해라..

 

느낌이 더러웠다. 할아버지가 가위를 가지고 오셨다. 할아버진 나에게 거무죽죽한 까운을 덮어주며

 
 

할아버지 : 좀 냄시가 나지?
본기자 : 뭘요..

 

까운에서 시금 털털한 쉰내가 났다. 잠시후 할아버진 예쁘장한 가위로 이곳저곳을 깎아주셨다. 아니, 뽑아주셨다. 머리가 얼얼했다. 난 이 할아버지가 왕년에 보안부 고문실 선봉장인줄 알았다. 할아버지의 가위는 춤을 마구 쳐댔다. 가위의 춤 한소절에 한무더기의 머리카락이 희생당했다. 아픔속에 난 거울에 들어있는 황비홍을 보았다.

 

저게 나인가...? 아닐꺼야...

 

잠시후 다시 영감의 가위질이 시작됐다. 난 다시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한 10여분이 흐른후...

 
 

할아버지 : 음... 됐어!!!

 

거울을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바에는...

 

난 용기를 갖고 거울을 보았다. 해병 수색대 머리였다. 중간에 봤을땐 황비용이었는데 마친후 해병대였으니 머리의 희생량을 생각해 보아라. 영감은 잠시후 나에게 허연 거품을 온 목과 뒤 옆에다 듬뿍 발르셨다. 그리고 예리한 칼날을 들었다.

 
 

할아버지 : 좋아...

 

그때 마침 보이는 거울위의 낙서..

 
 

영감의 칼부림을 조심해라..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를 강타했다.

 

본기자 : 됐어요. 면도는 나중에 제가 혼자서 면도기로 할께요.
할아버지 : 뭔소리야.. 이발소에서 면도는 기본이여!!!

 

하며 나를 붙잡았다. 난 영감을 거울을 통해 보았다. 제길... 수전증이 있었다. 지금 황비홍이든 해병대든 눈에 뵈는게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만 했다.

 
 

본기잪 : 됐어요 할아버지. 집에서 혼자...
할아버지 : 가만히 있어!!!! 다치겄어!!!

 

하며 영감은 나의 목에 칼을 댔다. 뭔지모를 싸늘함이 나의 온몸을 지배했다. 잠시후. 영감은 나의 털과 함께 표피도 말끔히 제거해 주셨다. 다행이도 깊숙히 패이진 않아 속으로 영감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영감의 사시미가 나의 옆볼을 회쳐주셨다.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영감은 능숙한 솜씨로 이미 준비해둔 솜으로 지혈을 해주셨다. 이미 이 안에 들어오면 피를 보고 나가야만 할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온 얼굴엔 회 뜬 자국이 역력했고 요즘 친구들과 만났을때면 12대1로 싸우다 그랬다고 뻥치고 다닌다. 끝

 

 

 

 

- 현재 소재파악이 안되고 있어 본지 조때로 임명한 권필버그
( 이 글 보시믄 본지에 즉시 연락주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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